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로 살아보니 힘드네요 정말 ㅎㅎㅎ ;;;;

후우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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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땐 몰랐다. 

아니. 나이가 먹고 결혼하고 나서도.. 몰랐다.

주변에 친구들이 하나둘 시집가서 예쁜 조카들을 낳을때도 몰랐다.

 

임산부로 산다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정말 내자식 품고있다는 그 설레임만으로 모든걸 이겨내고 참아내야 한다는것이 이렇게 힘든지.

 

내가 뱃속에 아가를 품으니 하나둘씩 알게되더라.

한주 한주 뱃속에 내 아가가 커갈수록 뼈저리게 느껴지더라.

 

아가를 출산할때만 뼈를 깍는고통을 느낄꺼라 생각했던 난 정말 어리석었구나..

 

임신초기엔 입덧이 너무 심해서 뼛가죽만 남을정도로 살이 빠지더라.

김치냄새. 밥하는냄새..

눈뜨는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변기통을 부여잡고 위액을 쏟아내며 헛구역질을 해댔고

정말 먹기싫고 음식냄새 맡기도 싫지만 살아야하기에

내 뱃속에 아가를 키워야하기에 꾸역꾸역 먹어대고 또 다시 토해내고..

 

내가 힘드니 집안일에 손떼게되는게 당연지사..

냉장고에 반찬은 없어져가고 밥통에 밥은 비워진지 오래..

남편은 퇴근하고 회사에서 밥먹고오는게 일이 되어버리고  뭐라도 사러 마트라고 갈라치면 시식코너에서 나는 냄새에 다시한번 절규하고 후회하고 ...

 

아..이렇게 나는 말라가고 기력을 잃어가는데  엄마가 힘들수록 아가는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는 의사쌤말에 배시시 웃고만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둥바둥 버텨내는데 며느리가 입덧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에 이것저것 반찬거리 만드셔서

방문하신 시부모님께 아들자식 굶기는 죄인같은 기분이고..

정말 나를 걱정하셔서 하시는 말씀에도 괜시리 짜증이나고 어차피 해다주신 음식 난 먹지도 못할텐데....

괜히 서럽고 내가 왜이러지 ..하고 또 맘 다부지고...

 

그렇게 또 시간이 가고 불면증이왔다.

다른엄마들은 한참 잠쏟아질때라고 하는데 나처럼 .. 정말 드물게 불면증이 찾아오는 산모도 있단다.

입덧도 아직 안가라앉았는데..잠도못자니 이건 사람 환장할노릇.

정말 지치는데 푹 자고싶은데 .. 옆에서는 도롱도롱 코까지 골며 자는 남편얼굴보며 안쓰러우면서도 얄미운건

어쩔수가없다.

다크써클은 점점 심해지고 잡티하나 없던 내 피부에 기미가 올라오는게 눈에 보이지만..

기능성화장품을 바른다는건 꿈도못꾼다.

 

행여라도 내 아가 한테 안좋을까..노심초사하며...

 

친정부모님은 갈수록 망가져가는 딸을보며 맘아파하시고 사골이며 소고기며 보양식을 바리바리 싸주시지만 

한입물어보고 우엑 ㅠ

 

오랜만에 낮잠이 쏟아지기에 달콤한꿀잠을 잘것같은 기분에 행복을 만끽하는데

거슬리게 귓가에 윙윙대는 핸드폰 진동소리....

 

시어머니임을 확인하고 받고싶지않지만...그래도..라는 생각에 여보세요,,,? 하면...

반찬싸들고 지금 오시는 중이라고.....

 

아....정말.....푹 자려고 했는데....

주체할수없는 짜증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주륵주륵난다.

괜시리 서럽다.

내 기분이 내 기분이 아니다. 내가 조절할감정 수위가 넘어섰다.

예전에 나라면 상상도못할일들.

 

시어머니가 오셔서 냉장고에 반찬을 채워넣으신다..

김치냄새가 진동을 한다.  음식양념냄새들이 역하게 또 올라온다.

피곤하다...자고싶다.. 어서 가셨으면 좋겠다...나 좀 자게...

