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는 끝났지만 땡볕 아래 놓인 태릉선수촌 빙상장의 지붕에선 뜨거운 빗물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안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이 모여 바깥세상을 향해 퍼붓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난 20일 컬링 여자대표팀을 만나기 위해 찾은 태릉선수촌 빙상장의 주변은 우산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요. 빙상장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그게 홀대받는 선수들의 피와 땀이 섞인 눈물인 줄은.
아시겠지만 태릉 빙상장은 기쁨과 환희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김연아 선수와 동계올림픽 전통 ‘금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의 영광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토록 빛나 보이는 그곳 빙상장의 한쪽 구석에는 영광의 크기만큼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작은 얼음세상에서도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존재했고 두 동네의 빛과 어둠의 차이는 극명했습니다.
오늘은 평창동계올림픽 유망주 특집 2번째 시간으로 태릉 실내빙상장 아래층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을 만나보겠습니다.
사실 유망주라 하면 희망적인 메시지부터 전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당찬’ 선수 인터뷰부터 소개하고자 했는데요. 막판에 와서 글 구성을 뒤집고 말았습니다. 막연한 희망보단 그들이 처한 상황과 실태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희망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동계스포츠 중 다른 어떤 비인기종목 보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바로 컬링이라고 합니다. 그 점만 봐도 충분히 희망적인데요. 대한민국 컬링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최민석(33.남) 여자 대표팀 감독을 먼저 소개합니다.
최민석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
여자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최민석 감독은 현역 선수이기도 합니다. 현재 경기도를 대표하는 남자 일반팀의 소속 선수로 활동하면서 대표팀 감독까지 겸하고 있는 건데요.
남자 팀 선수 구성원을 보면 모두 각 학교의 코치이거나 체육교사로 일하면서 대회가 있을 때만 함께 모여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다고 합니다. 물론 정식소속팀이 없으니 아무런 혜택이나 보수가 없는 상황이죠.
그래도 여자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타이틀 하나 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놀랍게도 그는 대표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지원받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경기도체육회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무보수 봉사 형태인 것이죠.
※ 컬링은 팀별로 국가대표 선발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다른 종목처럼 잘하는 선수들만 선발해 따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매년 4월 열리는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는 팀이 그대로 대표팀을 맡게 되는 방식인 건데요. 올해 선발전에서 남자대표팀은 경북체육회, 여자대표팀은 경기도체육회가 선발됐습니다.
“우리는 경기도 대표로 평창에 출전하고 싶다” 강원도의 스카우트 대상 1호, 선수들의 간절한 바람
태릉 빙상장 1층 구석에서 마주한 최민석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컬링계의 현실을 한풀이 하듯 쏟아냈습니다. 자신조차 변변치 못한 상황이지만 여자 대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은 경기도 선수들이 2년 연속 잡고 있어요. 하지만 선수들은 정식 직장운동경기부가 아니라 그냥 우수선수에요. 쉽게 말해 실업팀이 아니라는 거죠. 우수선수라면 전국동계체전을 뛴다는 조건뿐 다른 대우나 혜택은 전혀 없습니다.”
경기도 대표이긴 하지만 정식 소속팀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대회 출전을 하게 되면 인센티브나 훈련비 등이 전혀 책정돼 있지 않다고 하는데요. 급여를 받긴 하지만 타 지자체에 비하면 1.5배 덜 받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강원도에서 곧 여자 컬링팀을 만들 예정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강원도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가 경기도 선수들이고, 직장운동경기부가 창단되지 않는다면 선수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최 감독은 “선수들을 보내고 난 뒤에 실업팀을 만들어 주면 컬링종목 특성상 선수들을 새로 키워야 하기에 의미가 없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은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줄줄 새는 천장과 울퉁불퉁 빙판, 그리고 희미한 표적 열악한 태릉 컬링장의 현 주소…컬링전용구장 절실
최민석 감독은 이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컬링 전용 경기장은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에 위치한 컬링센터 단 2곳 뿐인데요. 의성 경기장의 경우 남자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외에 타 시˙도 팀에게는 개방하지 않아 다른 도시의 팀들은 태릉선수촌에서 대관 전쟁을 치러가며 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남자대표팀인 경북체육회 팀은 홈 경기장이 있는 반면 경기도가 홈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둥지가 없는 것이죠. 때문에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남자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자유로운 훈련이 어려운 형편인데요. 더욱 문제인 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태릉 경기장조차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 하다는 겁니다.
