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지하철에서 아빠를 봤어요.

아들2011.11.08
조회514,226

댓글중에 아고라에서도 똑같은 글을 봤다라는 말에 가봤더니

 

ㅡㅡ 똑같은 글 심지어 제목까지도 똑같은 제 글이 떡하니 올려져 있네요

 

전 올린적도 없는데

 

게다가 아고라에 있는 글은 마지막에 상업성 홍보용 광고를 끼워넣어

 

덕분에 아고라쪽에선  광고하려고 아버지를 팔아먹냐라는 소리까지 듣고있습니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298394

 

신고해놓긴 했지만 꼭 톡이 된게 좋은것만은 아니네요

 

댓글중에 눈쌀찌푸려지는 것도 몇개 있고 뭐 사람마다 생각하는건 다 다르니까

 

이 글을 보는 분들 모두가 다 공감할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동문서답 하는 분들, 넷상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분들 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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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쓰는 과정에 메시지 전달을 확실하게 못한거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중교통이 뭐가 어때서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 이런 뉘앙스인데

 

제 글의 요지는 대중교통을 떠나서 아빠가 많이 만취하신거같은데도 불구하고

 

대리운전이나 택시를 타고 귀가하지 않고 지하철 문쪽에 서서 졸고 계신 모습이

 

멀리서 보기 안타까워서 그래서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이게 포인트입니다

 

글에서도 나와있듯이 아버지 대중교통 타고다니는거 이미 오래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대중교통 비하한적은 더더욱 없구요

 

애매하게 글을 써서 오해의 소지가 생긴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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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다음날 톡된다는게 맞는말이네요

 

사실 글을 전에 한번 더 썼습니다 본문 내용처럼 실제 사건 당일에요

 

지금 이 글은 제가 어제 저녁에 똑같이 복사해서 올린 글입니다

 

그랬더니 오늘 톡이 됐네요

 

글내용과 실제 글 게시시간이 맞지 않다고 하신 분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겁니다.

 

 

 

댓글 다는 못읽어봤지만

 

응원글 감사하구요 비판적인 글도 있는데

 

일단 지하철에서 아빠를 모른체 한건 쪽팔려서가 아니라

 

아빠가 괜히 미안해할까봐였습니다

 

저는 글에 '쪽팔리다'라는 단어를 사용한적이 없는데

 

아마 제 글솜씨가 모자라서 오해를 일으킨거 같습니다

 

왜 자신의 초라한 부분을 타인에게 부각시키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심정 있잖아요

 

아빠가 생각했을땐 제가 아는체 하면 혹 그렇게 느끼실까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댓글들 말대로 오히려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나 싶네요

 

제 생각이 짧았던거 같습니다

 

그당시엔 그게 최선의 결정이라 나름 생각하고 한거였는데 말이죠 아빠를 위한 결정이요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그리고 글만으로 봤을땐 제 친구들이 약간 어이없게 묘사되긴 했습니다만  사실 친한 애들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긴 했어도

 

낮잡아보거나 그런식의 투가 아니라 정말 걔네들 시선엔 그게 좀 신기하거나 좀 낯설어 보여서

 

궁금해서 정말 순수한 시선으로 물어봤던거겠죠.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말이었는데

 

다만 저혼자 괜히 심각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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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금 있었던 일입니다

 

서두 생략하고 바로 편하게 쓸게요

 

 

 

마감 알바를 마치고 11시 반정도에 충무로역에서 4호선 당고개행을 점장님과 같이 탑승했다

 

점장님은 집이 4호선이고 나도 점장님 내리는 역에서 두세정거장 더 가서 내린다

 

핸드폰 만지작 거리면서 서서 가고있는데

 

얼마 안되어 점장님이 내리실 준비를 하면서 내게 내일 보자며 인사를 했다

 

저도 '들어가세요' 하면서 점장님 내리실때까지 지켜봤다

 

그런데

 

점장님이 내리고 나서 그 문쪽에 한 아저씨가 고개를 숙이면서 졸고 계셨다

 

낯이 익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 아버지였다.

 

'어...!'

