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결혼하자는 남자친구..술버릇이..

2011.10.11
조회6,425

 

 

많은 댓글들과 조언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글을 쓴 이유는

저 자신을 좀 더 다그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알겠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보이지?

제 자신에게 한 번 더 되묻고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끝이 보이는데, 아니라는거 아는데 망설이고 있는건 아마 2년 넘게 쌓인 정 때문이겠지요.

길게 써봤자 변명과 핑계 그 이상은 되지 않을테니 많은 말 않겠습니다.

 

아마 많이 힘들겠죠. 많이 울겠죠. 후회도 되겠죠. 되돌리고 싶기도 할겁니다.

제가 다시 붙잡으려 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부모님 생각하고, 여러분들의 댓글들 생각하며 다잡겠습니다.

그런 남자 못버릴바에야 그냥 같이 데리고 살라는 말, 똥차가면 벤츠온다라는 말,

아직 어린만큼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기회 있을 수 있다는 말, 자식에게 똑같은 삶 물려주지 말라는 말,

지금당장은 아픈 말들 전부 다 깊이 새기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며 힘내겠습니다.

 

저를 위해 한자한자 남기고 가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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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대 여대생입니다..

술담배 좋아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읽으시고 충고 조언 비난 남김없이 해주세요..

제목이 시친결 카테고리에는 어울리진 않지만,

결혼하신 선배님들의 조언을 받고자 여기에 올립니다.

남편vs아내에는 이미 올렸지만 댓글이 그다지 달리지는 않네요.

길어질 것 같지만 부디 읽어주시고 충고와 조언 댓글 달아주세요..

 

남자친구는 저보다 일곱살이 많습니다. 이미 30대입니다.

담배를 이틀에 한갑씩 피우고 술은 거의 매일 마십니다.

술은 거의 밖에서 먹지만, 술마실 친구가 마땅치 않으면 집에서 혼자라도 꼭 먹는,

말 그대로 애주가입니다.

 

전 술을 잘 못마실 뿐더러, 술에 대해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잘 마시진 않지만

술 마시는 남자에 크게 거부감은 없습니다.

술 마시는건 자유이고, 술 마시고 기분 좋으면 그거대로 좋은거고

술 마시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술 마시고 난 다음날에도 자기 할일 제대로 한다면

술 마시는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실땐 마실 수 있을 만큼만 마시구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술마실때 목소리가 커지고, 욕설이 나오며, 거칠어집니다.

같이 마실때 저 혼자 두고 다같이 담배피러 나갔다가 저 혼자 삼십분씩 기다리게도 하구요,

저를 두고 옆테이블 사람과 한시간을 넘게 얘기하고,

아는 친구라도 만나면 그 사람이 일행이 있든없든 꼭 데려와 술을 먹입니다.

 

그리고 꼭 같이 먹은 사람들한테 2차를 가자고 난리가 납니다.

다들 집에 가서 쉬고싶은데 나이많은 사람이 가자고 하니 억지로 따라갑니다.

저는 눈치가 보여 가지 말자고 하면, 너 쉬고싶으니까 그런거 아니냐며 욱합니다.

왜 다들 놀고싶은데 너 쉬고싶으니까 들어가자고 하냐고, 내 말이 그렇게 우습냐고 합니다.

제가 오빠 좀 마신것 같고, 다 쉬고싶으니까 이만 끝내자고 하면

절 혼자 따로 불러 얘기합니다.

너 내 자존심 그렇게 팍팍 긁을거냐고.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내 체면은 뭐가 되냐고.

그리고.. 우린 정말 아닌것 같다고. 넌 날 이해못하고 난 널 이해못하니, 이건 아니라고.

-이건 아닌것 같아.., ㅇㅇ (제 이름) 야, 이건 정말 아닌것 같다..

이런 말들을 합니다.

 

한번은 제가 2차로 노래방을 가자고 억지로 사람들을 잡아끈 남자친구가 앞에 걸어가는데

옆에 친구가 '집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라고 귓속말을 하기에

제가 '내가 알아서 할게, 일단은 기다려봐' 라고 귓속말을 다시 건네자

나중에 남자친구가 노래방을 들어가서 친구들을 다 들여보내놓고, 절 따로 불러 이러더군요.

