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리를 홀로 걷는다는 것은 정말로 쓸쓸한 일이다. 더욱이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는 더욱.... 사람들은 휴가철인 요즈음에 괜히 들떠 있 게 된다. 물론 찌는 듯한 여름이야 싫겠지만 피서다 여행이다해서 왠지 즐겁고 흥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외롭고 지친 자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더욱이 일년만에야 겨우 집으로 향하는 나로서는...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얼굴이 내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다소 놀라 그를 쳐 다보았다.
"저를... 아시나요?" "아뇨. 오늘 처음 뵙죠. 그러나 느낌으로 알 수 있죠. 저와 같은 처지라 는 걸..." "같은 처지라고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두운 밤에... 쳐진 어깨... 외로운 눈빛... 훗. 저와 같잖아요?"
나는 그의 행색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군요. 저도 반갑네요."
그는 손을 내밀어 나와 악수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손을 내밀지 않 았다. 어차피 지금의 나로서는 악수라든가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으니...
"허허. 악수를 거부하시네요? 뭐, 어쨌든 상관 없지만..." "전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요? 그럼 이만..."
나는 추근대는 그를 한시라도 빨리 떼어놓고 집으로 가고자 그의 말을 매정하게 받아 넘기고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 잠깐만요." "전... 바쁘답니다. 오늘이 아니면 아내를 만날 기회도 없고... 내일이면 다시 또..." "하. 하. 하. 저도 마찬가지예요. 내일이면 이렇게 얘기라도 나눌 기회가 없죠."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다소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그래요? 그러면 댁은 지금 어디를 가시던 길이었는데요?" "글쎄요... 흠... 괜찮으시다면 당신이나 따라다녀 볼까요?" "저를 귀찮게만 하지 않는다면 따라다니는 건 별 상관이 없읍니다만..."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귀찮게는 안 합니다. 걱정마세요." "그러면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성큼, 성큼 그의 앞을 지나 집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말 없이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따라오던 그가 이윽고 말을 건냈다.
"집으로 가시는 거죠? 꽤 머네요?" "귀찮게 안 하신다고 하시고는...." "뭐, 이정도가 귀찮게 하는 건가요? 그냥 걸어가는 것이 심심하니 말동 무나 하자는 거지..."
그의 넉살 좋은 표정에 괜히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래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데... 집에 가서 뭐하시게요?" "뭐하다니요? 아내를 보러 가는 거죠."
그는 피식 웃으며 그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어서 빨리 날 이 새기 전에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에 대해 별 신경을 쓰 지 않고 걷기만 했다. 마침내 집이 있는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왠지 모 를 흥분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미처 집사람을 보지 못했죠..." "그렇군요." "예... 올해는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쁩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어려운 발걸음을 하시는데."
나는 뭐든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태도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 다. 하지만 바로 저 앞에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생 각을 하니 왠지 모를 기쁨에 마음이 들떴다.
"아직도 저를 사랑하고 있을 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또..." "어서 갑시다. 가서 확인해 보면 알테니..."
그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다리에 힘을 주어 속도를 더했다. 이윽고 나의 집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년 전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 였다. 갑자기 마음이 푸근해지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려왔다. 한참 동안을 마당에 서있다가 천천히 창문 쪽으로 다가가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불러봐도... 소용이 없는 거 아시잖아요? 더구나... 당신이나 나같은 영혼들을 살아있는 사람들이 봤다가는..."
나는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흘러 내렸다.
"잘... 알아요. 저도... 다만, 지금 아내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 할 뿐이죠."
온 몸에서 힘이 빠지며 바닥에 털석 주저 앉았다. 그는 다정스럽게 내 곁에 따라 앉더니 물었다.
"오늘이 당신의 제삿날인가 보죠?"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작년 오늘 사형을 당했죠. 죄목은 살인과 사체유기였고... 복역 중에 아 내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탈옥을 했었는데... 마침 집에 아내가 없어 만나 보지도 못하고... 아내를 마냥 기다리다가 그만... 다시 잡혀서... 훗... 다음 날로 형이 집행되더군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왜 살인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허탈한 마음에 그에게 털어놓았다.
"저는 무척 외롭게 자랐어요. 그러다가 천사같은 윤미를 만나 사랑을 하 게 되었고..."
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방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예... 결혼을 하고나서 제 인생은 행복의 나날이었죠. 사랑하는 윤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하며 살았는데... 그... 그 런데 어느날... 흑... 흑..."
그는 울먹이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말씀하기 괴로우면 하지 마세요." "아... 아무튼... 저는 억울해요. 사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거친 말투 로 나를 나무라듯 내뱉었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는...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는 거죠. 설사 당신이 모든 것을 잘했다 하더라도..." "그... 거야 그렇죠."
그의 느닷없는 얘기에 나는 다소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사람 은 누구기에 이렇게까지 과민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그도 내 기분을 알아 차린 듯이 잠시 나를 응시하다가 중얼거렸다.
"죄송... 하군요. 같은 처지에... 제가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대충 짐작이 갔다. 그가 어떠한 일로 억울하게 죽었을 것이라는... 내 예 감대로 그는 고개를 두어번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서... 당신이 말한 내용이 무척 귀에 거슬리더군요... 그래서..." "짐작은 했었습니다만... 어떤 이유로...?"
그는 한숨을 깊게 쉬더니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작년 이맘때였죠. 무더운 날씨에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겠더라고요. 바람이라도 쏘일까하고 자정이 넘어서 집 앞에 있는 강가로 나왔죠. 집 에서 뒹구는 것보다는 한결 시원하더군요.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강둑, 어두운 다리 밑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오 는 거였어요. 주위에는 나같이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몇명 있었는 데도... 아무도 그 비명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저는 호기심 반 의협심 반으로 그 곳으로 뛰어갔죠. 막상 그곳에 가보니... 왠 젊은 여자가 깡패같이 생긴 남자 한명한테 당하고 있는 거였어요."
"당하고... 있었다면...?"
내 물음에 그는 힘없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입은 짧은 반바지는 무릎까지 내려와 있었고... 하얀 면티는 반정도 찢겨 나가 있었죠." "대충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네요."
"저는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죠. 여자는 계속 해서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고... 한참을 뒹구르는데 그 남자가 바지 춤에서 뭔가 번쩍이는 것을 꺼내는가 싶더니 제 가슴께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들면서... 결국..." "후우~"
나는 어이없이 죽음을 당한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찌됐거나... 저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예? 알고 보니... 라뇨?"
"우습게도... 그 남자와 여자는 연인사이였어요. 그날 그들은 사랑행위를 하다가 사소한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고 있던거죠." "저... 저런..."
"아무튼... 한동안 당황해하던 그들은 죽어버린 저를 끌고가 강물에 던져 버렸어요. 제 시신은 삼일이나 지난 후에 그곳에서 1킬로미터나 떨어진 시궁창에서 발견됐고..." "세상에..."
결과가 어찌됐건 나보다는 그가 더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생각에 약간의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러면... 댁도 저처럼 오늘이 바로 제삿날... 인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예요."
"그러면 왜...?" "오늘... 저를 죽였던 남자와 여자가 비명횡사하는 날이죠.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저주하기 위해서..."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요?"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한번 가볍게 치며 일어나자는 몸 짓을 하더니 말했다.
"우리는 그저 여기에 서 있기만 하면 되요. 그저... 창문에 서서 방안을 들여다 보면..." "예?"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어리둥절할 때였다. 갑자기 윤미가 자고 있는 방 의 문이 열리며 방금 목욕을 끝난 것 같이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다정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는 윤미의 곁에 살며시 눕더니 말했다.