“경기장이 처음에 잘못 지어져서 천장에서 물방울이 계속 떨어져요. 그러다 보니 빙판 위에 얼음이 생겨 울퉁불퉁해 지는데, 이렇게 되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죠. 선수들 보면 훈련하다 말고 바닥을 칼로 깎고 있어요.”
실제 빙판 위에 서보니 줄기차게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는데요. 물방울이 떨어지는 즉시 바닥에서 얼어버리는 바람에 빙판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얼음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빙판 아래 그려진 표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데다가 조명 또한 군데군데 나간 상황이더군요. 선수들도 어쩔 땐 훈련하다 맥이 빠져 하기 싫을 정도라고 하네요.
최 감독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 컬링장이 지어질 거고, 인천에서도 컬링장 건립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경기도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 평창에서 경기도 선수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경험에 비례하는 컬링, 스물다섯도 유망주일 수 있는 이유 “금메달 따야죠!” 여자대표팀 에이스 김지선의 당찬 포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맞아 경기도를 대표하는 동계스포츠 유망주를 인터뷰 하고자 합니다.”라고 분명 말했는데, 인터뷰 대상자의 나이가 스물다섯?! 7년 뒤면 선수 나이로 노장인 서른둘이나 되기에 뭔가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최민석 감독의 말을 듣자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작년 벤쿠버 동계올림픽만 봐도 메달리스트의 나이가 마흔 다섯이었어요. 컬링은 힘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오래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경험에서 나오는 구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7년 뒤 올림픽은 지금 대표 선수들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량이 느는 스포츠라는 건데요. 또 하나! 컬링은 손이 섬세하고 머리싸움에 능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리한 종목으로 육성만 잘하면 충분히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까운 중국만 봐도 3~4년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끝에 지난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우리 대표팀이 지난해 열린 아시아 태평양 선수권 대회에서 그 중국팀을 이겼다고 하는군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도 컬링 종목에 충분히 희망이 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컬링의 희망이자 여자대표팀 중심에 서 있는 선수를 소개합니다.
“평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어요. 유치되면 앞으로 시설이나 훈련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정말 간절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평창에서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죠.”
경기도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김지선(25) 선수입니다.
의정부여중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김 선수는 지인의 추천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컬링에 입문했다는데요. 막상 해보니 컬링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됐다는군요.
최민석 감독은 김 선수에 대해 “집중력과 근성이 몸에 배어 있고 지적을 하면 바로 습득해서 고칠 줄 아는 선수”라고 평했는데요. 현재 대표팀에서 배로 치면 선장과도 같은 위치를 맡고 있다고 했습니다.
컬링 여자대표팀의 에이스 김지선 선수와 최민석 감독.
제니퍼 존스. 그녀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캐나다의 컬링 선수라고 합니다. 경기 집중력과 자세를 닮고 싶다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아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피겨가 인기 종목이 아니었는데 김연아 선수 혼자 일궈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컬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컬링 종목에서 획을 그은 선수는 없으니 제가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한국 컬링의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겠다는 김지선 선수. 평창에서의 목표는 어떨까요?
“커리어를 쌓고 준비해서 평창 올림픽 때는 꼭 금메달 따야죠.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인데 당연히 금메달 따야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감동이 두 배가 될 것 같아요.”