- 야 너는 xx (욕입니다), 내가 x같냐? 어?? 왜 사람 앞에다두고 귓속말하는데? 내가 모를줄 아냐?

저한테 욕도 하며.. 또다시 이건 아닌것 같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 다음날 저에게 심한말 한것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저의 잘못에 대한 비난 또한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자기 자존심, 자기 체면, 자기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여자친구가 얼마나 순종하며,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지.. 에 대한 것 인듯합니다.

 

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아버지가 제 어릴적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온 집안 물건을 때려 부순 기억입니다.

어렸을적, 동네친구들 사이에는 저희 집에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매일, 매일 부수는 소리가 들리고, 고함이 들리고, 엄마와 저의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너무너무 싫었지만) 간략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줄이겠다, 줄이겠다 말만 하고 줄이기는 커녕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것 하나만은 좀 봐줘. 난 술 마시는걸로 스트레스를 풀잖아..

라고요..

 

술집에서 술 마시고 술값, 남자친구가 10번중 7번을 계산하면 저는 3번을 계산하는 꼴입니다.

전 마시지도 않은 술값, 안주값, 부르지도 않은 노래방값을 냅니다.

술마시러 나가는게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번입니다.

 

술마시고 그 다음날 출근 못한적도 더러 있습니다.

이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 중 하나인것이

자기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보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쓴것에는 한치의 과장도 없으며 많은 일들중 정말 일부일 뿐임을 말씀드립니다.

담담하게 쓴 것 같아보이지만, 전 정말 괴롭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술담배만 아니면 정말 저한테 헌신적인 사람입니다.

 

남자친구는 저한테 결혼하자고 합니다.

평생 힘들게 안할테니 자기한테 오랍니다.

물론 저도 결혼을 생각해봅니다.

왜냐면 술을 안 마신 이 사람은,

친구들이 볼때 이렇게 잘 할수는 없다며 고개를 끄덕일만큼 저에게 잘하거든요.

나도 저렇게는 못하겠다며 혀를 내두를정도로 저를 아껴주고 챙겨주거든요.

제 가족에게도 잘하고, 주위사람들에게도 잘합니다.

꼼꼼하고 자상합니다.

그런데

술 한번 같이 마실때마다 아, 안되겠다. 평생을 이렇게 살순 없어.

라고 생각이 듭니다

 

늘, 늘 생각합니다. 늘 상상해요. 이 사람과 헤어지는 그 날을..

어떤 식으로 헤어질까? 어디서? 난 울까? 그사람은?

그런 상상들을 하면서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별을 준비합니다.

 

전 내년말쯤 외국으로 나갑니다. 그 때되면 자연스럽게 헤어지리라..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리라..이렇게요.

지금 당장 헤어지기엔 제가 또 너무 사랑합니다..

이거 참 웃기죠. 너무 사랑하는데, 헤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게..

 

지금 당장 헤어지라고 말씀하시겠죠?

같은 직장에, 같은 학교를 나왔으며, 같은 동네에 삽니다.

정말 좁은 동네이며, 2년을 넘게 사귀어서 아는 사람들도 다 거기서 거깁니다.

 

지금 당장 헤어져서 매일같이 그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내년 말쯤 자연스럽게 헤어짐을 대하는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겁하다고 생각하실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지금 헤어지기엔 너무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바보같지만. 원래 사랑은 바보같은 거잖아요?

저와 결혼하고 싶다면.. 담배는 아예 끊고, 술은 줄여달라고.

담배는 2세에 절대적으로 좋지 않으니 아예 끊어야하며,

술은 마시는 횟수를 줄이라고. 한달에 한번에서 두번..

횟수를 줄이는 동시에 마시는 양도 줄여달라고. 소주 4병을 평소에 마신다면 1~2병정도로.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나올까. 혹시, 혹시 내 말을 들어주지는 않을까.

라는 바보같은 기대또한 하고있습니다.

 

술담배를 하는 남편, 끊은 남편, 아예 안하는 남편을 두신 아내분들..

조언, 충고 가감없이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