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일기 - 1

나폴레옹20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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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

나는 놀고먹는 백수니까..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아빠 전화다. 서점에 과일좀 가져다 달라고 하신다

나는 돈 안벌고 놀고 먹는 백수니까

말을 잘 들어야한다.

막상 서점에 가니

우체국가서 일반등기 1통 붙여달라고 편지 한통주신다

또 만원 주시며 올때 비빔밥 테이크아웃해서 오라고 하신다

나는 돈 안벌고 놀고 먹는 백수니까

말을 잘 들어야한다.

 

 

 

자다가 와서 꼴이 말이 아니다

푸석푸석한 얼굴에 10일이나 기른 콧수염에

트레이닝 바지에 짙은 회색 맨투맨에 후드걸치고 머리까지 푹 눌러쓰고 나왔었는데 이꼴로 20분은 돌아다녔다.

덕천동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가

벌거숭이로 돌아다닌 기분이다.

 

 

 

어쨋든 모든 심부름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같이 타입시다"

갑자기 발동한 매너모드로 '열림' 버튼을 눌렀다.

 

 

 

아주머니 두분이 배추를 낑낑들고 타셨다

나는 한껏 인자한 미소를 내뿜으며

"벌써 김장하시나 보네요?"

"네, 아이구 현우아니가? 군대 갔다왔나보네"

 

 

이 아파트 오래 살아서 왠만한사람들은 알고지낸다

나는 모르는 아주머니가 알은체하신다.

"어릴땐 참 이뻤는데, 군대 갔다오니 많이 상했네..."

 

 

 

 

 

 

 

 

 

 

 

다음부터는 엘리베이터 혼자타야겠다

다시는 '열림' 버튼 안누르고

평소처럼 '닫힘' 버튼 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