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가 퍼온이야기 [수상한 오피스텔 - 2]

너구리2011.11.25
조회12,727

웃대 게시판 하드론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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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나도 모르게 이불을 뒤집어 썼다.

이런 겁먹은 행동을 하는 나를 배려하지도 않은 채 준혁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보고 싶지 않은데......이건 진짜 기분 나쁘다. 저 사람이 지금 우리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는 건가?

그런데 왜 창을 통해서만 보이지? 신기하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것도 모자라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누가 죽었나? 전의 입주자도 이 걸 보았나? 그럼 그 사람도 나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저 사람이 전의 입주자일까? 아니면......"


"그만 해!!!!"


목이 메이는 숨소리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준혁이와 지내오면서 오늘처럼 무서운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모두 얼어붙는 느낌이다.


"..준..준혁아..그만 해..."


나의 울먹이는 듯한 간절한 목소리에 준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준혁아...나 오늘 이 집에서 첫날밤이다. 너 진짜 왜 그러냐?"


어린 아이처럼 이불 속에서 눈을 질끈 감은 채 준혁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는 서로의 대화를 멈춘 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듯 했다.

그리고 준혁의 대답이 없자 잠시 동안 죽음같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무섭다. 오히려 더 무섭다.


왜 준혁이가 가만히 있지?


이 자식...또 나를 겁먹일려고 하는건가?

아니면 내가 그만하라니까 그냥 있는건가?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열었다.

그리고 방안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공간을 만든 이불을 머리로부터 조금씩 걷어냈다.


이불의 가장자리가 내 머리결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리고 이불의 끝자락이 내 눈동자를 지나치자, 준혁이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창밖을 향하던 시선은 온데간데 없고, 준혁은 파리한 어둠속에서 나를 향해 무표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면........"


"아니면...뭐...뭐?"


"전의 입주자가 아니면.......그 중절모의 사나이....."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준혁을 발로 힘껏 밀어냈다.


"개자식!! 그냥 꺼져버려!!"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준혁이 당황한 듯 보였다.

준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 안의 불을 모두 켰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준혁이 발끝에 닿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허공에 발길질을 해댔다.

이불을 온몸에 꽁꽁 둘러싼 채로....


준혁은 멀찌감치 서서 허리에 두 손을 갖다대고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 아니다. 이 집에 뭔가 있어....보지 못하는 니가 오히려 속이 편할 수도 있다."


"가버려!! 개자식아!!"


"가버리라구? 내가 가면 너 혼자 오늘 밤을 보낼거냐? 안될 걸?

분명히 내가 나가면 넌 오늘 여기서 못자고 밤새 밖을 돌아다니며 서성이겠지. 안 그래?

친구니까 말해주는 거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말도 꺼내지 않아.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든...."


"내가 뻔히 겁내 하는 것 알면서도 그런 말 해주는게 친구냐?"


"너도 이겨내야 돼. 언제까지 어린 아이처럼 굴거냐? 나만 이런 걸 본다고 생각해?

너도 언젠가 나와 같이 귀신을 볼 수 있을 날이 올지 몰라. 그 땐 그냥 창밖으로 뛰어내릴거냐?"


"젠장. 미친 놈 같으니라구. 니가 보는 게 귀신인지 아닌지 알게 뭐야?"


평소 답지 않게 내 말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준혁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귀신이든 아니든 이 집엔 뭔가가 있어. 그건 확실해.

오늘은 그냥 나하고 같이 자고, 내일 전 입주자를 만나보자.

부동산 직원들은 말해줄 것 같지 않고..."



그제서야 나는 우스꽝스러운 발길질을 멈추고, 조용히 몸을 바로 눕혔다.

1시간도 채 못잔 것 같았다.

날이 밝도록 뜬 눈으로 지샌 나는 밝은 햇빛 아래서 잠시 눈을 붙인 것 같았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우리 둘은 관리사무실로 내려갔다.


"저기요, 903호 입주자인데요, 전 입주자 연락처 좀 알 수 있어요?"


준혁의 요청에 관리실 여직원이 우리를 시큰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건 알려드리지 못하는데..... 왜요?"


"옷장 구석에 반지함을 놓고 가셨더라구요. 그걸 돌려드릴려구요."


준혁은 아무런 얼굴의 표정 변화없이 거짓말을 내뱉았다.

어쩌면 어젯밤 나에게도 저렇게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요?"


"비싼 기념반지 같은데 빨리 돌려드리고 싶어요."


