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밥먹는데 뒤가 따끔따끔 거리는거 같아서 먹고오니 ㅡ.ㅡ;; 점심시간입니다. 식사맛나게 하시고 즐감하세요~ 웃대 게시판 hero창정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 소설가 -3- 흉가"동생...?""네..제 하나뿐인 여동생이 마을에 잡혀있어요.""잡혀있다...? 먹이로 저장해놓은 건가?""아니요...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곳은 씨족사회를 기반으로 해요. 하지만 모든 문화가 전 근대적인씨족사회를 주류로 이뤄져가는건 아니죠. 아시다시피 동족간의 결혼은 높은 확률로 기형아를 출생하게되요. 그렇기때문에 그들은 마을 밖에서 신붓감을 구하게 되죠..""그렇다면...?""촌장의 14번 째 부인으로 잡혀있습니다..""그렇다면 죽지는 않겠군..?""그렇지도 않아요...왜 저렇게 부인이 많은지 혹시 아시겠어요..?""그야..여자를 많이 거느리고 싶어하는 것은 씨족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먹기 위해서 입니다. 자손을 번식시킨 후에는 자기의 부인을 먹더군요. 그래서 저렇게 많이 필요한거죠..""...남은 부인은..?""12번 째 부인까지 먹혔다고 하더군요.""간격은...""한달.""그렇다면 최소 한달 간의 여유는 있는 거군..""그렇게 믿어야죠.."남자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시선을 먼 산쪽에 두고 있었다. 지은은 그러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후,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남자가 벌떡 일어서서 지은을 바라보았다. 지은은 일종의 성취감이라도 느낀 듯눈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갑시다. 그 마을.""믿어...주시는 건가요..?"지은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 아직은 믿지 않는게 사실. 그러나 내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과 그 위험을 헤쳐나가려면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믿어도 될듯하니까."지은은 약간 실망한 듯한 눈치였지만 남자가 등을 돌리고 차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부리나케 뛰어가기 시작했다."이름이! 이름이 뭐죠?"헐레벌떡 조수석으로 뛰어든 지은이 남자에게 물었다."이 제영."제영과 지은이 타고있는 차는 한 점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음습한 어둠과 습기는 그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주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그들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동이 틀 무렵에서였다. 주위가 워낙 산길이라 험한 것도 있었지만,이 마을은 한 눈에 보기에도 천연의 요새같았다. 들어오는 길은 오직 한 군데였고, 그 길조차 너무 복잡하고험해서 처음 찾아온 사람은 다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뿐더러 찾아오기조차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사방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었고, 그 앞은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어서 천연의 해자를 이루고 있었다."어마어마하네요..""두렵나요..?""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살고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걱정마십시오.""다행이네요.."차를 타고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제영은 지은에게 예의를 차린답시고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고,그런 모습이 재밌어보였는지 지은은 제영을 향해 씽긋 웃어보였다. 그러한 지은을 바라보던 제영의 볼이 살짝 붉어지는 듯 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화제를 전환하는 제영이었다."이제..어떻게 해야하죠?""일단 당신이 왔다는 것을 마을에 알려야해요.""이유는?""일단은 우리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두번째는 활발한 행동을 보장받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은..""마지막은?""당신이 잡아먹히기 전까지의 말미를 얻기 위해.""그것 참 무서운 기간이군요."제영이 지은을 향해 웃어보였다. 지은은 눈웃음으로 화답한 후에 마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마을의 내부는 음습하기 그지 없었다. 건물은 70년대 목조식 건축을 보는 듯했고, 문명은 조선시대에서 그친 듯 보였다. 건물의 나무부분이 습기에 휘어져 삐걱거리는 소리들은 거리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거리 곳곳에 뿌려진 붉은 자국과 은근한 피비린내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가로등은 전기가 나갔는지 연신 깜박거리기바빴고, 해가 뜨는 무렵임에도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은 황량함과어둠이 점령한 듯 보였다."사람이 살긴 하는겁니까..""확인하고 싶다면 살짝 곁눈질로 창문을 확인하세요."제영은 지은의 말대로 고개는 앞을 향한 채 눈을 옆으로 돌려보았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바깥과 마찬가지로 집안 내부역시 어둠으로 뒤덮인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 어둠 속에서 이질적인 또다른어둠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는 공포로 굳어버렸다. 