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타고 제 차안에 침뱉고 도망가신 분

슬크2008.08.03
조회381

30대 초반의 직장인입니다.

제가 얼마전에 회사의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다가 과로로 쓰러져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몇일간 부모님 계신 시골 본가에 내려가서 요양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1주일 정도 쉬고있던 중. 하루는 집에만 있기가 답답해서 제 여동생과 함께 제가 운행하고 있는 컨버터블 차량을 타고 시내로 향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쇼핑 좀 하고 저녁도 먹고 들어 올 생각이었죠.

 

해 질 무렵이라 바람도 시원하고 해서 탑을 열고있는 상태였고 여느때 처럼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 선율에 젖어들며 신호대기를 하고있었는데 제 옆 차선에 100cc 정도로 작은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와 서더군요.

그리고는 '아 X같네 C밸럼' 하고 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 동생 비명소리와 함께 걸쭉한 침 한덩어리가 날아와  제 동생 허벅지와 센터콘솔 쪽으로 길게 늘어진 채 척 하고 달라붙더군요.

너무 황당해서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고 돌아보려는 찰나에 그 오토바이는 신호위반을 하며 출발해서는 골목 안으로 쏙 들어가 사라지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저와 제 동생이 그 분에게 그런 봉변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 주변을 시끄럽게 하지도 않았고 자동차 머플러 튜닝도 안했거든요.

 

당시 사건으로 크게 속상했지만 묻지마 살인사건이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요즘 세상에 이정도 봉변이라면 운이 좋은거라며 동생을 달래고 저도 스스로 위안했지만 솔직히 억훌해서 몇일동안 밤에 잠이 안왔습니다.

 

제가 왜 그 상황에 쌍욕을 들어야 하고 침 세례를 받아야 하나요?

아마도 어려보이는 놈이 여자와 오픈카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기 싫으셨던 모양인데..

제가 로또맞은적도 없고 부모 잘 만나서 좋은 차 타는것도 아니거든요.

 

저 대학 때 학자금 대출받아 공부했습니다.

대출 상환하려고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해서 그 힘들다는 방송제작 현장에서 7년 간 사생활도 없이 바쁘게 일했했고, 그 와중에 경력 쌓으려고 시간쪼개 대학에 시간강사 나가고 방송잡지에 글 쓰면서 열심히 살고있습니다.

 

직업이 세개이다 보니 휴일은 커녕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수면도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상황에 그나마 유일한 낙으로 출퇴근 시 즐길 수 있는 중고 컨버터블 하나 사서 타고다닙니다.

 

이 글을 그 때 그 분이 보실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수입차 탄다고 다 복받아서 마냥 놀고먹고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좀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