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학에 민주화 대자보 나붙었다

오픈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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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동안 리비아를 철권 통치하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 모습을 접한 북한 김정일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시민군을 ‘쥐새끼’라고 멸시하던 카다피가 마지막 순간 숨어들어간 곳은 하수구였다. 마치 시궁창 쥐새끼는 민주화(民主化)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아니라 바로 독재자 자신이었음을 생생히 증명해 주는 것만 같다. 그동안 살아 있는 신처럼 군림하던 위엄은 어디로 가고 목숨을 구걸해야 했던 독재자의 최후는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종종 북한의 김정일과 비교돼 왔다. 40여년 간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권력 세습을 추진했던 점도 그렇지만, 미국을 제국주의로 단정해 적대시하고 독자적인 생존을 위해 핵 개발과 최신 전투기 및 미사일 등 무기 확보에 열을 올렸던 점 등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카다피가 지난 2003년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했던 것과 친(親)서방화를 향한 개방화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 최대의 실수라고 여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은 핵 개발에 더욱 집착하고 체제 안정을 위한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히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한은 카다피 사망 후 리비아에 거주하는 북한 주재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귀국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체제는 얼마나 더 이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북한 내에는 한류열풍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CD 등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통제하는 ‘828 상무’가 조직됐는데, ‘폭풍군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중국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유입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속을 해도 한국 물품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장마당을 통해 전해진 ‘가을동화’ ‘대장금’ ‘장군의 아들’과 같은 대표적 한류 드라마는 이미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한국 드라마가 들어 있는 CD를 바꿔 보기까지 한다고 한다. 김씨 일가가 3대 세습 체제 유지를 위해 탁아소·유치원·중학교를 거치면서 끊임없는 정치사상교육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새로움을 갈망하는 욕구까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탈북 주민 200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변화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북한 주민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 방송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드라마의 경우 내용 자체보다도 그 배경이 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스 불로 요리하는 것을 보고 나무를 해서 밥을 짓는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해 탈북을 결심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북한에 장마당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시장경제 체제를 알게 됐고,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공산주의식 배급체제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휴대전화만 해도 40만대 이상이 북한에 보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이 제 아무리 카다피가 시민군에 의해 사살된 사실을 숨기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다. 최근 ‘3대 세습체제를 거부한다’는 문구가 북한 주체사상의 본거지인 김일성대학 대자보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비한다면 미약하기는 하지만 북한에도 서서히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제 인류의 ‘자유’를 향한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됐다.

아무리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도 대를 이은 독재정치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