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뺑소니범으로 몰린 아버지ㅠㅠ

울고싶어2011.11.11
조회47,329

아버지께서 뺑소니로 억울하게 몰렸습니다.

 

무식한 게 죄라면 할 말 없지만 우리나라 법이 이렇게 답답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정차해 있는데 어떤 여학생이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있는 가드레일을 넘어 뛰어내렸습니다.

 

 그래서 차 앞부분에 착지라고 해야 하나. 부딪히며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 후에 학생이 혼자 일어나 옆으로 비켜서길래,

 

 

쟤는 왜 갑자기 철책을 뛰어넘어. 미쳤나... 이러고 아버지는 그냥 집으로 오셨답니다.

저녁 때 얘기 들은 어머니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고 하십니다.

 

근데 이틀 후에 갑자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대요. 당신 뺑소니로 신고되었으니, 경찰서 오라고요.

 

뺑소니는 신고 접수 후에 취소가 안 된다네요? 벌금 500~3000만원 정도구요.

 

학생이 차에 부딪히고 나서 저쪽까지 걸어가더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는데 아마 폰카로 사진 찍느라 그랬나 봐요.

 아버지가 연세가 많으셔서 폰카로 자동차 번호 찍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하신 것 같아요.

 

운전 오래 하셨지만 여태 사람을 살짝이라도 치어 본 적 없어서,

일단 약간이라도 부딪히면 연락처라도 주든지, 데리고 병원 가야 한다는 인식도 없으셨어요.

 

학생이 “아저씨 저 어디 아파요.” 뭐 이런 말도 없이 지가 알아서 잘 걸어간 다음에 핸드폰 가지고 노니까, 멀쩡한가보다 하고 그냥 집에 오신 거에요.

 차가 부서졌다거나 애가 쓰러졌다거나 그럼 아버지가 뭔가 조치를 취하셨겠지만 차에도 흠집하나 안 났거든요.

 

근데 느닷없이 뺑소니라고 신고가 들어오고 합의를 하건 뭘 하건 간에 뺑소니는 신고 취소도 안 되고 무조건 면허정지 4년이라니 미칠 것 같습니다.

 

제가 무식해서일까요.

 

무료법률상담도 받았는데 이해가 안 돼요.ㅠㅠ

벌금은 둘째치고 아버지가 이대로 면허취소되어야 한다는 점이요.ㅠㅠ

 

하필, cctv도 없는 도로에, 우리집 차에 블랙박스도 없습니다.

근처에 상가 같은 것도 없어서 목격자라고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생의 친구뿐인 것 같아요.

 

목격자가 없다보니 서로 얘기도 좀 다른데요.

 

아버지는 빨간 불이라 분명히 정차해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그 학생은 아버지 차가 달리고 있었다고 말해요.

 

아니, 이봐요, 학생. 아버지 차가 진짜 달리고 있었으면 니가 그렇게 멀쩡하게 걸어다닐 만큼 안 다쳤을 리가 없잖아요.ㅠㅠ

 그리고 우리차에 기스 정도는 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건 장소도 서로 말하는 게 달라요. 우리 아버지와 학생 친구가 A지점이 사건 장소라고 말하면, 그 피해 학생은 약간 떨어진 B지점이 부딪힌 장소라고 말합니다.

 

근데, 상식적으로 가드레일을 넘어서 자기 차에 누군가가 뛰어내릴 거라고 상상이나 하나요?

 이런 식이면 뺑소니에 안 걸릴 사람이 없겠어요.

 

나쁜 생각하면 안되지만 저는 지금 그 학생 아버지 차에 한번 뛰어들어서 부딪혀볼까 하는 미친 생각까지 합니다.

 똑같이 뺑소니 신고해서 이 억울함을 좀 알게 해 주고 싶어서요.

 

아버지 어제 밤새 담배만 피우시다 출근하셨어요.ㅠㅠ 한숨도 못 주무시구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는 지체 2급 장애자이십니다.

 

왼쪽 밖에 남지 않은 팔로 가족에게 헌신하셔서 저와 제 동생, 두 남매 4년제 대학까지 가르치셨습니다. 한 달에 120정도 수입으로요.

그래서 저는 가난하지만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어요.

 

사지육신 멀쩡한 젊은 사람들이 취업난이라고 백수생활할 때, 아버지는 하루 13시간씩 일하고 저돈 벌어서 아끼고 아껴서 우리 가족 생계, 대학 등록금 다 마련하셨거든요.

근데 이게 무슨 하늘의 날벼락일까요.

 

이 학생은 건너편에서 버스 타려고 그런 무단 횡단을 시도했다는데, 그 사고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횡단보도도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사람이 버스타려고 보통 가드레일까지 뛰어넘어가며 무단횡단 시도하나요?

 

사람이 홧병이 난다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습니다.

 

답답해서 죽어버릴 것 같다는 심정도요.

 

아버지는 새벽 4시에 출근하시는 분입니다. 당연히 버스도 안다녀요. 자가용 몰지 않으시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데, 면허정지 4년이라니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네요.

 

행정 심판, 행정 소성, 형사재판...

 

정말 뺑소니 신고가 들어가면 무조건 이런 방법밖에 없는 건가요?

 

부모님 말씀은 돈이 얼마 들더라도 제발 면허취소나 안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일단 차를 몰아야 생계유지가 되니까요.

 

부끄럽게도 저도 돈을 거의 못 벌어서 부모님 생활비도 못 드리고 있거든요.ㅠㅠ

 

근데 합의를 해도 어쨌든 면허취소라니 정말 미치겠는 겁니다.

 

아버지가 가장 잘못하신 점은 학생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고, 병원도 안 데리고 가고 퇴근을 하셨다는 건데, 그게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걸 모르신 거에요.

 

무지도 죄라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쳐요.

근데 신고 들어가면 취소도 안 되고 무조건 면허취소라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 속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행정심판, 소송까지 가면 당연히 돈 들겠죠. 법률 쪽으로는 무지하니까 대행료 들테고, 벌금은 벌금대로 내야하고.

그래도 면허만 복귀된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돈은 돈대로 날리고 그나마 면허도 취소될까 불안함에 떨고 있습니다.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법률 상담 받고 있는데 눈물만 나고 답답해서 이렇게 글이라도 올려봅니다.

 

혹시라도 모르니 운전자 분들, 보행자가 예상을 뛰어넘어 하늘을 날아 차에 슬쩍 스친 후에 펄쩍펄쩍 뛰어다녀도 연락처 억지로 주시든가 병원 데려가시길.

차에 블랙박스 꼭 다시구요.

 

안 그러면 우리 아버지처럼 억울하게 당하실 수 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