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사람이 된 두 사람에게

ssong2011.12.01
조회235

다온아.

아직도 엄마라는 호칭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철 없는 엄마를 용서하렴.

 

20주차... 6개월로 접어들기 바로 전 주차에 처음으로 너의 존재를 알았단다.

생각해보면

그 조그마한 네가 무던히도 너를 알리려 노력했었는데

이 둔한 엄마는

그 심했던 구역질과 구토 증상도 평소 앓았던 위염이 재발한 것이라며

참 무심하게 넘겼었지.

 

어느 날, 갑자기

과일이 그렇게 먹고 싶더구나.

과자, 빵, 아이스크림, 초콜렛...... 전형적인 아기 입맛이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밥이 그렇게 좋아지더니

조금 더 지나서는 신 맛에 유난히도 예민했던 내가

귤, 오렌지, 파인애플...... 등등 자꾸만 신 과일이 그렇게 먹고 싶어지더라.

 

어디서건 꾸벅꾸벅 졸기 일수고,

갑자기 추위는 왜 이렇게 타는건지 주위 친구들도 갑자기 왜 이렇게

체질이 변했냐며 놀라워 하는데

왜 이 못난 엄마는 다온이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어느 순간 배에서 꿈틀꿈틀 뭔가의 움직임이 느껴지는데

그 순간까지도 이 엄만

정말 바보같은 생각을 했단다... 우습지만 엄마는 장이 움직인다고 생각했어

장이 운동하느라 꿈틀꿈틀 대는 것이 내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지금 와서 되돌이켜보면,

그 땐 전혀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아예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던 듯 해.

무조건 외면하려만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단순한 생리불순이란 핑계로 처음 찾게 된 병원에서조차

너의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사전에 모두 차단시켜두었단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단순히 생리불순이라며 불규칙하던 주기탓을 하기 바빴지...

 

그렇게 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지금은 26주차의 다온이가 엄마 뱃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6주간의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단다.

그리고 엄마의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단다.

 

솔직히 이 엄만 겁나고 무섭기도 하다.

물론 기쁘고 설레고 기대되지만 한 편으론,

두렵고 막막하기도 하단다.

 

하지만 다온아. 희한하게도 요즘은 다온이의 태동이 엄마를 기쁘게 해.

몇 일동안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다온이의 존재였지만

지금은 한창 움직임이 활발해진 너를 느끼며 한 번만 더 차보라고

아무 죄 없는 엄마 배를 붙잡고 누르고 흔들고......

내가 생각해도 지금 뭔 짓을 하나 싶을 정도로, 너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마냥 감탄하며 신기해한단다.

 

이 모자란 내게 와준 다온이에게 감사하고,

5개월동안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해주지 못했는데도

건강하게 자라준 네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고마워 다온아.

나에게 와줘서 고맙고, 내게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줘 고맙고,

최악의 조건에서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다온이와 만날

남은 약 100일여의 시간동안은

몰랐던 기간동안 못 해준만큼 더 노력해서 좋은 엄마가 될께.

 

사랑한다 내 아가

 

 

 

 

그리고,

 

 

오빠. 지난 주에 혼인신고까지 마친 정식부부인데

 

아직도 오빠라는 호칭이 편하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

오빠가 아빠가 된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도...

 

또 우리가 부부가 됬다는 것도..^^...

 

처음 다온이의 존재를 알게된 날...나 참 많이도 울었다...기억나?

그 때도 애기 어떻게 해가 아니라 우리 엄마 어떻게 하냐며

오빠 앞에서 눈물,콧물 다 흘리며 울었던 기억이 나네... 6주 전 일인데 왜 이리 까마득한지...

 

이미 아기를 지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고,

또 내가 엄마가 될 것이라는 건 더 상상할 수가 없었고......

그 때의 나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

 

너무 갑작스럽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여서 많이 혼란스러웠거든.

 

그 때 오빠가 나 가만히 안아줬었어... 그리고 새빨개진 눈으로

연신 미안하다고 했었어... 내 젊음 뺏어서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앞으로의 내 꿈들 오빠가 뺏어서 미안하다구...

 

그 때

나 솔직히 오빠 많이 원망했었어. 누구의 탓도 아닌건데...

잘못이라 칭하기엔 다온이에게 많이 미안한건데 말이야......

그냥 오빠가 많이 미웠었어...

 

앞으로의 일들이 막막하고 겁이 나서 무작정 오빠를 미워하는게

차라리 맘이 편했는지도 몰라.

 

근데 새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빠 모습 보니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라......

 

고작 나보다 1살 많은 사람...나와 같이 막내로 자라온 사람...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람... 그리고 나보다도 훨씬 더 꿈이 많은 사람...

 

순간

나보다도 앞으로의 오빠의 삶이 더 안쓰러워지더라.

 

이 남자, 앞으로 나때문에 그리고 내 뱃 속의 우리의 아이 때문에

고생할 모습이 조금이나마 실감 나서

눈물 고인 오빠한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라...

 

나에게 믿음 주려고 든든하게 서있는 척하지만

속으론

나와 같이 얼마나 불안하고 겁날까 생각하니

약간의 동지애도 느껴지고 그랬었어..^^...희한하지?ㅋㅋㅋ

 

지금 와서 말하지만

 

고마워 오빠.

 

그 때 내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줘서...나 나쁜 생각 못 하도록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그 날,

날 가만히 안아줬던 오빠의 품도, 그리고 새빨개진 눈으로 똑바로 나를 바라보던

오빠의 얼굴도

 

아마

나 평생 잊지 못할꺼야.

 

그 때만큼은 오빠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던 것 아니까...

 

많이 부족하고,

철부지 아내이자 엄마로서 시작하게 될꺼야.

 

덜렁대는 내 성격 어디 가진 않을 것이고,

원래 땡깡쟁이에 심술쟁이, 고집쟁이 등등 나쁜 건 원래 다 가지고 있는 나였잖아^^

 

엄마 되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오빠 앞에선 항상 그냥 철부지로 지내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ㅋㅋㅋㅋ

 

앞으로 평생 오빠에겐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딱 지금처럼의 여자친구이고 싶을 것 같아... 그렇게 대해줄거지?^^

 

그래도 많이 노력할께.

더 좋은 아내이자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항상 표현에 서툰 나에 비해 늘 사랑한다 말해줘서 고맙구..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지만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고 있는 것 알지?

 

말로는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며 놀리지만,

오빤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내 남자이자

다온이 아빠야^^*

 

어디서건 가슴 쫙 피고 당당하게 다녀도 되^^

내 남편

충분히 그럴 자격 있으니까..^^*

 

사랑해 쭈나

지금 이 감정, 이 마음, 우리에게 있는 이 모든 것들

평생 변치 말자.

 

 

 

많이 많이 고마워

그리고 아주 많이 사랑해

 

우리 잘 살자 여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