더치페이문제,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슴살2011.09.11
조회492

안녕하세요

 

평범한 스무살 대학생 여자입니다

 

학교에서 칼럼을 쓰는 과제를 했을 때 쓴 글인데

 

다른분들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올려요~

 

과제로 낸 글인만큼 딱딱한 문체는 이해바랍니당ㅎㅎ

 

더불어 아직 1학년이라 글솜씨가 많이 서툰점 양해부탁드려요^^*

 

-상황 1

“우리 더치페이 하자.”

“당연하지 얘는! 2만 5천원을 넷이 나눠서 내야 하니까, 세 명은 6500원을 내고 나머지 한 명은 5500원을 내자.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천원 덜 내기로 하자.”


-상황 2

“우리 더치페이 할까요?”

“...네? 더치페이요...?(이 남자 뭐야, 매너 없게.)”



위의 두 가지 경우가 각각 어떤 상황인지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모두 눈치를 챘을 것이다. 짐작한 대로, 상황 1은 동성 친구끼리 돈 계산 할 때의 상황이고 상황 2는 이성과의 돈 계산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있어서 남성의 ‘돈 계산 매너’는 곧장 그의 성품으로 귀결된다. 돈을 다 지불하는 남자, 소위 말해 ‘한턱 쏘는 남자’는 매너와 능력을 겸비한 남자로 평가받는다. 반면 더치페이를 유도하는 남자는 눈치도 매너도 없는 남자로 비난받는다. 이 두 가지 유형 이외에 ‘여자에게 사줄 것을 요구하는 남자’나 ‘돈 계산을 하지 않기 위해 은근슬쩍 도망가는 남자’와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여성들이 이렇듯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무척이나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통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결혼에 있어서나 가정에 있어서 모두 남성이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독특한 통념이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혼수도 남성이 더 많이 준비해야 하고 같이 살 집도 남성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특히 남성이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최근 들어 서서히 변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에 따르면, 결혼 생활의 질이(적어도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남성의 경제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남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성을 찾기 전에,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를 박은 이 사회적 통념을 문제 삼을 필요가 있다. 남성은 바깥 일, 여성은 안 일을 해야 한다는 통념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성별에 따라 일을 나누는 ‘성별에 따른 노동 분화’의 역사를 따지자면 수렵·채취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본격적으로 성별 분업이 고착화된 것은 산업화 이후부터이다. 산업화를 거쳐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들어서면서 생산적인 노동과 비생산적인 노동, 가치노동과 무가치 노동의 개념이 생기면서 여성의 가사 노동이 평가 절하되었다. 여성은 항상 전업주부로서 집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왜곡된 생각이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여성이 취업하는 것을 가사에 소홀한 것으로 보고 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남성의 노동에 반해 여성의 노동을 무가치하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렇게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사회적 통념이 고착화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본인이 시집살이를 할 땐 불만을 갖다가도 정작 자신의 며느리가 맞벌이를 하겠다고 하면 이를 언짢게 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인간으로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이런 태도가 불합리한 사회적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제는 젊은 여성들마저도 더치페이 운운하는 남자들을 비난하며 무의식적으로 경제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남성의 경제력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남자에게 한 끼 식사 값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위선적이지 않은가.


혹자는 남성이 자신에게 밥 한 끼, 차 한 잔을 대접하는 것을 통해 그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남자가 자신에게 더치페이를 요구하기라도 하면 무척 자존심 상해하거나 심지어 굴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남자에게 구속시키지 말라고. 진정한 사랑은 ‘얻어먹어야 비로소 사랑을 확인하는’ 사랑이 아니라 ‘평등한 사랑’이라고. 이제부터 남자들이 더치페이를 요구하면 기꺼이 돈을 내라. 당신이 꺼리는 그 행위의 이면에는 당신이 얼마든지 그 사람으로부터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담겨있다. 더불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이제 더치페이 한다고 자존심 상해하지 말라. 더치페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