그들은 집 안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 중 몇명은 제영을 사냥할 칼을 갈고 있을지도 모르고, 몇 명은 제영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을지도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오금이 저려오는 제영이었다."웝..뭡니까 저 사람들은...""말했잖아요. 이 마을은 정상적인 마을이 아니라고.""왜 불도 안켜고 있는 겁니까, 저 사람들은..""이 마을은 태양이 미치질 않아요. 하루에 고작 4시간 정도만 햇빛이 비추고 나머지는 어둠 그자체죠.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은 어둠에 익숙해요. 강한 빛을 받으면 오히려 시야가 무뎌질 정도니까.결과적으로 그들은 우리와 밤낮이 달라요.""그..그렇다면 휴게소에서 봤던 그들은 뭡니까?""두 부류에요. 처음부터 보초로 훈련된 마을 사람이거나..."지은은 음산한 눈초리로 제영을 바라보았고, 제영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지은은 그러한 제영의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식인에 맛들린 이방인이거나."웃으면서 말하는 지은이 더욱 무서워지는 제영이었다. "자 도착했네요."지은이 멈춰서자 제영 또한 지은의 옆에 멈춰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1000년도 더 되었을 법한절이 세워져있었는데, 마치 일본의 목조건축물을 보는 듯 했다. 그 높이는 까마득해서 목이 아플정도였으며,썩어서 틈틈이 갈라진 절의 외벽은 마치 칼부림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들어가 볼까요?"지은은 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영이 앞장서서 절의 문을 열려는 그때,지은이 뒤에서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러고 보니, 지금은 마을사람들에겐 야식시간이겠네요."어깨를 으쓱거리는 지은이 한없이 얄미워보이는 제영이었다. 소설가 -4- 혼란건물 외부의 기묘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절의 내부는 음산하기 그지 없었다. 마룻바닥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듯이 삐그덕대기 일쑤였고, 건물을 지탱하는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둥근기둥은 제역할을 다하지 못할것처럼 보였다. 듬성듬성 뚫린 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기괴한 소리를 내기에 바빴고, 바람이 들어오는 탓인지 건물 내부는 기분나쁜 한기로 꽉 차 있었다."지은씨는 안들어오는 겁니까?""먼저 들어가계세요. 저는 할일이 조금 남아있어서요.""무작정 돌아다니셔도 되는 건가요?""미친 척이 제 전문이니까요."지은은 제영을 향해 눈을 찡긋하고는 건물의 왼편으로 사라져갔다. 제영은 그런 지은의 모습을 미심쩍게바라보았지만, 이내 자신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건물의 내부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에 제영은 고개를 있는 힘껏 두리번거리면서 계단을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허허..절에서 이리 소란을 피우시는 분은 뉘시오?"제영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그가 7층에 다다른 후 숨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가뜩이나 모든 체력을 쏟은 탓에 지쳐있던 제영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과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는 사실에두려움을 느끼며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뒤를 돌아보았다.그 곳에는 승복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는데, 기골이 장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제영보다 강해보였다."이..이 마을에 묵을 곳이 있나해서...촌장님을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허허..이런 곳까지 외부인이 들어오다니..나무아미타불..내가 촌장이오만.."제영은 촌장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부인을 여럿 거느리며 식인을 일삼는 촌장이라기엔 자신의 앞에서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강직하고 올곧아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승복과 훤칠한 외모, 커다란 덩치가제영에게 위압감으로 작용한 탓이었겠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그는 전혀 호색한처럼 보이지 않았다."아...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아닙니다. 묵어갈 곳이라고 하셨습니까?""예..긴 시간은 아니고 대략 일주일에서 이주일정도 묵고 갈 생각입니다.""흐음...글쎄요..마을이 워낙 작아서..불편하시지만 않다면 절 뒤에 조그마한 행랑채정도는 내어드릴 수있습니다.""그..그정도면 저야 감사하죠."제영은 촌장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의 표시를 전달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촌장이 자신의 머리통을 깨물어서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제영은 바로 허리를 펴고 촌장을 바라보았다. 