현재 대한민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는 이현정(34), 김지선(25), 이슬비(24), 김은지(23)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7년 뒤 이들의 나이는 30대 초반에서 40대까지 접어들게 돼 컬링 선수로는 최고 절정의 기량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경기장에서의 훈련을 위해 다음주 화요일인 25일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빠른 시일 내에 컬링 여자대표팀에게 서광이 비춰지길 저 또한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매번 부탁드리지만 여러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왼쪽부터 이현정,김지선,이슬비,김은지]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된 컬링은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표적(하우스)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다.
경기 방식은 두 팀이 10엔드(10회전)에 걸쳐 각 엔드에 한 선수당 2개씩 총 16개 스톤을 번갈아 상대팀 하우스를 향해 던지게 되며, 스톤이 하우스 안에 들어가면 득점이 인정된다. 이때 상대 팀보다 하우스 중앙(티)에 근접한 스톤마다 1점을 얻는다.
경기를 보면 한 선수(투구자)가 스톤을 던지고, 그 스톤이 20~30m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다른 2명의 선수가 스톤이 지나가는 길을 브룸이라고 하는 빗자루 모양의 솔을 이용해 닦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목표 지점에 최대한 가깝게 멈추기 위한 행동인데, 이를 스위핑이라 하고 2명의 선수를 스위퍼라고 부른다.
또한 팀의 주장은 투구자의 맞은편에서 스톤의 위치를 지정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전략을 세우게 되는데, 이 선수를 스킵이라고 한다.
컬링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에는 대회가 열리기 전 3시즌 동안 세계컬링선수권대회의 성적을 합산해 개최국을 제외한 상위 9개 팀을 결정해 총 10개 팀이 참가한다.
현재 세계 컬링의 구도는 남자부에서 캐나다가 ‘한국의 양궁’이라 불릴 정도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여자는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된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된 이래 동계아시안게임 남녀 금메달을 휩쓰는 등 국제대회 성적이 점차 향상되는 추세다.
컬링여자 국가대표의 실정.
보다시피 제목과 같습니다.
귀찮으시더라도 꼭 한번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나긴 장마는 끝났지만 땡볕 아래 놓인 태릉선수촌 빙상장의 지붕에선 뜨거운 빗물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안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이 모여 바깥세상을 향해 퍼붓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난 20일 컬링 여자대표팀을 만나기 위해 찾은 태릉선수촌 빙상장의 주변은 우산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요. 빙상장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그게 홀대받는 선수들의 피와 땀이 섞인 눈물인 줄은.
아시겠지만 태릉 빙상장은 기쁨과 환희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김연아 선수와 동계올림픽 전통 ‘금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의 영광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토록 빛나 보이는 그곳 빙상장의 한쪽 구석에는 영광의 크기만큼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작은 얼음세상에서도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존재했고 두 동네의 빛과 어둠의 차이는 극명했습니다.
오늘은 평창동계올림픽 유망주 특집 2번째 시간으로 태릉 실내빙상장 아래층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을 만나보겠습니다.
사실 유망주라 하면 희망적인 메시지부터 전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당찬’ 선수 인터뷰부터 소개하고자 했는데요. 막판에 와서 글 구성을 뒤집고 말았습니다. 막연한 희망보단 그들이 처한 상황과 실태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희망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동계스포츠 중 다른 어떤 비인기종목 보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바로 컬링이라고 합니다. 그 점만 봐도 충분히 희망적인데요. 대한민국 컬링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최민석(33.남) 여자 대표팀 감독을 먼저 소개합니다.
최민석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
여자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최민석 감독은 현역 선수이기도 합니다. 현재 경기도를 대표하는 남자 일반팀의 소속 선수로 활동하면서 대표팀 감독까지 겸하고 있는 건데요.
남자 팀 선수 구성원을 보면 모두 각 학교의 코치이거나 체육교사로 일하면서 대회가 있을 때만 함께 모여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다고 합니다. 물론 정식소속팀이 없으니 아무런 혜택이나 보수가 없는 상황이죠.
