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상북도의 한적한 시골동네에서 자랐는데 우리집 근처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폐가가 하나 있었다 원인모를 질병으로 소꿉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온가족이 이사를 가버렸고 그뒤로 폐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폐가는 한달도 되지않아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곧잘 비밀스런 장난이 행해지곤 했다 동네 아이들은 산에서 개구리를 잡아와서 흠씬 괴롭힌 후에 그시체를 버려두고 가기도 했고 나이든 형들은 아버지의 술을 훔쳐와서 몰래 마시기도 했고 담배도 피곤했다. 하루는 고양이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아마도 쥐약을 먹고 죽은듯 했다 아무튼 나의 기억으로는 그집에선 언제나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구더기가 들끓었다.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이 발길을 끊은 이후에도 나는 그집을 곧잘 들락거렸다. 그집에 있다보면 소꿉친구와 유난히 나에게 잘해주셨던 친구의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평온한 기분이 들었고 그러한 기분이 자꾸만 나를 그집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초등학교가 파하면 일주일에 두세번은 그집에 가서 구더기를 가지고 놀았다. 처음에는 나뭇가지로 쿡쿡 찔러가면서 놀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물컹거리는 느낌을 즐겼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어떠한 저항의 도구도 없이 맨살로 대응하고 있는 구더기를 만지고 있자면 왠지 내가 엄청나게 강한 존재로 인식되었고 그러한 우월감이 약간의 중독성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 책상에 급식우유를 쏟았다는 이유로 싸움이 붙었다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작은 상처들과 지저분하게 남은 코피자국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왠지 눈물이 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폐가가 떠올랐고 구더기들과 놀고 있으면 마음이 좀 안정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폐가로 향하는 작은 샛길로 불길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폐가에 도착하자 수많은 구더기들이 나를 반기는듯 온몸을 비틀어대고 있었다 "그래 이 착한 것들...." 나는 그중 가장 토실토실하게 살찐애를 하나 잡아서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만지면 만질수록 구더기는 온몸으로 비폭력 무저항을 실천하며 나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오늘 싸웠던 친구 얼굴이 생각났다 정말 화나는 녀석이었다 자기 자리에 우유좀 쏟았다고 갑자기 쌍욕을 하면서 주먹을 날리다니.. 난데없이 공격당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며 손에 힘이 들어가버렸다
"찌익!!!!!!!!!!!!" 주위가 너무 적막해서일까?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 예상외로 큰소리를 내며 구더기는 사방으로 온몸의 체액을 뿜어내었고 분노로 이를 갈고 있던 나의 입속으로도 체액의 일부가 튀어버렸다.
"윽!! 카악!! 퉷퉷!!!!" 무의식적으로 침을 뱉어내며 내몸은 최선을 대해 이물질에 대한 방어기재를 작동했지만 입안에 남아있는 찝질한 잔맛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약간 비릿하면서도 음 뭐랄까..지린내처럼 찝질하기도 하고..장미향 비슷한냄새가...' 나는 본능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구더기 체액의 시식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고 있었다. 희안하게도 진짜로 꽃냄새 비슷한 것이 났다. 나는 이상하게도 갑자기 아늑하면서도 우울한 기분이 들어 폐가를 뛰쳐나왔고 한동안 그 근처로 가지 않게 되어버렸던것 같다.
나의 어머니는 7살때 집을 나가셨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탓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기괴한 이중인격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이면 너무나도 자상한 미소로 어머니와 나를 대하다가도 저녁만되면 전혀다른 사람이 되어 폭력을 휘두르곤 했던 것이다. 마치 흔한 공포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머리속에 두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듯 했다. 밤이 되어 미친듯이 날뛰는 아버지를 피해 쌀쌀한 날씨에도 이웃집 외양간 옆에 있는 곡물창고에 숨어서 어머니와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떠나는날 가마솥에 감자를 가득 해놓고 가셨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배불리 먹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마솥을 열어보곤 너무나 기쁜마음에 허겁지겁 감자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는데 어린마음에도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왠지모를 설움에 목이메어 눈물이 났다. 감자와 콧물과 눈물이 뒤섞여 무슨맛인지도 모를 음식을 한없이 입으로 꾸역꾸역 가져가던 그모습이 십수년이 지난 아직도 뇌리에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가 다시 그 폐가를 찾게 된것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즈음 이었다. 한동안 괜찮다 싶던 아버지의 발광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폐가로 가는 오솔길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구더기를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좀 나아질지도 몰라..' 땅거미가 엄습하고 있는 여름하늘 아래로 덩그러니 버려져있는 작은 시골집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푸근한 공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웩!" 막상 들어간 어스름한 폐가안에서는 헛구역질이 날정도로 썩은내가 진동을 하였다. 어디서 먹을걸 찾아내는지 구더기는 2년전보다 더욱 번식하고 있었다.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너무나 평화로울정도로 바닥을 뒹굴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쩌면 구더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화가 치밀어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콱,콱,콱,콱,.."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구더기들을 마구 밟고있었다. 순식간에 100여마리의 구더기가 죽어나갔고 방안은 구더기들의 체액과 소리없는 신음으로 가득차는 듯 했다. 끈적끈적한 바닥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입안에 침이 고였다.
"꼬로로록~" 난데없이 내뱃속에서는 지금 상황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이성은 바닥에 널부러진 구더기들의 시체를 보며 너무나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육체는 그들을 원하고 있는듯 했다. 다른 동료들의 시체옆에서 살겠다고 꿈틀대는 구더기들은 어쩌면 여자의 속살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머니가 버리고 간 감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마치 사냥감을 쫓는 들짐승인냥 구더기에게로 달려가 손에 집히는대로 입안에 구더기를 쳐넣기 시작했다.
"우적, 우적, 우적" 고약한 지린내를 뒤로하고 밥알보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은밀한 육(肉)비린내가 입안을 가득채우더니 난데없이 풍겨오는 아찔한 장미향이 나의 손을 멈출수 없게 만들었다. 나의 눈과 코에서는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체액들이 흘러나왔고 그것들이 구더기들의 체액과 뒤섞이고 나의 침과 뒤섞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오스적인 중독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 했다. "우적, 우적, 우적" 구더기는 먹어도 먹어도 어디선가 끝이 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고 나는 아주 탐욕스럽게 그것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집이었다. '꿈이었을까?' 하지만 입에서 풍기는 은근한 비린내와 이사이에 거북하게 끼어있는 이물질은 그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좀있다가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는 아주 자상하신 얼굴로 밥상을 차려오셨고 나도 전에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원에 있는 공장에 취직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부부관계는 좋지 않았다. 아내는 가끔 미치광이처럼 돌변하여 폭력을 일삼는 나를 항상 혐오스럽게 바라보았고 그럴때마다 나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리고 지금..... 저녁 어스름이 도시를 뒤덮고 나의 작은 집은 지금 무섭도록 고요한 정적에 사로잡혀 있다. 집에는 나와 11살난 아이 그리고 내 아내가 있다. 아내가 자고 있는 작은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3일전 도망가려고 짐을 싸고 있는 아내의 뒷통수를 야구방망이로 때렸기 때문이다. 몇번을 내리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머리에서 흘러나온피가 온 방바닥을 흥건히 적셨던 것으로 짐작컨대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킁킁......?' 익숙한 냄새가 나의 코를 간지럽힌다. 아득한 장미향이 온집안에 퍼져있는 듯 하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본다. 심한 악취와 함께 온 방안을 뒤덮고 있는 순백색의 구더기떼가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입에는 흥건히 침이 고이고 위장은 괴성을 내며 요동친다.
우적!우적!우적!우적!우적! 어느샌가 나는 아내의 몸과 뒤섞여 서로 맨살을 부비대고 있는 구더기를 미친듯이 흡입하고 있다. 먹다보니 아내와 구더기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썩어서 분리된 아내의 팔한짝을 들고 묘한 장미향을 음미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우고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내가 들어온 방문쪽을 바라본다.
비바람은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주변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고,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는 빗줄기조차도 땅에 그 기세를 부딪혀보기도 전에 어둠 속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러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사이로 한 남자가 뛰어가고 있었다. 그의 몰골은 상당히 초췌해져있었다. 물론 그가 뛰어다니는 이 곳이 설악산의 깊은 골짜기라는 것이 그의 몰골에 설득력을 입혀주는 요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그의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연신 '나는 잘못이 없어.'를 되뇌이며 앞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의 수풀을 헤집고 있었다. 가끔씩 그가 지나 가는 수풀들 사이로 가느다란 무언가가 뒤따르는 듯 했지만 이내 그 조그마한 움직임 조차도 삼켜버리는 어둠 탓에 그러한 움직임은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남자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2
"이번 수학여행도 산이라며?" "아, 미친. 말도 마. 우리 학교 교장 무슨 노스페이스 사장이라도 된대냐? 무슨 놈의 등산을 이렇게 좋아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산이었는데 무슨 학교 3년 내내 등산만 하는 거 같네."
떠들썩한 여느 고3 학생들의 교실. 학생들은 다가오는 수학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불만을 뒤섞은 채로 이러저러한 잡담을 떨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산이라는 수학여행의 주제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수능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는 듯 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섞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 미친새끼 또 이러고있네." "그게 재밌냐? 이거 완전 또라이아니야. 니가 무슨 초딩이냐? 푸하하."
아까까지 수학여행에 대한 잡담으로 떠들썩했던 학생들의 무리 중 몇 명이 교실 구석에서 혼자 무언가를 조물딱거리던 학생에게로 주위를 돌린 것은 그때였다. 그들의 시선을 잡아 끈 학생은 한눈에 보기에도 체격이 왜소해보였고,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경계 라도 하듯 몸을 잔뜩 움츠리고는 무언가를 숨기려 손을 가슴팍으로 모으고 있었다.
"야! 민철아, 이 새끼 또 이거 가지고 노는데? 너 얘랑 짝이랬지? 너도 이런 거 가지고 노는거 옮아오는 거 아니냐? 푸하하."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미친 놈아."