제영의 예상과는 달리,촌장은 자신의 옆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유심히 째려보고 있었다. 순간 촌장이 그에게 물었다."일행이 있으십니까?"제영은 당황했지만, 어짜피 그녀를 일주일간 은폐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실대로 말했다."네.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 아, 물론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닙니다. 불경한 짓은 하지 않아요."그는 나름대로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유머를 던졌지만 촌장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혹시 이 마을로 오는 도중에 만난 여자 아닙니까?""그..그건...""혹 미친 여자처럼 행세하지는 않았습니까?""...?!"제영은 당황한 눈으로 촌장을 쳐다보았다. 승복이 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촌장은 그의 표정을 보고는이내 모든 생각을 간파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또...또 그여자인가..."촌장은 다시금 자기 옆으로 나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깊게 혼잣말을 뇌까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제영은촌장에게 되물었다."그..여자라니요? 아니, 그 여자가 미친여자라는 건 어떻게 아셨죠?""흐음...정확히 말하면 '미친 여자인 척'을 하는 것이겠죠."제영의 눈이 충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녀는 제영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았다고 했기에촌장의 발언은 크나큰 파장으로 다가온 것이었다."그..그걸 어떻게..""허허...나무아미타불...이번이 몇번째인지...""몇번..째라뇨?""내가 비록 조그마한 마을의 촌장이자 이 절의 주지이기는 하지만 내 자식같은 마을 사람들을 모른 체 할 정도로불심이 깊지는 못하오. 그렇기에 그 여자에게 내 마을 사람들이 잡혀먹는 꼴을 두고보지는 못했지.."촌장에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은 제영의 뇌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제영은 회전하지 않는 자신의 뇌를깨우려는 듯 촌장에게 크게 소리쳤다."잡혀먹다뇨?! 그녀가 식인이라도 한단 말입니까!"제영이 소리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듯, 촌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에게 말했다."이 마을이 이렇게 작아진 이유가 모두 그녀때문이라면 믿으시겠소?""그..그게 무슨..""난 원래 이 마을에서 태어나자마자 절로 들어가 귀의한 사람이외다. 하지만 내 불도가 약한 탓인지 항상마을에 남아있는 내 가족들을 그리워했지..그러다가 결국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지만...."촌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모두 죽었소. 까마귀는 까악까악 울어대고 구더기는 마을을 기어다니고 파리들은 그득한 시체에 둘러쌓여그들만의 만찬을 즐기고 있었소. 만찬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비단 파리들 뿐만이 아니더군..."촌장은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지는 것을 지켜보던 제영은혼란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였소. 그 여자가 그 시체의 한 가운데에서 손을 헤집으며 고기를 파먹고 있더군..""말..말도 안돼...""사실이오. 이 마을이 그나마 일어설 수 있던 것은 그녀에 대한 공포심이 단결력을 높였기 때문이고,내가 주지이자 촌장으로서 그녀로부터 이 마을 사람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오.""거..거짓말...""우리 마을의 낮과 밤이 바뀐 이유도 그녀 때문이지..이 시간대는 그녀가 마을을 활보할 시간이니까..혹시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당신을 이 곳으로 혼자 보내지는 않으셨소?"촌장은 제영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제영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그..그랬습니다 확실히...하..하지만...""...그녀가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했나보군...""뭐,뭐라고 하셨습니까?""혹, 동생이 나에게 잡혀있다고 하지는 않았소?""그..그걸 어떻게..?""그녀가 이방인을 이 마을로 데려온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소..그녀의 동생은 나에게 없소.이미 그녀의 뱃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겠구만.."제영은 충격에 휩쌓였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흔들리는 다리를 겨우지탱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이..이만 물러가겠습니다..행랑채는 일단 저 혼자 쓰는 걸로 해두지요..""좋을 대로 하시오. 나무아미타불..."뒤돌아서는 제영을 바라보는 촌장의 눈빛이 일순간 빨갛게 변하였지만 자신의 앞조차 보지 못하고 비틀대는제영이 그것을 알아챘을리 만무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제영의 등 뒤로 촌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절대 그녀를 믿지 마시오."흔들리는 다리만큼이나 세상이 흔들려보이는 제영이었다. 273
너구리가 퍼온이야기 [소설가 3~4]
아.... 밥먹는데 뒤가 따끔따끔 거리는거 같아서 먹고오니 ㅡ.ㅡ;;
점심시간입니다.
