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가장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바로 책읽기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생각이 창의적이거나 언변이 뛰어난 사람, 또는 학습능력이 높거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 읽고, 많은 책을 찾아 읽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다잡아진 독서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많이 요구했다. 독서장을 만들어 책을 읽고 느낌을 쓰게 했고, 독서 오름판을 만들어 책을 많이 읽는 아이에게 칭찬과 상을 주는 등 회유책도 써보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직접 책을 읽을 시간은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책을 읽어오라는 이러한 활동이 강요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월 한 달 내내 아침 시간에 많은 활동을 준비했다. 한 주씩 번갈아가면서 여러 활동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침독서와 만나다 그러던 중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알게 되었다. 의무감도 약간 있었지만 평소 관심도 있던 터라 아침독서 10분 운동과 관련된 연수에 여러 번 참석하고 관련도서를 읽었다. 아침독서를 하는 다른 학교 사례와 성과를 보자 ‘우리 반 아이들도, 우리 학교 아이들도 이러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독서활동을 시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 학급은 이미 한자, 시 읽기, 영어단어, 수학문제 풀이, 책읽기 등 여러 아침 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아침 활동 대신 아침독서를 시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학교 전체로 아침독서 10분을 시행하는 일이었다. 우리 학교는 월요일마다 조회를 하고 아침에는 등교 직후 청소를 하며, 청소 후에는 방송이 있는 날이 많아서 아침독서를 할 10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교장선생님의 추진으로 수월하게 아침 시간이 조정되었다. 그래서 등교시간인 8시 30분부터 50분까지는 청소를 하고 9시 10분까지는 아침독서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 교사 눈을 피해 딴짓을 하는 아이, 책을 바꾸러 학급문고 앞을 서성이는 아이 등 제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였다. 이렇게 해서 아침독서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읽을 책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학급문고에서 아무 책이나 대충 뽑아와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교하기 전, 다음 날 읽을 책을 미리 책상 위에 놓고 가기로 약속을 했다. 또한 집에서 다 못 읽은 책을 마저 읽거나, 다른 책을 가지고 오고 싶은 친구들은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기로 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조금씩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단지 책을 미리 준비하게 했을 뿐인데, 아침독서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아이들은 아침독서시간이 되지 않아도 책상에 앉자마자 책상 위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늘 부산하고 산만하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가 되어 깜짝 놀랐다. 매일 교실에서 조용히 하라고 외쳤던 내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책에 빠져들었고, 조금 늦게 도착한 아이들도 다른 친구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니 얌전히 자리에 앉아 가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 시간도 잊고 책을 읽어 청소하러 갈 시간이라고 말해주어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하러 가곤 했다. 청소 후 본격적인 아침독서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또다시 정신없이 책의 세계에 빠져든다. 15분이 지나도 아이들은 책을 손에서 놓을 줄을 모른다. 『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청어람미디어)를 보니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난 후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기에 9시 15분에서 20분 사이에 쉬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계속 책을 읽는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서교육을 맡으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독후활동대회 참여율이 너무 저조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독후감 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점점 독후활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독후 만화 그리기’나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대회에서 공고한 도서목록을 보고 나서 “이 책 나도 읽은 건데…. 선생님 저도 이 대회에 참여하면 안 돼요?” 하고 묻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규칙적인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좀 더 차분한 분위기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했지만 이렇게 큰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는 아이들 오늘날 독서교육은 독후감 쓰기와 독후감상문 그리기 등 독후활동 위주로 이루어진다. 교내에서 독서 행사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부랴부랴 전에 읽었던 책을 떠올려 줄거리만 잔뜩 쓴 독후감을 내곤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지금 우리가 하는 독서 방법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독서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학습지나 글쓰기 위주의 독서교육은 아이들에게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하지도, 생각을 키워주지도 못하며 오히려 책을 읽은 후에 학습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독서를 즐기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책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아이들이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 책 한두 권을 모두 함께 읽으려니 방법을 고민해야만 했다.
함께 읽는 방법을 찾다 - 모둠독서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선생님이 ‘독서 릴레이’를 하고 있었다. 학급에서 같은 책 한 권을 정해 한 명이 일주일 동안 읽고 그 다음 학생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함께 책을 읽는다기에 관심이 갔지만 이 경우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책 한 권을 반 전체가 다 읽으려면 거의 1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모둠독서’다.