"자기야... 자?" "으... 응? 아~함... 다 씻었어? 밤도 깊었는데... 우리 이제 그만 자자."
윤미는 우리가 있는 쪽?바라보더니 기겁을 하며 있는 대로 고함을 치 다가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남자는 넋이 빠져 한참을 헐떡거리다가 무 릎을 꿇고 게거품을 물었다. 그리고는 미친 사람처럼 비실비실 웃다가 눈을 희번덕 거리더니 고개를 방바닥에 '푹' 쳐박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그제서야 모든 사실을 알았다. 내 옆에 서있는 그를 죽인 연인이 누구였는지... 또 그가 왜 이 창문에서 서있자 고 했는지... 그리고... 그리고... 또...
"대충... 짐작이 가시죠? 당신은... 일년전, 당신 부인의 거짓말에 속아 대신 살인범으로 죽은 거예요. 아마도 당신의 부인은 강가에서 혼자 산책 을 하던 중에 자신을 겁탈하려던 어떤 남자 -바로 제가 되겠지만...- 를 엉겹결에 죽여 강에 버렸다고 했겠죠. 당신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기꺼이 누명을 뒤집어 썼고... 정작 부인은... 당신을 사랑한 게 아니었 어요.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었고... 결국... 지금 방안에서 부인과 함께 죽어가고 있는... 바로 저 남자 때문에 당신과... 더불어... 제가 희생이 된거죠."
그의 말소리가 내 귓전에서 '윙, 윙' 거렸다. 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살았었고 또 죽어야만 했는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왜....?
"우악... 악악악~~~~~`" "또... 또 뭐야??" "세.... 상에... 몸... 통이야..."
바닷가에 모인 피서객들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 속에서 시체의 짤려진 신체 부위들을 발견하고는 질겁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겨... 경찰 불러... 어서!!" "핸드폰, 핸드폰 어디 있어? 내건 배터리가 다되서..." "짠돌이 같으니라고... 내가 건다... 내가 걸어..." "이런 제기랄... 모처럼 새벽 바닷가를 보러 왔더니만... 이런 난리라니..." "지금 그게 문제야? 여기저기서 끔찍한 시체들이 튀어나오는데?" "'시체 들이' 아니야... 한 구라고... 저거봐... 팔 두개, 다리 두개, 몸통 하나... 짜 맞추면 한 구잖아..."
여기 저기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고 너무도 참혹한 시체의 모습에 경악 을 하고 있었다.
-삐요, 삐요, 삐요...-
신고한지 10분도 채 안되 요란한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차 두대 와 구급차 한대가 해변에 도착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김반장이 차에서 내리며 모여있는 피서객들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 이 갯벌에서 시체... 아니... 시체의 짤려진 토막들이 발견됐어요." "언제... 이런 일이?"
구경꾼 틈에서 배가 몹시도 나온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얘기했다.
"제가 처음으로 다리 한쪽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신고도 제가 했고요." "그러시군요. 상황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김반장이 배불뚝이에게 묻는 동안 구급 요원과 형사들이 이리, 저리 흩 어져 있는 시체의 조각들을 모아 구급차에 싣고 이것, 저것 주변을 조사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곳은 여름이 되면 많지는 않지만 피서객들이 꽤 오는 편 이죠. 하루에 12시간 정도 간격으로 바닷물이 빠졌다가 들어오는데... 물이 빠지면 한 1km 정도 이런 갯벌이 생기거든요?" "그건... 저도 알고요..." "예... 아무튼... 오늘은 물때가 새벽 6시였는데... 물이 빠져서 조개 라도 캘 셈으로 여기 왔거든요? 한참 갯벌을 뒤지다가 그만... 그 속에서 발가락이 삐죽이 나와 있길래... 뽑아 보니까..."
김반장은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요'는 무슨 '그래서요' 입니까? 다리만 있으니 다른 부분도 있겠 다 싶어... 다른 피서객들과 이 갯벌을 뒤지니까..."
배불뚝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설명을 계속했다. 그때 이형사가 몹시 속이 거북한 얼굴로 김반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반장님... 대체로 시신 수습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야?" "시신의... 머리가 없어요. 이 갯벌 어딘가에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럼 빨리 지원 요청하고 갯벌을 샅샅이 뒤져봐. 그리고 어서 지문 채 취해서 신원 조회하고..."
이형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지문 채취가 곤란한데요? 손가락 마디마디가 모두 뭉그러져 있어서요. 그리고 몸통도 너무 참혹하게 찢겨져서 지금으로서는 성별조차 구별이 힘든 걸요?" "말... 도 안돼..."
이때 배불뚝이가 김반장의 말을 가로 막으며 참견을 했다.
"저분 말씀이 맞아요. 아마 지금까지 발견된 시체 조가리들로는 알아낼 수 있는 사항이 없을 거예요."
김반장이 약간 짜증난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훗... 사실... 저는 의사예요. 한동안 검시관도 했었구요." "아, 예... 그렇군요."
김반장이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형사에게 다시 명령했다.
"그러면... 천상 머리를 발견해야 한단 말이지? 하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기 어딘가에 있을 머리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지만... 좋아. 어서 찾아봐.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작업을 끝내라고!"
이형사는 김반장에게 고개를 끄떡여 보이고는 다른 경찰에게 뛰어가 다 시 명령을 내렸다. 피서객들이 통제선 밖에서 구경들을 하는 동안 갯벌 에는 머리통 찾기로 다시한번 소란스러워졌다.
"젠장... 경찰 생활 10년만에 별 희한한 일을 다 하는 구만..." "죽은 사람 머리통 찾기라... 이 넓은 갯벌 속에서 어떻게 찾지?" "그나저나..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지? 토막살인이야 별로 희귀한 건 아니지만... 겟벌 속에다가 시신 토막을 군데, 군데 묻어 놓은 건... 아무래도 이해가 안돼네?" "휴우~ 날씨가 이리도 더우니... 흠... 어떤 미친 놈짓이겠지 뭐..."
뙤약볕이 내려쬐는 한낮동안 경찰들은 갯벌 속을 헤매고 다니며 머리통 찾기에 열중했다. 김반장은 배불뚝이에게 다시 다가가 물었다.
"아직... 우리 검시관이 안 와서 그러는데... 선생님께서 보기에는 죽은 지 얼마나 된 것 같은가요?" "물에 불은 정도와 부패 정도를 봐서는 하루정도 된 것 같아요. 뭐, 정확 한건 부검을 해봐야겠지만... 너무 끔찍하게 찢어져 있어서..."
김반장은 머리를 '설래, 설래' 흔들며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요즈음 이곳의 물때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썰물인 것을 감안하면... 어제 낮에 누군가가 시신 토막을 갯벌에 묻었다는 얘기인데... 벌건 대낮에 그 것이 가능할까요?" "글쎄요... 그건 반장님께서 전문가가 아닌가요?"
배불뚝이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김반장이 약간 머쓱해하며 머 리를 긁적였다.
"휴~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천상 이곳에 임시로 수사본부를 만들어야 겠구만..."
경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의 머리를 찾는데 회의적이 되어갔다. 더 불어 이를 지켜보던 피서객들은 어딘가에 묻혀 있을 머리통을 찾지 못 할까봐 불안해하며 한마디씩 던졌다.
"제길... 어렵게 휴가를 얻어 놀러왔는데..." "이러다가 머리를 못찾으면 어쩌죠? 무서워서 수영도 못하겠네.." "글쎄 말이야. 한창 수영을 하는데 바닷물에 퉁퉁 불은 머리통이 '스르 륵'하고 떠오르면 어떻게 해? 아마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릴거야..." "흐~ 끔찍해... 다른 곳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야겠구만..."