식사맛나게 하시고 즐감하세요~
웃대 게시판 hero창정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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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3- 흉가"동생...?"
"네..제 하나뿐인 여동생이 마을에 잡혀있어요."
"잡혀있다...? 먹이로 저장해놓은 건가?"
"아니요...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곳은 씨족사회를 기반으로 해요. 하지만 모든 문화가 전 근대적인
씨족사회를 주류로 이뤄져가는건 아니죠. 아시다시피 동족간의 결혼은 높은 확률로 기형아를 출생하게
되요. 그렇기때문에 그들은 마을 밖에서 신붓감을 구하게 되죠.."
"그렇다면...?"
"촌장의 14번 째 부인으로 잡혀있습니다.."
"그렇다면 죽지는 않겠군..?"
"그렇지도 않아요...왜 저렇게 부인이 많은지 혹시 아시겠어요..?"
"그야..여자를 많이 거느리고 싶어하는 것은 씨족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먹기 위해서 입니다. 자손을 번식시킨 후에는 자기의 부인을 먹더군요. 그래서 저렇게 많이 필요한거죠.."
"...남은 부인은..?"
"12번 째 부인까지 먹혔다고 하더군요."
"간격은..."
"한달."
"그렇다면 최소 한달 간의 여유는 있는 거군.."
"그렇게 믿어야죠.."
남자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시선을 먼 산쪽에 두고 있었다. 지은은 그러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남자가 벌떡 일어서서 지은을 바라보았다. 지은은 일종의 성취감이라도 느낀 듯
눈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갑시다. 그 마을."
"믿어...주시는 건가요..?"
지은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아직은 믿지 않는게 사실. 그러나 내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과 그 위험을 헤쳐나가려면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믿어도 될듯하니까."
지은은 약간 실망한 듯한 눈치였지만 남자가 등을 돌리고 차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부리나케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름이! 이름이 뭐죠?"
헐레벌떡 조수석으로 뛰어든 지은이 남자에게 물었다.
"이 제영."
제영과 지은이 타고있는 차는 한 점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음습한 어둠과 습기는 그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주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
그들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동이 틀 무렵에서였다. 주위가 워낙 산길이라 험한 것도 있었지만,
이 마을은 한 눈에 보기에도 천연의 요새같았다. 들어오는 길은 오직 한 군데였고, 그 길조차 너무 복잡하고
험해서 처음 찾아온 사람은 다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뿐더러 찾아오기조차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사방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었고, 그 앞은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어서 천연의 해자를 이루고 있었다.
"어마어마하네요.."
"두렵나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살고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걱정마십시오."
"다행이네요.."
차를 타고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제영은 지은에게 예의를 차린답시고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이 재밌어보였는지 지은은 제영을 향해 씽긋 웃어보였다. 그러한 지은을 바라보던 제영의 볼이
살짝 붉어지는 듯 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화제를 전환하는 제영이었다.
"이제..어떻게 해야하죠?"
"일단 당신이 왔다는 것을 마을에 알려야해요."
"이유는?"
"일단은 우리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두번째는 활발한 행동을 보장받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은.."
"마지막은?"
"당신이 잡아먹히기 전까지의 말미를 얻기 위해."
"그것 참 무서운 기간이군요."
제영이 지은을 향해 웃어보였다. 지은은 눈웃음으로 화답한 후에 마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
마을의 내부는 음습하기 그지 없었다. 건물은 70년대 목조식 건축을 보는 듯했고, 문명은 조선시대에서
그친 듯 보였다. 건물의 나무부분이 습기에 휘어져 삐걱거리는 소리들은 거리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거리 곳곳에 뿌려진 붉은 자국과 은근한 피비린내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가로등은 전기가 나갔는지 연신 깜박거리기바빴고, 해가 뜨는 무렵임에도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은 황량함과
어둠이 점령한 듯 보였다.
"사람이 살긴 하는겁니까.."
"확인하고 싶다면 살짝 곁눈질로 창문을 확인하세요."