민철이라고 불리운 녀석은 이내 왜소한 학생의 팔을 잡아채고는 그가 숨기려고 했던 무언가를 집어들고서는 쓰레기통에 집어던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왜소한 학생의 손가락에선 끈적한 흰색 실이 주욱 늘어났고, 그 것은 이내 공기 중에서 몇번 팔락대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동수야, 이 새끼야. 초딩도 아니고 아직까지 딱풀을 가지고 노는 새끼가 어디있냐." "돌…돌려줘……." "에휴 이 병신. 야, 걍 신경끄고 가는 게 낫겠다. 조카 나 지금 팔에 풀묻어서 기분 더러워."
민철은 동수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후려친 뒤에 기분나쁘다는 듯 팔을 스윽 쓸고는 무리들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그들을 주목하고 있던 교실의 시선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수학여행에 대한 잡답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동수는 자신의 손가락에 묻어있던 풀뭉치들을 뭉쳐서 옷에 스윽 닦고는 쓰레기통에 쳐박힌 풀을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무리의 학생들과 잡담을 나누던 민철은 그런 동수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는 재수없다는 듯 혀를 찬 뒤에 친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3
"자, 모두들 알다시피 바로 내일이 수학여행이다. 각자 자기 짝과 모여서 계획을 짜도록."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철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과는 다르게 민철은 뭔가 불만인 듯 자리에 앉은 채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민,민철아."
창문 밖에 시선을 두고 있던 민철에게 동수가 말을 건 것은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동수의 목소리를 들은 민철은 기분 나쁘다는 듯 동수를 쳐다보고는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수는 그러한 민철을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손가락은 언제나 그랬듯 무언가를 뭉치는 듯 동글동글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리 준비물……." "니가 다 가져와 새끼야." "으,응."
동수는 민철의 말에 주눅이 들었는지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기 위해 몸을 돌렸다. 순간 누군가가 밀었는지 동수의 몸은 중심을 잃고 비틀 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동수의 몸이 틀어짐과 동시에 그의 주위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장난으로 동수의 몸을 민 것이 분명한 듯 보였다. 옆으로 넘어지던 동수는 반사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손을 뻗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민철의 팔을 잡고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울 수 있었다.
“미,미안…….” “아, 미친새끼가 진짜 돌았나! 어디다가 그 더러운 손을 대고 지랄이야!”
그저 동수가 그의 팔을 잡은 것이었다면 아마 민철이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으리라. 동수의 팔이 닿았던 자리에는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묻어있었고, 그 무언가는 이내 기분나쁜 끈적함을 풍기며 민철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고 있었다. 딱풀이었다. 동수의 팔을 쳐낸 민철의 주먹은 이내 동수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퍼억. 짧고 굵은 파열음이 동수의 안면에 작렬했고,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민철은 다시금 주먹을 그에게 날렸다. 퍼억. 퍼억. 동수의 얼굴은 금새 빠알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따금 동수가 민철의 폭력을 막기위해 그의 손을 잡았지만, 동수의 손에 묻어있던 끈적한 풀들은 민철의 기분을 더욱더 안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른 학생들 역시 민철의 폭력이 정당하다는 듯,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발견했다는 듯 주위를 둘러싼 채로 구경하고 있었고, 선생님 역시 신경쓰기 귀찮다는 듯 혀를 두어번 끌끌 차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교실에는 학생들의 함성소리와 민철의 욕, 둔탁한 파열음과 동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풀가루만이 가득 차 있었다.
#4
“학생! 학생! 정신이 드나? 정신 좀 차려봐!”
아까 전까지 초췌한 몰골을 하고 산을 헤메이던 남자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119에 신고를 하는 듯 했고, 건장한 청년 하나는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초췌한 남자를 업기 위해 몸을 굽히고 있었다. 건장한 청년은 이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물었다.
“학생! 이름이 뭐야? 학교는 어디고?” “박,박 민철이요. 풍천고등학…….” “이봐, 학생!”
민철이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는 이내 정신을 읽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때마침 누군가가 연락한 119의 엠뷸런스 소리가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고, 민철을 업은 건장한 청년은 엠뷸런스를 항해 뛰어갔다. 그의 등에 업힌 민철의 표정은 살았다는 안도감이 보이는 듯 했다. 엠뷸런스를 향해 뛰어가는 청년과 민철의 뒤편으로 무언가가 잠깐 반짝이는 듯 했으나 이내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5
민철과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설악산의 한 골짜기를 돌고 있었다. 여느 수학여행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떠들썩했다. 단잠을 자던 선생님은 몇 번 들뜬 학생들을 제지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피식 헛웃음을 짓고는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버스 기사는 구불구불한 설악산의 코너를 돌기위해 모든 정신을 쏟고 있었기에 학생들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철 역시 자신과 친한 몇몇 아이들과 맨 뒷자리를 점령하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참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야 근데 동수새끼 오늘도 풀 가지고 온거 아니냐?” “아까 보니 가져온 거 같던데.” “큭큭. 병신 이제 너도 풀에 찌들어가지고 오겠다. 끈적~끈적~. 푸히히” “재수없게 자꾸 그딴 소리 지껄일래?” “야. 혹시 아냐. 막 산에서 니네끼리 조난당했는데 그 새끼랑 너랑 둘만 딱 남아가지고 풀 조물딱대면서 119아찌들 기다릴지. 우엥우엥~살려주세요~. 푸하하!“ “지랄도 정도껏 해야 개성이다. 소설을 쓰시네요. 아주?” “동수 저 새끼 별명이 거미잖아, 거미. 크큭. 그래도 조난당하면 그 끈적한 풀로 니 몸 딱 묶은 다음에 조카 벽 타고 너 살려줄지 누가 아냐. 동수 별명이 거미인 거 풀 가지고 노는 거 말고, 막 벽타고 올라가는 거 졸라 잘해서 그런 거잖아.“ “생각 만해도 역겹다. 저 새끼 도움 받느니 차라리 죽지.”
민철은 장난이라도 기분이 나쁘다는 듯 몸서리를 쳤고, 그러한 모습이 재밌었는지 그의 친구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민철은 친구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동수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대었다. 동수는 언제나 그렇듯 혼자서 무언가를 조물딱대고 있었다. 아마도 딱풀로 풀실을 뽑아내는 듯 했다. 민철은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러한 동수의 모습을 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뚜벅뚜벅 동수에게 걸어갔고, 친구들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지 그러한 민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키득대고 있었다. 민철이 동수와 가까워짐과 동시에 동수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수의 손에는 끈적한 풀이 이리저리 엉켜있었고, 동수의 손때를 한껏 묻힌 그 풀덩이들은 시꺼먼 색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민철은 미간을 찌푸면서 동수가 가지고 있던 딱풀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앞좌석 쪽으로 그 딱풀을 던지고는 동수의 멱살을 잡고 그 앞으로 밀쳐내었다. 동수는 힘없이 버스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러한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버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민철은 동수를 경멸스럽게 바라보고는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친구들을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었다. 민철은 친구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한 민철의 뒤로 비틀대며 딱풀을 향해 움직이는 동수의 모습이 보였다. 동수는 심하게 비틀대고 있었다. 불안할 정도로.
#6
TV에서는 ‘풍천고등학교 조난 실종 사건’에 대해 떠드느라 연신 시끄러웠다. 한창 여행시즌일 때 일어난 조난사건인데다가 조난자 35명 중 살아남은 사람이 1명이라는 사실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민철은 TV에서 떠드는 앵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TV를 꺼버리고는 리모콘을 던져버렸다. 그의 한쪽 팔과 다리에는 깁스가 채워져 있었고, 정상적인 팔 한 쪽에는 링거가 을씨년스럽게 그의 팔에 꽂혀있었다. 그는 피곤한 지 눈을 감고는 잠을 청하려는 듯 호흡을 골랐다. 아마 지금 그의 병실을 열고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는 조금이나마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민철학생? 조난 사건에 대해 알아볼 게 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민철에게 말을 건넨 사내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그에게 보여 주었다. 아마도 경찰수첩인 듯 했다. 민철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 자연스레 일어서서는 그들의 말을 듣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내 경찰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민철은 기계적으로 그들의 물음에 응답했다. 몇분이 흘렀을까. 이례적인 질문들이 오간 뒤에 경찰들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고, 민철 역시 가벼운 인사를 한 뒤에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누웠다. 곧이어 민철의 숨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이내 잠이 들었는지 쌕쌕거리는 작은 소리만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7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민철이 던진 딱풀을 잡기위해 뒤뚱뒤뚱 걸어가던 동수의 중심이 무너진 것은 버스가 급커브를 돌고 있을 때였다. 동수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잡은 무언가가 하필 버스기사의 손이 아니었다면 아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수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버스기사의 손은 커브의 반대편을 향해 돌아섰고, 버스는 그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버스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동수는 자신의 딱풀을 집어드는 것을 잊지 않았고, 떨어지는 버스 안에서 민철은 그러한 동수와 눈이 마주쳤다. 뒤집어져서 땅으로 낙하하는 버스와 그 안에서 버스기사의 손을 잡은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동수의 모습을 본 민철은 녀석이 마치 ‘거미’같다고 느꼈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민철의 머리는 의자에 세게 부딪혔고 이내 그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민철이 정신을 잃어버리려는 찰나에 보았던, 동수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어쩌면 그의 착각일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8
“의사 선생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음……. 글쎄요. 저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치료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이 일어난 듯 보이네요.“ “부, 부작용이요? 아니 의사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세요?” “뭐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몇몇 환자들에게도 보이는 가벼운 부작용이니 까요. 항생제에 반응해서 몸이 자체적인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과정일 뿐이에요. 털이 많아지는 것도…….“
자신없는 듯한 의사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민철이었지만, 그보다는 의사 가 의학적 지식으로는 앞선다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그의 말을 수긍하고는 자신의 팔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예전의 매끈했던 민철의 팔과는 다른, 흰색과 검은색이 기괴하게 얽힌 털들이 수북히 자리잡은 팔이 민철을 놀리기라도 하듯 하늘거리고 있었다.
“기분나쁜 털이잖아…….”