하지만 당신아들이 퇴근할때까지 집에계신단다. 저녁드시고 가신단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눕고싶다. 자고싶다...

이런나를 붙잡고 한참을 뭐라뭐라 하신다. 귓가에 들어오지않는다.. 웅웅거리기만 한다.

더이상 표정관리가 되지않는다...

 

왜그러냐 물으시기에 잠을못자서 피곤하다 했더니 밤에 안자고 뭐했냐고 되물으신다.

불면증이 왔다.. 잠을 잘 못잔다  얘기하니 유난이란다..

나도 이런 유난떨고싶지않다.  가슴에 상처하나 또 생겼다..

 

한주한주 또 시간이 흘렀다. 입덧도 조금 괜찮아지고 잠도 제법 잘잔다.

그러더니 이제 배가 아프다.

아가가 커지면서 자궁이 커지려고 아픈거란다.

자궁이커지면서 인대가 늘어가서 아픈거란다.

너무아프다. 재채기라도 하면 배를 부여잡고 뒹굴뒹굴 아고 나죽어 !!!

 

칼에 안찔려봐서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지만 그 느낌과 비슷할것같은 칼에 베이는듯한 날카로운 통증.

그 통증이 찾아올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면서 심호흡을 한다.

배를 쓰담쓰담하며.. 아가에게 살살하라며 하소연도 해본다.

 

그 고통도 이제 익숙해지고 몸에 변화가 오기시작한다.

배꼽주변으로 털이 나더니 .. 30년 동안 팔다리 제모한적 없이 살았던 내 팔다리에 검은 털이 눈에띄게 자란다.내가 원래 이렇게 털이많았나..? 아닌데...? 왜이러지..;;;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내 몸에 털이 무성해진거같아 !! 라면서 소리치자 보던 남편도 헉 한다.

그리고 겨드랑이에 부유방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할말이 없어진다. 몸이 이렇까지 변하는게 신비하면서도 무섭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출산후에 다 괜찮아진단다...

아직...5개월이나 남았는데....

적어도 5개월은 이렇게 살아야된다는 소리다.

 

변비란 썩을놈이 왔다.

이런기분 처음이다. 배는 부글거리는데  나올생각을 안한다.

힘들게 볼일보고 나면 변기통에 피가 한바가지... 치질이 걱정된다... 흑....

화장실가는게 무서워져서 식이요법을 했다.

나아질 기미는 전혀 안보였고 오히려 설사가 시작되었다.

일주일 내내 화장실에서 온 기력을 빼다보니 이러다 쓰러지는거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된다.

 

아침에 일어날적마다 입에서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혈액양이 늘어 잇몸과 콧속점막이 붓는단다.

잇몸에서 피가 새어흐른다. 하얗던 내 칫솔이 희꾸므리하게 분홍빛을 띈다.

 

양치할적마다 피를 봤더니 내 피로 물들었나보다 ㅋㅋ

 

양치를 해도해도 진동하는 피 비린내 때문에 입냄새가 나는거 같아 또 의기소침해진다.

밥먹을때마다 잇몸이 아리고 이가 아프다 ...

 

아침에 자고일어났더니 코피가 난다. 괜찮단다... 자연스러운거란다...

임신전 몇날며칠을  밤새서 일해도 코피한적 흘린적 없던 나 였다....

기분이 묘하다.. 그 날 저녁에도 코피가 나고 다음날도 코피가 났다.

 

밤에 다시 잠을 못자기 시작했다.

외출하기도 무서워졌다. 시도때도 없이 쉬야가 마렵당 .

자궁이 커지면서 방광을 압박한단다..

잠들만 하면 화장실...잠들만 하면 화장실... 장거리라도 갈라치면 겁부터 덜컬난다..

성인용 기저귀라도 하나 사서 차고 다녀야되는건가.....

농담삼아 남편이 던진말에  한숨밖에 안나온다.

 

이러다 진짜 조만간 한번 쉬야지릴까봐 겁난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헐떡거린다.