모둠독서는 4명이 한 모둠이 되어 같은 책을 돌려 읽는 것이다. 먼저 매달 1일에 ‘우리 모둠 이 달의 책’을 정한다. 모둠원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고른 뒤 어떤 책을 이 달의 책으로 할지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가지고 온 책을 비교해보고 각자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토의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결정하면 교사는 모둠별로 책 사진을 찍어 교실 뒤에 붙여둔다. 우리 모둠이 읽는 책을 다른 모둠에게도 알리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읽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주에 한 명씩 책을 읽고 그 다음 학생에게 책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독서가 이루어지므로 한 달이면 모둠원 전체가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책은 아침독서시간에 읽어도 되고 다른 시간에 읽어도 상관 없다. 언뜻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는 아침독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모둠원들이 함께 고심해서 고른 책이라 이 역시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 달의 책을 읽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리지 않으므로 남은 기간에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표현하기 모둠독서는 단순히 같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달 말에 책을 읽고 생각한 재미있는 점이나 감동적인 부분, 가장 인상적인 부분 등을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친구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하는 기회도 갖는다. 혼자서 하던 독서학습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계획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독후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레 책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독후활동 가운데 간단한 활동으로는 ‘책 광고지 만들기’, 콜라주를 이용한 ‘협동 독후감상화 만들기’, 모둠원 한 사람씩 기사를 쓰는 ‘협동 독서 신문 만들기’,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우유팩에 표현한 후 모둠별로 연결하여 모빌 만들기 활동이 있다. 그러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야기 바꾸어 역할극 하기’처럼 좀 더 복합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함께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눈 뒤 즐겁고 활동적인 독후활동을 전개하니 아이들이 책읽기에 더 즐겁게 참여하였으며, 다음 달에는 어떤 활동을 할지 기대하는 아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선생님,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모둠독서를 시작하자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드러났다. 그중 함께 읽을 양서를 구비하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물론 집에 재미있고 자기 수준에 적합한 책이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만화책을 읽고 있어서 학교에서 함께 읽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학급문고와 학교도서관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학기 초 학생들이 집에서 읽던 책 중 두세 권을 가지고 와서 학급문고를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조성된 학급문고는 집에서 읽고 지겨워진 헌책이나 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급문고를 모으는 안내장에 올해의 독서교육계획을 함께 실었다. 그러자 이러한 내용을 이해한 학부모들이 학급문고를 모을 때 더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아이들 이름을 적은 시트지를 미리 나눠주고 책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붙이게 했더니 학부모들도 신경을 써 좋은 책을 보내주었다.
모인 책은 분야마다 다른 색 시트지를 붙여 도서분류표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양서로 가득 찬 학급문고가 완성되자 아이들은 책읽기에 더욱 관심을 보였으며 모둠독서뿐만 아니라 개인 독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이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책 고르기가 익숙하지 않아 함께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도서를 가지고 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독서활동이나 의사결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다만 이 달에 할 모둠독후활동의 주제를 미리 제시해 아이들이 그 활동에 적합한 책을 선정하도록 유도는 했다.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문제들은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 고르기가 익숙하지 않던 아이들도 친구들이 가지고 오는 책을 살펴보고 함께 읽는 활동을 통해 책을 고르는 눈이 높아졌다.
이렇게 변했어요 아침독서를 시행해 본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그 성과를 알고 인정하리라 생각한다. 아침독서를 하는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하고 즐기게 되며,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다. 우리 반의 경우 독서량의 증가는 물론이고 모둠독서의 효과까지 보태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첫 번째 성과는 아이들 스스로 유익한 책을 골라 읽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점이다. 교사의 설명 없이 친구들이 가지고 온 책을 살펴보고 고르는 활동만으로도 어떤 책이 재미있고 유익한지 스스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성과는 생각하며 책을 읽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부분을 찾아 친구들과 생각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문해 능력이 신장되고 사고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세 번째 성과는 말하는 능력이 신장되었다는 점이다. 모둠독서는 단순히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생각한 점을 모둠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조리 있게 표현하는 기회가 생기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었다. 네 번째 성과는 혼자서 놀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요즘 아이들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생겨 협동심이 길러지고 다른 활동도 함께 잘 한다는 점이다.
