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모나리자

한재범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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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을 지나고 있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 중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가려다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이들의 그림도 엄연히 예술이지 않은가.
간과하고 넘어간다면 오만인 것이다.

 

내가 집중하게 된 코너는 '아이들의 명화 따라잡기' 였다.

 

고흐의 자화상, 김홍도 자화상,이삭줍는 여인들 등의
고전 명화들을 아이들이 보고 따라 그린 것들을 전시한 것이다.

 

거기에는 레오날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있었다.
나를 오랫동안 머물게 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같은 모나리자를 보고 그렸을 터인데
아이들 각자의 해석과 표현은 제각각인 것이 아닌가.

 

이것은 그림 실력에 대한 차이를 말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아이 자신만의 추가 또는 생략 요소가 있었으며
더 나아가 모나리자의 포즈를 바꿔버린 대담한 시도도 있었다.

 

원화에는 있지 않은 꽃밭과 태양을 추가한 아이.
배경 묘사는 과감히 생략한 채 색감 표현에 집중한 아이.
차렷자세를 한 모나리자로 재탄생시킨 아이.

 

같은 작업을 어른들에게 맡겼다면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려는 노력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감히 인류사에 남은 명화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이 아이들은 대담했다.

 

이날, 아이들의 크래파스 작품은 나를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