민철은 기분이 나빴는지 표정을 한껏 찡그리며 자신의 팔에 나있는 털을 한가닥 잡고는 거칠게 뽑아버렸다. 딱히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치 털이 하늘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그는 황급히 손을 흔들어 그 털을 떼어내었다. 민철에게서 떨어져 나온 털은 몇 번 공기 중에서 떠다니다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민철은 그런 털의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멍해졌고,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팔을 다시 바라보았다. 몇 번씩이나 쳐다보았지만 그 역겨운 털의 모양에 적응이 되지 않는 민철이었다.
#9
민철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어두워져가는, 별이 반짝 이는 맑은 하늘과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우거진 나무들, 그리고 고요한 풍경과 대조적으로 민철의 기분을 상당히 어지럽히는 동수의 거무튀튀한 손길이었다.
“뭐, 뭐야!” “민, 민철아……. 정신이 좀 들, 들어?” “손대지마, 미친놈아. 다른 애들은 다 어디갔어?” “그, 그게…….”
동수는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었다. 그의 거무튀튀한 손이 동수의 입술을 지나 혀에 닿는 모습을 본 민철은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는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동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정이라도 하려는 듯이.
“어디 갔냐고! 내말 못 들었어?” “그게…….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는…….” “빨리 말해, 답답하니까!” “으, 응. 우리밖에 없어. 다…….”
동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고는 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대기 시작했다. 민철은 동수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았다. 모두의 목숨을 삼켜버린 곳이라기엔 이 곳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풀벌레소리와 살아남은 자신을 비춰주는 따스한 달빛, 그리고 총총거리며 빛나는 별들이 친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기에는 너무나도 몽환적이었다. 민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벌떡 일어나려했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민철의 몸은 그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극심한 고통.
“아악!” “움, 움직이지마……. 너 부러졌어. 다리.” “뭐?”
민철의 매서운 눈빛에 동수는 이내 눈을 내리깔고는 슬그머니 일어서서 무언가를 가지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민철은 자신의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민철의 다리는 심각할 정도로 부어있었다. ‘어쩌면 저 나무 밑둥보다 두꺼울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눈으로 확인한 다리의 상태가 민철의 뇌에게 고통을 호소라도 한 듯, 민철은 극심한 고통에 머리가 어질해짐을 느꼈다. 그는 힘없이 누워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다리의 통증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왜 자신은 이 모양인데 동수는 멀쩡할까?’라는 작은 의문조차도 가질 수 없을 만큼 말이다.
#10
“퇴원 축하한다, 민철아!”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민철아?” “아, 아니 저 녀석이 부모님 말씀하시는데!”
민철은 부모님의 말씀을 무시한 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빨리 샤워를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온 몸이 찐득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병실이 그리 더운 편도 아니었는데 민철의 몸 상태는 그러한 온도에서도 땀을 흘릴 정도로 나빠졌는지 온몸이 끈적거리고 있었다. 민철은 자신의 몸 상태 때문인지 짜증이 극도에 달해 있었다. 그는 거칠게 방문을 닫고는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채 화장실로 향했다. 그의 몸은 어느새 그 거무튀튀한 털로 덮여있었다. 흡사 전설에나 나올 듯한 늑대인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털들은 굵기가 매우 얇았고, 그래서 그런지 그가 움직일 때마다 공기의 저항을 버티지 못한 몇몇 털들이 민철의 뒤에 기다란 호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제기랄. 끈적거려. 기분 나쁘잖아. 이런 기분.”
그는 기분 나쁜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에 물을 틀고는 자신의 머리 위로 끼얹었다. 시원한 물줄기들이 그의 몸을 씻어 내려감과 동시에 많은 털들이 사라지듯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갔고, 끈적거리던 기분은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민철은 마치 기분 나쁜 그날의 기억이 씻겨 나가는 듯해서 더욱더 많이, 더욱더 강하게 자신의 몸에 물을 끼얹었다. 마치 무언가에서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이 말이다.
#11
주위는 처절할 정도로 고요했다. 가끔 들리는 풀벌레소리와 산짐승들이 풀밭을 가로지르는 소리 외에는 조그마한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니, 동수가 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리는 조용한 가운데에서 민철의 고막을 더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찌익. 쩍. 쩍. 쩍. 찌익』
민철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뒤로 눕혔다. 동수는 아랑곳하지않고 예의 그 찌익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마 동수가 자기 혼자서 찌익대고 있었 다면 기분은 좀 나빴을지라도 민철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민철의 다리가 아직도 많이 아팠다면, 민철의 팔이 심하게 두동강이 났다면 그는 억지로라도 참을 수 밖에 없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민철의 다리는 그나마 걸을 만 해졌고, 민철의 팔은 아직 누군가를 밀칠 정도는 되었고, 동수는 자기 혼자 놀기에 지쳤는지 항상 가지고 놀던 그 끈적한 딱풀덩이를 민철의 눈 앞에 들이대고는 같이 놀자며 히죽 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민철을 폭발하게 만들고 말았다.
“미친놈이 둘만 있다고 내가 친구인 줄 아냐? 돌았어? 가뜩이나 기분도 더러운데 잘걸렸다, 강아지야.“
민철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분노와 짜증,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에 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동수는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낄만도 했지만 그 끈적한 손과 주욱 늘어난 풀실을 민철에게 가져다대면서 히죽대고 있을 뿐이었다. 민철은 주위에 굴러다니던, 동수가 걸어다닐 때 쓰라고 꺾어주었던 나무막대기를 들고 동수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었다.
#12
“으음…….”
민철은 잠이 오지 않는지 계속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샤워를 끝내고 개운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던 민철은 설악산에서의 악전고투와 병실에서 겪었던 경찰들의 질문공세에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졌는지 금새 눈이 감겼고, 마치 누가 수면제라도 먹인 듯 스르르 잠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던 민철은 수시로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분명 몸은 마치 잠에 든 것처럼 나른했지만 정신만은 이상하게도 멀쩡해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묶인 듯한 부자유는 민철의 정신을 멀쩡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었다. 샤워를 한 직후에 사라졌던 예의 그 끈적한 느낌은 다시금 민철을 옥죄고 있었고, 그러한 느낌에서 벗어나려고 민철은 더더욱 거칠게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어딘지 모를 익숙한 끈적함을 없애기 위해 말이다.
#13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충분히 할 만큼 한거야. 그래. 죄책감같은 거…….“
민철은 자신을 집어삼키는 듯한 어둠에서 달아나기 위해 불편한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있었고 그의 동공은 어두운 주위에서 한줄기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듯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민철은 계속 ‘내 잘못이 아니야.’를 중얼대면서 걸음을 앞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래. 동수, 그 자식이 잘못한거야. 그 자식이 그 기분나쁜 것만 나에게 들이대지 않았어도, 아니 애초에 수학여행가는데 그런 끈적한 더러운 것을 가져오지만 않았어도 난 녀석을 죽이지 않았을거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
민철은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칠흙같은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순간이었다. 분노로 점철된 민철은 자신이 들고있던 나무 막대로 동수의 손을 세차게 찍어버렸고, 그 바람에 동수는 놀라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민철은 한 대에 만족할 수 없었는지 그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고, 그와 동시에 동수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간의 변화는 민철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고, 그가 동수를 향해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그의 몸을 낭떠러지의 어둠이 삼켜버린 뒤였다. 민철은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마치 동수의 끈적한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옭아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몸을 움직였다. 지금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어둠도, 죽음의 공포도 아니었다. 그저 실실대며 웃음짓는 동수와 그의 손에 묻어 있었던 그 끈적한 ‘실’ 이었다.
#14
“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거였네. 처음부터 이거였어. 이 강아지야…….”
민철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 자라나던 그 거무튀튀하던 털들은 이미 털이라기엔 너무나도 길어져있었고, 마치 밧줄과 같은 그 털들은 민철의 몸을 둥그렇게 옭아매고 있었다. 민철의 동공은 마치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듯 한없이 커져있었다. 그의 동공에서 무언가가 잠깐 비친 듯 하였지만 이내 종적을 감추었다. 민철은 생각했다. 평소 거미라고 불리울만큼 중심을 잘 잡고 무언가에 잘 매달리던 동수의 모습을. 민철은 떠올렸다. 버스가 급커브를 돌 때, 심지어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자신조차 잘 서있었던 바로 그 때, 쓰러지며 버스기사를 잡던, 아니 버스기사를 자신 쪽으로 당기던 동수의 모습을. 민철은 기억했다. 뒤집어지는 버스와 괴성을 지르던 반 아이들과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동수의 그 소름끼치는 웃음을.
“왜 니가 그 절벽을 기어 올라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제기랄.”
민철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감겨가는 민철의 두 눈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는 거대한 거미가 보이고 있었다. 아니, 민철을 향해 그 끈적한 손가락을 들이대는 동수가 씨익 웃고 있었다.
너구리가 퍼온이야기 [단편작 3선]
오늘의 마지막 단편작입니다.
요즘들어서 엽톡이 상당히 글이 많이보입니다!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도 많아진거같고요.
퇴근시간 까지 2~3시간정도 남으신 분들 조금만더 힘내시고!
내일은 장편 좀비작을 선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감상 되세요.
악식(惡食)
웃대 게시판 자유로운돌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혐오감이 조금 느껴집니다 거북하시면 다음작품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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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국민학교)때 이야기다
나는 경상북도의 한적한 시골동네에서 자랐는데 우리집 근처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폐가가 하나 있었다
원인모를 질병으로 소꿉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온가족이 이사를 가버렸고 그뒤로 폐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폐가는 한달도 되지않아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곧잘 비밀스런 장난이 행해지곤 했다
동네 아이들은 산에서 개구리를 잡아와서 흠씬 괴롭힌 후에 그시체를 버려두고 가기도 했고 나이든 형들은 아버지의 술을 훔쳐와서 몰래 마시기도 했고 담배도 피곤했다.
하루는 고양이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아마도 쥐약을 먹고 죽은듯 했다
아무튼 나의 기억으로는 그집에선 언제나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구더기가 들끓었다.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이 발길을 끊은 이후에도 나는 그집을 곧잘 들락거렸다.
