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생의 꿈을 향한 3년간의 이야기

대학가고싶다20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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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까지 펑펑 놀다가 고2 11월에 정말 엄청난 우연으로 정신차리게 되어서

11월부터 하루 4시간 자고 나머진 정말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를 했다.

아무것도 없는 바탕에 뭐가 들어오겠냐만

백지위에 그려야 색깔이 더 멋지게 나오는것 처럼

아무것도 없는 머리속에 여러 색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렇게 공부를 해보니

고2땐 옆에 지방 국립대나 가야지 라는 마음으로 설렁 설렁 했다면

고3때는 나도 공부를 하면 더 좋은 데를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3월 모의고사를 보고 기억은 안나지만 충격적인 점수에 좌절했고

고2때 놀던 놈이 고3때 공부한다고 성적 올라가겠냐는 친구들의 비웃음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 그래 니들은 웃고 놀지만 나는 하고 있으니까 된다 생각하며

우직하게 내 길을 밀고 가면 내게도 행복이 나누어 질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계속 들었다.

 

그렇게 수능공부도 하고 학교 공부도 하며 중간고사 기간이 왔고

전교 300여명의 학생중에서 210등대를 하던 나는

고등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두자리 등수인 전교19등을 해보았다.

정말 공부하는게 이런맛이구나 뼛속까지 깨달았다.

그 올라갈때의 엄청난 희열을 느껴본 사람은 정말 공부에 중독될 것이다.

그리고 5월의 마지막날 나는 자퇴를 결심한다.

내 꿈은 무럭무럭 자라서 서울대가 되었고 1학년 2학년 내신으론 택도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퇴이야기를 꺼내고 6월이 되었다.

나는 6월 모의고사에서 비웃음 당하던 3월의 점수를 뒤집어서

학교 모의고사 점수 문이과 합쳐서 2등을 했다.

장장 8개월의 우직함이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내가 틀리지 않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걸 내 자신에게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이젠 애들이 다른 애는 몰라도 너는 인정한다고 빈말이라도 말해주고

시험이 끝나면 답을 나랑 맞춰보러 오고 했다.

그리고 5월에 이야기를 꺼냈던 자퇴를 7월에 하게됐다.

 

자퇴 후 내가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나의 간절함으로 그해를 공부하고

다음해 4월엔 검정고시를 보고 그 해 수능에서 500점 만점이었는데 489점을 했다.

거진 2년의 시간을 정말 하나에만 꽂혀서 달려왔던것 같다.

나는 내 꿈인 서울대에 당당히 내 점수를 걸어보았고, 결과는 1차합격.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고득점을 하고 걸어서 1차합격하니 그 다음부턴 뭘 해야할지 몰랐다.

논술 논술 거리는데 그냥 내 생각 글로 쓰는건가? 뭘 연습하는거지?

남들은 학원도 가고 그런다는데 작은 책상과 불빛이 전부였던 내 세상에선 정보가 너무나 없었다.

결국 2차면접에서 탈락을 했다.

그 해는 그렇게 사라졌다.

 

해가 바뀌고 나는 또 책상과 불빛이 전부인 내 세상으로 돌아가 공부를 했다.

하지만 처음 자퇴했을때 만큼의 간절함도, 재미도, 자신감도 없었다.

경쟁할 사람도, 점수가 오르는 느낌도, 알아가는 재미도 전부 결여되고 멍하니 공부를 했다.

그저 내 직업이 공부하는 일이니 배고프지 않으려면 일을 하듯이

내가 살기 위해선 해야된다고 나를 속이며 했다.

그리고 그 해 수능에선 역시나 작년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받았고 2호선 대학 중 한개를 썼고 합격했다.

 

홈페이지에서 합격이라는 말을 보고

한손에는 교육청에서 받아온 내 성적표를 들고 몇날 몇일을 고민하다가

등록을 포기했다.

정말 지금이 아니면 내가 원하는 높이에 갈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애들은 미쳤다고 하고 부모님은 내논 자식처럼 말하고 그랬다.

일년 더하니까 점수가 떨어지지 않느냐 내년엔 더 떨어진다 라는 말을 엄청나게 들었다.

아무도 내 결심을 몰라주는것 같고 화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책상앞에 마주섰다.

수만휘에선 우리 일년 더한다라는 짤방이 웃긴듯이 돌아다니지만

정말 고독씹으며 소통없이 공부하는 나에겐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수만휘 초시계도 가입해서 할라고 했는데

나는 열심히 매일매일 쓰고 했지만 어찌된 영문이지 두번 짤렸다ㅜ.ㅜ

그 후론 초시계 스터디 게시판조차 찾지 않았다.

 

그해 겨울엔 지난 2년간 썻던 다이어리 계획들이나 새벽에 감수성이 풍부해질때 쓴것들

하루하루 내가 느낀것, 나를 잡아주던 말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몸통 가운데서 먼가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을 기억해야지 늘 의식적으로 되새긴다.

 

추운 날이 풀리고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를 느끼며

어느새 시원해졌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시간은 순간처럼 지나갔고

다시 수능날이 왔다.

오늘이었다.

 

아침에 들어간게 1초전같은데 벌써 시간이 다 지나고

제2외국어/한문 영역시간이 되었다.

애들은 나를 포함해서 5명이 남아 있어서 굉장히 더 조용했는데

나는 한문에 30번 문제를 답안지에 마킹하는 순간에

굉장히 가슴이 벅차 올랐다.

마치 내 가슴이 조용한 교실에 튀어나와서 쿵쿵 소리를 낼것 같았다.

 

마지막 종이 치고

답 적어온걸 손에 쥐고

바로 독서실로 달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점수가 좋다.

 

고3 6월에 느꼈던 그 희열과

자퇴 후 처음 본 수능에서의 그 만족과

대학 등록을 포기하고 다시 책상앞으로 돌아간 내 간절함이

마지막으로 점수를 더하는 순간에 모두 느껴진다.

 

밖으로 나와서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정말 3년을 치열하게 살았구나..

 

나는 이번에도 내 꿈인 대학교를 쓸 것이지만

굳이 거기가 아니더라도 올해는 대학을 갈 것이다.

난 당당히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나를 봤고

이번 점수는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학가고 싶다.

삼수 생활의 종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