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상실한 기자들

너는기사를써라나는판을쓸테니2011.11.11
조회7,827

안녕하세요! 전 어제 수능을 본 고3학생입니다

어제 수능 본 분들 화이팅화이팅!

...어떻게 이야기 시작하면 되죠? 그냥 시작합니다ㅋ;;

 

어제 수능을 보고 오늘은 학교에 가채점표를 내러 갔다왔습니다

학교에 가자마자 복도에 카메라를 든 아저씨들이며 수첩든 기자분들이며 꽤 북적이더라고요

고3들 인터뷰도하고 사진도 찍으러 오신 분들이셨어요

저도 복도에서 친구들이랑 어제 수능 본거 얘기하다가 인터뷰도 잠깐 하고 그랬는데요

뭐, 여기까지는 당연히 이해합니다. 수능 끝난 고3들의 생생한 인터뷰들 당연히 담아가실 수 있는거죠

그런데 그것도 정도껏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저희반은 저희층 엘리베이터내리면 바로 보이는 교실이라서 그런지 유독 기자분들이 많이 오셨는데요

처음에는 2,3팀 정도 오셔서 사진이며 인터뷰 하려고 하시는 것 같더니

나중에 시간이 지나니까 정말 너무 심하게 많이 오시는거에요

저는 무슨 영화제 레드카펫인줄 알았네요

그래요, 여기까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기자분들 하시는 행동이 너무 기가차더라구요

처음엔 들어오시더니

"너네 채점 안하니 채점? 채점해야지~"

아니, 누가 수능본 다음날 학교에서 채점을 합니까 당연히 어제 집에서 다하고왔죠

조마조마해하면서 수능본 거 채점하는 모습이 그렇게 찍고싶으셨나요?

그러더니 이제는 카메라에 잡기 편하게 책상을 한쪽으로 옮기게 하지 않나

그래서 저와 제 친구는 얼른 복도로 나와서 밖에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나중에 다른 애들도 쏙쏙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창문을 통해서 교실보고있는데, 완전 가관이더라구요

고3분들은 아시겠지만 교실 뒤에 주요대학배치참고표라고해서 점수별로 갈 수 있는 대학 정리해놓은거

있잖아요? 그걸 가져오더니 애들모아다가 그걸 보는 연기를 시키는 겁니다

저희반 애들은 그 수많은 카메라들 앞에서 그런 짓을 계속 해줘야 했습니다

 

그렇게 사진찍는게 좀 진정될쯤에 교실로 다시 들어와서 가채점표를 쓰는데

그때도 가관입니다 저랑 제친구한테 한 카메라맨분이 오시더니 서로 얘기하면서 그거 쓰는 모습을

보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는 그냥 안할래요"라고 말하고 뒤로뺐습니다 그랬더니

그냥 하면 되는거라면서 자꾸 찍으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친구랑 다쓴 가채점표를 어정쩡하게

들고 보는척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카메라분, 적어도 그런거 찍어가시면 다 찍으시면

'고맙다! '라던지 하다못해 '이제 다 찍었다'라는 말정도는 해줘야 되는거 아닙니까?

말한마디 없이 자기 찍을거 찍고 쌩 가시더라구요

 

그렇게 다른반 애들이 슬슬 집에 가기 시작할때도 저희반은 그런 고생을 겪고 겪고 겪고

겨우 집에 가게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반 제 친구가 말해주기를, 기자들이 "우는 애가 없어"이런 말을

했다는 거에요. 정말 어이없지 않습니까?

펑펑 우는 모습을 찍어야 그림이 좀 살것 같으셨나봐요?

 

아이고,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어쨌든, 여기저기서 이번 수능 쉬웠다고들 하지만 잘봤든 못봤든

바로 어제 수능 본 아이들입니다. 그 허무하고 억울하기까지한 기분 경험해 보신 분들은 다 잘 아실겁니다

기자분들이 자기 일 하시는거야 뭐라 안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배려는 해줬어야 됬다고 생각합니다.

수능보고 다음날 학교가서 사방에서 찍어대는 사진 피하느라 교실에 앉아있지도 못하게 하는건

좀 아닌거 같네요

 

아이고, 어쨋든!

어제 수능 보신 분들 화이팅 화이팅!! 힘내세요

 

 

 

 

↑아주아주 시작에 불과했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