아침독서시간이 없었다면 모둠독서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바쁜 일과 속에서 따로 책 읽는 시간을 만들려 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침독서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책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닫게 되었고, 책을 함께 읽으면 그 재미가 배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침독서와 모둠독서, 이 두 가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교사가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돌려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의사표현 능력 및 사고력이 신장되었으며 책을 읽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또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고 창의적 표현 능력도 신장되었다. 억지로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침독서를 통해 즐겁게 책을 읽고, 모둠독서를 통해 읽은 책을 잘 활용해 간다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말하기, 듣기, 읽기, 표현하기에 필요한 기본 능력들은 자연스레 형성되리라 믿는다.
설문조사를 해봤어요
아이들이 아침독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설문 1. 아침독서를 통해 독서에 대한 생각이 변했나요? (학생 수 26명)
아침독서시간에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한 질문에는 많은 아이들이 그 시간만큼은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대답하였다.
설문 2. 아침독서시간에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학생 수 26명)
아침독서 실시 후 독서량도 약간 늘었다. 아침독서 실시 전에는 1주일에 평균 2.05권을 읽었으나 실시 이후에는 2.97권을 읽어 독서량이 한 권 정도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침독서 진행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침독서시간에 대해 바라는 점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부족한 도서와 시간의 해결이었다. 아침독서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책에 한창 흥미를 느낄 때 수업을 하게 되어 아쉬우니 독서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집중해서 읽는다면 10분, 15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해주었더니 아이들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진짜 문제는 도서 부족이다. 학급문고를 자주 교체해야 옳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 아침독서의 효과와 긍정적인 면을 충분히 전달해 더욱 좋은 도서를 보내도록 교사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도서관 및 지역 도서관을 활용하면 도서 부족 문제를 조금은 보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독서는 아이들의 미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쌓는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침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도록 하는 중요한 습관을 길러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루어진 독서교육이 독후감을 쓰고 독후감상화를 그리는 죽은 교육이었다면, 매일 아침 읽고 싶은 책을 부담 없이 읽는 아침독서야말로 살아 있는 독서교육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아침독서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아침독서는 살아있는 독서교육
아침독서는 살아 있는 독서교육
-아침독서가 참 좋아요
아이들에게 가장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바로 책읽기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생각이 창의적이거나 언변이 뛰어난 사람, 또는 학습능력이 높거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 읽고, 많은 책을 찾아 읽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다잡아진 독서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많이 요구했다. 독서장을 만들어 책을 읽고 느낌을 쓰게 했고, 독서 오름판을 만들어 책을 많이 읽는 아이에게 칭찬과 상을 주는 등 회유책도 써보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직접 책을 읽을 시간은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책을 읽어오라는 이러한 활동이 강요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월 한 달 내내 아침 시간에 많은 활동을 준비했다. 한 주씩 번갈아가면서 여러 활동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침독서와 만나다
그러던 중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알게 되었다. 의무감도 약간 있었지만 평소 관심도 있던 터라 아침독서 10분 운동과 관련된 연수에 여러 번 참석하고 관련도서를 읽었다. 아침독서를 하는 다른 학교 사례와 성과를 보자 ‘우리 반 아이들도, 우리 학교 아이들도 이러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독서활동을 시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 학급은 이미 한자, 시 읽기, 영어단어, 수학문제 풀이, 책읽기 등 여러 아침 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아침 활동 대신 아침독서를 시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학교 전체로 아침독서 10분을 시행하는 일이었다. 우리 학교는 월요일마다 조회를 하고 아침에는 등교 직후 청소를 하며, 청소 후에는 방송이 있는 날이 많아서 아침독서를 할 10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교장선생님의 추진으로 수월하게 아침 시간이 조정되었다. 그래서 등교시간인 8시 30분부터 50분까지는 청소를 하고 9시 10분까지는 아침독서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 교사 눈을 피해 딴짓을 하는 아이, 책을 바꾸러 학급문고 앞을 서성이는 아이 등 제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였다. 이렇게 해서 아침독서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읽을 책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학급문고에서 아무 책이나 대충 뽑아와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교하기 전, 다음 날 읽을 책을 미리 책상 위에 놓고 가기로 약속을 했다. 또한 집에서 다 못 읽은 책을 마저 읽거나, 다른 책을 가지고 오고 싶은 친구들은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기로 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조금씩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단지 책을 미리 준비하게 했을 뿐인데, 아침독서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아이들은 아침독서시간이 되지 않아도 책상에 앉자마자 책상 위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늘 부산하고 산만하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가 되어 깜짝 놀랐다. 매일 교실에서 조용히 하라고 외쳤던 내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책에 빠져들었고, 조금 늦게 도착한 아이들도 다른 친구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니 얌전히 자리에 앉아 가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 시간도 잊고 책을 읽어 청소하러 갈 시간이라고 말해주어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하러 가곤 했다. 