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예고 사진과 학생들에게 올리는 글

보충선생2011.11.25
조회14,373

고민 끝에 몇 자 적습니다. 글이 깁니다만 정독부탁드립니다.

 

우선 사진과 학생들만 지목했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사진과 학생들과 함께 하는 다른 과 학생들이 있다면 그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글입니다.

 

닉넴 보시면 대충 감 잡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잠시 여러분들과 인연이 있을 때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란 꿈을 꾸고 23년만에 처음으로 보충수업 강사의 자격으로 공교육 현장에 설 수 있었던 곳이 안양예고입니다.

 

그래서 안양예고는 저 나름대로는 애착이 가는 공간입니다. 우리말에 장소와 공간이 있습니다. 장소는 물리적으로만 존재하는 곳이지만 공간이라 했을 때에는 인식주체 나름의 의미가 부여되는 곳을 말합니다. 독도가 우리에게는 역사적 공간이라면 아프리카인들에게는 그저 섬이라는 장소일 뿐입니다.

 

여하튼 저에게 있어서 안양예고가 공간이기에 여러분들에게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공간일 것입니다. 소중함이라는 가치에 있어서 어찌 제가 여러분들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더욱 글을 남기는 것입니다.

 

현재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제 의견을 밝히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그 사실관계를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도, 할 자격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에게 안양예고라는 공간이 아름다운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

 

기존의 게시물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한가지 걱정이 슬그머니 듭니다. 조금은 우려되는 부분이 보입니다. 

 

어떤 일을 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입니다. 명분이 정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명분의 정당함은 그것을 행하는 자신들이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분의 정당성은 평가받는 것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지금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 만큼의 정의로운 행위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한에서 행동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여러분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행동방식의 측면에 한해서는 여러모로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여러분들은 훌륭한 모범이며 교과서라 단언합니다. 민주시민의 표본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다시말하지만 여러분들의 분노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제가 행동방식에 대해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곧 공감대 형성의 완성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을 제지할 자격도 없습니다.)

 

 단지 여러분들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겠지만 선생님이 대학시절을 기억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과격해지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는 양상으로 변질되는 수가 많습니다. (다행히 저는 키가 작아 키 큰 선배가 저를 대신해서 전경들에게 많이 맞았습니다. 저는 전경들 눈에 안띄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때는 명분 자체가 우리나라 '온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만큼 과격한 행위마저 때로는 어느 정도의 인정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현재 문제는 학교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은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의로운 방식으로 행해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여러분들만은 정당한 행위로 일관해야 합니다. 어떤 허위가 있어서도 안된답니다. 여러분들의 명분이 더 큰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참고 참으며 행해야 합니다. 물론 여러분들 외 다른 사람들과, 학교 밖의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일례로 몇몇 개념없는 댓글(원래 돈받는 학교 아니냐, 그럴 시간에 실습이나 더 해라, 니들이 뭘 안다고 나서느냐 등등의......)에 대해 감정적인 발언으로 대응한다든지, 사건의 발단이 된 학과의 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방식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꼬투리가 잡히게 됩니다. 

 

또한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함께 동참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동참하는 인원이 적다면 그것은 그 나머지 사람들이 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공감대 형성이 덜 됐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이런 저런 현실적 이유로 동참을 못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더 문제는 이런 별것 아닌 사소한 문제들이 시나브로 커지고 번져 과격해지고 변질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여러분들이 정당하다는 믿음이 있더라도 명분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런 말 들으면 감정이 상하겠지요...... 하지만 미움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이랍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무관심이라는 극단의 처방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압니다. 여러분들이 진정 정당하다면.......

 

저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정한 딸깍발이라 믿습니다. '얼어죽어도 겻불은 쬐지 않는다는 꼬장꼬장한 자존심과 지조, 음사를 마음에 품지 않고 입으로는 재물을 말하지 않는다'는 딸깍발이를 문학책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목도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 자랑스럽습니다.

 

다시말하지만 여러분의 명분과 정당성은 여러분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 꼭 기억해주시고 학교와 여러분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예전 무용과 마지막 수업 인사말을 남깁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