어느새 해는 저물어 달빛만이 괴괴히 비추고 있었다. 김반장은 잠시후면 밀물이 되는 것을 알고 일단 경찰들을 철수시켰다. 배불뚝이는 그때까지 김반장 옆에 서서 수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그런데 선생님은 왜 아직도 안가시고..." "처음 발견한 사람도 저고, 신고한 사람도 저니... 어떻게 되나 끝까지 지켜볼려고요..." "혼자... 피서 오셨나요?"
김반장은 약간 의아해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뇨... 처음에는 집사람하고 같이 왔는데... 어제 새벽에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붙어서... 먼저 집으로 올라가 버렸어요" "하하, 그렇군요. 실례가 안된다면... 왜 싸웠는지... 말씀해 주실수..."
간간히 파도 소리만이 '철썩'이는, 둘만 남은 휑한 모래사장에 쭈그려 앉 으며 김반장이 얘기했다. 배불뚝이도 김반장 옆에 앉으며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그저께 밤에 집사람이 바닷가를 산책하고 온다고 혼자 나가더라고요. 그러더니 자정이 넘어서야 헐레벌떡 숙소로 돌아와서는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거예요. 빨리 서울로 올라가자고요. 나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냐 고 다그쳤더니...
방금 해변에서 자신의 옛날 애인을 오년만에 우연히 만났는데... 다짜고 짜 자기에게 묻더래요. 자신을 버리고 다른 놈팽이에게 시집을 가서 행 복하냐고요.. 약간은 반가웠던 마음이 그의 살기 등등한 얼굴에 기가 질 리더래요. 그래서 행복하다고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라... 죽지 못해 산다고 그랬대요.
그 남자는 '껄껄껄' 웃더니 흡족해 하더래요. 꼭 미친 사람처럼... 몇마디 더 나누다가 기회를 봐서 도망쳐 왔다는데... 아무튼 그런 얘기 를 듣고 어느 남편이 기분 좋겠어요? 그 남자가 두려우니 어서 이곳을 떠나자는 집사람에게 몇마디 퉁명스럽게 대꾸하다가... 결국에는 말싸움 으로 번져서..."
"그래서 싸우셨단 말씀이군요."
"그런 셈이죠..."
가뜩이나 한적한 바닷가에 아침의 변사체 발견으로 주위는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김반장이 시계를 들여다 본 후 천천히 일어나며 배불뚝이에게 말했다.
"젠장... 바로 당신이 남편이었구만... 그나저나... 이놈의 갯벌... 이렇게 멀리까지 물이 빠지는 줄 몰랐어. 착각했다니까?"
김반장의 느닷없는 얘기에 배불뚝이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착각... 했다니... 요?" "네 마누라... 사실 너와 결혼 한 뒤에도 나와 계속 연락을 하며 만났었 어. 그런데 며칠전에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더구만. 마침 서울에 서 작은 실수 때문에 이런 시골로 좌천되어 있던 참이라... 도저히 자리 를 뜰 수가 없었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자고 잘 달래 이곳으 로 휴가를 오게 했지."
"뭐... 뭐라고? 아니 그러면... 다... 당신이... 옛날 애... 인? 어... 쩐지 이런 듣더 보지도 못한 곳으로 피서를 오자고 조르더니만..."
배불뚝이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 김반장은 허리춤 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배불뚝이의 머리에 갖다 대고 이죽거렸다.
"그저께 밤에 네 마누라를 만나고 몇마디 나누던 중에 분노가 끌어오르 더군... 사람을 갖고 노는 것도 유분수지... 애당초 나를 버리고 돈 때문에 너와 결혼을 했으면... 연락이나 말던가... 삼년전에 불쑥 찾아와 진정으로 사랑한 건 나였다고 울부짖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그만 만나자니..."
"그... 그럼.. 집사람은... 어떻게.. 된... 아니 그렇다면 호.. 혹시..."
"맞아. 오늘 네가 발견한게... 네 마누라 몸뚱아리 들潔? 어제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려는 네 마누라를 만나 죽여 버렸지. 쿠쿠쿠... 원래는 죽 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이 권총으로 위협하다가 실수로 그만... 아무튼 아차 싶어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토막을 내서 바닷물속에 버리자 는 거였는데..."
김반장은 이글거리는 두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때마침 썰물때라 그랬는지... 이상하게도... 해류에 떠내려 가지 않고... 갯벌 속에 묻혀 버린거야. 그걸 네가 오늘 발견한 거고..." "세... 상에..."
배불뚝이는 어이가 없어 커다란 눈망울만 이리저리 굴리며 겁을 먹고 있었다. 김반장은 '씨익' 웃으며 방아쇠를 쥔 손에 힘을 더하기 시작했 다. 배불뚝이는 몸을 덜덜 떨며 이빨이 으스러질 만큼 입을 꾹다물며 웅 얼거렸다.
"아... 안돼. 저... 정신 차리라고... 사... 살려줘..."
그때 배불뚝이 뒷쪽, 갯벌에서 뭔가가 '데구르르' 굴러오는 것이 보였다. 김반장은 어둠속에서 자신 쪽으로 굴러오는 둥그런 물체를 응시하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권총을 떨어뜨렸다.
"저... 저게 뭐야? 엇... 저... 저건? 앗? 아악~~"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말이야?" "어제 갯벌에서 발견된 토막난 여자 시신의 머리통이 해변에서 발견 됐 는데..." "그런데?" "글쎄 반넘어 깨져 뼈가 다드러난 머리통이 죽은 사람같지 않게 눈을 부릅 뜨고 담뿍 미소를 짓고 있더래. 입에는 벌건 고깃덩이 같은 것을 한웅큼 물고 말이야..."
배불뚝이를 싣고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 둘이 재 미있다는 듯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왜 저 모양이 됐어? 어제 처음 토막난 시신을 발 견한 사람 아냐?" "모르겠어. 이형사 말로는 어제 밤에 김반장님하고 같이 해변에 있었다 는데... 김반장님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저 사람은 넋이 나 가 바닷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더라는 거야."
구급요원이 안됐다는 듯이 배불뚝이를 바라보았다. 배불뚝이는 촛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간이 침대에 누워 한없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형민은 눈을 희번덕 거리며 죽어가는 사장을 쳐다보다 정신없이 아파트 를 뛰어 나오는데 마침 집에 들어오던 사장의 부인과 부딪쳤다. 놀라운 광경에 넋을 잃고 떨기만 하는 사장의 부인을 다짜고짜 밀치고는 소나 기가 내리는 거리로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다.
'휴우~ 어쩌지? 사장놈이 죽으면? 아니야... 설사 죽는다 해도...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잖아? 사장놈 부인과 마주친게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나를 봤으니...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거라고 믿을테니...'
소나기가 끊임없이 내리는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가며 복잡한 생각에 어 쩔 줄 몰라 했다.
'그... 그런데... 갈수록 향수 냄새가 심해지는 것 같네? 물에 젖으면 깜쪽같이 냄새가 없어 지더니만... 더.. 더구나... 머리가 띵한게... 도... 독한 향수 냄새때문에... 숨을... 쉴수가... 허억... 수... 숨이 막혀... 허억...'
뛰다가 걷다가 하며 간신히 집앞에 도착한 형민은 벨을 누르려다 말고 끝내 문앞에서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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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정말로 이사람 누군지 모르세요? 잘 살펴 보세요..."
형사 한명이 형민의 아내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사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예요. 그런 데.... 아침에 저희 집앞에서 얼쩡거리더니... 방에까지 몰래 들어오기 도 했고... 하여간 오늘 처음 본 사람이라는 건 확실해요. 후우~... 왜, 저희집 문 앞에서 죽어 있는지... 원..." "그래요? 흠..."
