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우리가, 과실은 안철수가

고구마2011.10.25
조회112
“고생은 우리가, 과실은 안철수가 … ” 편지에 떨떠름한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2011.10.25 00:30 / 수정 2011.10.25 08:44

‘안철수 등장’ 정치권 반응





고생은 우리가, 과실은 안철수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캠프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날 무소속 박원순 후보 캠프를 방문해 ‘응원 편지’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서였다. 나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남자가 쩨쩨하게 그런 치졸한 선거 캠페인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막판 안 원장이 등장한 것은 선거 판세가 박 후보에게 어려워졌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당당한 1 대 1 대결을 원한다. 여성 후보를 상대로 야권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해 박 후보를 협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회의에선 안 원장을 공격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안 원장이 박 후보를 도와주기로 하고 방식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한쪽은 (선거) 지원을 앵벌이 하고 다른 한쪽은 시혜를 베풀 듯하고 있다”며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이 시대에 걸맞지 않은 태도와 방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한 안 원장의 지지 선언을 공식적으론 반겼다. 그러나 내부 기류는 달랐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안 원장 문제에 대해 대부분 침묵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원과 지지층이 움직이면서 승기를 잡았다”며 ‘민주당 주도론’을 강조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만이 “안철수의 지지를 환영한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안 원장의 개입이 박 후보의 선거엔 도움이 되겠지만 민주당엔 입지를 축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당 조직을 총동원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뚫어내는가 싶었는데 막판에 나타난 안 원장은 ‘지지 선언’ 한 방으로 박 후보가 이길 경우 모든 과실을 독차지하게 생겼다”며 “앞으로 안 원장이 정치세력화를 꾀하면 민주당은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박 후보 캠프 대변인인 민주당 소속 우상호 대변인이 이날 안 원장과 박 후보 회동에 앞서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지 의사를 담은) ‘레터인가 뭔가’를 전달할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민주당의 떨떠름한 기분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고생은 우리가, 과실은 안철수가 신용호·양원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