그집에 있다보면 소꿉친구와 유난히 나에게 잘해주셨던 친구의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평온한 기분이 들었고 그러한 기분이 자꾸만 나를 그집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초등학교가 파하면 일주일에 두세번은 그집에 가서 구더기를 가지고 놀았다. 처음에는 나뭇가지로 쿡쿡 찔러가면서 놀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물컹거리는 느낌을 즐겼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어떠한 저항의 도구도 없이 맨살로 대응하고 있는 구더기를 만지고 있자면 왠지 내가 엄청나게 강한 존재로 인식되었고 그러한 우월감이 약간의 중독성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 책상에 급식우유를 쏟았다는 이유로 싸움이 붙었다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작은 상처들과 지저분하게 남은 코피자국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왠지 눈물이 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폐가가 떠올랐고 구더기들과 놀고 있으면 마음이 좀 안정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폐가로 향하는 작은 샛길로 불길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폐가에 도착하자 수많은 구더기들이 나를 반기는듯 온몸을 비틀어대고 있었다
"그래 이 착한 것들...."
나는 그중 가장 토실토실하게 살찐애를 하나 잡아서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만지면 만질수록 구더기는 온몸으로 비폭력 무저항을 실천하며 나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오늘 싸웠던 친구 얼굴이 생각났다
정말 화나는 녀석이었다 자기 자리에 우유좀 쏟았다고 갑자기 쌍욕을 하면서 주먹을 날리다니..
난데없이 공격당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며 손에 힘이 들어가버렸다
"찌익!!!!!!!!!!!!"
주위가 너무 적막해서일까?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 예상외로 큰소리를 내며 구더기는 사방으로 온몸의 체액을 뿜어내었고
분노로 이를 갈고 있던 나의 입속으로도 체액의 일부가 튀어버렸다.
"윽!! 카악!! 퉷퉷!!!!"
무의식적으로 침을 뱉어내며 내몸은 최선을 대해 이물질에 대한 방어기재를 작동했지만 입안에 남아있는
찝질한 잔맛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약간 비릿하면서도 음 뭐랄까..지린내처럼 찝질하기도 하고..장미향 비슷한냄새가...'
나는 본능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구더기 체액의 시식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고 있었다.
희안하게도 진짜로 꽃냄새 비슷한 것이 났다.
나는 이상하게도 갑자기 아늑하면서도 우울한 기분이 들어 폐가를 뛰쳐나왔고 한동안 그 근처로 가지 않게
되어버렸던것 같다.
나의 어머니는 7살때 집을 나가셨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탓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기괴한 이중인격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이면 너무나도 자상한 미소로 어머니와 나를 대하다가도 저녁만되면 전혀다른 사람이 되어 폭력을 휘두르곤 했던 것이다. 마치 흔한 공포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머리속에 두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듯 했다.
밤이 되어 미친듯이 날뛰는 아버지를 피해 쌀쌀한 날씨에도 이웃집 외양간 옆에 있는 곡물창고에 숨어서 어머니와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떠나는날 가마솥에 감자를 가득 해놓고 가셨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배불리 먹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마솥을 열어보곤 너무나 기쁜마음에 허겁지겁 감자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는데 어린마음에도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왠지모를 설움에 목이메어 눈물이 났다.
감자와 콧물과 눈물이 뒤섞여 무슨맛인지도 모를 음식을 한없이 입으로 꾸역꾸역 가져가던 그모습이 십수년이 지난 아직도 뇌리에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가 다시 그 폐가를 찾게 된것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즈음 이었다. 한동안 괜찮다 싶던 아버지의 발광을 피해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폐가로 가는 오솔길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구더기를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좀 나아질지도 몰라..'
땅거미가 엄습하고 있는 여름하늘 아래로 덩그러니 버려져있는 작은 시골집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푸근한 공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웩!"
막상 들어간 어스름한 폐가안에서는 헛구역질이 날정도로 썩은내가 진동을 하였다. 어디서 먹을걸 찾아내는지 구더기는 2년전보다 더욱 번식하고 있었다.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너무나 평화로울정도로 바닥을 뒹굴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쩌면 구더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화가 치밀어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콱,콱,콱,콱,.."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구더기들을 마구 밟고있었다. 순식간에 100여마리의 구더기가 죽어나갔고 방안은 구더기들의 체액과 소리없는 신음으로 가득차는 듯 했다. 끈적끈적한 바닥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입안에 침이 고였다.
"꼬로로록~"
난데없이 내뱃속에서는 지금 상황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이성은 바닥에 널부러진 구더기들의 시체를 보며 너무나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육체는 그들을 원하고 있는듯 했다. 다른 동료들의 시체옆에서 살겠다고 꿈틀대는 구더기들은 어쩌면 여자의 속살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머니가 버리고 간 감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마치 사냥감을 쫓는 들짐승인냥 구더기에게로 달려가 손에 집히는대로 입안에 구더기를 쳐넣기 시작했다.
"우적, 우적, 우적"
고약한 지린내를 뒤로하고 밥알보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은밀한 육(肉)비린내가 입안을 가득채우더니 난데없이 풍겨오는 아찔한 장미향이 나의 손을 멈출수 없게 만들었다. 나의 눈과 코에서는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체액들이 흘러나왔고 그것들이 구더기들의 체액과 뒤섞이고 나의 침과 뒤섞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오스적인 중독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 했다. "우적, 우적, 우적" 구더기는 먹어도 먹어도 어디선가 끝이 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고 나는 아주 탐욕스럽게 그것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집이었다.
'꿈이었을까?'
하지만 입에서 풍기는 은근한 비린내와 이사이에 거북하게 끼어있는 이물질은 그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좀있다가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는 아주 자상하신 얼굴로 밥상을 차려오셨고 나도 전에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원에 있는 공장에 취직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부부관계는 좋지 않았다. 아내는 가끔 미치광이처럼 돌변하여 폭력을 일삼는 나를 항상 혐오스럽게 바라보았고 그럴때마다 나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리고 지금.....
저녁 어스름이 도시를 뒤덮고 나의 작은 집은 지금 무섭도록 고요한 정적에 사로잡혀 있다.
집에는 나와 11살난 아이 그리고 내 아내가 있다. 아내가 자고 있는 작은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3일전 도망가려고 짐을 싸고 있는 아내의 뒷통수를 야구방망이로 때렸기 때문이다. 몇번을 내리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머리에서 흘러나온피가 온 방바닥을 흥건히 적셨던 것으로 짐작컨대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킁킁......?'
익숙한 냄새가 나의 코를 간지럽힌다. 아득한 장미향이 온집안에 퍼져있는 듯 하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본다. 심한 악취와 함께 온 방안을 뒤덮고 있는 순백색의 구더기떼가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입에는 흥건히 침이 고이고 위장은 괴성을 내며 요동친다.
우적!우적!우적!우적!우적!
어느샌가 나는 아내의 몸과 뒤섞여 서로 맨살을 부비대고 있는 구더기를 미친듯이 흡입하고 있다. 먹다보니 아내와 구더기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썩어서 분리된 아내의 팔한짝을 들고 묘한 장미향을 음미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우고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내가 들어온 방문쪽을 바라본다.
아이....
내 아이가 그곳에 서있다.
나도 그곳에 서있었다.
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먹히던날.....
어머니의 싸구려 장미향 화장품냄새와 함께 내머리속의 기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날.....
나는 나의 눈물과 체액이 뒤범벅된 이세상 최악의 음식을 먹는데 더욱 더 열중한다.
마치 그날의 기억을 모조리 먹어서 없애버리기라도 하듯.
거미 단편선 ① 덫
웃대 게시판 hero창정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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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충분히 할 만큼 한거야. 그래. 죄책감같은 거……."
비바람은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주변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고,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는 빗줄기조차도 땅에 그 기세를 부딪혀보기도 전에 어둠 속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러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사이로 한 남자가 뛰어가고 있었다.
그의 몰골은 상당히 초췌해져있었다. 물론 그가 뛰어다니는 이 곳이 설악산의 깊은
골짜기라는 것이 그의 몰골에 설득력을 입혀주는 요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그의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연신 '나는 잘못이
없어.'를 되뇌이며 앞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의 수풀을 헤집고 있었다. 가끔씩 그가 지나
가는 수풀들 사이로 가느다란 무언가가 뒤따르는 듯 했지만 이내 그 조그마한 움직임
조차도 삼켜버리는 어둠 탓에 그러한 움직임은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남자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2
"이번 수학여행도 산이라며?"
"아, 미친. 말도 마. 우리 학교 교장 무슨 노스페이스 사장이라도 된대냐? 무슨 놈의
등산을 이렇게 좋아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산이었는데 무슨 학교 3년 내내 등산만
하는 거 같네."
떠들썩한 여느 고3 학생들의 교실. 학생들은 다가오는 수학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불만을
뒤섞은 채로 이러저러한 잡담을 떨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산이라는 수학여행의
주제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수능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는 듯 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섞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 미친새끼 또 이러고있네."
"그게 재밌냐? 이거 완전 또라이아니야. 니가 무슨 초딩이냐? 푸하하."
아까까지 수학여행에 대한 잡담으로 떠들썩했던 학생들의 무리 중 몇 명이 교실 구석에서
혼자 무언가를 조물딱거리던 학생에게로 주위를 돌린 것은 그때였다. 그들의 시선을 잡아 끈
학생은 한눈에 보기에도 체격이 왜소해보였고,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경계
라도 하듯 몸을 잔뜩 움츠리고는 무언가를 숨기려 손을 가슴팍으로 모으고 있었다.
"야! 민철아, 이 새끼 또 이거 가지고 노는데? 너 얘랑 짝이랬지? 너도 이런 거 가지고
노는거 옮아오는 거 아니냐? 푸하하."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미친 놈아."
민철이라고 불리운 녀석은 이내 왜소한 학생의 팔을 잡아채고는 그가 숨기려고 했던
무언가를 집어들고서는 쓰레기통에 집어던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왜소한 학생의 손가락에선
끈적한 흰색 실이 주욱 늘어났고, 그 것은 이내 공기 중에서 몇번 팔락대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동수야, 이 새끼야. 초딩도 아니고 아직까지 딱풀을 가지고 노는 새끼가 어디있냐."
"돌…돌려줘……."
"에휴 이 병신. 야, 걍 신경끄고 가는 게 낫겠다. 조카 나 지금 팔에 풀묻어서 기분 더러워."
