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장편] 원혼은 말하지 않는다 6

윰서뽀잉20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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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웃대 검은토끼님입니다.

 

시작!----------------

 

 

 

 

 

 

 

 

 

EP 2. 이상한 공사장 (2)

 

 


주변에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큰 소리이기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소리이지만 신경을 박박 긁는, 그런 소리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감겨 있던 눈을 살며시 뜬다. 그러자 소리가 한 층 더 크게 들려온다.

 

 

 

 


그 갑작스러움에 몸이 흠칫 떨린다.

 

동시에 들려오던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그런데 내가 누워있는 곳은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 눈을 손등으로 세게 비빈다. 그러나 풍경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온통 안개가 자욱이 껴 있다.

 

단 한 장소, 내가 누워있는 이 장소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조금씩 촉각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내 손바닥과 접촉하고 있는 시멘트로부터 차가운 냉기가 느껴진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일어서기 위해 다리에 힘을 모은다.

 

그런데 왜인지 하체가 꿈쩍하질 않는다. 나는 주먹을 쥐고 약하게 허벅지를 두드려본다.

 

그런데 아무런 느낌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남의 다리인 듯하다.

 

 

 

 

 

나는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연신 허벅지를 두드린다. 그러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허벅지에 대한 희망은 잠시 접어두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그런데 그 순간 새로운 촉각이 느껴졌다. 하체에서가 아니다.

 

 

 

 

 


내 볼에서 느껴졌다. 바람이다.

 

작은 바람이 이 공간을 돌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그 순간, 반갑게도 확연하게 미풍이 사방에서 불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안개를 걷어내기 시작한다. 이어서 주변이 조금씩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길 바라며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누구 없어요?”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귓가를 스치는 약한 바람 소리뿐 그 흔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덜컥 겁이 든다.

 

마치 세상에서 혼자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이 공간이 현실이라고 느껴지질 않는다. 이런 세상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개가 모두 걷히고 보이는 공간의 모습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멘트 바닥이 평평하게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어딜 보나 똑같은 풍경이었고 건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물론이거니와 사람 또한 지나다니질 않았다.

 

즉, 나는 아무것도 없는 이 시멘트 공간에 홀로 갇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다리에서 미약한 감각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다시 희망이 부풀기 시작하고,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허벅지부터 시작해서 하체 전체를 다시 한 번 문지른다.

하체의 감촉이 살아나고 있다.

 

발가락이 움찔거리고, 발바닥을 스치는 바람결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나자, 제법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하체에 중심을 이동시키고 쭈그려 앉은 자세까지 몸을 일으켜본다.

 

 

 


마침내 일어서기에 성공한다. 이어서 가볍게 뜀박질해본다.

 

다리가 제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나는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본다.

 

북쪽부터 시작해서 서쪽으로 그리고 남쪽을 바라본다. 그런데 남쪽에 둥그런 모양의 무엇이 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저기요!”

 

 


내가 그것을 향해 소리친다. 그러자 그것이 뒤를 돌아보는 듯 꿈틀거린다.

 

나는 내 말에 반응을 보인 것에 기뻐하며 속도를 더 높인다.

 

숨이 가빠진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봐도 그것과 가까워지지 않는다.

 

멀어지면 멀어졌지,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가 않는다.

 

나는 물체를 향한 달리기를 잠시 멈춘다.

두 팔을 무릎에 올린 채 고개를 숙이고 쌓여 있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 쉬기 시작한다.

 

 

 



“허억. 허억.”

 

 

 

 

 


의도치 않게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더 많은 산소를 확보하려고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숨을 들이쉬어 본다.

 

그런데 그냥 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주변에 공기가 부족한 것 같다. 덕분에 폐가 진정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잠시 후, 몸이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자 나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위로 든다.

 

 



그리고 나는 눈앞에 보이는 다른 얼굴과 눈을 마주쳤다.


 

 

 

 

 

 

 

 

“….”


 

아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비명조차 나오질 않는다.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머리는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최대한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 누구의 머리가 이 상황을 이해할까? 눈앞에 보이는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아니, 사람의 얼굴이었을 것 같다.


 

 

 

눈은 앞으로 돌출되어서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듯 위태위태하게 달린 게 전부고,

 

코는 뼈가 부러진 건지 왼쪽으로 휘어서 깊숙이 눌려 있다.

 

그나마 입은 정상이라고 할 수 있고 얼굴 아래로 보이는 몸의 모습은,

 

가슴 앞으로 두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걸 두 팔로 감싸 안고 있다.

 

 

 


나는 다시 시선을 위로 천천히 올린다. 그 아이의 입이 벌어져 있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듯 빠르게 오물 오물거리고 있다.

 

나는 역한 기분을 느끼며 시선을 더욱 올린다.