형민의 시신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형사는 곁에 있는 구급대원에게 말했 다.
"자, 어서 시신을 시립 병원 영안실로 옮기자고... 행려병자인 것 같은 데... 연고자가 안 나타나면 화장을 하든지... 해부실습실로 보내든지 하자구."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형민의 시신을 흰천으로 덮어 구급차에 싣는 것 을 한동안 바라보던 형민의 아내는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며 중얼거 렸다.
"그나저나... 형민씨는 어디 간거야? 아침에 말도 없이 없어지더니만... 낯선 남자가 집앞에서 죽어서... 무서워 죽겠는데... 빨리 들어오기나 할 것이지... 쯧쯧..."
형민이 쓰러져 죽어 있던 자리에는 깨알같은 글자가 씌여 있는 빨간색 향수병이 덩그마니 나뒹굴고 있었다.
[본 '신비한 향수'는 회원들에게만 무상으로 공급되는 제품 으로...... 첨부된 설명서에 적혀있는 용도로만 사용하시고...... 단, 하루에 세번 이상은 절대로 뿌리지 마시오... 평생 냄새가 가시지 않을 뿐더러... 정신장애, 안구돌출 및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참고로 윗 글에 나온 이란 단체는... 예전에 제가 올렸던 '저주받은 달력' 이라는 글에도 등장하는 신기하고 이상한(?) 단체 죠... 후후후~~~ ^___________^
(펌.인터넷) 공포소설모음 1
어두운 거리를 홀로 걷는다는 것은 정말로 쓸쓸한 일이다. 더욱이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는 더욱.... 사람들은 휴가철인 요즈음에 괜히 들떠 있
게 된다. 물론 찌는 듯한 여름이야 싫겠지만 피서다 여행이다해서 왠지
즐겁고 흥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외롭고 지친 자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더욱이 일년만에야 겨우 집으로 향하는 나로서는...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얼굴이 내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다소 놀라 그를 쳐
다보았다.
"저를... 아시나요?"
"아뇨. 오늘 처음 뵙죠. 그러나 느낌으로 알 수 있죠. 저와 같은 처지라
는 걸..."
"같은 처지라고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두운 밤에... 쳐진 어깨... 외로운 눈빛... 훗. 저와 같잖아요?"
나는 그의 행색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군요. 저도 반갑네요."
그는 손을 내밀어 나와 악수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손을 내밀지 않
았다. 어차피 지금의 나로서는 악수라든가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으니...
"허허. 악수를 거부하시네요? 뭐, 어쨌든 상관 없지만..."
"전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요? 그럼 이만..."
나는 추근대는 그를 한시라도 빨리 떼어놓고 집으로 가고자 그의 말을
매정하게 받아 넘기고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 잠깐만요."
"전... 바쁘답니다. 오늘이 아니면 아내를 만날 기회도 없고... 내일이면
다시 또..."
"하. 하. 하. 저도 마찬가지예요. 내일이면 이렇게 얘기라도 나눌 기회가
없죠."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다소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그래요? 그러면 댁은 지금 어디를 가시던 길이었는데요?"
"글쎄요... 흠... 괜찮으시다면 당신이나 따라다녀 볼까요?"
"저를 귀찮게만 하지 않는다면 따라다니는 건 별 상관이 없읍니다만..."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귀찮게는 안 합니다. 걱정마세요."
"그러면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성큼, 성큼 그의 앞을 지나 집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말 없이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따라오던 그가
이윽고 말을 건냈다.
"집으로 가시는 거죠? 꽤 머네요?"
"귀찮게 안 하신다고 하시고는...."
"뭐, 이정도가 귀찮게 하는 건가요? 그냥 걸어가는 것이 심심하니 말동
무나 하자는 거지..."
그의 넉살 좋은 표정에 괜히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래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데... 집에 가서 뭐하시게요?"
"뭐하다니요? 아내를 보러 가는 거죠."
그는 피식 웃으며 그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어서 빨리 날
이 새기 전에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에 대해 별 신경을 쓰
지 않고 걷기만 했다. 마침내 집이 있는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왠지 모
를 흥분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미처 집사람을 보지 못했죠..."
"그렇군요."
"예... 올해는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쁩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어려운 발걸음을 하시는데."
나는 뭐든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태도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
다. 하지만 바로 저 앞에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생
각을 하니 왠지 모를 기쁨에 마음이 들떴다.
"아직도 저를 사랑하고 있을 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또..."
"어서 갑시다. 가서 확인해 보면 알테니..."
그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다리에 힘을 주어 속도를 더했다. 이윽고
나의 집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년 전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
였다. 갑자기 마음이 푸근해지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려왔다. 한참
동안을 마당에 서있다가 천천히 창문 쪽으로 다가가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계시나요? 안사람되시는 분이..."
"예... 있어요. 아내가 고요히 잠자고 있군요. 아, 여보..."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툭, 툭' 쳤다.
"불러봐도... 소용이 없는 거 아시잖아요? 더구나... 당신이나 나같은
영혼들을 살아있는 사람들이 봤다가는..."
나는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흘러 내렸다.
"잘... 알아요. 저도... 다만, 지금 아내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
할 뿐이죠."
온 몸에서 힘이 빠지며 바닥에 털석 주저 앉았다. 그는 다정스럽게 내
곁에 따라 앉더니 물었다.
"오늘이 당신의 제삿날인가 보죠?"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작년 오늘 사형을 당했죠. 죄목은 살인과 사체유기였고... 복역 중에 아
내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탈옥을 했었는데... 마침 집에
아내가 없어 만나 보지도 못하고... 아내를 마냥 기다리다가 그만... 다시
잡혀서... 훗... 다음 날로 형이 집행되더군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왜 살인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허탈한 마음에 그에게 털어놓았다.
"저는 무척 외롭게 자랐어요. 그러다가 천사같은 윤미를 만나 사랑을 하
게 되었고..."
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방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예... 결혼을 하고나서 제 인생은 행복의 나날이었죠. 사랑하는 윤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하며 살았는데... 그... 그
런데 어느날... 흑... 흑..."
그는 울먹이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말씀하기 괴로우면 하지 마세요."
"아... 아무튼... 저는 억울해요. 사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거친 말투
로 나를 나무라듯 내뱉었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는...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는 거죠. 설사 당신이
모든 것을 잘했다 하더라도..."
"그... 거야 그렇죠."
그의 느닷없는 얘기에 나는 다소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사람
은 누구기에 이렇게까지 과민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그도
내 기분을 알아 차린 듯이 잠시 나를 응시하다가 중얼거렸다.
"죄송... 하군요. 같은 처지에... 제가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대충 짐작이 갔다. 그가 어떠한 일로 억울하게 죽었을 것이라는... 내 예
감대로 그는 고개를 두어번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서... 당신이 말한 내용이 무척 귀에
거슬리더군요... 그래서..."
"짐작은 했었습니다만... 어떤 이유로...?"
그는 한숨을 깊게 쉬더니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작년 이맘때였죠. 무더운 날씨에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겠더라고요.
바람이라도 쏘일까하고 자정이 넘어서 집 앞에 있는 강가로 나왔죠. 집
에서 뒹구는 것보다는 한결 시원하더군요.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강둑, 어두운 다리 밑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오
는 거였어요. 주위에는 나같이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몇명 있었는
데도... 아무도 그 비명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저는 호기심 반
의협심 반으로 그 곳으로 뛰어갔죠. 막상 그곳에 가보니... 왠 젊은
여자가 깡패같이 생긴 남자 한명한테 당하고 있는 거였어요."
"당하고... 있었다면...?"