심장이 쿵쿵쿵쿵 요동을친다.

뱃속에 아가가 자라면서 내 안의 장기들이 위로 쏠린단다.

아..아프지는 않을까 무섭다.. 아픈건없다...그치만 숨이차다...

 

조금씩 운동을 해야좋다기에 헐떡거리면서 걷기를 한다.

갑자기 골반을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이..

못걷겠다. 골반이 뒤틀린거 같다.

골반통이란다. 아 ..생각해보니 골반통 내 직업병이다....

하이힐을 신고.. 서서 일하는 내직업....때문에 골반통으로 처녀적부터  병원에 다녔다..

 

아가가 커지면서 심해진거란다.

 

잘 돌아다니다가 골반통이 시작되면  화장실도 남편이 안아서 데려간다....

이번주 예약날엔 쌤한테 골반통 얘기를 해야겠다..

너무 아프당 ㅠ 잉 ㅠ

밖에 돌아다는게 가끔은 너무 스트레스다..

 

배가 쏘옥 나와서 임부복을 입기시작했는데...

내 스타일의 임부복 찾기도 쉽지않고 ..내가 전에 입던 하의들은 골반에찡기니 아가때문에 절대 입으면 안되고

롱티에 레깅스에 플랫슈즈 직직 끌고 다니면..

아직 배가 남산만큼 나온게 아닌지라  유심히 보지않으면 임산부같지도 않다.

길거리 지나는 사람을 유심히 보면서 다니는 사람이 어디있나...

 

통화하면서 지나가며 툭 치고 가는 사람.

앞에서 담배연기 뿌뿌 뿜어대고 걸어가는 사람.

자전거타고 가면서 비키라고 찌릉찌릉 하는 사람.

앞도 안보고 뛰어다니며 꼭 내 배에 콕 부딪힐거 같은 꼬마들...

배라도 불뚝 나와서

나 뱃속에 아가있으니 조금만 조심해주세요 .. 하고 티라도  나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무섭다. 내가 유난떠는건가..ㅡㅡ;;;;

외출한번 하고 오면 너무 힘들다.

 

이젠 .. 좀 걸으면 발목까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찬물에 과일좀 씻었더니 손가락이 씨뻘게지면서 통통 부어올랐다.

그냥 웃음만 나왔다.

 

허벅지를 보니 그렇게 열심히 크림을 발라줬는데도 살이 터있다..

언제 튼거지...아 속상해...  ㅠㅠ

 

친구들이 만나서 곱창에 소주한잔 한단다.

아 나도 먹고싶다.

어지간히 애주가였다. 자다가도 술한잔 할까..? 이소리에 새벽에도 기어나가곤 했다.

친구들을 만나도 미안하다. 

나때문에 친구들까지 맘편히 못다닌다. 

예전이 문득 그리워진다. 그러면서 또 우울해진다... 흑

 

친구가 속상한일이 생겨 울적거리면서 전화했다..

예전같으면 나와 !! 하면서 포장마차에 소주한잔 찌끄리며 토닥토닥 !! 오늘 맘껏 놀구 풀어 !! 했을텐데...

 

이제 절반가까이 왔다.

이 것들이 지나가고 나면...출산이라는 큰 산만 넘으면된다...

 

힘들다.. 그래도 뱃속아가 생각하면서 버틴다.

한달에 한번 아가보러 가는 날이 나한테 주는 선물같다.

 

버틸수있다. 우울해지지만 견뎌낼수 있다.

앞으로 몸이 또 어떻게 아프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 견딜수 있을것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아이를 낳고 나면 더 존경스러워지겠지...

 

 아이가 태어나서 말귀를 알아들을때쯤 아이에게 얘기해줄꺼다..

 

넌 정말 유별나게 엄마를 힘들게했다고...그리고 꼭 안아줄꺼다..

 

이글을 쓰는 이 잠깐 동안에 또 골반통이 왔다... 아퍼 ㅠㅠ

 

남편이 빨리 퇴근하고 왔으면 좋겠다..

꼭 내가 주인기다리는 강아지가 된 기분이다.. 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