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5화 너의 뒤에는 누구?

선쟈20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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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 검은토끼님의 작성글입니다

 

 

 

* 전편 이야기 ( 1 ~ 4 )

여름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이 더움을 달래기 위해, '여의도'라는 섬으로 콘도를 예약하고 놀러가게 되었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 아이들은 콘도의 명물이라 불린다는 '온천'에 몸을 풀기위해 들어갔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까마귀에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져 온천을 나와 버린다.

이때, 남탕에서는 '강동혁' 이라는 아이가 홀로 남아 온천을 즐기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처참히 물에 끓어죽어버리고.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동혁이가 떠오른 아이들 중 몇 몇이 걱정을 감싸고 빠르게 온천으로 달려오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지 오래.

'그'를 좋아했던 혜원이는 이성을 놓아버리고, 온천에서 아이들과 싸움, 의심, 절망 을 느낀 뒤 힘없이 호실로 돌아와 각자 방으로 들어가 모든 걸 잊고 싶다는 듯 잠들어버린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 듯 여자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문이 열리고 혜원이가 풀린 눈으로 베란다로 걸어 나간 뒤 쓸쓸한 달빛을 받으며 홀로 중얼거린다.














너의 뒤에는 누구? - 사랑 ( 망각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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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뚝‥‥”


그때, 혜원이의 귀에 울리 듯 선명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물소리가 혜원이 자신에게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인지, 다른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무슨 소리?‥”


그 소리에 혜원이가 몸을 재빠르게 뒤로 돌려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이리저리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모든 걸 삼킬 듯 한 어둠 뿐 이었다.


“뚝‥‥.”


그 때, 울리던 물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


어색한 침묵, 그와 동시에 '공포'가 물밀듯 몰려왔다.


“아니야‥”


그때, 혜원이의 두 가슴이 강하게 메어졌고, 팍 쏘듯 머리가 온천을 눈 앞에 그려냈다. 시뻘겋게 끓고 있는 온천과, 자신의 피부에 닿았던 그 살조각의 촉각들이 일순간 모든 감각을 지배하기 이르렀고, 강하게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 때문에 혜원이는 연신 고개를 앞뒤로 흔들어야 했고, 두 눈을 찢어질듯 크게 뜨고 막혀오는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썼다.


“뚝‥ 뚝‥”


그때, 멈추었던 물소리가 다시금 울리기 시작했고, 전보다 가까워진 소리에 혜원이의 공포는 조금씩 극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그제야, 공포를 억누르고 죄책감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두 눈에선 물방울로 떨어지던 액체가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었다. 온통 주변이 어두웠고, 혜원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앉아 밀려나오는 구역질을 억누르며 달빛을 쳐다보고 흐느끼는 것 뿐 이었다. 혜원이는 동혁이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매번 느껴왔고, 왜인지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사라지고 없다는 생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외침이 혜원이의 마음속을 쿡쿡 찔렀다.


“동혁아‥ 동혁아‥ 사라지지 말아줘‥ 제발‥‥”


그 말을 끝으로, 울다 지친건지 고개를 무릎사이로 푹 박고는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희미하게 떨었다.


“똑‥ 똑‥”


그 때, 가벼운 두드림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혜원이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들고 기계처럼 경직된 목을 조금씩, 조금씩, 뒤로 틀기 시작했다. 등줄기에 주르륵 하고 한 방울의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은 부산스럽게 떨리는 몸을 간질였다.


“똑‥ 똑‥”


누군가 현관문을 조용히 두드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흐릿한 목소리로 혜원이가 현관을 향해 물었다.


“똑‥ 똑‥”


대답은 없었다. 단지, 조금 더 강도가 올라간 듯 되뇌어 들려오는 두드림 소리가 어둠과 함께 혜원이에게 다가올 뿐 이었다.


“누구시냐고요‥‥”


혜원이는 혼자 있고 싶었다. 그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도, 말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왜 일까? 그런 혜원이의 마음 깊은 한 구석에서는 누군가 자신의 말동무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나누어주고 싶었다. 아니, 강제로 나누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자, 혜원이는 강하게 땅을 박차고 일어나 현관문으로 서슴없이 다가가 자신을 위로해줄 상대가 있길 바라며 문을 열어버렸다.


“끼-익!”


강하게 문을 열고, 문 밖을 이리 저리 살피던 혜원이가 사라지지 않은 강한 습기에 숨통이 막힌 듯 '텁' 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뒤,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첨벙”


그런데 혜원이를 받아주는건 차가운 복도 대리석이 아닌 따뜻하고 끈적끈적한 물 이었다. 그리고 그 물의 온도는 누구보다 혜원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동혁이‥?”


그 즉시, 혜원이는 동혁이가 왔다 갔음을 직감하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지만 혜원이를 다시금 받아주는건 쓸쓸히 불어오는 습기 찬 차가운 바람과 고요한 정적 뿐 이었다.


“‥서 기다릴게‥”


그 순간, 혜원이의 귓가를 부드럽게 타고 흐르는 물처럼 그리운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어디서? 어디서!! 잘 안 들려!!‥동혁아?‥ 동혁아!!”


미칠 지경이었다. 다시 한 번 꼭 듣고 싶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스스로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그렇지만, 혜원이의 마음 깊은 구석에서 다시 한 번 묘한 결심을 내걸었다. '동혁이를 반드시 만나겠다고, 찾아내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꼭‥ 너의 곁으로 갈 테니까!‥ 기다려줘‥ 동혁아‥”

‘그래, 항상 내 곁에 있는 거야.’