민철은 동수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후려친 뒤에 기분나쁘다는 듯 팔을 스윽 쓸고는
무리들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그들을 주목하고 있던 교실의 시선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수학여행에 대한 잡답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동수는 자신의
손가락에 묻어있던 풀뭉치들을 뭉쳐서 옷에 스윽 닦고는 쓰레기통에 쳐박힌 풀을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무리의 학생들과 잡담을 나누던 민철은 그런 동수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는 재수없다는 듯 혀를 찬 뒤에 친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3
"자, 모두들 알다시피 바로 내일이 수학여행이다. 각자 자기 짝과 모여서
계획을 짜도록."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철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과는 다르게 민철은
뭔가 불만인 듯 자리에 앉은 채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민,민철아."
창문 밖에 시선을 두고 있던 민철에게 동수가 말을 건 것은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동수의 목소리를 들은 민철은 기분 나쁘다는 듯
동수를 쳐다보고는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수는 그러한 민철을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손가락은 언제나 그랬듯 무언가를 뭉치는 듯 동글동글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리 준비물……."
"니가 다 가져와 새끼야."
"으,응."
동수는 민철의 말에 주눅이 들었는지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기 위해 몸을 돌렸다. 순간 누군가가 밀었는지 동수의 몸은 중심을 잃고 비틀
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동수의 몸이 틀어짐과
동시에 그의 주위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장난으로
동수의 몸을 민 것이 분명한 듯 보였다. 옆으로 넘어지던 동수는 반사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손을 뻗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민철의 팔을
잡고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울 수 있었다.
“미,미안…….”
“아, 미친새끼가 진짜 돌았나! 어디다가 그 더러운 손을 대고 지랄이야!”
그저 동수가 그의 팔을 잡은 것이었다면 아마 민철이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으리라. 동수의 팔이 닿았던 자리에는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묻어있었고,
그 무언가는 이내 기분나쁜 끈적함을 풍기며 민철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고 있었다.
딱풀이었다. 동수의 팔을 쳐낸 민철의 주먹은 이내 동수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퍼억. 짧고 굵은 파열음이 동수의 안면에 작렬했고,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민철은 다시금 주먹을 그에게 날렸다. 퍼억. 퍼억. 동수의 얼굴은
금새 빠알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따금 동수가 민철의 폭력을 막기위해 그의
손을 잡았지만, 동수의 손에 묻어있던 끈적한 풀들은 민철의 기분을 더욱더 안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른 학생들 역시 민철의 폭력이 정당하다는 듯,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발견했다는 듯 주위를 둘러싼 채로 구경하고 있었고, 선생님 역시
신경쓰기 귀찮다는 듯 혀를 두어번 끌끌 차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교실에는
학생들의 함성소리와 민철의 욕, 둔탁한 파열음과 동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풀가루만이 가득 차 있었다.
#4
“학생! 학생! 정신이 드나? 정신 좀 차려봐!”
아까 전까지 초췌한 몰골을 하고 산을 헤메이던 남자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119에 신고를 하는 듯 했고, 건장한 청년 하나는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초췌한 남자를 업기 위해 몸을 굽히고 있었다. 건장한 청년은 이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물었다.
“학생! 이름이 뭐야? 학교는 어디고?”
“박,박 민철이요. 풍천고등학…….”
“이봐, 학생!”
민철이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는 이내 정신을 읽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때마침
누군가가 연락한 119의 엠뷸런스 소리가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고, 민철을 업은
건장한 청년은 엠뷸런스를 항해 뛰어갔다. 그의 등에 업힌 민철의 표정은 살았다는
안도감이 보이는 듯 했다. 엠뷸런스를 향해 뛰어가는 청년과 민철의 뒤편으로
무언가가 잠깐 반짝이는 듯 했으나 이내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5
민철과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설악산의 한 골짜기를 돌고 있었다. 여느 수학여행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떠들썩했다. 단잠을 자던 선생님은 몇 번 들뜬 학생들을
제지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피식 헛웃음을
짓고는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버스 기사는 구불구불한 설악산의 코너를 돌기위해
모든 정신을 쏟고 있었기에 학생들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철 역시 자신과
친한 몇몇 아이들과 맨 뒷자리를 점령하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참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야 근데 동수새끼 오늘도 풀 가지고 온거 아니냐?”
“아까 보니 가져온 거 같던데.”
“큭큭. 병신 이제 너도 풀에 찌들어가지고 오겠다. 끈적~끈적~. 푸히히”
“재수없게 자꾸 그딴 소리 지껄일래?”
“야. 혹시 아냐. 막 산에서 니네끼리 조난당했는데 그 새끼랑 너랑 둘만 딱 남아가지고
풀 조물딱대면서 119아찌들 기다릴지. 우엥우엥~살려주세요~. 푸하하!“
“지랄도 정도껏 해야 개성이다. 소설을 쓰시네요. 아주?”
“동수 저 새끼 별명이 거미잖아, 거미. 크큭. 그래도 조난당하면 그 끈적한 풀로 니 몸
딱 묶은 다음에 조카 벽 타고 너 살려줄지 누가 아냐. 동수 별명이 거미인 거 풀 가지고
노는 거 말고, 막 벽타고 올라가는 거 졸라 잘해서 그런 거잖아.“
“생각 만해도 역겹다. 저 새끼 도움 받느니 차라리 죽지.”
민철은 장난이라도 기분이 나쁘다는 듯 몸서리를 쳤고, 그러한 모습이 재밌었는지
그의 친구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민철은 친구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동수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대었다. 동수는 언제나 그렇듯 혼자서
무언가를 조물딱대고 있었다. 아마도 딱풀로 풀실을 뽑아내는 듯 했다. 민철은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러한 동수의 모습을 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뚜벅뚜벅 동수에게 걸어갔고, 친구들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지 그러한
민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키득대고 있었다. 민철이 동수와 가까워짐과 동시에
동수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수의 손에는 끈적한 풀이 이리저리 엉켜있었고,
동수의 손때를 한껏 묻힌 그 풀덩이들은 시꺼먼 색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민철은 미간을 찌푸면서 동수가 가지고 있던 딱풀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앞좌석
쪽으로 그 딱풀을 던지고는 동수의 멱살을 잡고 그 앞으로 밀쳐내었다. 동수는
힘없이 버스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러한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버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민철은 동수를 경멸스럽게 바라보고는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친구들을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었다. 민철은 친구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한 민철의 뒤로 비틀대며 딱풀을 향해
움직이는 동수의 모습이 보였다. 동수는 심하게 비틀대고 있었다. 불안할 정도로.
#6
TV에서는 ‘풍천고등학교 조난 실종 사건’에 대해 떠드느라 연신 시끄러웠다.
한창 여행시즌일 때 일어난 조난사건인데다가 조난자 35명 중 살아남은 사람이
1명이라는 사실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민철은 TV에서
떠드는 앵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TV를 꺼버리고는 리모콘을 던져버렸다.
그의 한쪽 팔과 다리에는 깁스가 채워져 있었고, 정상적인 팔 한 쪽에는
링거가 을씨년스럽게 그의 팔에 꽂혀있었다. 그는 피곤한 지 눈을 감고는
잠을 청하려는 듯 호흡을 골랐다. 아마 지금 그의 병실을 열고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는 조금이나마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민철학생? 조난 사건에 대해 알아볼 게 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민철에게 말을 건넨 사내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그에게 보여
주었다. 아마도 경찰수첩인 듯 했다. 민철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
자연스레 일어서서는 그들의 말을 듣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내 경찰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민철은 기계적으로 그들의 물음에 응답했다. 몇분이 흘렀을까. 이례적인
질문들이 오간 뒤에 경찰들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고, 민철 역시
가벼운 인사를 한 뒤에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누웠다. 곧이어 민철의 숨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이내 잠이 들었는지 쌕쌕거리는 작은 소리만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7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민철이 던진 딱풀을 잡기위해 뒤뚱뒤뚱 걸어가던 동수의 중심이
무너진 것은 버스가 급커브를 돌고 있을 때였다. 동수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잡은
무언가가 하필 버스기사의 손이 아니었다면 아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수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버스기사의 손은 커브의 반대편을 향해 돌아섰고,
버스는 그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버스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동수는 자신의 딱풀을 집어드는 것을 잊지 않았고, 떨어지는 버스
안에서 민철은 그러한 동수와 눈이 마주쳤다. 뒤집어져서 땅으로 낙하하는 버스와
그 안에서 버스기사의 손을 잡은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동수의 모습을 본
민철은 녀석이 마치 ‘거미’같다고 느꼈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민철의 머리는
의자에 세게 부딪혔고 이내 그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민철이 정신을 잃어버리려는
찰나에 보았던, 동수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어쩌면 그의 착각일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8
“의사 선생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음……. 글쎄요. 저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치료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이 일어난 듯 보이네요.“
“부, 부작용이요? 아니 의사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세요?”
“뭐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몇몇 환자들에게도 보이는 가벼운 부작용이니
까요. 항생제에 반응해서 몸이 자체적인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과정일 뿐이에요.
털이 많아지는 것도…….“
자신없는 듯한 의사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민철이었지만, 그보다는 의사
가 의학적 지식으로는 앞선다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그의 말을 수긍하고는
자신의 팔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예전의 매끈했던 민철의 팔과는 다른,
흰색과 검은색이 기괴하게 얽힌 털들이 수북히 자리잡은 팔이 민철을 놀리기라도 하듯
하늘거리고 있었다.
“기분나쁜 털이잖아…….”
민철은 기분이 나빴는지 표정을 한껏 찡그리며 자신의 팔에 나있는 털을 한가닥
잡고는 거칠게 뽑아버렸다. 딱히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치 털이 하늘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그는 황급히 손을 흔들어 그 털을 떼어내었다. 민철에게서 떨어져
나온 털은 몇 번 공기 중에서 떠다니다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민철은 그런
털의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멍해졌고,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팔을 다시 바라보았다. 몇 번씩이나 쳐다보았지만 그 역겨운 털의 모양에
적응이 되지 않는 민철이었다.
#9
민철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어두워져가는, 별이 반짝
이는 맑은 하늘과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우거진 나무들, 그리고 고요한 풍경과
대조적으로 민철의 기분을 상당히 어지럽히는 동수의 거무튀튀한 손길이었다.