내 물음에 그는 힘없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입은 짧은 반바지는 무릎까지 내려와 있었고... 하얀 면티는
반정도 찢겨 나가 있었죠."
"대충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네요."
"저는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죠. 여자는 계속
해서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고... 한참을 뒹구르는데 그 남자가 바지
춤에서 뭔가 번쩍이는 것을 꺼내는가 싶더니 제 가슴께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들면서... 결국..."
"후우~"
나는 어이없이 죽음을 당한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찌됐거나... 저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예? 알고 보니... 라뇨?"
"우습게도... 그 남자와 여자는 연인사이였어요. 그날 그들은 사랑행위를
하다가 사소한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고 있던거죠."
"저... 저런..."
"아무튼... 한동안 당황해하던 그들은 죽어버린 저를 끌고가 강물에 던져
버렸어요. 제 시신은 삼일이나 지난 후에 그곳에서 1킬로미터나 떨어진
시궁창에서 발견됐고..."
"세상에..."
결과가 어찌됐건 나보다는 그가 더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생각에
약간의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러면... 댁도 저처럼 오늘이 바로 제삿날... 인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예요."
"그러면 왜...?"
"오늘... 저를 죽였던 남자와 여자가 비명횡사하는 날이죠.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저주하기 위해서..."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요?"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한번 가볍게 치며 일어나자는 몸
짓을 하더니 말했다.
"우리는 그저 여기에 서 있기만 하면 되요. 그저... 창문에 서서 방안을
들여다 보면..."
"예?"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어리둥절할 때였다. 갑자기 윤미가 자고 있는 방
의 문이 열리며 방금 목욕을 끝난 것 같이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다정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는 윤미의 곁에
살며시 눕더니 말했다.
"자기야... 자?"
"으... 응? 아~함... 다 씻었어? 밤도 깊었는데... 우리 이제 그만 자자."
"날이 더워 그런지... 씻어도 덥네? 윤미야, 창문이나 활짝 열어라."
"아... 알았어."
"엇? 자... 잠깐... 저 창문밖에 뿌옇게 보이는... 우리를 가만히 쳐다
보며... 서있는 사람들은 누구야?"
"누... 누... 구? 엇? 저... 저건... 혀... 형민씨와... 또... 아~악!!!"
"이... 이럴 수가... 저 사람들은... 바로... 윽... 내, 내... 가...
가슴이... 갑자기... 왜... 이... 러...지... ? 허억~ 쿠헉...!"
윤미는 우리가 있는 쪽?바라보더니 기겁을 하며 있는 대로 고함을 치
다가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남자는 넋이 빠져 한참을 헐떡거리다가 무
릎을 꿇고 게거품을 물었다. 그리고는 미친 사람처럼 비실비실 웃다가
눈을 희번덕 거리더니 고개를 방바닥에 '푹' 쳐박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그제서야 모든 사실을 알았다. 내 옆에
서있는 그를 죽인 연인이 누구였는지... 또 그가 왜 이 창문에서 서있자
고 했는지... 그리고... 그리고... 또...
"대충... 짐작이 가시죠? 당신은... 일년전, 당신 부인의 거짓말에 속아
대신 살인범으로 죽은 거예요. 아마도 당신의 부인은 강가에서 혼자 산책
을 하던 중에 자신을 겁탈하려던 어떤 남자 -바로 제가 되겠지만...- 를
엉겹결에 죽여 강에 버렸다고 했겠죠. 당신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기꺼이 누명을 뒤집어 썼고... 정작 부인은... 당신을 사랑한 게 아니었
어요.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었고... 결국... 지금 방안에서
부인과 함께 죽어가고 있는... 바로 저 남자 때문에 당신과... 더불어...
제가 희생이 된거죠."
그의 말소리가 내 귓전에서 '윙, 윙' 거렸다. 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살았었고 또 죽어야만 했는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왜....?
왠지 모를 서글픔만이 내 가슴 속 깊이 젖어 들었다.
갯벌 속의 변사체
"으아악~~~~~~~~"
"저... 저게 뭐야?"
"우웨엑~~~~~ 사람 다리 아냐?"
"아~~~~~악~~~~~~~~~~"
"저 쪽에서는 또 왜그러지? 어? 저... 저건??"
"사... 람... 팔이잖아??"
"우악... 악악악~~~~~`"
"또... 또 뭐야??"
"세.... 상에... 몸... 통이야..."
바닷가에 모인 피서객들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 속에서 시체의 짤려진
신체 부위들을 발견하고는 질겁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겨... 경찰 불러... 어서!!"
"핸드폰, 핸드폰 어디 있어? 내건 배터리가 다되서..."
"짠돌이 같으니라고... 내가 건다... 내가 걸어..."
"이런 제기랄... 모처럼 새벽 바닷가를 보러 왔더니만...
이런 난리라니..."
"지금 그게 문제야? 여기저기서 끔찍한 시체들이 튀어나오는데?"
"'시체 들이' 아니야... 한 구라고... 저거봐... 팔 두개, 다리 두개,
몸통 하나... 짜 맞추면 한 구잖아..."
여기 저기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고 너무도 참혹한 시체의 모습에 경악
을 하고 있었다.
-삐요, 삐요, 삐요...-
신고한지 10분도 채 안되 요란한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차 두대
와 구급차 한대가 해변에 도착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김반장이 차에서 내리며 모여있는 피서객들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 이 갯벌에서 시체... 아니... 시체의 짤려진 토막들이
발견됐어요."
"언제... 이런 일이?"
구경꾼 틈에서 배가 몹시도 나온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얘기했다.
"제가 처음으로 다리 한쪽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신고도 제가 했고요."
"그러시군요. 상황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김반장이 배불뚝이에게 묻는 동안 구급 요원과 형사들이 이리, 저리 흩
어져 있는 시체의 조각들을 모아 구급차에 싣고 이것, 저것 주변을 조사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곳은 여름이 되면 많지는 않지만 피서객들이 꽤 오는 편
이죠. 하루에 12시간 정도 간격으로 바닷물이 빠졌다가 들어오는데...
물이 빠지면 한 1km 정도 이런 갯벌이 생기거든요?"
"그건... 저도 알고요..."
"예... 아무튼... 오늘은 물때가 새벽 6시였는데... 물이 빠져서 조개
라도 캘 셈으로 여기 왔거든요? 한참 갯벌을 뒤지다가 그만... 그 속에서
발가락이 삐죽이 나와 있길래... 뽑아 보니까..."
김반장은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요'는 무슨 '그래서요' 입니까? 다리만 있으니 다른 부분도 있겠
다 싶어... 다른 피서객들과 이 갯벌을 뒤지니까..."
배불뚝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설명을 계속했다. 그때 이형사가 몹시 속이
거북한 얼굴로 김반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반장님... 대체로 시신 수습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야?"
"시신의... 머리가 없어요. 이 갯벌 어딘가에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럼 빨리 지원 요청하고 갯벌을 샅샅이 뒤져봐. 그리고 어서 지문 채
취해서 신원 조회하고..."
이형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지문 채취가 곤란한데요? 손가락 마디마디가 모두 뭉그러져 있어서요.
그리고 몸통도 너무 참혹하게 찢겨져서 지금으로서는 성별조차 구별이
힘든 걸요?"
"말... 도 안돼..."
이때 배불뚝이가 김반장의 말을 가로 막으며 참견을 했다.
"저분 말씀이 맞아요. 아마 지금까지 발견된 시체 조가리들로는 알아낼
수 있는 사항이 없을 거예요."
김반장이 약간 짜증난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훗... 사실... 저는 의사예요. 한동안 검시관도 했었구요."
"아, 예... 그렇군요."
김반장이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형사에게 다시 명령했다.