왜인지, 혜원이의 입가에 살포시 차분한 웃음이 지어졌다.


“끼-익‥ 달칵”


그 말을 끝으로 혜원이는 조용히 문을 닫고 호실로 들어갔고, 고요한 복도에는 마지막으로 가벼운 물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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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따스한 햇볕이 콘도의 베란다를 몽환적으로 비추기 시작했고,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아이들의 귀를 간질였다. 그 간지러움에 가장 먼저 부스스 눈을 뜬 예지가 이불을 걷어내고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와 밝게 빛나는 베란다를 향해 힘껏 기지개를 피며 기분 좋게 '끙' 하며 몸을 떨었다.


“하암‥ 잘 잤다!”

“음야‥‥.”

“에?”


그때, 달콤한 무언가를 먹는 듯 한 소리가 예지의 옆에서 들려왔고 시선을 돌린 예지의 눈에 침을 흘리며 애교 있게 잠든 혜원이의 나른한 모습이 보였다.


“얘는, 왜 여기서 자고 있담?”


예지가 '웃기다'는 듯 콧방귀를 핑 뀌고는 주방으로 가서 물 컵에 물을 가득 담아 벌컥 벌컥 마시자, 정신이 맑게 뜨이며 두 볼에 보조개가 움푹하게 파여 들어갔다.


“자, 환기좀 시켜볼‥”

“첨벙”

“응?”


창문을 열기 위해 베란다로 가려던 예지가 두 발이 문득 차가워짐을 느꼈다.


“웬 물이 이리 흥건하게‥ 악!”


이윽고, 예지는 물이 쏟아진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물이 번졌음을 직감했다. 또, 집안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물 덩이를 보고는, 날카롭게 눈을 추켜올려 소파위로 아담하게 올라와있는 혜원이의 두 발바닥을 보고는 기겁했다.


“이게! 더럽게! 야! 일어나!!”

“꺅!”


예지가 빠르게 혜원이에게 달려가 두 배게를 마치 무기처럼 들고 한번 씩 웃고는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빨리 일어나서 안 씻어!?”

“퍽.”

“꺅! 뭐야!”

“퍽.”

“알겠어! 씻을게! 그만! 꺅!”

“퍽.”


그런 갑작스러운 소동에, 비몽사몽으로 눈을 뜬 혜원이가 허둥지둥 풀어헤친 두 머리카락 중 몇 몇 개를 입에 물고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푸하하하!”


그런 모습을 타이밍 좋게 문을 열고 봐버린 준호가 크게 웃었다.


“하아- 정말 혜원이는 무슨 정신머리로 두 발에 빨간 물을 다 묻히고 집안을 돌아다녔는지 참‥ 이걸 보라고!”


현관으로 부터 이어진 빨간 물 자국이 마치 집안 구석구석을 삿삿이 뒤지듯 돌아다닌 흔적이 남아있었고, 소파로 이어져 끊겨있었다. 그 순간, 준호가 말을 잃었고 갑작스럽게 힘없는 모습으로 방문을 닫고 조용히 들어가 버렸다.


“하, 쟤는 왜 또 저래?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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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개운하다!”


어느새, 목욕을 끝낸 혜원이가 사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힘껏 털어내고 있었다. 또, 예지의 소란으로 아이들 대부분이 잠에서 깨버렸고 불쾌하다는 얼굴로 이를 갈며 화장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자‥ 그럼 나도‥”


이윽고, 남자 방에서 어느새 일어난 지훈이가 싱긋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가려했다.


“야.”


그때, 뒤에서 혜원이가 준호를 불렀다. 제법 살가운 목소리에 끈적끈적함을 느낀 건지 지훈이가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혜원이를 보자, 혜원이는 베란다에 나가 바람에 머리를 가볍게 말리며 손을 흔들어 지훈이를 부르고 있었다.


“하? 뭐야?”


처음 보는 혜원이의 모습에, 지훈이는 당혹감을 느끼며 베란다로 걸어 나가며 물었다.


“말하지 마.”


그러나 혜원이가 목소리를 갑작스럽게 내리 깔며 침착하게 명령하듯 말했다.


“뭘?”


그 모습에, 지훈이가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 채 되물었다.


“동혁이 일.”


혜원이의 눈썹이 다시금 사납게 올라갔다.


“아‥ 왜? 말해야지‥ 아이들 걱정하는 거야? 그런 거라면‥”

“입 닥쳐‥ 말 하지 말라면 하지 말란 말이야. 동혁이는 죽지 않았으니까!‥”


지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원이가 살기를 담은 말을 내뱉었다.


“‥죽지 않다니?”


혜원이가 욕을 하자 황당하다는 듯, 지훈이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내가 어제‥”

“둘이 무슨 이야기해!”


혜원이가 대답을 하려던 때, 주방에서 가벼운 아침을 준비하던 예지가 식탁에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프렌치토스트와 메이플시럽을 올려놓으며 혜원이와 지훈이를 향해 웃으며 소리쳤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우와! 정말 맛있겠는데!”


어느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 혜원이가 지훈이를 내버리고 빠르게 거실로 들어가 음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후후, 이 몸이 한 솜씨좀 발휘했다. 어때! 너보다 더 잘 만들지!”

“그건 아닌거 같은데?”

“뭣이!”

“아직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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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화기애애하게 달궈진 거실을 단 한사람. 지훈이가 안쓰럽게 쳐다볼 뿐 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느낀 건지,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베란다 철장에 기댄 채 두 눈을 살며시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