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전쟁의 대지존 광개토호태왕』2.선사(先士)의 가르침 ⑵

개마기사단201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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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에 여장을 푼 담덕 태자가 일행과 함께 저냑을 먹고 마당에 나와 마구간의 말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갈요가 곁으로 왔다.

 

“그 동안 말들을 돌보느라고 애를 많이 썼구나.”

 

태자가 말하자 갈요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전하 때문에 본의 아닌 목동이 되었으나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태자가 갈요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다시 말했다.

 

“네가 수고해서 키운 이 말들은 앞으로 훌륭히 쓰일 것이다. 너의 노력을 잊지 않으마.”

 

“전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전하께 드릴 선물이 있나이다.”

 

“선물?”

 

갈요가 대답하지 않으며 마구간 안으로 들어가더니 말들 사이로 사라졌다. 하무지가 태자 곁으로 다가와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전하께 드리려고 공을 많이 들인 말이 한 필 있사온데, 그 말을 선물하려는가 보옵니다.”

 

“그래요? 옛날부터 서역의 대완(大宛) 땅은 우량마의 출산지라고 들었습니다. 보통 말보다 10배의 값을 치르고 사는 천리용마라는 말이 많이 나는 곳이라지요?”

 

“예, 여기 목단강 가에서는 가까운 곳이옵지요.”

 

“허어…! 저는 정말 이래저래 운이 좋은가 봅니다.”

 

“이 모두가 태자 전하의 홍복입니다. 대고구려의 중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기의 대영웅이 필요한 법. 이 법은 즉 하늘의 법이며 뜻이 아닌가 생각하나이다.”

 

그 때, 갈요가 마구간에서 말 한 필을 끌고 나오면서 말했다.

 

“바로 이것이옵니다. 천리용마라고 하지요.”

 

태자는 말에 오르면서 갈요의 충성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너의 마음을 선사님을 통해서 들었노라. 이 천리용마(千里龍馬)를 타고 전장을 누비면 그 위력이 천하에 떨쳐질 것이다.”

 

태자가 채찍질을 한 번 갈기자 천리용마가 한 번 울부짖더니 요동을 치며 앞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참으로 바람처럼 빠른 천하의 명마였다. 천리용마도 주인을 알아보는지 산모퉁이를 한 바퀴 돌더니 초가로 되달려갔다.

 

“전하! 마음에 드시나이까?”

 

갈요가 물었다.

 

“정말 비호처럼 날렵하군요. 참으로 고맙구나. 갈요야, 이 시간부터 이 천리용마는 나의 애마(愛馬)로써 전장을 누비게 될 것이다. 과연 땅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느낌이었다.”

 

“만족하실 줄 알았나이다. 천리용마의 얼굴을 보니 자기가 주인을 만났다는 표정이었으니까요.”

 

하무지도 끼어들었다.

 

“천리용마가 참다운 주인을 대번에 알아보니 저도 몹시 기쁘옵니다. 천하의 영웅에겐 반드시 보배로운 말이 있어야 수없이 많은 전장에서 주인을 도울 것이니까요.”

 

갈요는 자신이 존경하고 흠모하는 담덕 태자가 흡족해하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태자는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어 가슴 속으로 깊이 탄식했다.

 

‘지금의 국제 정세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 반드시 경쟁 상대를 짓밟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전쟁의 형태이다. 이제는 새로운 고구려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고구려를 노리는 나라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적은 모용씨(慕容氏)의 연(燕)이며 머지않아 그들이 다시 쳐들어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살펴야 한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진다면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것과 같은 비굴한 삶을 살게 된다. 노예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강해져야 한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태자가 하늘의 별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걸 보고 하무지가 다가와 말했다.

 

“전하! 전하께서는 후일에 고구려의 태왕이 되실 귀하고 귀하신 몸이옵니다. 전하의 두 어깨에 우리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마히고 하늘의 순리에 순응해야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역천하면 곧 파멸이 올 것이옵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영원한 형제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옵니다.”

