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팔자인 며느리의 하소연

일하는공주2011.11.09
조회5,434

결혼한지 4년 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에요.

결혼하고 얼마 안돼 (임신, 출산, 육아, 복직) 두 번 반복

네.. 맞아요.

눈깜짝할 사이에 연년생 엄마가 되었지요.

애들은 너무 이뻐요. 그런데 직장다니면서 아이들 보기가 정말 너무 많이 힘드네요.

 

4년 연애하고 결혼한 남편은 무뚝뚝하지만, 착하고 똑똑하고 경제관념 투철하고 나무랄 데 없는,

무녀독남의 착한 아들이고-_-

무엇보다 너무너무너무 바빠서 월화수목금금금의 회사생활을 하기에

육아나 집안 살림의 기여도는 거의 'O'입니다.

분리수거 해본적 없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역시 마찬가지구요. 애들 목욕은 시도도 못해요.

간간히 주말에 설겆이 한번 정도가 끝입니다.

 

첫째는 남편직장 어린이집에 다녀요. 아침엔 남편과 같이 나가서

올 때는 친정아버지가 데리고 옵니다.

남편은 항상 야근모드기 때문에 빠르면 10시 11시, 요즘같이 바쁠 때는 매일 새벽 1~2시에 들어옵니다.

첫째때는 저희 친정엄마가 저희 집에서 가사일 하시는 아줌마랑 같이 애기 봐주셨어요.

몸도 좋지 않으신데,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죠.

 

그런데 계획에도 없던 둘째가 생기고 나니, 솔직히 대책이 안 서더라구요..

요즘은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도 애 둘 있는데는 잘 안 온대요. 다들 맞벌이에 아이 하나인 집을 선호하겠죠.

둘째 낳고 그만 둘까 생각도 했습니다. 내 아이 내가 키워야지 했는데, 친정엄마가 지금 다니는 직장 아깝다고 그만두지 말라고, 본인이 봐주시겠다고 하셔서.. 계속 다녔습니다.

 

시부모님들은 같은 동네 삽니다. 걸어서 2분거리에요.

자주 오시고, 심지어 주말에는 거의 저희 집에서 사십니다. (두분다 직장 있으십니다)

남편이 주말에도 직장을 나가다 보니, 처음에는 저도 시부모님이 애들도 봐주시고 참 감사했는데,

사람인지라 자주 보게 되면 보지 않아도 될 허물같은 것들을 보시잖아요.

 

잘 몰랐어요. 시부모님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야근 없는 칼퇴근 가능한 직장이라 6시 퇴근하면 6시 반쯤 집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친정엄마, 아버지는 집으로 가십니다. 애기들이랑 밥은 같이 먹고 가실 때도 많아요.

 

밥먹고 양치질 시키고, 때로는 두명 목욕시키고, 둘째 재우고, 첫째까지 재우고 일어나면 10시쯤 돼요.

(너무 힘들 때는 첫째 재우다가 제가 먼저 잠들어서 못일어나고 아침까지 잘 때도 있어요.)

 

10시부터 저는 또 일를 시작합니다.

저녁 설겆이 하구요. 첫째 먹을 반찬 1~2가지, 국 끓이고, 둘째 이유식만들어요.

전에는 한 메뉴만 하루종일 먹으면 질릴까봐 이유식만 2가지 했는데, 요즘엔 그냥 욕심버리고 하나만 만들어요.

그거 다 만들고 뒷설겆이하고, 젖병, 물병 씻고 소독하고,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면 거의 12시가 넘어요. 그러면 그때서야 식탁의자에 앉아서 한숨 돌려요.

친정엄마 아빠 중 한분이 못 오시거나, 두 분 다 약속 있어서 저 혼자 애들 밥 먹이는 날에는 12시까지 저녁도 못먹어요.

 

둘째 낳고 3개월만에 복직했는데, 올해 8~9월에 완전 대형 플젝이 3개나 겹쳐서 정말 정신없이 바빴거든요. 회사에서는 가능하면 야근 안하려고 근무시간동안 정말 집중해서 일했습니다.

나중에는 책상에 앉아서 컴터 화면보는데 토할 거 같더라구요.

그렇게 하고 집에 가서는 마찬가지로 생활했어요.

중간에 또 친정엄마가 일이 생기셔서 둘째는 시터에게 맡기는 일도 있었고. 참 어려웠습니다.

 

 

본론은 여기서부터에요.

바쁜 일 좀 정리되면, 한 5일정도 휴가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남편한테 말했어요. 그랬더니, 애들 놔두고 어딜가냐, 가 첫마디였어요.

애들은 누가 봐주냐가 두번째였구요.

애들은 당연히 친정엄마아빠가 봐주시는 거를 암묵적으로 동의하신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 XX같은 남편이 어머니들께 여쭤보라는 거에요. 말은 어머니'들'이었지만, 본의는 본인 엄마였겠죠.

 

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말씀드렸어요. 숨길 수도, 숨길 필요도 없고 저는 당당했으니까요.

그런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저만 자식새끼, 남편 놔두고 혼자 여행갈 궁리하는 나쁜 X가 되어버렸네요.