“뭐, 뭐야!”
“민, 민철아……. 정신이 좀 들, 들어?”
“손대지마, 미친놈아. 다른 애들은 다 어디갔어?”
“그, 그게…….”
동수는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었다. 그의 거무튀튀한
손이 동수의 입술을 지나 혀에 닿는 모습을 본 민철은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는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동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정이라도 하려는 듯이.
“어디 갔냐고! 내말 못 들었어?”
“그게…….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는…….”
“빨리 말해, 답답하니까!”
“으, 응. 우리밖에 없어. 다…….”
동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고는 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대기 시작했다. 민철은 동수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았다. 모두의 목숨을 삼켜버린 곳이라기엔 이 곳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풀벌레소리와 살아남은 자신을 비춰주는 따스한 달빛, 그리고 총총거리며
빛나는 별들이 친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기에는 너무나도 몽환적이었다. 민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벌떡 일어나려했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민철의 몸은 그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극심한 고통.
“아악!”
“움, 움직이지마……. 너 부러졌어. 다리.”
“뭐?”
민철의 매서운 눈빛에 동수는 이내 눈을 내리깔고는 슬그머니 일어서서 무언가를
가지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민철은 자신의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민철의
다리는 심각할 정도로 부어있었다. ‘어쩌면 저 나무 밑둥보다 두꺼울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눈으로 확인한 다리의 상태가 민철의 뇌에게 고통을 호소라도
한 듯, 민철은 극심한 고통에 머리가 어질해짐을 느꼈다. 그는 힘없이 누워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다리의 통증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왜 자신은 이 모양인데 동수는 멀쩡할까?’라는 작은 의문조차도 가질 수 없을 만큼
말이다.
#10
“퇴원 축하한다, 민철아!”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민철아?”
“아, 아니 저 녀석이 부모님 말씀하시는데!”
민철은 부모님의 말씀을 무시한 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빨리 샤워를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온 몸이 찐득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병실이 그리 더운 편도
아니었는데 민철의 몸 상태는 그러한 온도에서도 땀을 흘릴 정도로 나빠졌는지
온몸이 끈적거리고 있었다. 민철은 자신의 몸 상태 때문인지 짜증이 극도에 달해
있었다. 그는 거칠게 방문을 닫고는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채 화장실로 향했다.
그의 몸은 어느새 그 거무튀튀한 털로 덮여있었다. 흡사 전설에나 나올 듯한
늑대인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털들은 굵기가 매우 얇았고, 그래서 그런지
그가 움직일 때마다 공기의 저항을 버티지 못한 몇몇 털들이 민철의 뒤에 기다란
호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제기랄. 끈적거려. 기분 나쁘잖아. 이런 기분.”
그는 기분 나쁜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에 물을 틀고는 자신의 머리 위로 끼얹었다. 시원한 물줄기들이 그의
몸을 씻어 내려감과 동시에 많은 털들이 사라지듯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갔고,
끈적거리던 기분은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민철은 마치 기분 나쁜 그날의
기억이 씻겨 나가는 듯해서 더욱더 많이, 더욱더 강하게 자신의 몸에 물을
끼얹었다. 마치 무언가에서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이 말이다.
#11
주위는 처절할 정도로 고요했다. 가끔 들리는 풀벌레소리와 산짐승들이 풀밭을
가로지르는 소리 외에는 조그마한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니, 동수가 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리는 조용한 가운데에서
민철의 고막을 더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찌익. 쩍. 쩍. 쩍. 찌익』
민철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뒤로 눕혔다. 동수는 아랑곳하지않고 예의 그 찌익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마 동수가 자기 혼자서 찌익대고 있었
다면 기분은 좀 나빴을지라도 민철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민철의
다리가 아직도 많이 아팠다면, 민철의 팔이 심하게 두동강이 났다면 그는 억지로라도
참을 수 밖에 없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민철의 다리는 그나마 걸을 만 해졌고, 민철의
팔은 아직 누군가를 밀칠 정도는 되었고, 동수는 자기 혼자 놀기에 지쳤는지 항상
가지고 놀던 그 끈적한 딱풀덩이를 민철의 눈 앞에 들이대고는 같이 놀자며 히죽
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민철을 폭발하게 만들고 말았다.
“미친놈이 둘만 있다고 내가 친구인 줄 아냐? 돌았어? 가뜩이나 기분도 더러운데
잘걸렸다, 강아지야.“
민철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분노와 짜증,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에 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동수는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낄만도 했지만 그 끈적한 손과 주욱 늘어난 풀실을 민철에게 가져다대면서
히죽대고 있을 뿐이었다. 민철은 주위에 굴러다니던, 동수가 걸어다닐 때 쓰라고
꺾어주었던 나무막대기를 들고 동수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었다.
#12
“으음…….”
민철은 잠이 오지 않는지 계속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샤워를 끝내고 개운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던 민철은 설악산에서의 악전고투와 병실에서 겪었던
경찰들의 질문공세에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졌는지 금새 눈이 감겼고, 마치
누가 수면제라도 먹인 듯 스르르 잠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던 민철은 수시로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분명 몸은 마치 잠에 든
것처럼 나른했지만 정신만은 이상하게도 멀쩡해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묶인
듯한 부자유는 민철의 정신을 멀쩡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었다.
샤워를 한 직후에 사라졌던 예의 그 끈적한 느낌은 다시금 민철을 옥죄고 있었고,
그러한 느낌에서 벗어나려고 민철은 더더욱 거칠게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어딘지 모를 익숙한 끈적함을 없애기 위해 말이다.
#13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충분히 할 만큼 한거야. 그래. 죄책감같은 거…….“
민철은 자신을 집어삼키는 듯한 어둠에서 달아나기 위해 불편한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있었고
그의 동공은 어두운 주위에서 한줄기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듯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민철은 계속 ‘내 잘못이 아니야.’를
중얼대면서 걸음을 앞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래. 동수, 그 자식이 잘못한거야. 그 자식이 그 기분나쁜 것만 나에게 들이대지
않았어도, 아니 애초에 수학여행가는데 그런 끈적한 더러운 것을 가져오지만
않았어도 난 녀석을 죽이지 않았을거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
민철은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칠흙같은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순간이었다. 분노로 점철된 민철은 자신이 들고있던 나무 막대로 동수의 손을 세차게
찍어버렸고, 그 바람에 동수는 놀라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민철은 한 대에
만족할 수 없었는지 그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고, 그와 동시에 동수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간의 변화는 민철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고, 그가
동수를 향해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그의 몸을 낭떠러지의 어둠이 삼켜버린 뒤였다.
민철은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마치 동수의 끈적한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옭아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몸을 움직였다. 지금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어둠도, 죽음의 공포도 아니었다. 그저 실실대며 웃음짓는 동수와 그의 손에 묻어
있었던 그 끈적한 ‘실’ 이었다.
#14
“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거였네. 처음부터 이거였어. 이 강아지야…….”
민철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 자라나던
그 거무튀튀하던 털들은 이미 털이라기엔 너무나도 길어져있었고, 마치 밧줄과
같은 그 털들은 민철의 몸을 둥그렇게 옭아매고 있었다. 민철의 동공은
마치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듯 한없이 커져있었다. 그의 동공에서 무언가가
잠깐 비친 듯 하였지만 이내 종적을 감추었다. 민철은 생각했다. 평소
거미라고 불리울만큼 중심을 잘 잡고 무언가에 잘 매달리던 동수의 모습을.
민철은 떠올렸다. 버스가 급커브를 돌 때, 심지어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자신조차
잘 서있었던 바로 그 때, 쓰러지며 버스기사를 잡던, 아니 버스기사를 자신 쪽으로
당기던 동수의 모습을. 민철은 기억했다. 뒤집어지는 버스와 괴성을 지르던
반 아이들과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동수의 그 소름끼치는 웃음을.
“왜 니가 그 절벽을 기어 올라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제기랄.”
민철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감겨가는 민철의 두 눈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는 거대한 거미가 보이고 있었다. 아니, 민철을 향해
그 끈적한 손가락을 들이대는 동수가 씨익 웃고 있었다.
#15
-거미는 자신이 잡은 먹이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인생을 바꾼집Ⅱ
특수공작원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실화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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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18평에 누나, 나 ,아버지,어머니 이렇게 네식구가 살고 있었다.
내가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2학년때 부터 살던 집이었다
방은 두칸이었고 누나랑 나는 같은 방을 썼다.
내가 중학생이 되면서 난 부엌에서 잠을 잤다.
누나랑 같이 방을 쓰기엔 둘다 너무 커버려서 서로 불편했다.
아버지는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이사를 결심하셨고....
창원에 위치한..00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로 하였다.(최고의 번화가 길건너편아파트..아실분은 아실듯)
매물이 싸게 나와서 아버지는 저축했던 돈과 대출 받은 돈으로 그 집을 구입하셨는데..
앞에 사람들이 2년정도 살다가 사정이 생겨서 싸게 팔고 이사를 했다고 하더라.
이사 몇일전날 청소도 할겸 어머니랑 누나랑 그집을 찾았다.
벽지도 깔끔하고 쇼파랑 가구 있던 곳 밑에 먼지만 치우면 될것 같았다.
어머니는 "도배는 안해도 되겠네."
정말 벽지는 사람이 살지 않은것 처럼 깨끗했다.
다만 몇개의 못만 박혀 있었을뿐...
27평에 방 3칸 이었다.
드디어 내방이 생기는 것이 었다.
나도 드디어 혼자 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라 너무나 기뻤다.
젤 먼저 내방이 될곳을 찾아 들어갔다.
생각보다 넓었다.."캬~ 드디어 내방이구나"
이곳 저곳 둘러 보다가 내방문 위에 ...(방문과 천정의 약간의 틈)하얀 종이에 빨간색으로 적은
부적 같은것이 붙어 있었다.
이건 뭐지...누나방에 들어갔다...누나방도 문위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안방도 마찬가지 였다.
"이걸 왜 붙혀 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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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방....|......|....안방.|
|-----------|......|------.|
|....부엌.............거실.......|
|....................................|
|----------.....................|
|.............|..............현....|
|...내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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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저런 구조이다....(발로 그림)(화장실은 누나방과 안방 사이에..생략)
내방에서 문을 열면 현관과 거실이 보이고 내방 뒤쪽은 세탁기랑 보일러가 있는 뒷베란다 였다.