 

“옳은 말씀이시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서 우리 고구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많은 배후의 적들과 싸워야 하는데 만만한 적은 하나도 없으니……”

 

“하지만 그것은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무서운 생존의 법칙이옵니다. 현재의 고구려는 약해져 있으니 시급히 서둘러 부국강병(富國强兵)을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전하께서 조의선인군을 1만명으로 늘려 특수부대로 양성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적절하게 군을 개편하셨나이다. 국가를 지탱하는 것은 군사력이니 그 군사들이 강하지 않다면 존립하기를 바랄 수 있겠나이까? 어느 때에도 최고의 강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또한 지도자는 풀뿌리를 캐서 먹더라도 부하들에게는 자신의 살점을 떼어 줄 수 있어야 강병이 만들어지며 무력(武力)은 병사들의 수와 무기의 양과 질에만 달려 있지 않음도 마음속에 새겨 두소서.”

 

“선사님의 말씀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두 사람은 부국강병책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그로부터 삼일 후에 태자 일행은 위풍도 당당히 동부여의 왕성 안으로 들어섰다. 태자 일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약연 공주는 환희에 찬 얼굴이 되었다.

 

“드디어 나의 님이 오셨어요. 태자 전하께서 나를 데리러 오셨어요.”

 

약연의 눈시울에 눈물이 가득 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국왕 해활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약연아, 침착하거라! 코흘리개 어린아이 같이 굴지 말고 나와 함께 나가서 태자 일행을 환영하자.”

 

“예! 아바마마.”

 

담덕 태자는 약속했던 것처럼 2년만에 다시 동부여의 국왕 해활 앞에 나타났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해활이었다.

 

“태자 전하!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대왕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덕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태자가 말에서 내리자 약연 공주가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

 

해활의 안내를 받으며 궁 안으로 들어선 태자가 미소를 지으며 약연에게 말했다.

 

“그 동안 몰라보게 아름다워졌구려. 그대는 이제 이 곳 동부여의 공주가 아니라 대고구려의 태자비(太子妃)가 될 것이오.”

 

그러자 약연이 작은 소리로 대꾸했다.

 

“전하의 은덕으로 보잘것없는 소녀가 태자비가 되어 전하를 모시게 되니 매우 두렵사옵니다.”

 

“아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오? 그대는 더할 수 없는 훌륭한 태자비가 될 것이오. 손색없는 규수 말이외다. 태자로 봉해지고서부터 약연 당신 생각으로 단잠을 설친 날들이 부지기수였소!”

 

“태자 전하의 말솜씨에 소녀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공주! 나 담덕은 사나이로써 그대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매우 행복하오.”

 

“소녀의 마음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고 있사옵니다.”

 

“발그레한 얼굴과 자태가 더욱 사랑스럽고 아름답구려.”

 

약연은 부모님 앞에서 태자의 거침없는 말들을 듣게 되자 부끄러워서 더욱 가슴이 뛰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부여의 왕후 장씨(張氏)가 한 마디 거들었다.

 

“전하께서 동부여를 떠나신 후 저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마른 날이 하루도 없었고 앞마당의 제단에는 언제나 정한수가 놓여져 있었답니다.”

 

그 말을 들은 태자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무심했었던 것으 부끄러워졌다.

 

약연의 어머니인 왕후 장씨가 눈물을 머금으면서 다시 말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는구나. 흑흑…… 이 좋은 날에 말이다.”

 

동부여의 왕후 장씨는 존귀한 사위를 얻어 기뻤지만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 때문에 몹시 섭섭했다. 약연 공주도 참지 못하고 왕후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오냐. 지금 실컷 울거라. 앞으로는 사사로이 우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서…”

 

“어마마마…….”

 

모녀(母女)의 이별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태자는 국도(國都)인 국내성에서의 국혼(國婚)이 끝난 뒤에 자신의 웅지를 펼치기 위해 사랑하는 약연 공주와 이별 아닌 이별을 하여 긴 세월 동안 떨어져 살아야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담덕 태자와 약연 공주의 행렬이 동부여의 궁성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약연 공주는 가마 속에서 살며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고향이 차츰 멀어지는 슬픔 때문이었다.

 

국혼 행렬은 그로부터 열흘 만에 국내성에 당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