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장편] 원혼은 말하지 않는다 4

유민서20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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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요일입니당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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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서울에서 부산까지(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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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웃대 검은토끼님입니다.

 

시작!----------

 

 

 

 

 

 

EP 1.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불길한 통보 (完)

 

 



불안감이 고조된다.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갈 때마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소리가 들려온다.

 

이윽고 3층에 도착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3층 현장 안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불 꺼진 현장은 칠흑 같은 어둠을 품에 안은 채 빗방울 소리로 내 시선에 응답한다.

 

 



“쨍그랑!”


또다시 무언가 깨지는 소리다. 하지만 3층이 아니다.

 

이어서 4층을 향해 올라간다. 심장이 미친 듯 쿵쾅거린다.

 

아까 전 영우와 함께 있던 그 방이 다시 떠오른다. 겁이 나서 발걸음이 느려진다.

 

3층 계단의 중간 정도 올라가자 4층 현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내 시선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그 방에 꽂힌다.

 

4층까지 두 계단을 남겨놓고 다시 걸음을 멈춘다.

 

이상하게 현장의 불이 켜져 있다. 누군가 스위치를 누른 것일까?

 

아니면 감독관과 권태가 내려올 때 깜빡 한 것일까?

 

 

 


마음속에 또 한 번 섬뜩한 얼굴이 떠오른다.

 

4층은 3층과 마찬가지로 빗방울 소리가 후두둑 거리며 조용히 울려 퍼질 뿐, 조용하다.

 

나는 남은 두 계단을 이어 올라간다. 그러나 4층 현장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다시 한 번 걸음을 멈춘다.

이상하게 들어가는게 어렵다.

 

 

 


“쿵!”

 

 

 

 

 



그때 또다시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움찔하고 뒷걸음질치기 시작한다.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들렸다. 영우와 있었던 그 방에서 말이다.

 

작은 방은 아까 영우와 있던 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방의 뚫린 입구에서 매우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온다.

 

 

 

 

 


“누구세요!”

 

 

 

 



주먹을 꽉 쥐고 그 방을 향해 소리친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돌연 마음속에 근거 없는 용기가 마구 솟구치기 시작한다.

 

소리침 덕분이었을까? 나는 무겁던 발을 힘차게 들어 올려서 성큼성큼 현장 안으로 들어선다.

 

 


“바스락.”

 

 

 

 



그런데 기이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발에 밟힌다. 나는 신발을 들고 내려다본다.

 

신발 바닥에 자잘한 유리조각이 잔뜩 붙어 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에 매우 많은 전구들이 조각조각 깨진 채 바닥에서 난잡하게 뒹굴고 있다.

알 수 없는 기분에 발걸음이 다시 무거워진다.

 

 



“바스락.”

 

 

 

 


걸을 때마다 유리조각이 밟히는 소리가 난다. 매우 신경에 거슬린다.

 

나는 그 방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또다시 걸음을 멈춘다.

 

마음속에 갈등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권태에게 전화를 걸까? 공사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까?

 

 


하지만 지금 내 곁으로 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

 

이런 날씨에, 더군다나 달콤한 조기 퇴근까지 한 관리자들이 공사현장으로 왜 돌아오겠는가?

 

하지만 권태는 다르다.

녀석이라면 내가 곤경에 처하거나 다급한 목소리임을 느낄 시 바로 달려와 줄 그런 녀석이다.

 

마음을 먹고 바지 왼쪽 주머니에 주섬주섬 손을 찔러 넣는다.

 

나는 항상 휴대폰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전하다. 휴대폰이 없다.

 

 

 

 


나는 급히 온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가슴팍에 달려있는 주머니부터 시작해서 바지 뒷주머니까지 살핀다.

 

그러나 휴대폰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내겐 지금 외부와 연락할 수단이 없다.

 

 

 



“쿵!”

 

 

 


다시 한 번 방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제 나의 시야에는 웬만큼 방의 정면 모습이 보인다.

 

방금 소리는 벽돌 하나가 굴러떨어진 소리다.

 

혹시 지금까지의 소리가 쌓여 있던 벽돌들이 불안정한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생긴 게 아닐까?

 

 

 


그렇지만, 이 추리는 깨져 있는 전구들을 결코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방에 들어선다.

 

그런데 구석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고 있다.


나는 눈을 길게 늘이며 찌푸린다.

 

 



“툭.”

 

 

 

 

 



그런데 갑자기 내가 서 있는 정문의 왼쪽 벽으로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날라왔다.

 

나는 돌멩이가 날아온 방향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린다.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던 구석이다.