 

처음엔 뭐랄까 그냥 신기했다

 

며칠전에 우리집 앞 지하철역에서도 한번 만났었는데

 

이번엔 실제 열차 안에서 보게 될줄이야

 

아버지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직장을 가는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아버지 일자리는 광화문이라 5호선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환승해서

 

탑승했을거라고 혼자 추측했다

 

근데 처음엔 신기했던 감정이 점점 측은한 감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인사를 해야겠는데, 아는체를 해야겠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봐야 나와 아빠 사이의 거리는 고작 2m 도 되지 않았다

 

다만 지하철내 사람이 조금 많아서, 게다가 난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같은 칸 같은 문에 탑승을 해도 몰랐겠지

 

 

술을 많이 드셨는지 얼굴은 빨개져서 계속 문쪽에 기대어 서서 졸고계셨다.

 

옛날엔 술드시면 택시나 대리운전 불렀는데

 

돈을 아끼려고 그랬나 싶자 가슴이 아파왔다

 

 

우리 아버지는 자가용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엄마 자가용은 있다.

 

 

내가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우리집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부족한게 없었다

 

아빠는 렉스턴, 엄마는 체어맨 그리고 비록 지방이긴 했지만 60평대 아파트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사실 그당시 렉스턴보다 더 좋은 차를 살 재량은 충분히 됐었지만

 

회사원인데다가 당시 직위가 높은편이 아니어서 눈치보인다며 렉스턴으로 샀다 했다

 

그래서 서울로 이사도 오고

 

캐나다에 유학도 보내줬다

 

하지만 재작년부턴가 아버지 직장에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나는 캐나다 대학을 바라보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했고

 

아버지는 차를 팔아야 했다

 

어찌됐던 지금은 그나마 그때에 비해 살짝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젠 어째어째 해서 들어간 대학 등록금도 있고

 

 

 

며칠전에 친구들끼리 만나서 지하철역으로 갔을때도

 

출구에서 아버지가 나오는걸 보고 인사를 했더니

 

친구들이

 

'너네 아버지 지하철 타셔?' '우리 아빠는 지하철타는법이나 알라나'

 

라고 하자 나도모르게

 

'가끔씩 술먹을땐 대중교통 이용해..' 라는 말도안되는 식으로 말꼬리를 흐렸었다

 

 

 

결국엔 아버지를 멀리서 지켜만 봤다

 

그리고 역에 도착해서 아버지가 내리고나서 뒤따라 걸었다

 

약간씩 휘청휘청하면서 걷는데

 

그렇게 그게 가슴아프게 보일수가 없었다

 

'내가 오바하는건가? 나 혼자 측은해하는건가? 왜 대중교통탈수도 있지

술먹고 지하철 탈수도 있지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거지  지하철에서 만난게 대수야?'

 

 

라고 별 생각을 다해보는데 왜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정말 어찌보면 별거 아닐수도 있는일인데....

 

 

 

이런게 시각의 힘인가..  백문이불여일견  이럴떄도 쓰이는 말인가

 

결국엔 아버지보다 1분 늦게 집에 들어가서 태연하게 모른체했다

 

 

이제 들어오냐는 아빠의 말에  알바다녀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빠도 이제 방금 들어왔다고 했다

 

술먹었냐고 묻자

 

농담조로 회사일때문에 괴로워서 요즘 계속 마신다 라고했다

 

 

 

 

 

지금 집안 분위기가 그다지 좋은편이 아니다

 

내년에 수능을 치를 동생은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회장 부회장을 놓친적이 없고

 

심지어 현재는 고등학교 전교회장이다

 

하지만 자기와 공부랑은 상극이라 생각하는지 얼마전 직업반에 가겠다고 부모님께

 

털어논적이 있었다. 

 

전교회장의 그릇이 그정도밖에 안되냐면서 엄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있는 엄마는

 

최근에 단지내 스포츠센터 야간도주사건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왠지 첫째아들인 내가 잘해야 할거 같다는 생각

 

물론 항상 하는거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

 

 

거북이 노래중에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라는 가사가 있듯이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은 꼭 겪게되는 힘든 시기라 생각하고

 

우리가족 다들 기운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