참고로 집은 1층이었다.
"엄마! 방방마다 이상한거 붙어 있는데.이게 왜 붙어 있지? 찝찝한데 땔까??"
"부적이면 잡귀 쫓는거자나...굳이 땔필요 있겠니? 그냥 놔둬"
유일하게 부적이 붙어 있지 않는 곳은 거실밖에 없었다.
그날 그렇게 청소만 하고 2틀뒤 주말에 이사를 하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침대란걸 가지게 되었고 컬러모니터의 컴퓨터와 새책상....정말 날아갈듯 기뻤다.
침대는 머리쪽이 뒷베란다 쪽으로 향하게 위치를 잡았다. 침대 사이즈가 잘 맞지 않아서 그렇게 밖에
놓을수 없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내방 문이 보이고 그위에 부적이 보였다. 좀 거슬리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서 새책상과 컴퓨터를 바라보니 언제 그랬냐는듯...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고된 이사를 마치고 첫날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야옹~"
"에이씨...아파트에 무슨 고양이야~!"
난 너무 피곤하여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야옹~야옹~"
"아이씨 뭐야..."
"야옹~야옹~야옹~"
한마리가 아니었다.
고양이는 시간이 갈수록 모여들었다.
우리집 1층 뒷베란다 밑쪽에 고양이 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듣기 싫은 고양이 울음소리....난 귀를 막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밤에 고양이들에게 시달리다가 일어나니 ...이사 몸살과 피곤함이 겹쳐서 영~ 컨티션이 아니었다.
이사를 했다고 친구에게 자랑을 했고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조그만한 토끼 한마리를 들고 왔다.
"이거 뭐냐?"
"선물"
"왠 토끼냐?"
"아...나도 선물 받은건데...너도 한마리 키워라."
똘망 똘망 한 토끼 눈이 날 쳐다 보는데...귀엽기도 하고 ...
"그래 주라~"
난 슈퍼에서 라면박스를 구해서 그 안에 토끼를 넣었고
거실에 놓아두었다..그렇게 친구는 돌아가고 그날밤..
아버지와 어머니는 왠 토끼냐며 냄새가 난다는둥...낼 가져다 주라고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난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낼 친구에게 토끼를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날밤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담날 아침.. 난 박스 안을 보고 너무 놀랬다.
토끼가 죽어있었다.
다리를 쫙 펴고...난 토끼 다리가 그렇게 긴지 처음 알았다.
토끼를 잡았을때...마치 돌 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따..
이렇게 저렇게 토끼 시체를 땅에 묻고 찝찝한 맘에 집으로돌아와...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집안에서 여자들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엄마 친구들이 놀러왔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현관문에 키를 꽃았다.
갑자기 떠들던 소리가 뚝~ 끊겼다.
'어..!'
난 문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문앞에 서있었다...순간 다시 재잘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분명 여자 목소린데..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 들을수가 없었다.
난 키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집안은 조용했다...아무도 없었다...소름이 돋았다...
'내가 피곤해서 몸이 허한가?'
그냥 대소롭지 않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그날밤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열심히 컴퓨터를 하다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아..낼 일교시가 뭐지....'
혼자 낼 학교시간표를 보며 책을 챙기고 난 자리에 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야옹~"
"아씨...또 고양이야.."
"야옹~"
듣기 싫은 고양이 소리..난 쫓아내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부엌에서 어머니가 이사하면서 버릴려고 모아둔 옛날 수저랑 젓가락을 모아둔곳에서 숟가락을 하나들고
뒷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다소곶이 앉아서는 우리집을 바라보며
"야옹~"
"저리가~!"
난 소리를 쳤다...
솔직히 고양이를 원래 싫어했지만..
밤에 번떡이는 눈으로 날 쳐다보는데..굳이 숟가락을 던져서 내 쫓고 싶지는 않았다..
소리치면 도망가겠지...
"저리가..임마!"
"야옹~"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렇지 않게 소리내고 있었다.
"에잇"
있는 힘껏 숟가락을 던졌다.
난 겁만 주려고 했는데.. 고양이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고양이 특유의 그 찢어지는 듯한 고음을 내며 옆으로 넘어지더니...
바로 일어나더라....무슨일이 있었냐는듯 머리에 피를 흘리며 날 쳐다보는건지 우리집을 보는건지..
다시금 울기 시작했다...그때 저기 끝에서 고양이 두마리가 설렁 설렁 걸어오더니...
그 고양이 옆에 나란히 앉더니...무서운 눈으로 쏘아보면 같이 울기 시작했다.
"아...사람들 깨울까....하필 내방 뒤에서 저러는거야..."
피흘리면서도 울어대는 그 고양이들 때문에 약간의 두려운 맘도 있고..
고양이 때문에 부모님들 깨웠다간...왠지 욕먹을것 같기도 하고....
찝찝한 맘을 뒤로하고 침대로 와서 누웠다.
그렇게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잠이 들었다...
꿈이다....
근데 난 내방 침대위에 누워있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수가 있었다.
난 똑같이 내방 침대위에서 잠을 깼고...
원래 사람이 꿈을 꾸면 진짠지 꿈인지 구별을 못하는데....
그땐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걸 확실히 알수 있었다.
뭐 때문인지 난 일어나 내방 방문을 열었다.
난 얼어 붙었다.
거실에는 관이 하나 놓여 있었다.
난 멍하니 서서 그관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관뚜껑이 스르르~ 열리더니...
왠 여자 한명이 정말 힘겹게 관에서 나오더라.
검은 원피스를 입고 일어선 그녀는....거실에서 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녀가 내방쪽을 바라볼때 난 그녀 얼굴을 볼수 있었다.
웃고 있었다. 허나 그녀는 이내 바로 고개를 돌리며 다른 뭔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안보이는게 분명했다. 난 내방 안에서 계속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근데 그 웃는 모습...그얼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탈을 쓴것처럼.. 억지로 지어내는 미소...그표정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았다.
거실을 계속 돌아다니는 그여자...그때의 그 공포...나를 보지는 못하지만...난 그 공포를 잊을수가 없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난 잠에서 깼다...참 더러운 꿈이다...말그대로 기분도 더럽고...
짜증이 났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간간히 고양이 소리를 들으며 이젠 익숙해지던 2달 정도 지났을 무렵...
그날밤도 난 꿈을 꿨다..
그 더러운 꿈.....난 똑같이 꿈속에서도 내방에 있었다.
그날 역시 난 그것이 꿈이라는것을 바로 알았고 난 내 침대위에 있었다..
'설마 있겠어....없을꺼야....'
난 내방 문을 조금 열고 빼꼼히 거실을 쳐다 봤다.
관은 없었다....하지만 그여자는 있었다.
그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여전히 거실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부모님 방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문 앞에 달라붙어서 한참을 있더라....
얼마나 있었을까...다시 뒤를 돌아 누나방쪽으로 걸어가더라...
누나방쪽으로 가는데...내방 시야에서는 누나방 방문이 보이지 않는다...(방구조 참조)
그래서 난 궁금한 마음에 내 방문 밖으로 머리만 살짝 내었다.
그여자는 누나방 방문에 붙어 여전히 서있었다.
그 순간 그여자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았다...그녀의 표정이 변하는걸...그녀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보이는거다!!'
그리고는 환희에 찬 미소로 내방 쪽으로 .....마치 일본 기모노를 입는 여자들이 걷는 걸음으로
내방 쪽으로..."타다다다다"
난 너무 놀라서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치며 내방 안쪽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내 방 방문틀 앞에 서서 들어오지는 않고...
가만히 서서 그 짜증나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 계속 돌리고 있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것 같았다.
미친듯이 눈동자를 돌리고 있었다.
난 얼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동자를 굴리던 여자는 다시 입고리를 내리며 억지미소를 띄며 뒤돌아 다시 거실을 돌고 있었다
난 기어가서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았다..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된채 난 잠에서 깼다..
'싫다...그 얼굴 ...두번다시 보기 싫다...."
그 꿈에서 일어 났을때의 그 기분 정말 이루 말할수 없이 괴롭다...
그후 또 몇달간 아무 이상도 없다가....
정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않을수 밖에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한동안은..그여자꿈은 꾸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당시 교보생명(그당시는 명칭이 대한교육보험회사)을 다니셨고
아버지는 두산중공업(그당시 한국중공업)을 다니시고
두분다 바쁜 맞벌이 부부 였다.
그런 꿈이야기를 한다해도 공부나 하라며 잔소리가 날아올게 뻔했다.
아버지는 그때 노키아 휴대폰을 가지고 계셨다. 그당시 휴대폰은 130만원정도 했었고
어디에서나 전화를 할수 있다는것에 무지 신기하고 그런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아버지는 왠지 멋져 보였다.
아버지가 퇴근하고 밥을 먹고...아버지는 산책을 하신다고 밖으로 나가셨다.
어머니는
"아들..집전화기 어디 갔어?"
"모르겠는데요."
"한번 찾아봐"
어머니는 무선 전화기를 종종 집에서 어디 뒀지는 까먹는 경우가
허다 했다..
"아빠 휴대폰으로 전화해바"
"네."
난 아버지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띠리리링~띠리리링"
난 소리가 들리는 쪽을 찾아갔다.
거실 쇼파 쪽에서 들렸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구석 구석 훑어보는데..쇼파 등받이와
쿠션틈에 집전화기가 끼어 있었다..
"엄마..전화기 여기..."
"딸끄락"
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어머니에게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
내 눈앞에 쇼파에 꼳혀있는 집전화를...
누가 받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누.....누...누구세요.."
"니 게 여 애 이 어.."
내 눈앞에 있는 수화기에서 뭔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난 멍하니 휴대폰을 귀에 대고...정신나간 사람처럼 서있었다.
그순간...그 소리....
내가 몇달전에 현관 앞에서 듣던...
알아들을수 없던 여자소리...
그 소리였다
.
난 휴대폰을 쇼파위에 던지고는 내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내 책상에 앉아서 손톱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이건 꿈이 아닌데....현실인데...대체 뭐야..무슨일이야..'
