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상황서 날 도와주신 폐지 줍는 할머니 +추가

참치2011.11.17
조회218,670

멍하니 김밥 먹다가 메인에 나랑 비슷한 제목 있는 거 보고

그냥 비슷한 제목 이려니 했는데... 내가 쓴거 였군요~~ 신기해라

 

그 할머니는 정말 그 이후로도 뵌적이 없어요

 

일부러 근처 등산복 가게랑 자전거 가게에도 혹시 여기서 폐지 가져가시는 할머니 아시냐고 묻고 그랬는데

 

오시는 할머니 몇분 계시다고 그런데 그냥 상자만 가져가셔서 모른다 그러고

혹 할머니 중에 허리 안 굽으신 분 오시면 연락처 좀 받아놔 달라고 부탁 드렸는데.. 안 계시데요

 

분명 내 기억으로는 허리 안 굽으신 할머니셨는데

허리 굽으신 할머니만 겨우 만났어요

 

 

 

이 글 쓴날은 그냥 아침부터 그 할머니 생각나서 막 썼는데...

그래서 이야기 시작 부분도 정말...뜬금없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읽고, 또 그 감정 함께 나눴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아요~

 

 

그리고.. 당시 그 남학생들이...그냥 물러선게...아무래도 할머니의 카리스마에 눌렸던 게 아닐까..해요

 

 

그 할머니 만나려고 일부러 그 골목길에 2번 간 적 있어요 아빠랑 갔었어요...

혼자서는...용기가 안 나서요

 

그 이후에는 일부러 그 골목 입구에 30분씩 며칠씩 서있고

목요일(그 해 12월 24일이 목요일 이었거든요)에 그 길 지나가시는 건가 싶어서 몇달을 매주 목요일에는 골목 입구에 서 있었는데...거기서도 할머니는 만나지 못했어요

 

우리 외할머니가 아닐까- 라는 말씀 많으신데요...

음...우리 외할머니랑 느낌이.. 달랐어요

우리 외할머니는 오래 아프다가 돌아가셔서.. 많이 마르고... 걷는것도 힘들어하시는데

그 할머니는...더... 건강하신 느낌이었어요

 

사실 저도 그날 집에 와서 계속 우리 외할머니 생각했었어요..

 

 

 

 

 

----여기서 부터 원문

 

 

상황은 2년전 크리스마스 이브 발생

 

난 조교, 원래 성적 공시는 23일 이었는데 어떤 삐리리가 a+과 a를  전부a+로 올리는 참사가 발생했었음

그 후폭풍속에서 수정과 공지로 이브를 보내고  '그래 난 기독교가 아니야, 크리스마스 따위 무슨 소용' 이렇게 위로하며

저녁을 5분이라도 빨리 먹겠다는 일념으로 경보하듯 파바바바박 집으로 날듯이 뛰고 있었음

 

전철역서 우리집 가는 길은 2가지

대로로 가면 가로등도 많고, 사람도 많음

지름길로 가면 가로등은 많아도 길이 좁고 사람 없음,  하지만!! 지름길!!!

 

평소 같으면 지름길과 큰길 중 어디로 갈까 고민 했지만...

그 날은 배고파서 5분 더 걷다가는 쓰러질 거 같았음, 아직 9시 라는것도 괜찮게 생각 됨

지름길 선택

 

원래 지름길이 그냥... 길냥이들 전용구역 같은 뭐...그런 느낌인데

이상하게 고양이가 한마리도 안 보이는거임

 

별 생각없이 걷는데, 코너 돌자 어떤 남자....아마 고등학생 쯤?..... 어려 보이는데 분위기 쌀벌한 남자 4명이서 고양이를 잡아두고 벽돌을 뿌셔서 던지고 있었음, 담배도 피우며, 소주병도 굴러 다니고..

 

나 : 이봐 학생들, 말 못하는 고양이라고 이러면 쓰나

남학생 1,2,3,4 : 아, 우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 이러지 않겠습니다

.......이러면 얼마나 좋았을까만은.... 나는 소심함, 겁도 많음, 용기 없음

 

그냥 이 골목 벗어나서 쟤들 안 보이면 그 때 신고해야지 - 라고 생각만 함

요즘 애들 무섭다는 말 생각나고,  애들이 고양이 재미 없다고 나한테 돌 던질까봐도 겁나고

고양이는 불쌍한데 괜히 끼어들면 나도 불쌍해질거 같고.....

 

그냥 가려고 하는데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서 이걸 어쩌지....하는데 그 몹쓸 학생이 나한테 말을 걸었음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고영이 울음소리 웃기지?' 뭐 이런 내용?

내가 '그게 우는 소리인줄은 아나봐..........요' 라고 답을 했는데  

 

순식간에 둘러싸여버림

 

난 이 나이 먹도록 싸워본 적 없음   말싸움이나 해 봤을까

속으로 며칠 전에 자름 손톱이 너무 아까웠음 내 유일한 무기인데

혼자 상상 시작했음

뛸까?    난 100미터 22초에 뛰는 여자..