"그러면... 천상 머리를 발견해야 한단 말이지? 하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기 어딘가에 있을 머리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지만...
좋아. 어서 찾아봐.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작업을 끝내라고!"
이형사는 김반장에게 고개를 끄떡여 보이고는 다른 경찰에게 뛰어가 다
시 명령을 내렸다. 피서객들이 통제선 밖에서 구경들을 하는 동안 갯벌
에는 머리통 찾기로 다시한번 소란스러워졌다.
"젠장... 경찰 생활 10년만에 별 희한한 일을 다 하는 구만..."
"죽은 사람 머리통 찾기라... 이 넓은 갯벌 속에서 어떻게 찾지?"
"그나저나..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지? 토막살인이야 별로 희귀한
건 아니지만... 겟벌 속에다가 시신 토막을 군데, 군데 묻어 놓은 건...
아무래도 이해가 안돼네?"
"휴우~ 날씨가 이리도 더우니... 흠... 어떤 미친 놈짓이겠지 뭐..."
뙤약볕이 내려쬐는 한낮동안 경찰들은 갯벌 속을 헤매고 다니며 머리통
찾기에 열중했다. 김반장은 배불뚝이에게 다시 다가가 물었다.
"아직... 우리 검시관이 안 와서 그러는데... 선생님께서 보기에는 죽은
지 얼마나 된 것 같은가요?"
"물에 불은 정도와 부패 정도를 봐서는 하루정도 된 것 같아요. 뭐, 정확
한건 부검을 해봐야겠지만... 너무 끔찍하게 찢어져 있어서..."
김반장은 머리를 '설래, 설래' 흔들며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요즈음 이곳의 물때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썰물인 것을 감안하면... 어제
낮에 누군가가 시신 토막을 갯벌에 묻었다는 얘기인데... 벌건 대낮에 그
것이 가능할까요?"
"글쎄요... 그건 반장님께서 전문가가 아닌가요?"
배불뚝이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김반장이 약간 머쓱해하며 머
리를 긁적였다.
"휴~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천상 이곳에 임시로 수사본부를
만들어야 겠구만..."
경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의 머리를 찾는데 회의적이 되어갔다. 더
불어 이를 지켜보던 피서객들은 어딘가에 묻혀 있을 머리통을 찾지 못
할까봐 불안해하며 한마디씩 던졌다.
"제길... 어렵게 휴가를 얻어 놀러왔는데..."
"이러다가 머리를 못찾으면 어쩌죠? 무서워서 수영도 못하겠네.."
"글쎄 말이야. 한창 수영을 하는데 바닷물에 퉁퉁 불은 머리통이 '스르
륵'하고 떠오르면 어떻게 해? 아마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릴거야..."
"흐~ 끔찍해... 다른 곳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야겠구만..."
어느새 해는 저물어 달빛만이 괴괴히 비추고 있었다. 김반장은 잠시후면
밀물이 되는 것을 알고 일단 경찰들을 철수시켰다. 배불뚝이는 그때까지
김반장 옆에 서서 수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그런데 선생님은 왜 아직도 안가시고..."
"처음 발견한 사람도 저고, 신고한 사람도 저니... 어떻게 되나 끝까지
지켜볼려고요..."
"혼자... 피서 오셨나요?"
김반장은 약간 의아해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뇨... 처음에는 집사람하고 같이 왔는데... 어제 새벽에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붙어서... 먼저 집으로 올라가 버렸어요"
"하하, 그렇군요. 실례가 안된다면... 왜 싸웠는지... 말씀해 주실수..."
간간히 파도 소리만이 '철썩'이는, 둘만 남은 휑한 모래사장에 쭈그려 앉
으며 김반장이 얘기했다. 배불뚝이도 김반장 옆에 앉으며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그저께 밤에 집사람이 바닷가를 산책하고 온다고 혼자 나가더라고요.
그러더니 자정이 넘어서야 헐레벌떡 숙소로 돌아와서는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거예요. 빨리 서울로 올라가자고요. 나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냐
고 다그쳤더니...
방금 해변에서 자신의 옛날 애인을 오년만에 우연히 만났는데... 다짜고
짜 자기에게 묻더래요. 자신을 버리고 다른 놈팽이에게 시집을 가서 행
복하냐고요.. 약간은 반가웠던 마음이 그의 살기 등등한 얼굴에 기가 질
리더래요. 그래서 행복하다고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라...
죽지 못해 산다고 그랬대요.
그 남자는 '껄껄껄' 웃더니 흡족해 하더래요. 꼭 미친 사람처럼...
몇마디 더 나누다가 기회를 봐서 도망쳐 왔다는데... 아무튼 그런 얘기
를 듣고 어느 남편이 기분 좋겠어요? 그 남자가 두려우니 어서 이곳을
떠나자는 집사람에게 몇마디 퉁명스럽게 대꾸하다가... 결국에는 말싸움
으로 번져서..."
"그래서 싸우셨단 말씀이군요."
"그런 셈이죠..."
가뜩이나 한적한 바닷가에 아침의 변사체 발견으로 주위는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김반장이 시계를
들여다 본 후 천천히 일어나며 배불뚝이에게 말했다.
"젠장... 바로 당신이 남편이었구만... 그나저나... 이놈의 갯벌...
이렇게 멀리까지 물이 빠지는 줄 몰랐어. 착각했다니까?"
김반장의 느닷없는 얘기에 배불뚝이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착각... 했다니... 요?"
"네 마누라... 사실 너와 결혼 한 뒤에도 나와 계속 연락을 하며 만났었
어. 그런데 며칠전에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더구만. 마침 서울에
서 작은 실수 때문에 이런 시골로 좌천되어 있던 참이라... 도저히 자리
를 뜰 수가 없었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자고 잘 달래 이곳으
로 휴가를 오게 했지."
"뭐... 뭐라고? 아니 그러면... 다... 당신이... 옛날 애... 인?
어... 쩐지 이런 듣더 보지도 못한 곳으로 피서를 오자고 조르더니만..."
배불뚝이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 김반장은 허리춤
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배불뚝이의 머리에 갖다 대고 이죽거렸다.
"그저께 밤에 네 마누라를 만나고 몇마디 나누던 중에 분노가 끌어오르
더군... 사람을 갖고 노는 것도 유분수지... 애당초 나를 버리고 돈
때문에 너와 결혼을 했으면... 연락이나 말던가... 삼년전에 불쑥 찾아와
진정으로 사랑한 건 나였다고 울부짖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그만
만나자니..."
"그... 그럼.. 집사람은... 어떻게.. 된... 아니 그렇다면 호.. 혹시..."
"맞아. 오늘 네가 발견한게... 네 마누라 몸뚱아리 들潔? 어제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려는 네 마누라를 만나 죽여 버렸지. 쿠쿠쿠... 원래는 죽
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이 권총으로 위협하다가 실수로 그만...
아무튼 아차 싶어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토막을 내서 바닷물속에 버리자
는 거였는데..."
김반장은 이글거리는 두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때마침 썰물때라 그랬는지... 이상하게도... 해류에 떠내려 가지 않고...
갯벌 속에 묻혀 버린거야. 그걸 네가 오늘 발견한 거고..."
"세... 상에..."
배불뚝이는 어이가 없어 커다란 눈망울만 이리저리 굴리며 겁을 먹고
있었다. 김반장은 '씨익' 웃으며 방아쇠를 쥔 손에 힘을 더하기 시작했
다. 배불뚝이는 몸을 덜덜 떨며 이빨이 으스러질 만큼 입을 꾹다물며 웅
얼거렸다.
"아... 안돼. 저... 정신 차리라고... 사... 살려줘..."
