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 펀드 받으려다 내 원금 까먹을라…노후자금 올인은 위험

이광현20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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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MARGIN-TOP: 2px; MARGIN-BOTTOM: 2px}Q.원금손실 없이 매달 받을 수 있나
A. 매년 7% 이상 수익 나야 가능
오랫동안 분배금 타는 건 불가능 경기도 일산에 사는 60대 김모씨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마음 고생이 컸다. 그가 저축은행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건 금리생활자이기 때문이다. 목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쓰는데,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엔 저축은행만 한 곳이 없었다.

주식이나 펀드엔 눈길도 안 줬다. 그러나 부실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혹시 내가 거래하는 곳도?’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8월 목돈을 맡기면
저축은행처럼 다달이 돈을 준다는 펀드를 소개 받았다.

5억원을 맡기면 매달 300만원이 나온다고 했다. 한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아가 시험 삼아 1억원을 가입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김씨는 이 펀드에서 돈을 뺐다. 수수료 등 손해가 있으니 찾더라도 몇 달 뒤에 하라는 PB의 설득을 뿌리쳤다.


이유는 단 하나, 매달 이자처럼 수익금을 준다더니 주가가 하락하자 원금이 깨졌던 것이었다.

투자의 세계에도 유행이 있는 법이다. 인구구조 등 시대 변화도 반영한다. 요즘 금융회사를 가면 어디나 ‘월지급식’ 상품 풍년이다. 고령화시대의 은퇴 생활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적립식펀드나 자문형랩의 자리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올들어 증권사들이 내건 월지급식 펀드만 8000억원 이상 팔렸다. 여러 상품을 버무린 월지급식 어카운트도 3000억원 이상 나갔다. 여기에 보험사들의 연금형 상품까지 포함하면 월지급식 상품의 판매액은 2조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주가 급락으로 월지급식 상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식형으로 굴리는 월지급식 펀드가 직격탄을 맞았다. 목돈을 넣으면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주가 하락으로 대부분 원금을 까먹고 있다. 따지고 보면 월지급식 상품이란 게 무슨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원금과 투자성과(이자나 시세차익)에서 일정액을 매달 떼내는 게 전부다. 다만 금융회사들이 일정액을 자동 송금해 주기 때문에, 스스로 매달 돈을 빼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월지급식 상품은 원금이 중요하다. 매달 현금이 들어오려면 꾸준히 수익이 나야 하는데, 그 수익의 원천이 바로 원금이기 때문이다. 원금에 손실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원금을 헐어야 한다. 요즘 월지급식 주식형 펀드가 바로 이런 처지에 놓였다. 대표적인 월지급식 주식형펀드인 ‘하나UBS실버오토시스템월분배식’과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의 6개월 수익률은 5일 현재 각각 -7.15%, -5.16%로 모두 원금 손실 상태다. 월 지급액을 빼고 재투자되는 금액이 줄어드니 수익률 회복은 갈수록 더 어렵다.

 적립식 펀드와 달리 투자시기 분산을 통한 위험관리도 불가능하다. 초반 수익률이 모든 걸 결정하게 될 공산이 크다. 노후형 금융상품은 애당초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펀드는 적당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설계연구소장은 “월지급식 펀드의 가입자 중 상당수가 월 0.6%(연 7.2%)의 분배를 선택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펀드에서 매년 7% 이상의 수익이 꾸준히 나야 한다”며 “원금 손실 없이 오랫동안 분배금을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소득이 있을 때 오랫동안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노후 생활이 시작되면 이를 환매해 예금형태의 연금으로 갈아타 사망 전까지 매달 생활비를 받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월지급식 금융상품은 고령화 시대의 산물이다. 일본의 경우 ‘단카이(團塊) 세대’라 불리는 1947~1950년 출생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맞물려 2000년대 들어 ‘월 분배형’ 상품이 붐을 이뤘다. 국민은행 박승호 방배센터 PB는 “요즘 증시 상황 때문에 펀드형 상품의 인기가 주춤하지만, 매월 일정액을 받고 싶다는 수요는 한국에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게 바로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다. 국민은행이 최근 시판한 ELS의 경우 연 수익률 12%를 목표로 하는 월지급식으로 설계됐다. 코스피200 지수와 S&P500 지수를 기초로, 기준일 대비 50% 넘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을 다치지 않는다.

 브라질국채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월지급식 상품 중 하나다. 미래에셋증권 이관순 팀장은 “올 5월 브라질국채 특정금전신탁에 1억원 가입했다면 몇 달간 74만원을 받았고 최근엔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71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연 환산 6.4% 안팎의 수익률이다. 브라질국채는 1월과 7월에 이자가 지급되는 6개월 이표채다. 증권사는 6개월치 이자를 한번에 받아 원화로 바꿔 국내에서 환매 조건부 채권(RP)등에 단기로 굴리면서 고객에게 이를 매달 나눠 지급한다. 그 때문에 가입자가 매달 받는 이자는 환율에 따라 6개월마다 달라진다. 환률 변동에 항상 노출돼 있고 브라질이 그리스처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몰리면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보험사들이 파는 즉시연금은 월지급형 상품의 원조 격이다.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얻기 전까지 목돈을 묻어두고 매달 빼쓰는 금융상품 시장은 보험사의 독무대였다. 2008년 2600억원이었던 대형 생명보험 3개사(삼성, 대한, 교보)의 즉시연금 판매는 올 8월 현재 8870억원으로 불어났다.


  월지급식 펀드 받으려다 내 원금 까먹을라…노후자금 올인은 위험
변동성 큰 주식형, 두 번 세 번 생각해 봐야 …

월지급식 펀드 가입 체크포인트

① 나와의 ‘궁합’ 살펴라

 나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펀드가 투자하는 자산 특성을 이해하는 게 최우선이다. 요즘 월지급식 펀드는 해외채권형이 가장 많고 채권혼합·주식혼합·주식형·ELS 등이 있는데 변동성(위험도)이 모두 다르다.

② 노후엔 수익보다 안전성

 기본적으로 월지급식 상품은 노후 대비용 자금이다. 안정적인 수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때문에 변동성 큰 주식형을 선택할 때는 가급적 두 번 세 번 신중히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럼에도 굳이 주식형을 선택한다면 주식이라는 자산의 속성을 이해하고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③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월지급식 역시 결국은 펀드다. 그 때문에 분산을 통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브라질 국채가 좋다고 해서 여기에 자산을 몰아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채권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 등에 나눠 드는 식으로 분산해야 한다. 모든 투자는 항상 비중이 문제다.

④ 월 지급액에 속지 마라

 ‘1억원 가입하면 월 50만원 준다’는 식의 표면적인 월 지급액에만 관심을 두면 곤란하다. 특히 은퇴생활자 입장에서는 매달 얼마가 들어오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만기 때 원금이 안전한지, 그런 수익을 진짜 낼수 있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⑤ 활용은 다양하게

 다달이 나오는 돈을 생활비로 쓰는 건 기본.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 직원 월급 등에 쓸 돈을 낮은 금리의 유동성 상품에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월지급식 상품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