준혁의 선한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는지 여직원은 시큰둥한 표정을 풀고 대답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직원은 두꺼운 장부하나를 꺼내고 이리저리 몇 번 뒤지더니 번호 하나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011에 xxx-xxxx요. 그런데 이 분은 입주한 지 3개월도 안돼 집을 비우셨네요. 단기 입주자였나봐요."


"단기 입주자요?"


"그거 있잖아요. 보증금하고 계약기간 없이 월세 더 내고 그냥 달 수로 끊어서 사는것 말이예요."


"아...그게 단기 입주자군요."


"반지함을 놓고 갈 정도로 급하게 이사가셨나 봐요."



번호를 받아 적은 준혁은 관리실을 나와 그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몇 번의 벨이 울리자 낯선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준혁의 휴대폰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저기...xx오피스텔 903호 입주자인데요."


"무슨 일이시죠? 전 부동산에 다 맡겨서 나왔는데요."


"저....그게 아니라 혹시 사시면서 무슨 일 없었나 해서요."


"무슨 일이요?"


"그냥...사시면서 집 안에서 이상한 일 겪지 않으셨나 해서요.."


"..........."


준혁의 질문에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듣고 계세요?"



준혁의 물음에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네.....그 쪽도 보셨군요."


"그렇군요. 그 쪽도 보신거군요."


"xx대 학생인가요?"


"네."


"저는 xx학과 대학원생인데 수업 없으면 잠시 시간내서 만날까요?"



낯선 남자의 제안에 준혁은 선뜻 응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 학생회관 앞에 잔디밭 벤치에서 만나죠."


"좋아요."




우리가 만난 낯선 그 남자는 28세의 키가 큰 건장한 청년이었다.

깔끔하게 빗어넘긴 머리만 보면 학생이라기보다는 회사원에 가까워 보였다.

캔커피를 우리에게 하나씩 건네 준 남자는 우리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느냥 말주머니를 풀기 시작했다.


"전 원래 이곳 학생이 아니라 지방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이 곳으로 왔죠.

그 오피스텔에 들어 간 건 5개월 전입니다.

목돈이 없어서 단기 계약으로 우선 입주를 했죠.

전 원래 추위에 강해서 웬만한 겨울 날씨에도 창문을 열고 사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그 오피스텔은 밤만 되면 추운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난방을 하고, 창문을 모두 닫고 살았죠.

그런데...."


남자는 캔음료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추위가 가시질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어디선가 한기가 자꾸 몰려오는거예요.

그런데 그 한기의 방향을 보니까.

창쪽이 아닌 복층 다락방쪽에서 한기가 몰려오는 겁니다.

다락방 구조 아시다시피 계단으로 올라가면 앉아서 뭔가를 해야 하는 높이 밖에 안되잖아요.

게다가 밀폐되어있고.... 그런데 그 곳에서 한기가 몰려온다는게 이상했죠.

저는 그 곳에 이불을 가져다 쌓아놓고, 그 한기를 막아보려고 했죠.

그런데 그 한기가 더더욱 기분 나쁜 건 몰려오는 주기가 있다는 겁니다."



"주기요?"



"네. 마치.....누군가가 숨을 쉬듯 주기적으로 차가운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 있죠.

혼자 있는게 익숙한 저는 웬만한 일에는 겁을 먹거나 그러진 않는데 그 집은 솔직히 좀 이상했어요."



남자가 캔 음료를 거의 바닥낼 때까지 우리는 단 한모금의 음료도 마시지 못하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제가 처음으로 놀란 일이 있었죠.

낮에 청소를 하려고 다락방 이불을 정리하는데 그 이불에 무언가에 눌린 자국이 있는거예요.

누가 기대고 누운 흔적 있죠?

소름이 쫘악 끼쳤습니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이 곳에 있거나 아니면 다녀갔다는 생각에 온몸이

굳는 듯 했죠.

저는 미친 듯이 집 안에 있는 모든 서랍, 옷장, 장롱 등을 열어 젖혔습니다.

없어진 무언가를 찾는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솔직히.....누군가가 이 곳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르다는

생각이 더 앞섰기 때문이죠.

경비실에 CCTV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없어진 물건도 없고, 그것 외에는 누가 들어왔다는

흔적이 전혀 없는터라 괜한 웃음거리 만들까봐 쉽사리 그러지도 못했죠.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데, 자꾸 밤마다 그 기분나쁜 한기가 떠올라 찝찝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죠."



그는 갈증이 몰려오는지 거의 비어버린 캔을 연거푸 마시는 흉내를 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후로 며칠동안 아무 일이 없길래 그냥 그렇게 그 일이 잊혀지나 싶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