소리 지를까?     여긴 사람도 잘 안 다니는 골목길

그냥 주택가인데, 워낙 이런애들이 많아서 어지간하게 소리 질러서는 나와보는 분위기 아님

 

방법이 없었음

 

지갑을 바칠까- 했지만 지갑에 현금도 없음  아마 2~3000원 있었던가......체크카드 한장뿐

애들은 깔딱깔닥 내 가방 찔러보고

 

나는 슬슬 뇌가 녹고 있었음

 

난 내가 진짜 힘이 센 줄 알았음

팔씨름 등 에서 져 본적 없었음

하지만... 그 상대 들이 모두 여자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음

남자는 나보다 강했음  고등학생 같은 아가들이 나보다 ㅡㅡ

가방을 뺏기는데 뭐 어쩔 수가 없음

나는 내 가방을 잡고 있지만....이건 누가 봐도 그냥 아주 순순히 가방바치는 모습

백팩이라 내가 팔짱만 끼고 있어도 안 뺐기는데.... 팔짱을 껴도 그 학생이 나보다 별힘 안 들이고 가방 뺏어서 패대기 침

가방 그거 지난주에 빨았는데 - 생각에 욱했지만...내색할 수 없었음

인정하기 싫으나...난 쫄았었음

 

위급 상황에도 쓰잘떼기 없는거에 마음 쓰는 중에도 분위기는 점점 쌀벌해짐

난 막 뭐라고 뭐라고 말하고....

살려달라고 한 거 같음 ㅡㅡ  어른으로서 그 학생들을  잘 달래서 가정과 학교로 돌려보내지는 못 할 망정...

살려달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내가... 참 거시기 했지만

진짜 무서웠음

 

그런데

 

'우리 강아지 여기서 뭐하나' 소리 들림

 

처음 보는 할머니께서 돌돌이(폐휴지 묶어서 이동하는 ....리어커 보다 훨씬 작은 거)를 끌고 이쪽으로 오고 계셨음

 

'우리 강아지 추운데 집에 안 들어가고 왜 여기 있어' 또 나를 보고 말씀 하셨음

 

우리 할머니 아님

우리 할머니는 그해 여름에 돌아가셨음

 

나는 벙쪄서 (사실 그 이전부터 이미 내 뇌는 활동 안 하고 있었음) 서 있는데 할머니께서 이 쪽으로 걸어오심

그리고 멍하게 있는 내 손을 잡으시고

 

그 남학생들에게 말씀 하시는데 '너희들도 추운데 빨리 집에 가서 밥 먹어라'

 

그렇게 난 그 할머니 손을 잡고 그 골목을 빠져나옴

 

사실 그 학생들도 우리 할머니 아니고, 내가 그 할머니 손녀 아닌 거 알았을거임

내가 처음보는 티를 너무 냈음 ㅡㅡ

 

그런데도 그 학생들은 뭔 말 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지나가게 자리를 피해줬음

뭐 말을 거칠게 하지도 않았고, 할머니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고, 그 남자애들이 그냥 있었음

 

벗어나서 보니

할머리 돌돌이에는 종이 상자 몇장...조금 있었고  정말 평범하게 생기신 할머니 셨음

뭐...원더우먼이 아니라 정말 그냥 할머니

 

골목 벗어나서 거의 넋도 나가서 바들바들 떠는 나를 큰길 까지 바래다 주시고 아무 말씀도 없이 돌돌이를 끌고 가셨음

 

오히려 할머니 만나고 더 기억이 안 남

뭔가...꿈 같기도 하고, 긴장도 풀리고, 분명 처음보는 할머니인데 괜히 우리 할머니 같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큰길까지 내 손을 잡고 오셨는데 그 큰길에서 그냥 가만히 내 손을 놓으시고 앞서서 걸어가셨음

분명 따라가서 연락처 여쭤봐야 했는데.... 돈이 없어서 바로 식사 대접도, 사례도 못 해드리면 연락처 여줘봐서 나중에라도 다시 감사 인사 드려야 하는데

 

더 걷지도 못하겠고 서지도 못하고.... 뭔 좀비 처럼 있다가 집에 왔음

 

그 사건 있은지 다음달이면 2년인데... 동네서 한번도 그 할머니 만난적도 없음

매일 일부러 할머니 지나가면 자세히 보는데.. 만난적 없음

처음에는 길가다 만나면 드리려고 봉투랑 챙겨 다녔는데.... 봉투가 너덜너덜 할 때까지 나갈 때는 가지고 다녔는데.... 찾을 수가 없음

 

그냥... 또 추워지니까 그 일 생각나서.. 여기다가 주절주절 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