청소 후 본격적인 아침독서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또다시 정신없이 책의 세계에 빠져든다. 15분이 지나도 아이들은 책을 손에서 놓을 줄을 모른다. 『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청어람미디어)를 보니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난 후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기에 9시 15분에서 20분 사이에 쉬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계속 책을 읽는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서교육을 맡으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독후활동대회 참여율이 너무 저조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독후감 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점점 독후활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독후 만화 그리기’나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대회에서 공고한 도서목록을 보고 나서 “이 책 나도 읽은 건데…. 선생님 저도 이 대회에 참여하면 안 돼요?” 하고 묻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규칙적인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좀 더 차분한 분위기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했지만 이렇게 큰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는 아이들
오늘날 독서교육은 독후감 쓰기와 독후감상문 그리기 등 독후활동 위주로 이루어진다. 교내에서 독서 행사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부랴부랴 전에 읽었던 책을 떠올려 줄거리만 잔뜩 쓴 독후감을 내곤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지금 우리가 하는 독서 방법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독서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학습지나 글쓰기 위주의 독서교육은 아이들에게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하지도, 생각을 키워주지도 못하며 오히려 책을 읽은 후에 학습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독서를 즐기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책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아이들이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 책 한두 권을 모두 함께 읽으려니 방법을 고민해야만 했다.
함께 읽는 방법을 찾다 - 모둠독서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선생님이 ‘독서 릴레이’를 하고 있었다. 학급에서 같은 책 한 권을 정해 한 명이 일주일 동안 읽고 그 다음 학생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함께 책을 읽는다기에 관심이 갔지만 이 경우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책 한 권을 반 전체가 다 읽으려면 거의 1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모둠독서’다.
모둠독서는 4명이 한 모둠이 되어 같은 책을 돌려 읽는 것이다. 먼저 매달 1일에 ‘우리 모둠 이 달의 책’을 정한다. 모둠원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고른 뒤 어떤 책을 이 달의 책으로 할지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가지고 온 책을 비교해보고 각자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토의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결정하면 교사는 모둠별로 책 사진을 찍어 교실 뒤에 붙여둔다. 우리 모둠이 읽는 책을 다른 모둠에게도 알리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읽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주에 한 명씩 책을 읽고 그 다음 학생에게 책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독서가 이루어지므로 한 달이면 모둠원 전체가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책은 아침독서시간에 읽어도 되고 다른 시간에 읽어도 상관 없다. 언뜻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는 아침독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모둠원들이 함께 고심해서 고른 책이라 이 역시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 달의 책을 읽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리지 않으므로 남은 기간에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표현하기
모둠독서는 단순히 같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달 말에 책을 읽고 생각한 재미있는 점이나 감동적인 부분, 가장 인상적인 부분 등을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친구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하는 기회도 갖는다. 혼자서 하던 독서학습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계획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독후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레 책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독후활동 가운데 간단한 활동으로는 ‘책 광고지 만들기’, 콜라주를 이용한 ‘협동 독후감상화 만들기’, 모둠원 한 사람씩 기사를 쓰는 ‘협동 독서 신문 만들기’,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우유팩에 표현한 후 모둠별로 연결하여 모빌 만들기 활동이 있다. 그러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야기 바꾸어 역할극 하기’처럼 좀 더 복합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함께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눈 뒤 즐겁고 활동적인 독후활동을 전개하니 아이들이 책읽기에 더 즐겁게 참여하였으며, 다음 달에는 어떤 활동을 할지 기대하는 아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선생님,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모둠독서를 시작하자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드러났다. 그중 함께 읽을 양서를 구비하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물론 집에 재미있고 자기 수준에 적합한 책이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만화책을 읽고 있어서 학교에서 함께 읽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학급문고와 학교도서관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학기 초 학생들이 집에서 읽던 책 중 두세 권을 가지고 와서 학급문고를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조성된 학급문고는 집에서 읽고 지겨워진 헌책이나 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급문고를 모으는 안내장에 올해의 독서교육계획을 함께 실었다. 그러자 이러한 내용을 이해한 학부모들이 학급문고를 모을 때 더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아이들 이름을 적은 시트지를 미리 나눠주고 책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붙이게 했더니 학부모들도 신경을 써 좋은 책을 보내주었다.