그때 배불뚝이 뒷쪽, 갯벌에서 뭔가가 '데구르르' 굴러오는 것이 보였다.
김반장은 어둠속에서 자신 쪽으로 굴러오는 둥그런 물체를 응시하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권총을 떨어뜨렸다.
"저... 저게 뭐야? 엇... 저... 저건? 앗? 아악~~"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말이야?"
"어제 갯벌에서 발견된 토막난 여자 시신의 머리통이 해변에서 발견 됐
는데..."
"그런데?"
"글쎄 반넘어 깨져 뼈가 다드러난 머리통이 죽은 사람같지 않게 눈을 부릅
뜨고 담뿍 미소를 짓고 있더래. 입에는 벌건 고깃덩이 같은 것을 한웅큼
물고 말이야..."
배불뚝이를 싣고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 둘이 재
미있다는 듯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왜 저 모양이 됐어? 어제 처음 토막난 시신을 발
견한 사람 아냐?"
"모르겠어. 이형사 말로는 어제 밤에 김반장님하고 같이 해변에 있었다
는데... 김반장님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저 사람은 넋이 나
가 바닷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더라는 거야."
구급요원이 안됐다는 듯이 배불뚝이를 바라보았다. 배불뚝이는 촛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간이 침대에 누워 한없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내 마누라가... 사... 람을... 먹었어... 머리통이... 남자를...
씹어서... 깜쪽같이... 깜쪽같이..."
신비한 향수
"우~ 머리야...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형민은 한기를 느껴 눈을 지그시 뜨고는 앞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보이
는 거라고는 희뿌옇게 동이 터오는 하늘과 낡은 건물들... 그리고 파리가
들끓고 있는 쓰레기 더미와 그 위에서 널부러져 세상 모르게 자고 있던
자신 뿐이었다.
"아... 맞아... 그랬었지?"
어제 늦도록 회사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 괜한 객기에
혼자 포장마차에서 한, 두잔 더 걸친 것이 화근이었다. 방향감각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술집이 즐비한 골목, 한쪽 쓰레기 더미 위에 쓰러져
밤을 보냈던 것이다.
"쓰... 몇시야?"
왼손을 들어 시계를 보니 아침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다행이지... 출근도 못할 뻔 했구만. 아무튼 요새 너
무 몸이 약해졌어... 보약을 먹던가 해야지 원..."
그러나 전날 전화 한통화도 없이 무단 외박을 한터라 순간, 집에서 이를
갈며 기다리고 있을 마누라 얼굴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젠장... 어쩌지? 여편네... 바가지 긁을 것이 분명한데... 술냄새는 '풀,
풀'나고... 거기다가 쓰레기 썩는 냄새까지..."
몸을 약간씩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야릇한 악취에 고개를 흔들며 손
으로 바닥을 짚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어? 이... 이게 뭐지?"
오른손에 딱딱하게 뭔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어 집어 들었더니 엄지 손
가락 만한 빨간색의 향수병이었다.
"흠... 새거 같은데... 누가 실수로 쓰레기와 함께 버린 모양이군."
향수병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장미향 같기도 하고 사과향
같기도 한 그야말로 여지껏 맡아보지 못한 향긋한 향기였는데 조금 깊
게 맡자 머리가 어질, 어질했다.
"우와~! 향기가 꽤 독한데? 훗... 잘됐다. 악취도 없앨 겸... 조금 뿌려
볼까?"
형민은 습관적으로 목 언저리에 두어방울 뿌려보고는 향수병을 주머니
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옷에
묻은 쓰레기들을 대충 털어내고는 천천히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
"여보... 문열어. 나 왔어."
아침잠이 깊게 들었는지 벨을 몇번이나 눌러도 아내가 문을 열지 않았
다. 손으로 문을 몇차례 두드리던 형민은 전날 자신이 지은 죄가 생각이
나 사정조가 되어 말했다.
"여보... 어제 외박해서 미안해... 일단 문을 열고 얘기하자."
10분 정도가 지나자 아무 인기척이 없던 집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조
그맣게 흘러 나왔다.
"누구신데... 자꾸... 우리집 앞에서 그러는 거예요?"
"누구라니? 당신 남편이지..."
"장난치지 말고요... 어서 가세요. 조금 있으면 저희 남편 들어와요.
그러니까 다치기 전에..."
"여보, 왜 그래? 어제 외박했다고 화 난거야? 어서 문을 열어. 나란
말이야. 당신 남편..."
잠시후 걸쇠가 걸린 문이 조금 열리더니 아내의 얼굴이 삐죽이 보였다.
형민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자, 자... 마저 열어. 나라고... 봐도 모르겠어?"
형민의 아내는 그런 형민을 보자 기겁을 하며 '쾅'하고 문을 세차게 닫
아 버렸다. 어이가 없어 멀뚱히 서있는 형민에게 아내는 앙칼진 목소리
로 소리쳤다.
"돌은 놈 아냐? 당신... 누군데... 자꾸 나를 아는척 해? 어서 꺼지지
못해?"
"여... 여보... 나라니까? 어제 일 때문에 화난거야? 여.... 여보!"
술냄새에 향수 냄새 그리고 쓰레기 냄새까지 뒤섞여 가뜩이나 머리가
어지러운 판에 아내까지 이상하게 나오자 형민은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이런... 미친 놈! 어서 꺼지지 못해?"
"앗! 차거!!!"
아내는 세수대야에 담아온 찬물을 형민에게 냅다 끼얹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졸지에 물을 흠뻑 뒤집어 쓴 형민은 굳게 닫힌 철문만
바라 본 채 멍청히 서있었다.
'젠장... 저 마누라가 미쳤나? 왜 저러는 거야?'
찬물을 뒤집어 써서 그런지 정신이 맑아진 건 물론이거니와 쓰레기 냄
새와 더불어 조금전까지 코가 져리도록 풍겨오던 향수냄새도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제길헐... 이거 너무하잖아?"
인내심에 한계가 온 형민은 문을 거칠게 발로 차며 고함을 질렀다.
"빨리 문 못열어? 응?? 어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다시 열리더니 아내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
고는 두리번 거렸다.
"당신... 이제야 오면 어떻게 해요? 방금 전에 어느 미친 놈이 와서...
무서워 혼났는데..."
호통을 치려던 형민은 뜬금없는 아내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당신... 지금 장난하는 거야? 조금전에 나한테 물벼락까지 내리더니..."
"예? 무슨 소리예요? 아까는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였단 말이예요. 아무
리 당신이 미워도... 제가.. 왜 그런 짓을?"
"뭐... 라고?"
아내의 눈을 보니 거짓말이거나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형민
은 인상을 한번 쓰고는 성큼 성큼 집안으로 들어갔다.
*********************
'혹시 말이야... 혹시...'
형민은 아침에 쓰레기더미 속에서 주운 향수병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
렸다.
'이 놈의 향수가 뭔가 특별한 거 아냐? 마누라를 아무리 윽박질러도...
아까 일이 거짓인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혹시...'
조물락거리던 향수병의 뚜껑을 열어 코 앞에 바싹대고 냄새를 조금 맡
자 기분이 묘해지며, 몽롱해지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보통 향수와는 달라... 이거... 만약에... 내 생각이 맞다면...'
형민은 다시한번 목 언저리에 몇방울 뿌려 보았다. 처음 뿌릴 때보다도
더욱 독한 향기가 온 몸에 퍼졌다. 동시에 기분도 구름을 탄 것 같이 좋
아지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앗! 다... 당신... 어떻게 여기에 들어 온 거야? 여.. 보... 어디있어
요? 이리 와봐요. 아까... 그 이상한 남자가... 방안에..."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아내가 형민을 보더니 기겁을 하며 뛰어
나가자 형민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맞아... 확실히 이 향수 때문이야... 분명히... 분명히...'