그래도 여자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타이틀 하나 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놀랍게도 그는 대표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지원받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경기도체육회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무보수 봉사 형태인 것이죠.
※ 컬링은 팀별로 국가대표 선발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다른 종목처럼 잘하는 선수들만 선발해 따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매년 4월 열리는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는 팀이 그대로 대표팀을 맡게 되는 방식인 건데요. 올해 선발전에서 남자대표팀은 경북체육회, 여자대표팀은 경기도체육회가 선발됐습니다.
“우리는 경기도 대표로 평창에 출전하고 싶다”
강원도의 스카우트 대상 1호, 선수들의 간절한 바람
태릉 빙상장 1층 구석에서 마주한 최민석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컬링계의 현실을 한풀이 하듯 쏟아냈습니다. 자신조차 변변치 못한 상황이지만 여자 대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은 경기도 선수들이 2년 연속 잡고 있어요. 하지만 선수들은 정식 직장운동경기부가 아니라 그냥 우수선수에요. 쉽게 말해 실업팀이 아니라는 거죠. 우수선수라면 전국동계체전을 뛴다는 조건뿐 다른 대우나 혜택은 전혀 없습니다.”
경기도 대표이긴 하지만 정식 소속팀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대회 출전을 하게 되면 인센티브나 훈련비 등이 전혀 책정돼 있지 않다고 하는데요. 급여를 받긴 하지만 타 지자체에 비하면 1.5배 덜 받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강원도에서 곧 여자 컬링팀을 만들 예정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강원도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가 경기도 선수들이고, 직장운동경기부가 창단되지 않는다면 선수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최 감독은 “선수들을 보내고 난 뒤에 실업팀을 만들어 주면 컬링종목 특성상 선수들을 새로 키워야 하기에 의미가 없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은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줄줄 새는 천장과 울퉁불퉁 빙판, 그리고 희미한 표적
열악한 태릉 컬링장의 현 주소…컬링전용구장 절실
최민석 감독은 이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컬링 전용 경기장은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에 위치한 컬링센터 단 2곳 뿐인데요. 의성 경기장의 경우 남자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외에 타 시˙도 팀에게는 개방하지 않아 다른 도시의 팀들은 태릉선수촌에서 대관 전쟁을 치러가며 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남자대표팀인 경북체육회 팀은 홈 경기장이 있는 반면 경기도가 홈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둥지가 없는 것이죠. 때문에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남자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자유로운 훈련이 어려운 형편인데요. 더욱 문제인 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태릉 경기장조차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 하다는 겁니다.
“경기장이 처음에 잘못 지어져서 천장에서 물방울이 계속 떨어져요. 그러다 보니 빙판 위에 얼음이 생겨 울퉁불퉁해 지는데, 이렇게 되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죠. 선수들 보면 훈련하다 말고 바닥을 칼로 깎고 있어요.”
실제 빙판 위에 서보니 줄기차게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는데요. 물방울이 떨어지는 즉시 바닥에서 얼어버리는 바람에 빙판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얼음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빙판 아래 그려진 표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데다가 조명 또한 군데군데 나간 상황이더군요. 선수들도 어쩔 땐 훈련하다 맥이 빠져 하기 싫을 정도라고 하네요.
최 감독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 컬링장이 지어질 거고, 인천에서도 컬링장 건립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경기도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 평창에서 경기도 선수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경험에 비례하는 컬링, 스물다섯도 유망주일 수 있는 이유
“금메달 따야죠!” 여자대표팀 에이스 김지선의 당찬 포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맞아 경기도를 대표하는 동계스포츠 유망주를 인터뷰 하고자 합니다.”라고 분명 말했는데, 인터뷰 대상자의 나이가 스물다섯?! 7년 뒤면 선수 나이로 노장인 서른둘이나 되기에 뭔가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최민석 감독의 말을 듣자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작년 벤쿠버 동계올림픽만 봐도 메달리스트의 나이가 마흔 다섯이었어요. 컬링은 힘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오래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경험에서 나오는 구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7년 뒤 올림픽은 지금 대표 선수들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량이 느는 스포츠라는 건데요. 또 하나! 컬링은 손이 섬세하고 머리싸움에 능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리한 종목으로 육성만 잘하면 충분히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까운 중국만 봐도 3~4년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끝에 지난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우리 대표팀이 지난해 열린 아시아 태평양 선수권 대회에서 그 중국팀을 이겼다고 하는군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도 컬링 종목에 충분히 희망이 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컬링의 희망이자 여자대표팀 중심에 서 있는 선수를 소개합니다.
