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 노스페이스 입고 다니는 게 잘못인가요?

멍댕20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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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보면 음슴체가 많이 쓰이는데 잘 익숙치도 않고

처음 판에 글 써보는 거라 그냥 편하게 쓸게요.

참고로 아직 학생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카파 트레이닝복과 노스페이스 패딩을 샀습니다.

 

글 쓴 게 청소년문학상에 당선되서 100만원 정도의 상금을 받았는데,

마침 집에 입을 옷이 없어서(가지고 있는 게 편하게 입는 티셔츠 2벌과 바지 1벌, 겨울 잠바 1벌이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다니니 살 필요를 잘 못 느꼈네요.) 옷을 사기로 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옷 같은데 관심이 없고 무슨 옷이 좋은지도 모르니까

친구한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요즘은 노스페이스나 카파 한벌 쯤은 다 있어야 한다면서 그걸 사라고 권했습니다.

평소 집이 그렇게 형편이 좋지 못해서 옷 한 벌 사달라고 하기도 죄송해

옷을 사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만큼 기대됐었구요.

 

상금이 통장에 들어온 바로 그날 엄마랑 같이 시내에 가서 옷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엄마 구두 한 켤레랑 옷 한 벌 사다드린 게 자랑... 첫 월급이라고 하면서 좀 허세도 부려봤습니다 ㅎㅎ

카파랑 노스페이스에 갔는데 우와, 생각보다 가격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티셔츠가 5000원이 넘으면 많이 비싸다고 생각했던 저한테 몇십만원의 옷은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에 식겁을 해서 안사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엄마가 오히려 이럴 때 좋은 옷 한벌 사두면 계속 입는다면서 권했습니다. 친구들이 요즘 카파나 노스페이스 안 입는 사람 없다고 하는 말에 약간 끌리기도 했구요.

 

그래서 덜컥 사버렸습니다. 사놓고 이렇게 비싼걸 사도 되려나? 하고 후회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옷들보다 훨씬 좋아서 정말 본전 뽑을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입고 다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한 날은 제가 카파 트레이닝복을 입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옆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 둘이서 저를 보면서 수근거리더군요.

자기들 생각에는 제가 못 듣고 있다고 생각했나봐요. 다 들리던데...

 

내용은 대충 또 카파야? 아 진짜 카파 입고 다니는 애들 보면 진짜 꼴불견이다. 아 난 노스페이스도 ㅋㅋㅋ ㅋ 왜 그런 옷 입고다니는 지 모르겠어 ㅋㅋ

이런 말이었는데 제가 순화시켜서 말했지만 실제로는 좀 욕설도 들어간 험한 말이었습니다.

 

 

진짜 그 때 완전 충격받았습니다.

막 눈물이 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눈물 날 일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제가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살짝 욕먹어도 상처받는 게 심해서요.

눈물 나는 거 꾹 참고 그냥 정말 넋이 빠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뭘 할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켰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카파나 노스페이스 같은 걸 검색해봤는데 정말...

 

제가 제일 처음으로 본 글은 카파를 입고다니는 애들을 욕한 글이었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고 앞뒤도 안맞는 자기중심적인 논리였는데

보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아, 카파를 입는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하구요.

 

제가 본 글 중 몇몇 글은 캡쳐해 올리고 싶었습니다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네요.

 

노스페이스 일진 뭐 이런 글들도 많았습니다. 입고 다니는 애들 정말 왜 그런거 입고다니는 지 정말 궁금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물론 그렇게 말하는 분들의 주장은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거였어요.

자기가 그렇게 입고다니는 동안 부모님은 뭘 입고 다니는 지 생각해봐라.

노스페이스 아니면 취급해 주지도 않아서 서럽다

 

네, 저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노스페이스나 카파를 입고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욕먹을 이유가 되는 걸까요?

글들 다 읽고 노스페이스랑 카파 옷장 속에 넣고 울었습니다.

이것 가지고 우는 게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난생 처음 번 돈으로 사입고 뿌듯해진 옷을 입고 욕을 들어먹는 다는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다시는 그 옷들을 못 입을 것 같아요.

 

물론 집에 돈도 없는데 그런 걸 졸라서 사서 입고 다니거나

노스페이스나 카파가 아니라고 까는 사람들은 정말 욕 먹어도 싸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들은 정말 싫어하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노스페이스나 카파를 입고다니는 사람 전체를 까는 걸 보면...

 

사실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참 이기적이라는 건 알아요.

노스페이스나 카파를 입은 게 보기 싫다는 것도 다 개개인의 취향인 건데... 제가 이렇게 여기서 뭐라고 할 입장은 사실 아니죠.

 

 

이렇게 순전히 제 이기심에서 드리는 부탁이지만

노스페이스나 카파를 입었다고 해서 무조건 까지는 말아주셨음 해요.

다 개개인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카파나 노스페이스가 기능적으로 좋아서 입고다니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저는 이만 여기서 마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판에는 처음 써보는 거라 조금 어색한 점이 많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그럼, 안녕히 계세요<(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