형민은 놀라 소리치는 아내를 뒤로 하고 재빠르게 집을 빠져 나왔다.
"이 향수... 잘만 이용하면 끝내 주겠는 걸? 이걸 뿌리면 내가 다른 사람
으로 보인다... 이 말씀아냐? 하. 하. 하."
동네를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 인사를 하고
말도 붙여 보았지만 그들 누구도 형민을 알아보지 못했다. 길건너 단골
다방 아가씨도, 동네 통장도 '안녕하세요?' 라는 형민의 물음에 한결같이
'누구세요?'로 대답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흥미롭고 재미있기만 하던 것이 시간이 흐르자, 신비한 그 향
수를 어디에 이용을 할까에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확실히... 향수냄새가 없어지지 않는 한... 모두에게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이거지? 향수의 최면 효과든 뭐든 간에... 이거... 대단한 수확인
걸?"
뭐든지 희한한 물건이 생기면 사람 성격에 따라 다르게 이용된다는 것
을 입증이라도 하듯 형민은 오직 어디에 이 향수를 써먹을까에 골몰하
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짓을 저질러도... 나한테는 죄가 없단 말이
야... 그렇다면... 이 향수를 뿌리고 나쁜 짓을 저질러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장 아무 짓이라도 해보고 싶은 충동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부터 할까? 향수를 뿌리고 은행이나 털까? 아니면 지나가는 여
자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흐, 흐, 흐..."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다니며 온갖 나쁜 짓을 할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
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내린 비를 미쳐 피하
지 못하고 흠뻑 맞은 형민은 한적한 건물의 처마 밑으로 달려가 빗줄기
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젠장... 향수의 양도 얼마 안돼는데... 비 때문에 또 냄새가 없어 졌잖
아? 안돼겠어... 어서 아무 일이든 해서.... 돈을 벌든... 재미거리를
찾든..."
비에 젖은 얼굴을 훔치며 히죽거리는데 갑자기 품속의 핸드폰이 요란하
게 울렸다.
"여... 보세요?"
[김형민씨? 나, 사장이야!]
"아, 사장님... 어쩐일로... 일요일 아침에..."
[어제... 회식때 자네 추태... 기억 안나? 사원들 앞에서... 나를 망신
이나 시키고...]
"예? 아... 아니... 제가 어제 좀 술이 과해서... 아무튼... 죄송합..."
[입 닥치고... 내일부터 나오지마... 아주 '개' 같더구만... 술이 취하
니까... 내가... 더 심하게 말하고 싶지만... 참는 줄이나 알어!]
"아... 아니... 사... 사장... 님..."
[뚜~~~우]
허망하게 핸드폰을 끊고 보니 어제 밤 회식 때의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
다. 사원들 앞에서 사장의 멱살을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아침에
는 희한한 향수 때문에 미쳐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씨~ 벌... 기껏 죽어라 일했더니만... 이제 와서... 사장놈... 평소에도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어. 게다가 틈만나면 사람들 앞에서 창피
를 주니... 술김에 그런 것 같기는 한데..."
평소 사장에 대한 증오가 방금 받은 전화로 인해 증폭이 되며 거칠게 터져
나왔다.
"좋아! 결정했어. 강아지 두고 보자..."
**********************
사장의 아파트에 도착한 형민은 문앞에서 향수를 꺼내 목언저리에 흠뻑
뿌리고는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마침 사장 혼자 거실에 있던
터라 형민은 무작정 귀싸대기를 올려 붙이며 소리쳤다.
"내가 누군지 알아?"
"다... 당신... 누... 누구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꼴로 험한 꼴을 당한 사장이 볼을 어루만지며 어리
둥절한 표정으로 형민에게 물었다.
'됐어! 역시 내가 누군 줄 몰라. 한번 당해봐라...'
형민은 늙고 힘없는 사장을 소파에 억지로 끌고가 끈으로 동여맨 다음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강아지... 너 같은 악덕 업주는 죽어야 해!"
-퍽, 퍽...-
"윽... 사.. 살려... 주세요"
형민의 주먹이 사장의 배에 내려 떨어질 때마다 사장은 몹시도 괴롭게
소리쳤고 형민은 그걸 즐기기라도 하듯 쉬지않고 사장의 불룩 나온 배
를 때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고... 맞기나 해!"
-퍼퍽! 퍽-
"그... 그만... 난... 심... 장이 약하단... 허억~"
"엇?"
몇대 맞지도 않고 사장이 게거품을 물며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이... 이런... 버릇만 고칠려고 했는데.. 이런..."
형민은 눈을 희번덕 거리며 죽어가는 사장을 쳐다보다 정신없이 아파트
를 뛰어 나오는데 마침 집에 들어오던 사장의 부인과 부딪쳤다. 놀라운
광경에 넋을 잃고 떨기만 하는 사장의 부인을 다짜고짜 밀치고는 소나
기가 내리는 거리로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다.
'휴우~ 어쩌지? 사장놈이 죽으면? 아니야... 설사 죽는다 해도...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잖아? 사장놈 부인과 마주친게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나를 봤으니...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거라고 믿을테니...'
소나기가 끊임없이 내리는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가며 복잡한 생각에 어
쩔 줄 몰라 했다.
'그... 그런데... 갈수록 향수 냄새가 심해지는 것 같네? 물에 젖으면
깜쪽같이 냄새가 없어 지더니만... 더.. 더구나... 머리가 띵한게...
도... 독한 향수 냄새때문에... 숨을... 쉴수가... 허억... 수... 숨이
막혀... 허억...'
뛰다가 걷다가 하며 간신히 집앞에 도착한 형민은 벨을 누르려다 말고
끝내 문앞에서 쓰러져 버렸다.
*****************
"아주머니, 정말로 이사람 누군지 모르세요? 잘 살펴 보세요..."
형사 한명이 형민의 아내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사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예요. 그런
데.... 아침에 저희 집앞에서 얼쩡거리더니... 방에까지 몰래 들어오기
도 했고... 하여간 오늘 처음 본 사람이라는 건 확실해요. 후우~... 왜,
저희집 문 앞에서 죽어 있는지... 원..."
"그래요? 흠..."
형민의 시신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형사는 곁에 있는 구급대원에게 말했
다.
"자, 어서 시신을 시립 병원 영안실로 옮기자고... 행려병자인 것 같은
데... 연고자가 안 나타나면 화장을 하든지... 해부실습실로 보내든지
하자구."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형민의 시신을 흰천으로 덮어 구급차에 싣는 것
을 한동안 바라보던 형민의 아내는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며 중얼거
렸다.
"그나저나... 형민씨는 어디 간거야? 아침에 말도 없이 없어지더니만...
낯선 남자가 집앞에서 죽어서... 무서워 죽겠는데... 빨리 들어오기나
할 것이지... 쯧쯧..."
형민이 쓰러져 죽어 있던 자리에는 깨알같은 글자가 씌여 있는 빨간색
향수병이 덩그마니 나뒹굴고 있었다.
[본 '신비한 향수'는 회원들에게만 무상으로 공급되는 제품
으로...... 첨부된 설명서에 적혀있는 용도로만 사용하시고......
단, 하루에 세번 이상은 절대로 뿌리지 마시오... 평생 냄새가 가시지
않을 뿐더러... 정신장애, 안구돌출 및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참고로 윗 글에 나온 이란 단체는... 예전에 제가
올렸던 '저주받은 달력' 이라는 글에도 등장하는 신기하고 이상한(?) 단체
죠... 후후후~~~ ^___________^
아무튼... 여러분의 행복을 늘 기원하는.... ^^*
* 여러모로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