 

나는 눈에 힘을 준다. 동시에 서서히 눈동자가 이 어둠에 적응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 내 눈동자가 움찔거리며 커졌다. 동시에 가슴이 한 순간 멎었다.

 

어둠 속에 한 여자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아이는 정문에서 왼쪽 대각선 방향의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이가 나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천천히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소름을 애써 참아내며 아이를 불렀다.

 

 

 

 

 

 

 


“꼬마야?”

 

 

 

 

 



그러나 아이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왠지, 꼬마의 얼굴이 웃고 있을 것 같다.

 

아까부터 떠오르던 망상이 그 모습을 확고히 다져간다.

 

입꼬리는 귀에 닿을 듯 올라가 있고 눈은 반달모양으로 구부러져 웃고 있을 모습.

내 근거 없는 망상에 천천히 오르던 소름이 한꺼번에 나를 덮친다.

 

때문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를 다그치며 물었다.

 

 

 



“꼬마야! 너 왜 여기 있니? 어?”

 

 

 

 



아이는 마찬가지로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홧김에 아이 쪽으로 걸어가려고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갑자기 아이가 팔을 천천히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킨다.

 

 

 

 

 


‘무슨 뜻이지?’

 

 



“뭐 하는 거니? 어린이는 여기 있으면 안 돼! 여긴 공사 현장이란다!”


 

 

 

 

 

 

나는 침착을 되찾고 아이를 달래기 위해 조금 말투를 누그러뜨린다.

 

그런데 아이가 그 말에 되레 화가 난 듯 자신을 가리키던 팔을 더욱 거세게 앞뒤로 흔든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가리킨 채로.

그런데 그때였다.

 

 


“펑!”

 

 

 

 

 



갑자기 무언가 등 뒤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방으로 들어오던 빛의 밝기가 한순간 굉장히 올라가더니 이내 빛 자체가 사라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방으로 뛰어들어간 다음 빠르게 뒤로 돌아 소리가 난 현장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혀 있고 숨은 거칠어져 있다.

 

4층 현장 전체가 깜깜하다. 전등이 터진 것 같다.

 

빗물이 전구 안으로 새어 들어간 것일까?

 

결국,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방으로 들어오던 미약한 불빛조차 완전히 사라졌다.

방은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 나는 다시 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런데,

 




아이가 없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차차 눈이 새 어둠에 익숙해져 가는데도 아이가 있던 자리엔 딱딱한 시멘트바닥만이 보일 뿐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가 있던 자리로 걸어간다. 역시 아이가 없다. 사라졌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심장은 전보다 더욱 거세게 쿵쾅거린다.

방금 내가 봤던 아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나는 이 섬뜩한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린다.

 

그런데 아이가 사라진 자리에서 홀연 작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다시 몸을 돌리고 상체를 숙여 그 물체를 자세히 살펴본다.

 

누런 황색을 띤 접혀있는 쪽지다. 나는 쪽지를 줍고는 바르게 핀다.

 

쪽지에는 다급하게 쓴 것인지, 아니면 원래 필체가 이런 건지,

 

읽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글씨가 쓰여있다.

나는 천천히 쪽지를 읽어 내려간다.

 

 

 

 

 

 

 

 

 

 

 

 

 

 



-미래의 독자가 있기를 바라며 적는 유언장-







내 이름을 알려 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서서 이 글을 읽는 이 방, 아니 이 집에는 아직도 원혼이 남아 있을 수 있거든요.

절대 당신은 이 글을 소리 내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내용을 다른 이에게 발설해서도 안 됩니다.

명심하세요. 저는 당신의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한 마지막 충고를 하는 겁니다.

절대로, 절대로 당신은 모르는 누군가의 부탁을 짊어지고 또 들어주려 하지 마세요.

그게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이건 당신보다 연장자로서가 아닌, 당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뜨게 될지 모르는 제가 드리는 마지막 교훈입니다.

그건 너무도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란 사실을 명심하세요.





이런, 그녀가 오고 있습니다. 이만 글을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쪽지를 읽고 계신다면, 제가 이 세상을 이미 떠났다는 표시가 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면목없지만 제 용건을 빠르게 적겠습니다.

 

 

 

 

 

 

 

 

 

 

 


독자님, 정말 죄송합니다.

염치없고 무례한 부탁입니다.

부디, 제가 이루어 주지 못했던 가엾은 그녀의 한을 대신 풀어주세요.

그녀는 정말 불쌍한 여인입니다.

그녀는 매우 화가 나 있는 여인입니다.

독자님.














그 밑에 내용이 써져 있어야 할 자리엔 내가 서 있는 바닥이 보인다.

종이가 찢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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