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의 개념 없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봤어요

화남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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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이 날 것 같아 자다 말고 일어나 글을 쓰네요

평소 목욕탕 가기를 좋아하는 20대 미혼 여자예요

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갈 일이 두번 다시 없을 것 같네요

 

 

한가로운 오후에 느긋하게 사람없을 때 씻으려고 목욕탕을 갔네요

운이 좋게도 사람이 아무도 없길래 좋아라 하면서 구석 자리에 앉아서 씻는데

가정주부 두세사람 목소리, 아이 목소리도 두세소리 들리네요

(일부러 구석 자리에 앉은거라 목소리만 들리는 상태였음)

 

한 10분 쯤 있었을까

애들 엄마들 목소리가 쩌렁쩌렁 하게 울리더라구요

 

여기저기 뛰어 다니지마

엄마 찜질 하고 올테니까

XX이랑 OO이랑 사이 좋게 놀고 있어

 

이런 소리가 들리길래

왜 애들을 놔두고 가지 이런 생각 들었지만 크게 신경이 안 쓰였어요;

 

목욕탕이 생긴지 오래 된거라 그런지 구조가 좀 이상했어요

목욕탕을 나와서 탈의실을 가로 질러가면

일반 목욕탕의 증기 사우나(?) 같은 거 말고 황토인지 그런걸로 된 데가 있어요

간이 찜질방 같은데라서(옷 안 입고 가는)

 

 

(그림 다 그려 올리고 나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림까지 그렸나 싶네요;)

 

 

아무튼 저는 그때쯤 씻는거 마무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여자 아이 목소리로

하지마 싫어

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순간 뭐지 싶어서 자리에 일어 났는데 안 보이길래 다시 앉을까 말까 싶었는데

남자 목소리 두개가 섬뜻하게 들렸어요

뭐 어때 왜 그래

잠깐 있어봐

이런 소리;

 

무슨 정신이었는지는 몰라도 잽싸게 그 여자 아이를 찾으러 뛰어 나갔어요

때 미는 곳 쪽에서 나는 소리였는데

그 사이에 들린 남자 목소리가

이게 잠X야

진짜?

왜 여자는 고X가 없어?

등등의 말

그 짧은 순간에 저는 패닉이 됐고

어디서 난 소린지 위치 파악 했을 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요

 

많아 봤자 5~6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때 미는 간이침대 위에 누워 있고

7~9살 되어 보이는 남자애 하나, 8~10살 되어 보이는 남자애 하나

하나는 밑에서 발목 잡고 하나는 배하고 가슴 누르고

둘다 머리는 그 여자 아이의 중요한 쪽으로 가 있고

발목 잡은 남자애 손이 여자애 그쪽에 가 있고

 

저도 다 벗고 있어서 더 수치스러웠는데 그 아이는 오죽 했겠어요

대충 말리고 여자애한테 괜찮냐고 하고 데리고 돌아서는데

남자 아이가

그럼 저 누나도 그거 있어?

이러는데 진짜 너무 수치스럽고 눈물까지 날 것 같더라구요

 

그냥 그 자리 빨리 뜨고 싶었어요

 그래도 여자 아이가 언니 언니 이러면서 안기려고;

무서웠지 많이 속상했지? 엄마한테 갈래? 하니까 간데요

저는 헹구기만 하면 되는 상태라 일단 제가 앉아 씻던 위치에 애를 앉으라고 하고

헹구고 목욕용품 쓸어 담듯 담고 애 손 잡고 나섰어요

찜질방에 애를 밀어 넣고(엄마한테 가라고)

 

저는 옷을 갈아 입으려고 딱 꺼내는데

뒤에서

이 봐요 내 딸한테 뭐라고 한거예요?

하는거예요

 

근데 일단 서로 알몸인데 너무 창피 하잖아요

그래서 옷 좀 입고 이야기 해 드릴게요 하는데

얄짤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야길 했죠

씻고 있는데 여자 아이는 싫다고 하고 남자아이들은

잠X니 고X니 어딜 보고 있었니 손이 어디로 갔니 이런것들,,

그랬더니 사기 치지말라고

어디서 딸 인생 망치려고 쇼하는거냐고

정신병자 아니냐고

 

진짜 너무 수치스럽고 머리속에서는

그냥 모른척 할껄 하는 후회가 밀려 들고

 

여자 아이한테 언니가 해코지 했지? 욕 했지? 때렸지?

이러고 있고

여자 아이는 아니라고 하고

그 짧은 시간에 애를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어 놨다고 하고

결국엔 그 남자애들도 끌려오고

 

그 남자애들은 형제였나봐요

찜질 하는데 있던 다른 아줌마가 나와서 추궁하니까

남자애들이 사실대로 말을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남자애들 엄마는

 애들이 뭣 모르고 그럴 수도 있지 그걸 다 큰 어른이 참견 하냐고 그러는거예요

아 정말 이건 뭐 말도 안통하고

 

여자 아이 엄마는 그냥 내가 참견 안 했으면

여자 아이도 커가면서 잊었을건데

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놨다고 하고 

 

저도 말 안 통하고 답답하니까 됐다고 하고 이야기 끝내려고 하니까

옷도 못 입게 가로 막고

카운터 아줌마는 싸움 구경이 신났는지

왜들 그래요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지

이러고만 있구

 

그렇게 탈의실에서 4~50분을 실랑이 했네요

 

마지막에 나오면서 그 아줌마들한테도 이야길 했어요

 

애들 미래는 부모가 대해주는만큼 커진다고 딱 그만큼만 남한테 존중 받는다고 

부모부터 천하게 대 하면 그 아이는 그런 존재로 밖에 못 큰다고

부모가 먼저 잘잘못을 못 가르치는데 애라고 어찌 알겠냐고

 

이 이야기 했다고도 욕 엄청 먹고 나오긴 했지만 정말 화가 납니다

 

제발 자기 아이는 자기가 먼저 아꼈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도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예요

불의를 보고도 못 본척한 적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고 그렇겠지만

나름의 용기를 내서 그 여자 아이를 할 수 있는한 보호 하려고 했는데

 

머리로는 그래도 내가 잘 한 일일거야 라고 생각 하는데도

찝찝한 마음은 어찌 할 수가 없네요

제가 그릇이 작아서

아마 두번 다시 모르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먼저 나서지는 못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왠만하면 남자 어린이들은 아빠랑 목욕탕 다니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