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 처럼 살지마라.. 시어머니가 그러시네요..

헐..2011.09.16
조회17,776

결혼한지 이제 1년 정도 지난 30대 초반 직장녀입니다.

남편이랑 친구였다가 애인 된 케이스이고 같은 회사 다니고

서로 직급도 경쟁하고 일도 경쟁하고 사랑도 하고... 사귀는 2년 내내 버라이어티하게

사귀다가 결혼한지 이제 1년 차입니다.

말귀도 통하고 굴레 같은 것에 자유롭고 싶어하는 저를 이해하며

왠지 소울메이트 만난 기분에 그렇게 의심도 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한 이후에도 애기는 2년되면 그때부터 노력하기로 하고 연애하는 식으로

직장 다니고 집에 와서 집안 일은 나눠서 하고 밥은 서로 당번 정해서 하거나 그날 요리 해주고싶은

사람이 해주고,, 사실 집안일에 대해서는 전혀 트러블도 없었고.

금전적인 부분도 양가 부모님께서 일절 도움 없이 저희 둘이 모은 돈으로 처리했고

사실 둘다 연봉이 꽤 높은 편이라 하고 싶은 거 하고 쓰고 싶은 거 쓰면서 돈 모으고 집 살 계획입니다.

시댁도 특별히 잘해주시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문제 삼으시거나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저희 어머니 이야기를 살짝 하자면 완전 희생정신이 강한 엄마 스탈인데 아들 2명 정성껏 키우시고

남편 뒷바라지 다 하시고 집안 일 완벽주의에 아직도 집 앞 밭에 상추를 심으시는 등;;; 집안 식구들의

건강 끔찍하게 생각하시면서 사시는 평생 전업 주부이십니다.. 그렇다고 저한테 강요하거나 그러시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밥 잘 챙겨 주고 있냐고.. 너도 잘 먹으라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입니다.

 

아무튼.. 그냥 적당히 평범하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회사 동기들 모임에서 남자 동료들이랑 여자동료들이랑 대화하는데 어떤 남자동기가

그러더라고요. 절 가리키면서

 - xx씨는 아침밥 안해주지?

 그래서 제가 어이가 없어서 그랬어요. 맞벌인데 왜 나한테 아침밥 해주냐고 물어보냐고

제가 좀 여장부 같은 스타일이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유독 저런 걸로 태클거는 사람이 많아서

사실 조금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동기가 자긴 저같은 독립적인 삶의 파트너보다는 옛날 엄마들처럼

뒤에서 조용히 뒷바라지 하면서 사는 그런 여자가 좋다고..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자기도 희생정신이 강한 그런 여자랑 결혼해서 자기 뒷바라지 해주면

좋겠다고.. 결혼하면 여자 집에다 앉힐꺼라고...

요약하면 엄마 같이 자기네들 엄마 같은 여자를 만나서 그렇게 자기 챙겨주고 아침밥 해주고

빨래 설거지 신경쓸 거 없이 자기는 누워 있으면 엄마가 다 해주고... 아내가 다 해주고..

직장 동료들이기 때문에 큰 소리내면서 의견다툼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충분히 제 의견을 말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님들이 생각하는 건 아주 유아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사는 게 아무것도 안하면서 일만 신경쓴다는 게 요즘 남자들의 문제라고

그럼 또 아이들한테 외면 받고 지금 아빠들처럼 그렇게 살면 되겠네 늙으막에

집안 일 신경 하나도 안 쓰면서 그렇게 집에 오면 빈둥거리고 그렇게 아내 고생시키면

아이들이 보면서 아빠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고 시댁에 잘하라고 독촉하고..

그렇게 늙는 길을 가고 있다고..

 

그러고 집에 오고 있는데 남편한테 너도 저런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싶었냐고 했더니

남편이 살짝 뜸들이다가..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해 본건 아니야..

어찌나 한심하던지... 니들 남자들이 모르는 게 있는데 여자들도 요샌 그렇게 컸어

너네가 엄마한테 수발 받으면서 살때 우리도 똑같이 그렇게 컸는데

니들은 계속 거기에서 못벗어나고 안주하고픈 반면에 여자들도 안해 본거 하는 건데

참 요새 남자들 한심하다고 

 

그러고 그 주말에 시댁 가는 날이라 시댁갔는데 어머니랑 고사리 다듬으면서 (추석 전이어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지난 번 동기 모임 이야기가 나와서 얘기하다가 남편이 글쎄 엄마같은 여자랑

결혼해서 뒷바라지 받으면서 살고 싶다고 하는 거 있죠? 그랬더니

어머니가 갑자기 우리 남편을 보면서...

 - 니 아내가 나처럼 살면 좋겠니? 나처럼 인생 다 포기하고 오로지 자식이랑 남편만 보면서..

   나라는 주체는 전혀 없이 그렇게 뒷바라지 하고 희생만 하다가 내 삶은 하나도 누리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니?   희생한 것에 대해서 후회되냐고 한다면 후회 되지는 않는다

   내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너희들은 잘 자라줬고.. 니 아빠도 그거에 대해 충분히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난 우리 며느리가 너무 부럽다.. 저렇게 당당하게 자기 일 하고.. 자기 목소리 내고..

   우리 며느리는 나처럼 안 살아서 난 너무 좋다.. 난 다시 태어나면 요새 애들처럼 살고 싶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어머니 끌어안고 엉엉 울었네요..

남편도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 가져서 미안하다고.. 넌 너의 인생을 나랑 같이 즐기면서 살자고..

괜히 우리 엄마한테도 미안해져서 전화해서 다 얘기하면서 엉엉 울었더니..(저희 어머니도

그냥 보통 엄마들처럼 모두 다 해주고 하나라더 더 해주고 싶어하고... 평생 전업 주부고..)

엄마가 웃으시면서 이렇게 알아주니 다 컸다고.. 그게 엄마 낙이라고..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니가 자식은 여럿낳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나만 낳으라고... ㅠㅠ

그말이 더 마음아파서 또 눈물바다 되었네요.. 평생 3남매의 사건사고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엄마 생각이 나서...

 

사랑하면.. 희생할 수 있죠.. 문제는 이 사회가 여성한테만 그 희생을 강요하고 있고

그게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저는 너무 마음 아프네요..

그리고 엄마들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도 없고... 항상 절 위해서 언제나 모든 시간 빼고

모든 시간 제외하고 제가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와 주시는 엄마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됐는데..

남편도 좀 알아들은 거 같아서 저희는 정말 대화 마니 하면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나가는 파트너가 되려고 해요..

 

이 글 보시는 분들도.. 엄마가 지금 본인의 삶을 못 살고 희생만 하니  비참하다는 뜻으로 쓴 게 아니고..

엄마의 희생을 엄마들도 자식한테 물려주고 싶어하진 않으세요... 인생 한번 뿐인데.

쓰다보니 울컥해서 갑자기 충고조가 되었네요;; 제가 뭐라고;;

 

그럼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