“평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어요. 유치되면 앞으로 시설이나 훈련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정말 간절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평창에서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죠.”
경기도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김지선(25) 선수입니다.
의정부여중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김 선수는 지인의 추천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컬링에 입문했다는데요. 막상 해보니 컬링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됐다는군요.
최민석 감독은 김 선수에 대해 “집중력과 근성이 몸에 배어 있고 지적을 하면 바로 습득해서 고칠 줄 아는 선수”라고 평했는데요. 현재 대표팀에서 배로 치면 선장과도 같은 위치를 맡고 있다고 했습니다.
컬링 여자대표팀의 에이스 김지선 선수와 최민석 감독.
제니퍼 존스. 그녀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캐나다의 컬링 선수라고 합니다. 경기 집중력과 자세를 닮고 싶다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아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피겨가 인기 종목이 아니었는데 김연아 선수 혼자 일궈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컬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컬링 종목에서 획을 그은 선수는 없으니 제가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한국 컬링의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겠다는 김지선 선수. 평창에서의 목표는 어떨까요?
“커리어를 쌓고 준비해서 평창 올림픽 때는 꼭 금메달 따야죠.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인데 당연히 금메달 따야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감동이 두 배가 될 것 같아요.”
현재 대한민국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는 이현정(34), 김지선(25), 이슬비(24), 김은지(23)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7년 뒤 이들의 나이는 30대 초반에서 40대까지 접어들게 돼 컬링 선수로는 최고 절정의 기량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경기장에서의 훈련을 위해 다음주 화요일인 25일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빠른 시일 내에 컬링 여자대표팀에게 서광이 비춰지길 저 또한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매번 부탁드리지만 여러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왼쪽부터 이현정,김지선,이슬비,김은지]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된 컬링은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표적(하우스)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다.
경기 방식은 두 팀이 10엔드(10회전)에 걸쳐 각 엔드에 한 선수당 2개씩 총 16개 스톤을 번갈아 상대팀 하우스를 향해 던지게 되며, 스톤이 하우스 안에 들어가면 득점이 인정된다. 이때 상대 팀보다 하우스 중앙(티)에 근접한 스톤마다 1점을 얻는다.
경기를 보면 한 선수(투구자)가 스톤을 던지고, 그 스톤이 20~30m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다른 2명의 선수가 스톤이 지나가는 길을 브룸이라고 하는 빗자루 모양의 솔을 이용해 닦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목표 지점에 최대한 가깝게 멈추기 위한 행동인데, 이를 스위핑이라 하고 2명의 선수를 스위퍼라고 부른다.
또한 팀의 주장은 투구자의 맞은편에서 스톤의 위치를 지정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전략을 세우게 되는데, 이 선수를 스킵이라고 한다.
컬링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에는 대회가 열리기 전 3시즌 동안 세계컬링선수권대회의 성적을 합산해 개최국을 제외한 상위 9개 팀을 결정해 총 10개 팀이 참가한다.
현재 세계 컬링의 구도는 남자부에서 캐나다가 ‘한국의 양궁’이라 불릴 정도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여자는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된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된 이래 동계아시안게임 남녀 금메달을 휩쓰는 등 국제대회 성적이 점차 향상되는 추세다.
글·사진 박재영 기자
출처:http://ggholic.tystory.com/m/351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