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중반 남성분들 꼭 읽어주세요~

26女2011.09.16
조회754

 

안녕하세요 전 올해 26살 직장녀입니다

판은 늘 눈팅만 해왔던지라 여기다가

이런 내용을 써야할까 말아야할까, 지우고 다시쓰고 한 끝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조언도 구할겸 써봅니다.

 

 

지금 제가 9살 차이 나는 남자친구와 약 200일 가까이 교제중입니다.

물론 처음엔 오빠를 연애대상으로서 만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

나이 문제도 있었구요.그냥 단순히 아저씨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첫만남은 아는 분의 소개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만났기에

가벼운 술자리로 끝내고 집으로 곧장 들어왔었고,

두번째 만남에서는 저녁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오빠가 직접 데려다주면서 먼저 악수를 청하길래

가볍게 악수를 하곤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3,4일쯤 지나고 나서는 직접 전화가 오더니

그 때 악수하자고 한거, 그건 자신이 작업한거라며 쑥쓰럽게 웃더니

첫인상, 웃는게 너무 이뻤다며, 데이트 신청을 하더라구요.

처음엔 거절했다가, 아침에 '일어났어요? 아침 잘 챙겨먹고 출근해요'란 문자,

저녁의 퇴근길엔 '차가 많이 밀리네요 운전 조심하세요' 또는

'집에 잘 들어갔나요? 도착하면 연락한번 해줘요' 라는 존댓말 문자, 존댓말로 하는 통화.

그게 그렇게 고맙고 또 존중받는 듯한 느낌에 호감이 조금씩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첫 데이트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한 번 더 보고, 또 한 번 더 보고,

서로 속 얘기를 하면서 하다보니 어느 덧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

 

 

연애생활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원만합니다.

저는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하는 편인데,(물론 존댓말 빈도가 더 높습니다)

오빤 제게 반말을 하면서도 가끔씩 인사, 안부묻기, 부탁, 애정표현 등을 할때

여전히 존댓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달콤쌉싸름해서 문제가 될 정도로요.

진짜 문제는, 서로의 나이차이에 대해서, 또 서로의 결혼관에 대해서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부분은 은연중에라도 서로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은,

오빠에겐 일찍 장가를 가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형님분이 있습니다.

최근에 그 중 막내 조카가 돌이 되었는데 그 조카를 볼 때마다 제게 전화가 와선

'ㅇㅇ야, 넌 언제 결혼하고 싶어?' 또는 'ㅇㅇ야~ 일 그만둬라' 또는

'내가 너한테 시집갈테니까 넌 나한테 장가올래?'

'내가 일 그만두면 니가 나 먹여살려야하는데~' 라는 장난 삼아서 툭툭 던지는 말들이

어찌 예사롭지가 않다는 겁니다.

오빠도 그렇게 얘기하다가도 '아 맞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하면서 말을 돌립니다.

저 역시 모르는 척 다른 화제로 얘기를 돌린 적도 많았습니다.

 

 

오빠는 집에서 빨리 장가좀 가라고 성화하는 35살의 남자입니다.

물론 정작 본인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여태껏 안간거라고 우깁니다만,

요새는 결혼에 대해서 '음, 하면 좋지' 라는 식으로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니, 정작 미래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안하던 제가 미안해지는 겁니다..

오빠는 제게 가끔, 아주 가끔, '니가 너무 어려서...'  혹은 '울 애기는 몰라도 돼'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투로 제가 아직은 결혼 준비가 덜 된 철부지 어린아이임을

스스로가 매우. 그리고 너무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예전 톡들 중에 20대 초반의 여성분이 30대 남성분 좋아한다고 했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중에

'그 남자는 결혼 적령기. 니가 결혼 생각 없으면 시간 낭비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라는

댓글을 떠올리곤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즐거운 연애생활이 오빠에겐 진짜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같은 여자 만나서

결혼 준비등을 하게끔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뺏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남자 인생의 중대한 길목에 제가 벽을 세워놓고 못가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네요.

어느덧 9월중순이 지나 10월이 다가오고 오빠가 36살의 나이가 될 거란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도 점점 커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와 사귄지 50일 갓 넘었을 즈음에

오빠 어머님께서 먼저 선약해두신 선자리에 오빠가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오빠가 그 분을 정중히 거절하면서 큰 문제란건 없었지만,

솔직히, 오빠가 그런 자리를 나가는게 처음엔 화도 나고 속도 상해서

오빠에게 마구마구 화내고 심하게 다투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빠의 나이라면 그게 전혀 문제되는 부분은 없더라구요.

 

 

물론 저 역시 내년이면 27살이고, 결혼을 생각하면

많지도, 혹은 적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의 줄에 서게 됩니다.

아직은 준비된 것이 없어서 결혼 보다는 일이란 생각이 먼저 앞서는데

서로 중요한 핵심은 피해가면서 이렇게 연애만 해도 될 일인지 걱정이 듭니다.

오빠와 둘이서 얘기하고 해결해야할 일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현실의 벽만 보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

네 솔직히 겁도 납니다.

헤어지고나면 내가 과연 쿨하게 뒤돌아서서 딴 남자와 사귀게 될 수 있을지,

오빠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이 날아오면 결혼식장에 찾아가서

축하한다고 잘 살아라고 얘기해줄 수 있을지.

생각 하나가 뭉게뭉게 커지면서 소설 책 한권 쓰고 있네요 -_-;;;;

 

 

주저리 주저리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끝까지 완주해주신 30대 초, 중반의 분들이 계시다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