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1화

회색말2011.09.17
조회138


[섬 1화] 


서울의 새벽 하늘은 그 수많은 불빛들 덕분에 거의 대부분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다.기분나쁜, 그런 거무스레한 빛깔. 캔버스에 마치 연기 속 악마의 형상이라도 그려놓은 듯한 추상화처럼, 우리를 시꺼멓게 내려다보고 있다. 
영등포역 주변 술집촌. 금요일이라 그런지 어지럽게 늘어선 간판들 아래 수많은 남녀가 오가고 있다. 술집을 찾는 사람들, 회식나온 회사 동료들, 호프집 삐끼.. 자극적인 조명들이 도로를 수놓는다. 
새벽 한시쯤 되었을까? 한 술집에서 여자애 둘이 느릿느릿 기어나온다. 긴 생머리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 하나와 갈색 웨이브에 호피무늬 치마. 호피치마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한다.

 "야, 아까 걔 진짜 재수없지 않냐? 지가 뭐 대단한 줄 알아." 

"그러니까요 언니, 내 옆에서 껄떡대면서 자꾸 다리 만지잖아요." 
그때 따라나온 남자. 새빨갛게 넥타이를 풀어헤친 남자는 나이 사십쯤 되어보이는 양복쟁이 하나와 말쑥한 삼십대. 나이든 남자가 긴 생머리의 여자애의 손목을 거칠게 휘어잡는다. 

"아 어디가? 오빠랑 놀자니까 오늘!" "언니!" 

호피치마는 핸드백을 들어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억ㅡ!'소리와 함께 밀려나는 남자. 여자들은 뛰기 시작한다. 남자는 풀린 다리를 이끌고 엉거주춤 서서 소리를 지른다.삼십대 남자는 뛰어나오다가 계단에서 혼자 넘어진다. 

"너네 잡히면 죽ㅡ어!!!" 

사람들 사이를 뚫고 골목을 돌아나가는 여자들. 얼마 못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멈춰선다. 담배 한대를 피워무는 호피치마. 전화기를 꺼내든다. 

"어 오빠ㅡ, 우리 끝났어 ...... 뭐? 
아니 그냥 나왔지. ...... 아니 그럼 어떻게 하라고 나더러? 
못생긴 것들이 엠티도 아닌데 막 떡을 주무르잖아, 
하여튼 대박진상이었어 ...... 알았어.. 빨리 데리러와." 

생머리는 아직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녀의 얼굴 위로 퍼져나가는 담배연기. 

"아 대박 피곤해.." 
"언니, 오늘 저 들어갈래요.." 
"진짜? 그냥가게? 한 건도 못올렸는데.. 
하긴 너도 쉬는 날에 그냥 나온거니까"

 "...." 

"오빠한텐 그냥 2차갔다고 할테니까 가서 좀 쉬어." 

호피무늬는 대로변으로 가서 택시를 잡아준다.

 "고마워요 언니 저 먼저 갈께요'" 

"들어가 수빈아 내일보자~"

 새벽공기를 뚫고 출발하는 택시. 경고등으로 바뀐 신호등을 지나 멀어져 간다. 

"아저씨 공덕이요." 

"예." 

생머리는 핸드폰을 꺼내 카카오x를 보낸다. 
"언니 저 잘 가고 있어요. 오늘 고마워요^^" 

그렇게 한참을 채팅하고 난 여자는 고개를 들어 창문을 연다. 영등포에서 공덕이라면 지금쯤 여자의 뺨에는 한강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그러나 한밤중의 인적 드문 길가만이 보이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백미러를 바라본 그녀는 뒷머리가 쭈볏 하고 서도록 자신을 바라보는 택시기사의 눈과 마주친다. 

그런 기분 아는가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고 
움직이고 싶어도 손이 말을 안듣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동물적으로 이 상황에 숨이 콱콱 막히는 그런거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