 

나 : 제가 바쁜 일 끝나면 한 5일 정도 여행 다녀올까 해요.

시 : 엉? 여행을 갑자기 왜?

나 : 3년동안 애 둘 낳고 직장생활하면서 너무 많이 힘들어서요 refresh 좀 하고 올까해서요.

시 : 안그래도 뭐 내년 초쯤에 애비랑 둘이 여행을 보내줄까 혼자서 생각하고 있었다.

나 : (아싸! 완전 다행이구나, 내일 비행기표 끊어야겠다) 아.. 네, 감사합니다.

시 : 그럼 내년 초에 애비랑 상의해서 다녀오든가..

나: 네?, 저는 올해 안에 다녀오려고 하는데요.

시 : 어딜 가려고 그러는데? (이 때부터 뭔가 어그러지는 느낌?)

나 : 그냥 동생있는데 잠깐 다녀오려구요(동생이 유럽에 삽니다)

시 : 거길 혼자 다녀오겠다고?

나 : 어머니 그동안 저 너무 힘들었잖아요. 블라블라블라~

시 : 이 집안에서 너만 힘드니?

이 집안에서 너만 힘드니?

이 집안에서 너만 힘드니?

 

 

아... 정말.. 저 말이 아직도 여전히 귓가에서 맴돕니다.

애들 놔두고 남편과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 그 먼데까지 그렇게 가는 게 이상하다고

이해를 못하시겠다네요.

 

저 진짜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거의 매주 시댁가서 주말 보내고 왔구요.

시댁이 워낙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주말에 거의 매번 시부모님+시가친척분들+그 자녀분들 모여서 식사하고 놀러다니고 그랬습니다. 임신해서도 마찬가지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랑만 놀러도 다니고 그럴걸.. 이란 후회가 물밀 듯 밀려옵니다.

 

남편이 워낙 바쁘다보니 지금까지 칼퇴근해서 집에 8시 이전에 들어온 게 열 손가락 꼽습니다.

첫째 임신했을 때 병원에 딱 4번 같이 갔습니다. 그것도 병원에서 하는 라마즈 수업신청한 토요일에 겨우겨우 간거구요. 둘째 때는 낳을 때까지 단 한번도 병원 같이 간 적 없습니다.

애들이 아빠 바쁜 거 아는지 첫째는 일요일에 나왔고, 둘째는 추석 때 지가 알아서 나왔습니다.

산후조리원에 2주 동안 있을 때, 저는 매일 혼자 잤습니다.

거기 계신 간호사 분들이 처음엔 저 남편없는 미혼모인 줄 알았대요. -_-

 

남편은 항상 바쁘니 몸이 지칠대로 지치겠죠. 집에 와서는 거의 쓰러져 잡니다. 주말 아침에는 시체에요.

간혹 주중에도 깨워야 겨우 일어납니다.

네 압니다.  많이 힘들고 지친다는 거..

 

그런데 저도 힘들고 지쳐요.

회사 끝나면 집에 와서 또 제2라운드를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시부모님은 제가 칼퇴근 하는 직장에 다니니까 굉장히 편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나봐요.

퇴근 후 잘 때까지 계속 서서 일하는데, 시부모님 눈에는 그게 안보이고, 자기 아들 자는 것만 마음아프고 안쓰러운가봐요.

누구는 안피곤하고 안자고 싶어서 계속 일합니까? 자고 싶어도 정신력으로 참고 하고 있는데,

'옆에서 쟤 어떡하냐.. 저러다 큰일나겠다.. 아이고..'

난리시네요. 그러면서 제 걱정은 별로 안 하시는 거 같아요.

제가 간혹 한의원가서 침맞거나 지압받으러 갔다오는 것도 못마땅해 하시니까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애 봐주러 오신 저희 친정엄마께,

시아버지가 그러셨대요. (나중에 알고보니 시어머니 하신 말씀을 전해주신거였음)

 

'에미 너무 게으르다고.. 주말에 집에 와보면 둘다 쓰러져 자고 있다고..'

둘째 낳고 출산휴가 끝나고 복직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정말 너무너무 힘든거에요.

새벽에 일어나는 애한테 모유수유하고.. 그 때는 저도 정말 주말에는 시체처럼 못일어 났거든요.

요즘은 저런 적 한번도 없는데, 그 때 그러신 거 가지고 말씀하시네요.

 

'가끔 둘째 이유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고..'

첫째 재우다가 잠들어 버린 날, 이유식 만들어야지.. 하면서 꿈속에서 이유식 만들었어요..ㅠ

그러고 그 다음날 아침에 부리나케 만들었거든요.

이런 적 딱 2번 있었어요.

그런데 저런 말씀하셨다나봐요.

 

'에미는 참 편한 팔자라고..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시고, 일하는 아줌마(일주일에 3번 반나절, 청소&빨래만 해주십니다-애들 빨래가 워낙 많으니까요)까지 있으니.. 공주님 팔자라고..

저희 엄마 그 얘기 듣고 광분하셨어요.

저보고 이제 너네 집 애들 못봐주겠다고.

니가 일 그만두고 들어와서 애보거나, 애를 전담으로 보는 아줌마 구하라고 하시네요.

아.. 정말 참 힘듭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