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예대, '부실대학 발표', 마녀사냥인가? 우리의 공부가 무의미한 일입니까...

0_0공부하게해줘요2011.09.16
조회621

  저는 이번 부실대학 꼬리표를 달게 된 추계예대에 재학중인 '부실대학생'입니다.

먼저, 제목과 관련하여 이 글이 특정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부실대학 발표와 관련하여

 우리는 피해자일뿐이다라는 주장을 하고자 한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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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사냥이 21C에도 존재하는가? 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본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로 대표되는 무리는 그 표적이 된다. 유태인이 그러했고

역사 속에서 대표적인 예를 찾자면 잔 다르크가 그러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보자면

전라도를 떠올렸을 때의 편견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제약이 그러하다고 본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소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재에 관해선 표면적으로는 다른 이유로 포장해 죽이고 있지 않은가.

 

 대학의 문제도 그러하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는 고등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예술, 인문대학이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퇴출되거나 통폐합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소수자로 치부되는 예술, 인문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경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예술과 교양이 돈과 맞바꿀 수 있는 가치인가?

 

 

 개인적인 경험으로, 감정으로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자는게 아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명명되어 사람들의 머릿 속에 내리박혔고

대출제한대학, 재정지원대학이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억울하다거나 어떻게 예술을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있냐며 우는 소리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학교 내부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를 간과한 잘못이 크다. 그러나 이것은 표본삼기, 본보기가 되어 행해지고 있는 마녀사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내가 다니고 있는 한 학교에 국한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길게보면 이 나라에서, 이 사회에서 예술과 인문학등 이른바 돈 안되는, 취업 안되는, 4대 보험 들어주는 직장을 갖지 못한 '사회적 낙오자'를 양산해내는 '대학'이 없어지고  학문을 위한 대학이 아닌 취업을 위한 취업중개소를 만들어낼 것인지의 문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문제는 정부의 획일적 잣대만이 아닌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표면적 이유를 벗어나 심연에 담긴 궁극적 목적을 알게된다면 비단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예술'이외에도 돈 안되는 학문을, 삶을!  소수자로 몰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

 

이것이 21C,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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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학교내 강연을 통해서도 알려진 본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해 계속되고 있는 학생들의 1인 시위 및 퍼포먼스에 대해

'정치적인 성향을 띄지 마십시요. 우리는 예술을 하는 학생들로 예술적인 경향을 보여야합니다.'...

 

 저는 이 말이 더 정치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교수님의 생각과 저의 개인적인 견해가 다를 뿐

이 점을 폄하하거나 틀렸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1인 시위를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우리가 당한 일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비단 예술대학의 문제만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고자 하는 우리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공부하는 권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되찾고자하는 것입니다.

 

 전원사퇴를 결의한 교수님들의 희생과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크게 다가와 눈물이 앞을

가릴만큼.. 하루 하루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이 이토록 소중하게 다가왔던 적이 없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우리가 소리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다.. 거리에 나가 1인 시위를 하고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사람들은 묻습니다.

 

"취업률만이 아니더라도 너넨 부실대학 조건이 충분해"

"그런데 왜 억울하다고만 하지?" 

 

 

 우리는 우리가 하는 공부가 세상에 쓰이기위한 공부임을 믿고 있습니다.

돈이 안되는 예술을 하겠다며 이 학교에 온 것도 우리는 그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공부하고 싶습니다. 배우고 싶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개개인마다 다른 하나의 '의미'를

쫓아 우리가 지금 하는 공부가 세상에 쓰일 수 있다고,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고.

 

그런데, 사람들은 ... 우리가 부실대학 학생이어서.. 부실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공부가 쓸모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독단적인 발언인 것 같아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부분이지만 분명 본교 내부의 문제도 있습니다.

취업률을 제외하고도 학교경영진이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던 교수충원률 및 등록급환원률에

관한 지표는 학교에 잘못이 있습니다. 제가 이런 발언을 하는 거 자체가 위험한 발언일 수 있으나

 이것은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문제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억울하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4년제 사립 예술대학, 추계예술대학교. 그것이 우리의 이름입니다.

우리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습니다. 2호선, 아현역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불명예스럽든 그렇지 아니하든

학교이름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개교 40년역사 이래 이만큼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을 만큼 작고 조용한 소수집단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 역시 잘못이 크다.

 

 학교가 작다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학교에 무관심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학교내부의 문제와 순수예술을 한다고 일반대중들과의 소통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 깊이 반성하고 배웠습니다. 내가 할 공부만 하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불러온

폐해라고 해도 될 런지.... 우리는 옳은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지키고자 합니다. 외부적으로, 내부적으로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곳에 더 큰 소리를 내고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우리가 하는 공부, '예술'로

다가가겠습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알려진 백남준 선생역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술은 사기다.

 

"예술이 무엇인가를 관념적으로 정의하려드는 인문주의자들에게는 예술이 흡사 사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예술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대중들에게 예술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 백남준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를 지켜내려고 합니다. 정말 지금 하는 공부가 무의미한 일이

되지 않도록, 세상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라도

우리는 가슴으로, 열정으로 배워나가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예술이 정말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될 때, 그 때 말씀해주십시요. "예술은 사기"라고..

 

 인터넷상으로 "추레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등록금 1위 학교가 그정도 밖에 안되냐며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인식을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예술을, 우리의 공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공부하는 학생들의 뜨거운 가슴과 뜨거운 열정을 응원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