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서울, 그 방향은?

꿀단지2011.10.28
조회249

박원순의 서울, 그 방향은?

 

"투표가 있던 그날 밤 꿈속에서 내내 악몽에 시달려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전체 유권자 837만4,067명 중 전체 투표수 406만6,557표. 박원순 후보 215만8,476표(53.40%)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186만7,880표(득표율 46.21%),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7.19%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 박원순의 서울시장 입성이다. 무소속 배일도 후보는 1만5,408표(0.38%)를 획득했다.
 
 10월26일, 이 날은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흉탄에 서거한 날이자 의사(義士) 안중근 장군이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심장을 향해 총탄을 발사한 102회 의거일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적인 날에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그런데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염려하는 보수우익 애국자들은 쓰라린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도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안보관이 투철하다"고 말하면서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북한을 자극해서 사실은 그 억울한 장병들이 수없이 수장되는 이런 결과를 낳지 않았습니까"라고 교묘한 말로 답변한 장본인. 적국(敵國)을 지척에 두고 국가안보를 지탱하는 보루의 하나인 보안법 폐지 옹호론자 박원순, 그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젊은이들의 몰표를 통해서.

 

 이번 선거는 연령별 후보 선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이념적 대립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충돌했던 선거로 보여질 전망이다. 결국 '보수 꼴통은 가라, 우리는 한다'를 표방하며 결집한 젊은층의 맹목적이고도 이유 있는(?) 반항과 지지를 등에 업은 박 후보의 당선으로 끝이 났다. 언론은 이번 선거가 출-퇴근길, 특히 6시 이후 마지막 선거종료시점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넥타이-하이힐 덕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또 지난 4·27보궐선거에서 손학규 현 민주당 대표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꺾은 분당 을(乙)선거 이변의 재판(再版)이라고 전하고 있다. 실제 26일 오후 5시 집계까지 37.2%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 분당乙 선거(37.7%)보다 0.5%p 낮았던 서울시장선거 투표율은 저녁 7시를 기해 0.1%p차로 앞서나갔다.

 

 이어 투표 마지막 한 시간을 남겨두고서는 20-30-40대 넥타이-하이힐 부대들이 투표율을 5.7%p까지 끌어올리며 최종 투표율을 48.6%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10.26 선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서울을 제외한 타 지역 선거에서는 민주당 텃밭인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지역에서 후보를 낸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지만 후폭풍은 거센 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홍준표 당대표의 "선거에서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고 다음 선거를 대비하면 된다"고 했지만 당장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선거 다음날인 27일 아침 송파구 가락호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얼굴에서도 허탈해 하는 기색이 역력히 묻어나고 있었다. 어느 분의 "26일 하루가 어찌 이다지 길고도 지루한지 일각이 여삼추 같았다"는 말에서 얼마나 이번 서울시장선거를 두고 보수우익진영에서의 '서울시장 만큼은'하는 갈망이 컸던 것인가를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기자 또한 동일한 생각이었을까? 밤새 악몽(惡夢)에 시달려야 했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지만 이 날은 달랐다. 26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아파트 관리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지방으로 향했다. 지방에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안에서도 수시 뉴스를 검색하고, 늦게 일을 마치고 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늦은 밤 한통의 전화를 받고는 마치 둔기로 한 대 강하게 얻어맞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과연 우리는 이렇게 밖에 될 수가 없는 것인가?"하는 안타까움이 착잡함을 넘어 분기탱천함으로도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날 밤 꿈, 기자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험상궂게 생긴 인솔자로부터 무언가를 받아 낭독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내용인즉 아무런 변화도 없는 동일한 내용의 연속된 반복이었다.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낭독자를 포함한 군중들 모두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난폭자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는 서로가 뒤엉켜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군중들의 변하는 행동을 보면서 인솔자는 팔짱을 끼고 여유자작함 속에 만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군중들은 무리 속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길이 없었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온몸은 더욱 경직되고 주변에서의 강제와 우격다짐은 더더욱 거칠어만 갈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되었을까, 드디어 꿈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몸은 풀 먹인 옷감처럼 축 쳐지는 말 그대로 흉몽(凶夢) 이었다. 부르르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인솔자가 시킨 반복된 암송 내용은 세뇌교육(洗腦敎育)이었고, 세뇌(洗腦)를 통해 이성과 인성을 마비시키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세뇌를 통해 서서히 중독되어간 군중들은 서울시민, 그리고 그 인솔자는 새롭게 서울의 수장이 된 당선인이었다.

 이제 박원순 후보는 1천만 서울시민을 이끌어갈 시장이 되었다. 27일 첫 출근에 나선 박 시장은 말했다.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이겼습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한 것입니다"고. 또 "돈이 없는 제게 자금을 만들어 주셨고, 조직이 없는 제게 시스템이 되어주셨고, 공격을 당하는 제게 미디어가 되어주셨고, 책상 위의 정책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고 일성(一聲)을 토했다.

 그는 '새로운 서울, 박원순이 하면 다릅니다’'서울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는 슬로건도 내걸었었다. 그러나 이 구호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렇게 반문하기도 했다.

 안보관에 강한 의문을 품게 하고, 숱한 의혹의 인물로 비쳐진 박원순 시장, 그가 말하는 "낡은 시대" "박원순이 하면 다른 새로운 서울"은 어떤 서울이 될 것인가? 기대와 우려감이 교차된다. 서울이 어떻게 바뀌어지게 될 것인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수도 서울 애국시민은 분명히 지켜보고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명백히 해야할 것은 선거과정에서 불거지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엄격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konas)

이현오 (코나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