제영은 지은의 말대로 고개는 앞을 향한 채 눈을 옆으로 돌려보았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바깥과 마찬가지로 집안 내부역시 어둠으로 뒤덮인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 어둠 속에서 이질적인 또다른
어둠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는 공포로 굳어버렸다. 그들은 집 안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명은 제영을 사냥할 칼을 갈고 있을지도 모르고, 몇 명은 제영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오금이 저려오는 제영이었다.
"웝..뭡니까 저 사람들은..."
"말했잖아요. 이 마을은 정상적인 마을이 아니라고."
"왜 불도 안켜고 있는 겁니까, 저 사람들은.."
"이 마을은 태양이 미치질 않아요. 하루에 고작 4시간 정도만 햇빛이 비추고 나머지는 어둠 그자체죠.
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은 어둠에 익숙해요. 강한 빛을 받으면 오히려 시야가 무뎌질 정도니까.
결과적으로 그들은 우리와 밤낮이 달라요."
"그..그렇다면 휴게소에서 봤던 그들은 뭡니까?"
"두 부류에요. 처음부터 보초로 훈련된 마을 사람이거나..."
지은은 음산한 눈초리로 제영을 바라보았고, 제영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지은은 그러한 제영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식인에 맛들린 이방인이거나."
웃으면서 말하는 지은이 더욱 무서워지는 제영이었다.
"자 도착했네요."
지은이 멈춰서자 제영 또한 지은의 옆에 멈춰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1000년도 더 되었을 법한
절이 세워져있었는데, 마치 일본의 목조건축물을 보는 듯 했다. 그 높이는 까마득해서 목이 아플정도였으며,
썩어서 틈틈이 갈라진 절의 외벽은 마치 칼부림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들어가 볼까요?"
지은은 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영이 앞장서서 절의 문을 열려는 그때,
지은이 뒤에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마을사람들에겐 야식시간이겠네요."
어깨를 으쓱거리는 지은이 한없이 얄미워보이는 제영이었다.
소설가 -4- 혼란
건물 외부의 기묘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절의 내부는 음산하기 그지 없었다. 마룻바닥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이 삐그덕대기 일쑤였고, 건물을 지탱하는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둥근기둥은 제역할을 다하지 못할것
처럼 보였다. 듬성듬성 뚫린 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기괴한 소리를 내기에 바
빴고, 바람이 들어오는 탓인지 건물 내부는 기분나쁜 한기로 꽉 차 있었다.
"지은씨는 안들어오는 겁니까?"
"먼저 들어가계세요. 저는 할일이 조금 남아있어서요."
"무작정 돌아다니셔도 되는 건가요?"
"미친 척이 제 전문이니까요."
지은은 제영을 향해 눈을 찡긋하고는 건물의 왼편으로 사라져갔다. 제영은 그런 지은의 모습을 미심쩍게
바라보았지만, 이내 자신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건물의 내부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에 제영은 고개를 있는 힘껏 두리번거리면서 계단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
"허허..절에서 이리 소란을 피우시는 분은 뉘시오?"
제영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그가 7층에 다다른 후 숨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가뜩이나 모든 체력을 쏟은 탓에 지쳐있던 제영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과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며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승복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는데, 기골이 장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제영보다 강해보였다.
"이..이 마을에 묵을 곳이 있나해서...촌장님을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허허..이런 곳까지 외부인이 들어오다니..나무아미타불..내가 촌장이오만.."
제영은 촌장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부인을 여럿 거느리며 식인을 일삼는 촌장이라기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강직하고 올곧아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승복과 훤칠한 외모, 커다란 덩치가
제영에게 위압감으로 작용한 탓이었겠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그는 전혀 호색한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묵어갈 곳이라고 하셨습니까?"
"예..긴 시간은 아니고 대략 일주일에서 이주일정도 묵고 갈 생각입니다."
"흐음...글쎄요..마을이 워낙 작아서..불편하시지만 않다면 절 뒤에 조그마한 행랑채정도는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그정도면 저야 감사하죠."
제영은 촌장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의 표시를 전달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촌장이 자신의 머리통을 깨물어서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제영은 바로 허리를 펴고 촌장을 바라보았다. 제영의 예상과는 달리,
촌장은 자신의 옆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유심히 째려보고 있었다. 순간 촌장이 그에게 물었다.