'분명 이건 현실이 아닐꺼야...내가 잘못들었나..
아닌데..분명히 누군가 받았는데..혼선된걸수도 있자나...'
순간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 오셨다.
난 순간 깜짝 놀랬다.
"왜? 아들.."
"아..아니..예요."
"왜 그렇게 놀래?"
"아...아니..예요.."
"전화기는??"
"거...거실 쇼파에 있어요.."
난 곧바로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잠들기가 무서웠다.
또...그여자가 나올것 같았다...
그렇게 무서움에 떨다가 잠이 들었다.
역시..
'또야...빌어먹을'
난 내방안에 있었고...
집은 조용했다.
'안나갈꺼야..빌어먹을..빌어먹을...절대 문 안열꺼야....'
혼자 그렇게 침대에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 지옥같은 시간은 계속 되고 좀처럼
난 현실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꿈에서 빨리 깼으면....'
그렇게 계속 혼잣말을 되풀이하다...
마음이 조금 진정된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열었다.
난 뒤로 넘어졌다..
그여자는 내 방문에 바짝 달라 붙어서
눈동자를 계속 굴리고 있었다.
'아...저 재수없는 얼굴....'
그리곤 몇초후 그녀는 뒤로 돌아 거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처음으로 거실쇼파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는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니 게 여 애 이 어"
낮에 듣던 그 소리....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 기분 나쁜 조잘 거림을 시작했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난 꿈에서 깼다...
'아...이러다 죽을거 같다....'
그날 저녁 난 아버지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저기...우리...언제 이사가요??"
"이사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사타령이야"
"나 ...이집에 살기 싫어요..."
"갑자기 밥먹다 말고 뭔 헛소리야"
"이집..이상해요...계속 이상한 꿈만 꾸고...무서워요.."
아버지는 어이 없다는듯..밥만 드셨고..
어머니는..
"맨날 컴퓨터한다고 늦게 자니깐 그렇자나...그시간에 책이나 좀 보던가...
일찍점 자!!"
역시 내 이야기를 무시했다.
난 공부를 못하지 않았다.
반에서 10등안에는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 누나... 전교에서 1~2등을 하는 사람이라..
내 성적따위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큰 기쁨을 드리지는 못했다.
'아...난 정말 죽을것 같은데.....
왜 날 바보 취급 하는거야...'
그후 그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몇달간은....
6개월정도가 지난 어느날..
6개월이란 시간은...그 모든것을 잊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고양이 울음소리따윈...그때마다 이어폰을 끼고 자는걸로 해결했다.
누나랑..부모님께 고양이 소리 안들리냐고도 물어봤지만...
뭐 그닥 귀기울여서 듣지 않으면 잘 안들리니...
신경 안쓴다고 하더라...
내방에선 더럽게 잘들리는데...
암튼 어느날...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서..새벽 1시쯤 집에 들어오시더니..
거실쇼파에 바로 쓰러져 버리시더라.
어머니는 팔짱을 끼고 쳐다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고..나도 그냥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꿈이다...그 빌어먹을 꿈...
다시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역시 가만히 앉아서는 그 꿈이 깨지 않았다.
난 일어나 방문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는 믿지 못할 관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버지는 그여자 무릎을 배고 누워계셨고...
그여자는 그런 아버지를 내려다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으며...뭐가 그리 즐거운지...
히죽~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짖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방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또 그 조잘거림을 시작했다.
난 방문을 닫아버렸다..
"어제 도대체 어떤년이랑..."
"뭔 헛소리야!!"
"우당탕탕"
난 놀래서 잠에서 깼다.
밖에선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막 화를 내셨고 아버지 역시
그런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현실도 지옥이구나....'
그렇게 어머니 아버지의 싸움은 일주일이 계속 되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셨다.
그렇게 두분은 별거 생활을 하시고 15년만에 이혼을 하셨다.
한참이 지난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어머니는 그때 밤마다...아버지가 거실에서 다른여자랑 껴안고 있는 꿈을 꾸셨단다.
그게 계속 되다보니..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 못할정도의 의부증이 생겼고...
아버지는 집에 오는것이 싫어서 계속 늦게 오시던지 외박을 하셨다.
어머니의 폭언과 싸움은 계속 되었고 참다 못한 아버지는 집을 나가 신거다.
아버지는 시골에 할머님 집으로 들어가셨고...그렇게 두분은 10년넘게 얼굴
한번 보시지 않고 누나를 결혼 시키고 작년에 내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이혼을 하셨다.
솔직히 그때는 난 아버지에게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불행중 다행이라 해야하나...아버지에겐 아무일이 없었고 그후로 아버지는
그집에서 볼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달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셨다.
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누나는 대학에 진학해서 변리사 공부를 하다..
외국으로 1년짜리 어학연수를 떠났다.
집에는 어머니랑 나 둘뿐이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많아 졌다.
어머니가 한날..
.
"너도 혼자 있고 심심할텐데...우리도 개한마리 키울까?"
나도 심심하고 혼자있을때..기분도 찝찝하고...
있으면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어머니는 담날 요쿠셔테리어 한마리를 가지고 오셨고...
신나게 데리고 놀다가....
그날밤...
"끼잉...낑낑"
맞다...개 소리닷..ㅡ,.ㅡ
난 그소리에 잠에서 깼다.
무슨 생각인지 그냥 방문을 열었다.
그 개는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을 벅벅 긁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것 같았다.
내가 방문을 열자마자 내 방쪽으로 뛰어 들어와서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뭐야...왜 이러는 거야..'
그렇게 개와 나는 혼숙을 했다..;;
아침에 학교 갈려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그 개는 미친듯이 밖으로 뛰어나와 달아나 버렸다.
미쳐 내가 잡을 틈도 없이...
그렇게 하루만에...또 친구를 잃었다.
그후 난 거희 이틀에 한번꼴로 그여자를 만나야 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지 않으면 난 그 꿈에서 깰수가 없었다.
허나 그녀는 내방앞에 서있지 않았다.
항상 어머니 혼자 주무시는 방에 달라 붙어서...떨어지질 않았다
난 걱정이 됐다...혹시 엄마한테 안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난 다음날 밤에도 그꿈을 꿨다...
문을 여니...어머니 방앞에서 또 뭐라고 조잘 거리고 있었다.
난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내 방 밖으로 나와 거실에 섰다.
그여자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다시금 입고리를 올리며 뭐라고 조잘 거리면서..나에게 달려왔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몇초가 지났을까...
실눈을 살짝 뜨니 내 얼굴 바로앞에 그 창백한 얼굴을 맞대고
내 볼에 닫는 그여자의 피부는 미칠듯이 차가웠다.
그여자는 쉴새없이 입을 조잘거렸다.
그리곤 내 귀에 그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여자가 하는말은 너무 빨랐다.
그 상황을 피해보려 눈을 감았다..
'뭐라는거야..젝일...'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때...
그 말 들을수 있었다.
"니가 여기 왜 있어! 니가 여기 왜 있어!"
저 말을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른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들여보내죠!들여보내죠!들여보내죠!"
....
...
"일어나! 학교 가야지..."
어머니 였다...
지친몸과 드러운 기분으로 난 학교로 갔다.
방과후..버스 정류장에서 옆학교 상급생과 시비가 붙었다.
난 싸움을 좋아하지않지만 그날 이성을 잃고 싸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비를 붙은건 내 친구였지만
나도 같이 동조해서 싸웠다.
그렇게 큰싸움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상대방 학생 한쪽눈의 시력을 잃었다.
난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고...그일은 법원으로 넘어가
법적 처벌을 피하려면 싸움에 참여했던 3명에게 6천만원씩
1억 8천을 배상하라고 했다.
어머니는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고...
난 그게 더 죄송해서...
죽고 싶은 맘밖에 없었다..
'나 같은 놈은 죽어야돼'
난 내방 방문 손잡이에 전선줄을 걸고
목에 전선줄을 감았다.
얼굴이 뜨거워지고...피가 역류하는 느낌....
순간 문밖에서
"들여보내죠!들여보내죠!"
찢어질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죽으면 엄마는....엄마는....'
난 머리위 방문 손잡이를 붙잡고 감긴 전선줄을 풀고...깊은 숨을 토해냈다.
..............
그렇게...어머닌 그집을 시세보다 천만원낮춰서 급처를 하고
6천만원을 합의금으로 주고 난 학교를 자퇴해야만 했고
다른집 전세로 이사를 갔다...
그렇게 난 그집과의 악연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일주일후...우리가 집을 판 사람에게서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다.
우편물이 자꾸 이쪽으로 온다고 우편물 온거 찾아가라고...
어머니는 저에게 찾아오라며 시켰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그 근처에 갈일이 생겨서 그 지랄같은 집으로 갔다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한참 벨을 눌르는데..옆집 아주머니가 장을 보고 오시는 길이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어쩐일이야?"
"아 우편물좀 찾아가라 해서 찾으러 왔어요"
"그집에 사람 없을꺼야."
"왜요?"
"이틀전 밤에 난리가 났었어.."
사연인즉...이사온 집 딸이 약간 간질 같은게 있었나보더라.
그래서 옆집 아줌마 한테 애가 잘 놀래고 하니..혹시 자기 없거나 그럴때
애가 발작을 할수도 있으니..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이틀전 낮에 옆집이 시끄럽더래..
집을 좀 손본다고 시끄러울거라고 양해를 해달라 했대
그리고 담날 새벽에 앰블런스가 와서 그애를 태워나갔대.
실려나가는데...눈이 뒤집혀서 입에 거품을 물고 실려나갔대
난 소름이 돋더라.....그냥 거기 서있는것도 싫어서
옆집 아줌마한테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그집 바로 밑쪽에...쓰레기들이 잔뜩 쌓여 있더라.
찢어진 장판...널부러진 벽지.
근데...거기서....알겠지??
널부러진 벽지사이에...
내 방문위에 붙어 있던 부적이 있었단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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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시간 정리 잘하시고 그럼 내일뵙겠습니다.(--)(__)
넥슨 계정 해킹사고 떄문에 보안 관련 시스템 문제로 정신이 없네요 ㅠㅠ
(본인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