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마주친 시누이

.2011.10.25
조회106,407

 

 

안녕하세요 평소 판을 즐겨보진 않지만..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일이 생겨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원래는 네이버 지식인에 남기려고 했는데.. 제 고민을 함께 해 주는 친구가

 

이 곳을 추천해줘서 이렇게 염치없게 글을 남깁니다.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참 어렵네요..

 

저는 전업주부로, 평소엔 집에서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지냅니다.

 

그렇게 일년정도 하다보니, 원래 일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뭔가 다운되는 기분도 들고..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쓰니 뭐 하나 사는데도 남편 눈치보이고 그래서

 

겸사 겸사 친구를 도와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제 친구는 저보다 일찍 결혼했는데, 친구 남편은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고

 

친구 시댁이 현재는 모텔촌으로 자리잡은 그 지역의 시작을 함께했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숙박사업을 했습니다. 현재는 그 모텔촌에만 3군데의 업소를 가지고 있고

 

세 군데 중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한군데는

최근에 아예 허물고 다시 지어서 그 지역 모텔중 가장 좋습니다.

 

그렇다 보니 평일, 주말 할것없이 새로 지은 모텔에 손님이 넘쳤고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대신해서 제 친구가 이제 경영을 배울 겸 새로 지은 그 모텔을

아예 통째로 맞아서 관리합니다.

 

(여러 문제로 재건축이 지연되어 직원들도 다 새로뽑았어요)

그 때문에 친구가 항상 카운터를 지키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니 직원 통솔도 잘 안되서 걱정이 많은데다 

카운터랑 발렛파킹하는 애들은 젊은애들이라 상관없는데

 

청소하는 분들은 중국인 조선족 노동자들이 많아서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많이 겪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제가 경영전공도 했고, 중국어도 잘하진 못하지만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지라

친구에게 날 알바로 고용하는게 어떻겠냐고 제가 먼저 제안을 했고

 

친구도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면서 저에게 고맙다면서 일을 맡겼습니다

남편은 첨에 왜 많은 일중에서 모텔일을 하냐면서 맘에들어하지 않아했지만

 

제 친구가 남편에게 사정하다 시피 하고 저또한 친구가 곤란해져 있는데

도와주고 싶다고.. 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고 많아봤자 일주일에 두세번 나가는건데

 

이런 알바를 어디가서 구하냐고 설득하자 당분간이고 시댁&친정엔

비밀이라는 전제하에 허락해 주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번에서 세번정도 나가서 종사자들 교육시키면서

간단한 회화같은것도 가르치고,

 

또 친구가 잘 모르는 회계장부나 이런것들 정리해주면서

그렇게 알바아닌 알바? 를 하면서 용돈도 벌고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풀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제였죠, 아 12시 지났구나.. 정확히는 일요일입니다.

 

친구는 평소처럼 카운터를 보고 있고 저는 청소종사자(조선족)들이랑

청소할 방이 없는 틈을 타 비자문제로 대화를 하고있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지금 급하게 내려와보라는 겁니다.

혹시 시비라도 붙었나 싶어 급하게 내려가니, 친구가 저를 데리고 뒷문으로 나가는 겁니다.

 

무슨일이냐고 하자 지금 니 시누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어떤 남자랑 왔다고 하는 겁니다.

제 친구가 한번본 사람도 곧잘 기억해 내는 성격이긴 하지만

 

제 결혼식 때 한번 인사한 시누 얼굴을 기억할 리 없을거라 생각했고,

또 서방님(시누이 남편 시매부)이 해외 장기출장 중이시라

 

(계획된 해외 장기출장& 오랜연애 때문에 결혼도 저희보다 1년 빨리했어요)

 

같이 왔을리도 없다고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가 내가 한번본 사람은 똑똑히 기억한다고

스타일이 좀 달라지긴 했어도 틀림없이 니네 아가씨라고 하는겁니다.

 

저는 솔직히 친구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저희 시누이 부부 사이도 굉장히 좋아서

연애도 6년이나 하고 결혼했고, 지금 임신 4개월인데 아무리 남편이 없어 외롭다고 해도

 

임신한 몸으로 이런데 올 사람 아니라고 친구에게 불같이 화냈습니다.

그러자 친구도 자기말을 안믿어 주는게 화가 났는지

 

그럼 니가 직접보고 확인하면 될 일 아니냐 보고 니 시누가 아니라면 다행이고,

니 시누라면 자기한테 엄청 고마운일 아니냐고 하는데 그말도 일리가 있는 듯 싶어

 

친구를 따라 대기실로 갔습니다.

(주말이라(대실) vip룸까지 빈방이 없었고, 웨이팅 시간이 평균 15분 정도로

긴편이 었지만 오는 커플들 대부분 신축모텔 구경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왠만해서는

기다렸다가 들어갔습니다. 시누이도 마찬가지로 친구가 방이 없다고 하자

15분 정도는 기다리겠다면서 대기표받아 대기실(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따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친구의 말을 믿지 않았고, 단지 조금 비슷한 사람이려니 했는데

유리 벽 사이로 보이는 시누의 모습에 정말 할말을 잃었습니다.

 

정말 와 똑같이 생겼네가 아니라 진짜 우리 시누였습니다.

시누가 늘 자랑하던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까지 끼고 있더군요

 

혹시 제가 잘못본건 아닌가 싶어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다른 기다리는 커플들은 제가 오던말던 신경도 안쓰는 반면에

우리 시누 저랑 눈이 마주치자 순간 화들짝 놀라면서

 

본인이 아닌척 고개를 돌렸다가 숙였다가...

옆에있는 생판 모르는 남자는 눈치없이 계속 시누한테 말걸고

 

저도 어디 얻어맞은것 처럼 머리가 땡 해서 그자리에서 시누한테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멍한채로 뒷문 의자에 앉아있으니 친구가 와서 너 나가고 난뒤에

바로 남자이끌고 나갔다는 말을 해줍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친구에게는 우리 남편에겐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킨 뒤 그대로 집으로 와서

 

한참을 멍... 남편이 와서 어디 안좋냐고 물어도 몸이 좀 안좋다고 혼자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상태로 오늘까지 보냈네요..

 

시누는 저또한 남자랑 왔다고 생각해 서로 봐준거로 치잔 생각에 아직까지 저에게 연락을 안하는건지

제가 시누라는걸 눈치 못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저처럼 너무 어이가 없어 할말이 없기에 연락을 안하는 건지...

 

어쨋든

이제 슬슬 결단을 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는게 제가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남편, 시댁, 시누 남편에 알려야되나?

그럼 뱃속에 있는 아가는?? 무슨 죄가 있다고 태어나자마자 아빠없는애를 만들지?

그리고 말했다는 시누의 원한... 또 시댁에서 왜 그런걸 말하냐는 원망..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대로 숨기면? 아무것도 모르는 시누 남편이 불쌍해서 어쩌지?

평생 살면서 떳떳하지 못하게 죄책감 갖고 살아야하나..?

 

어떻게 하는게 제가 잘하는 건가요?

 

임금님귀가 당나귀 귀라고 말해야 하는건가요? 아니면 참아야 하는건가요..

진지하게 도움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