모인 책은 분야마다 다른 색 시트지를 붙여 도서분류표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양서로 가득 찬 학급문고가 완성되자 아이들은 책읽기에 더욱 관심을 보였으며 모둠독서뿐만 아니라 개인 독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이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책 고르기가 익숙하지 않아 함께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도서를 가지고 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독서활동이나 의사결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다만 이 달에 할 모둠독후활동의 주제를 미리 제시해 아이들이 그 활동에 적합한 책을 선정하도록 유도는 했다.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문제들은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 고르기가 익숙하지 않던 아이들도 친구들이 가지고 오는 책을 살펴보고 함께 읽는 활동을 통해 책을 고르는 눈이 높아졌다.
이렇게 변했어요
아침독서를 시행해 본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그 성과를 알고 인정하리라 생각한다. 아침독서를 하는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하고 즐기게 되며,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다. 우리 반의 경우 독서량의 증가는 물론이고 모둠독서의 효과까지 보태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첫 번째 성과는 아이들 스스로 유익한 책을 골라 읽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점이다. 교사의 설명 없이 친구들이 가지고 온 책을 살펴보고 고르는 활동만으로도 어떤 책이 재미있고 유익한지 스스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성과는 생각하며 책을 읽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부분을 찾아 친구들과 생각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문해 능력이 신장되고 사고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세 번째 성과는 말하는 능력이 신장되었다는 점이다. 모둠독서는 단순히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생각한 점을 모둠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조리 있게 표현하는 기회가 생기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었다.
네 번째 성과는 혼자서 놀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요즘 아이들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생겨 협동심이 길러지고 다른 활동도 함께 잘 한다는 점이다.
아침독서시간이 없었다면 모둠독서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바쁜 일과 속에서 따로 책 읽는 시간을 만들려 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침독서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책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닫게 되었고, 책을 함께 읽으면 그 재미가 배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침독서와 모둠독서, 이 두 가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교사가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돌려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의사표현 능력 및 사고력이 신장되었으며 책을 읽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또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고 창의적 표현 능력도 신장되었다.
억지로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침독서를 통해 즐겁게 책을 읽고, 모둠독서를 통해 읽은 책을 잘 활용해 간다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말하기, 듣기, 읽기, 표현하기에 필요한 기본 능력들은 자연스레 형성되리라 믿는다.
설문조사를 해봤어요
아이들이 아침독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설문 1. 아침독서를 통해 독서에 대한 생각이 변했나요?
(학생 수 26명)
아침독서시간에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한 질문에는 많은 아이들이 그 시간만큼은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대답하였다.
설문 2. 아침독서시간에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학생 수 26명)
아침독서 실시 후 독서량도 약간 늘었다. 아침독서 실시 전에는 1주일에 평균 2.05권을 읽었으나 실시 이후에는 2.97권을 읽어 독서량이 한 권 정도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침독서 진행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침독서시간에 대해 바라는 점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부족한 도서와 시간의 해결이었다. 아침독서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책에 한창 흥미를 느낄 때 수업을 하게 되어 아쉬우니 독서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집중해서 읽는다면 10분, 15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해주었더니 아이들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진짜 문제는 도서 부족이다. 학급문고를 자주 교체해야 옳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 아침독서의 효과와 긍정적인 면을 충분히 전달해 더욱 좋은 도서를 보내도록 교사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도서관 및 지역 도서관을 활용하면 도서 부족 문제를 조금은 보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독서는 아이들의 미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쌓는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침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도록 하는 중요한 습관을 길러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루어진 독서교육이 독후감을 쓰고 독후감상화를 그리는 죽은 교육이었다면, 매일 아침 읽고 싶은 책을 부담 없이 읽는 아침독서야말로 살아 있는 독서교육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아침독서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전미현_대구 함지초 교사 / 2011년 11월01일<from 아침독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