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하는 박재완의 경기인식···'괜찮다'→'걱정많다'

개마기사단20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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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11-11-05]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착륙이 유력해 보였지만 이제는 경착륙 국면 없이 완만한 회복세로 갈 수 있을 것 같다."(10월15일 G20 재무장관회의 직후)

"경제가 많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상호 의존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강 속도가 빨라지는 국가가 다수 있어서 걱정된다. 우리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신흥국 경기가 안 좋아서 걱정이다."(11월11일 APEC 회의 직후)

경제사령탑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 변화다. 한 달 만에 '조심스런' 낙관론에서 크게 후퇴했다.

정부는 내년에 3%대의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민간연구소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외적 불확실성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맹목적으로도 보이는 이 같은 분석의 근거는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흥국 경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신흥국도 안 좋아지고 있어 걱정'이라는 박 장관 발언은 정부 판단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박 장관의 인식 변화는 최근 이탈리아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그리스를 넘어 이탈리아까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이 표면화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나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4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45.4를 기록, 2009년 1분기 이후 2년여 만에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50을 밑돌면 소비심리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다. 특히 50 이상을 유지했던 고소득층(소득 5분위 계층)의 소비심리도 급랭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변화된 경제 환경을 반영한 내년 경제운영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음 달 중순쯤 발표될 내년 경제운영방안에는 경기전망과 구조개혁 과제 등이 담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기정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내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사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 이미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크게 낮춰 놓은 민간연구소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3.6%를 내놓은 2개월 전에 비해 국내외 경제가 둔화되고, 하방 위험도 더 커졌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정부가 4% 아래로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내놓는 성장률 전망치와 각 연구소들의 전망치는 성격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전망치에는 '정책의지'가 반영돼 통상 실제 추정되는 성장률에 정부의 정책을 통해 끌어 올릴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더해진다.

정부는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4% 안팎의 성장률은 정책의지 없이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책의지를 반영하면 4% 초반까지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 환경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유럽 재정 위기가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급격한 경기 둔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내년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된다면 내수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거시정책 상황은 가시거리가 매주 짧은 환경에서 시계비행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하방 위험(경기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