"일행이 있으십니까?"
제영은 당황했지만, 어짜피 그녀를 일주일간 은폐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실대로 말했다.
"네.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 아, 물론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닙니다. 불경한 짓은 하지 않아요."
그는 나름대로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유머를 던졌지만 촌장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혹시 이 마을로 오는 도중에 만난 여자 아닙니까?"
"그..그건..."
"혹 미친 여자처럼 행세하지는 않았습니까?"
"...?!"
제영은 당황한 눈으로 촌장을 쳐다보았다. 승복이 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촌장은 그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모든 생각을 간파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또...또 그여자인가..."
촌장은 다시금 자기 옆으로 나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깊게 혼잣말을 뇌까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제영은
촌장에게 되물었다.
"그..여자라니요? 아니, 그 여자가 미친여자라는 건 어떻게 아셨죠?"
"흐음...정확히 말하면 '미친 여자인 척'을 하는 것이겠죠."
제영의 눈이 충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녀는 제영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았다고 했기에
촌장의 발언은 크나큰 파장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그걸 어떻게.."
"허허...나무아미타불...이번이 몇번째인지..."
"몇번..째라뇨?"
"내가 비록 조그마한 마을의 촌장이자 이 절의 주지이기는 하지만 내 자식같은 마을 사람들을 모른 체 할 정도로
불심이 깊지는 못하오. 그렇기에 그 여자에게 내 마을 사람들이 잡혀먹는 꼴을 두고보지는 못했지.."
촌장에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은 제영의 뇌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제영은 회전하지 않는 자신의 뇌를
깨우려는 듯 촌장에게 크게 소리쳤다.
"잡혀먹다뇨?! 그녀가 식인이라도 한단 말입니까!"
제영이 소리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듯, 촌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에게 말했다.
"이 마을이 이렇게 작아진 이유가 모두 그녀때문이라면 믿으시겠소?"
"그..그게 무슨.."
"난 원래 이 마을에서 태어나자마자 절로 들어가 귀의한 사람이외다. 하지만 내 불도가 약한 탓인지 항상
마을에 남아있는 내 가족들을 그리워했지..그러다가 결국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촌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죽었소. 까마귀는 까악까악 울어대고 구더기는 마을을 기어다니고 파리들은 그득한 시체에 둘러쌓여
그들만의 만찬을 즐기고 있었소. 만찬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비단 파리들 뿐만이 아니더군..."
촌장은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지는 것을 지켜보던 제영은
혼란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였소. 그 여자가 그 시체의 한 가운데에서 손을 헤집으며 고기를 파먹고 있더군.."
"말..말도 안돼..."
"사실이오. 이 마을이 그나마 일어설 수 있던 것은 그녀에 대한 공포심이 단결력을 높였기 때문이고,
내가 주지이자 촌장으로서 그녀로부터 이 마을 사람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오."
"거..거짓말..."
"우리 마을의 낮과 밤이 바뀐 이유도 그녀 때문이지..이 시간대는 그녀가 마을을 활보할 시간이니까..
혹시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당신을 이 곳으로 혼자 보내지는 않으셨소?"
촌장은 제영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제영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그랬습니다 확실히...하..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했나보군..."
"뭐,뭐라고 하셨습니까?"
"혹, 동생이 나에게 잡혀있다고 하지는 않았소?"
"그..그걸 어떻게..?"
"그녀가 이방인을 이 마을로 데려온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소..그녀의 동생은 나에게 없소.
이미 그녀의 뱃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겠구만.."
제영은 충격에 휩쌓였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흔들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이만 물러가겠습니다..행랑채는 일단 저 혼자 쓰는 걸로 해두지요.."
"좋을 대로 하시오. 나무아미타불..."
뒤돌아서는 제영을 바라보는 촌장의 눈빛이 일순간 빨갛게 변하였지만 자신의 앞조차 보지 못하고 비틀대는
제영이 그것을 알아챘을리 만무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제영의 등 뒤로 촌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절대 그녀를 믿지 마시오."
흔들리는 다리만큼이나 세상이 흔들려보이는 제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