 

그런데 올려진 나의 시선에 보이는 건 흉측한 얼굴이 아닌

 

잠들기 전 몽롱하게 보였던 내 방의 천장 무늬였다.

 

동시에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크게 한 번 튀어 오른다.

 

 

 

 

 


“허억. 허억.”

 

 

 

 


꿈이었다. 정말 끔찍한 꿈이었다.

 

나는 누운 채로 호흡을 조절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대강 돌아온 감각으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아마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뻗어 있는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다.

 

 

 

그런데 새벽 현장에 나갈 때 두고 간 핸드폰이 낡은 책상 위에서

 

불빛을 뿜어내며 약하게 윙윙거리고 있다.

 

핸드폰 불빛이 불 꺼진 방 안에서 저토록 환하게 보이는 걸로 봐서,

 

어느새 시간이 저녁을 훌쩍 넘은 것 같다.

나는 뻐근한 몸을 일으켜 가볍게 기지개를 핀 뒤, 책상 위에서 진동하고 있는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 발신자를 확인한다. 의외다.


나는 놀라움을 느끼며 빠르게 폴더를 열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막 깬 탓에 잠겨 있던 목에서 쉰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귀에서 잠시 휴대폰을 떼어내고 헛기침을 두세 번 한다.

 

 

 

 


“현수니?”

 

 



수화기에서 굉장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혜주이다. 최혜주.

 

내게 있어선 대학교 때의 동창이자 제법 우정이 깊은 친구이다.

 

 

 

 


“응. 웬일이야?”

 

 


내가 제법 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문자에 답장이 없나 싶어서, 혹시 자고 있었어?”

 

 


혜주가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묻는다.

 

나는 다시 한 번 휴대폰을 귓가에서 때어내고 바탕화면을 본다.

 

휴대폰 상단 부에 접혀있는 편지지 모양이 떠있다. 문자가 왔던 모양이다.

 

 

 

 

 


“아, 일하고 집에 왔는데 많이 피곤했나 봐.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렸네.”


“일도 좀 쉬면서 해야지. 그러다 몸 망가진다?”

 

 

 

 

 

 

 

 

 



혜주의 목소리에서 조금 걱정스러운 기색이 느껴진다.

 

대학생 때부터 걱정 꾼으로 소문난 그녀답다.

 

항상 남의 곤란한 상황에는 참견해서 도와주길 좋아했고,

 

천성적으로 남 챙겨주는 게 취미라고 대학교 MT 때 자기소개를 한 그런 친구였다.

 

 

 

 

 



“그래, 그래.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아, 또 이야기가 새버렸네. 내가 요즘 이런다! 너 내일모레가 어떤 날인지 알고 있지?”



“무슨 날인데?”


 

 

 

 

 

 

 

내 말이 끝나자, 혜주가 한숨을 쉬는지 수화기에서 치지직하고 잡음이 들려온다.

 

 

 

 

 



“까먹은 거야? 내일 모래 대학 동창회 있잖아.”


 

 

 

 

그러고 보니, 동창회에 대한 얘기를 어디선가 얼추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내일 모래?”


“그래. 그날 우리 옛날 대학교 멤버끼리 모여서 같이 가자는 말 하려고 전화한 거야.”



“아, 응. 어떻게 볼까?”


 

 

 

 

나는 책상 위에 세워져 있는 접이식 달력을 살핀다.

 

다행히 동창회 날에 잡혀있는 약속은 없다. 나는 방문 쪽으로 걸어가서 불을 켠다.

 

 

 

 

 

 


“나랑 지혜랑 맞춰봤어. 우리 대학교 앞에 ‘진성 맛집’ 알지?”


“옛날에 자주 가던 그 맛집?”


“맞아. 거기가 동창회 장소야.

 

그리고 우리 멤버는 대학교 북쪽 정문 앞에서 오후 3시까지 만나기로 했어. 어때? 괜찮아?”

 

 


나는 집에서 대학교까지 걸리는 시간과 평소 나의 기상 시간을 따지며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한다.

 

 

 

 

 


“응. 별문제 없겠다. 그럼 그때 봐.”


“그래. 그때까지 몸조심하고, 절대 늦지 마!”

 

 

 

 

 

 


나와 혜주의 통화는 그렇게 끊겼다.

 

나는 동창회 소식에 조금 기분이 들떴다.

 

입으로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의 선율을 작게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는다.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는다.

 

 

 

 



“툭.”

 

 

 


그런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파자마를 입으면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본다.

 

누런 황색 쪽지. 순간적으로 나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들떠 있던 마음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동시에 4층에서 보았던 여자아이가 떠오른다.

 

또,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들도 머릿속에 한꺼번에 밀려 떠오른다.

 

 

 

 

 




꿈속에서 보았던 흉측한 얼굴을 가졌던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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