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군의 도발로 관미성(關彌城)이 함락될뻔한 위기를 넘기고 좋은 양장(良將)이었던 해진압(解津押)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광개토호태왕(廣開土好太王)은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뛰어난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제는 하무지(河茂祉)를 황궁으로 데리고 와 군사(軍師)로 삼아서 국가 경영과 국토 확장의 전략을 본격적으로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태왕은 태자 시절에도 그의 조언이 필요하면 사람을 보내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아예 곁에 두고 천하를 평정할 전략과 정치적인 철학을 듣고 배워서 원대한 고구려의 세계화 계획을 실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태왕은 일주일간의 원행으로 하무지가 묵고 있는 목단강(牧丹江) 근처의 초가에 당도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처음 본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초가였다. 그것은 하무지의 개인 생활도 역시 얼마나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태왕은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혹시라도 하무지가 출타해 집에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시종 하나가 근처에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하무지가 제자인 갈요(葛要)와 함께 급히 오면서 말했다.
“태왕(太王) 폐하(陛下)! 연락도 없이 어인 행차이시옵니까?”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만나야 더욱 반가운 법이지요.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자주 초가를 비우셔어 헛걸음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러셨사옵니까? 헌데 어인 일로 왕궁을 비우시고 이 곳까지 오셨습니까?”
“그보다 계속 이렇게 밖에 세워 두실 건가요?”
“황공하옵니다. 누추하오나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폐하!”
“하하하, 고맙습니다. 군사님!”
태왕이 의도적으로 군사(軍師)라는 호칭을 썼으나 하무지는 못 들은 척 하며 시치미를 뗐다.
하무지 뒤에서 태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던 옛날의 동지 갈요가 그제야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폐하! 참으로 오랜만이라 송구스럽게도 소인이 폐하의 용안을 잊을 뻔했사옵니다.”
“그래, 그동안 스승님을 모시면서 잘 지냈더냐?”
태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갈요를 살짝 끌어안았다.
“폐하께서도 강건하셨사옵니까?”
“물론 네가 염려해 주는 덕에 잘 지냈느니라. 너는 연살타와 여석개를 데리고 지난 얘기들이라도 좀 나누고 있거라. 난 선사님과 의논할 일이 있단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렇게 하시지요.”
방에 들어선 태왕은 자기가 왜 갑자기 이 곳에 왔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짐의 패업(覇業)을 이루는 데 있어서 군사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이렇게 왔습니다. 그러니 거절하지 마시고 부족한 짐을 도와 주십시오. 짐이 연나라를 꺾고 서토(西土)를 원정할 수 있도록 군사님께서 중원을 경영하기 위한 방략을 수시로 지도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벼슬길에 나와 짐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지만 하무지의 대답은 태왕이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폐하! 지금까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지금의 제안은 수용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저의 불충을 탓하시고 죽음을 내려 주시옵소서. 죽음을 주시어도 달게 받을 것이오니 제발 그 청을 거둬 주십시오.”
태왕은 하무지가 그렇게까지 간곡히 거절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이만저만하게 실망되는 일이 아니었다. 거절하는 이유도 명확치 않으니 더욱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렇게 짐이 간곡히 원하는데도 거절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나 한번 들어 봅시다. 참으로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유라도 알면 덜 답답해질 것 같습니다.”
“아직 답해 드릴 때가 아니 됐으니 더 이상 소인이 불충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허어… 이거야 원, 좋습니다! 군사께서 정히 짐(朕)의 뜻을 따르지 않으시겠다면 짐은 지금부터 단식을 감행하며 이 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겠소이다.”
태왕은 결국 최후 통첩을 하듯 하무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태왕은 이윽고 아랫목에 가부좌를 틀고서 앉더니 물만 마시면서 견디는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이 사흘 동안이나 계속되었기에 하무지가 여러 번 단식을 중지하라고 주청했으나 태왕은 결심을 바꿀 수 없다며 고개를 젓기만 했다.
때문에 하무지는 마당에 나와 석고대죄(席藁待罪)를 시작했고 보다 못한 연살타도 태왕 앞에 부복하면서 단식을 중지하라고 간했다.
『정복전쟁의 대지존 광개토호태왕』7.태왕의 공명, 하무지 ⑴
백제군의 도발로 관미성(關彌城)이 함락될뻔한 위기를 넘기고 좋은 양장(良將)이었던 해진압(解津押)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광개토호태왕(廣開土好太王)은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뛰어난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제는 하무지(河茂祉)를 황궁으로 데리고 와 군사(軍師)로 삼아서 국가 경영과 국토 확장의 전략을 본격적으로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태왕은 태자 시절에도 그의 조언이 필요하면 사람을 보내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아예 곁에 두고 천하를 평정할 전략과 정치적인 철학을 듣고 배워서 원대한 고구려의 세계화 계획을 실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태왕은 일주일간의 원행으로 하무지가 묵고 있는 목단강(牧丹江) 근처의 초가에 당도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처음 본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초가였다. 그것은 하무지의 개인 생활도 역시 얼마나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태왕은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혹시라도 하무지가 출타해 집에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시종 하나가 근처에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하무지가 제자인 갈요(葛要)와 함께 급히 오면서 말했다.
“태왕(太王) 폐하(陛下)! 연락도 없이 어인 행차이시옵니까?”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만나야 더욱 반가운 법이지요.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자주 초가를 비우셔어 헛걸음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러셨사옵니까? 헌데 어인 일로 왕궁을 비우시고 이 곳까지 오셨습니까?”
“그보다 계속 이렇게 밖에 세워 두실 건가요?”
“황공하옵니다. 누추하오나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폐하!”
“하하하, 고맙습니다. 군사님!”
태왕이 의도적으로 군사(軍師)라는 호칭을 썼으나 하무지는 못 들은 척 하며 시치미를 뗐다.
하무지 뒤에서 태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던 옛날의 동지 갈요가 그제야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폐하! 참으로 오랜만이라 송구스럽게도 소인이 폐하의 용안을 잊을 뻔했사옵니다.”
“그래, 그동안 스승님을 모시면서 잘 지냈더냐?”
태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갈요를 살짝 끌어안았다.
“폐하께서도 강건하셨사옵니까?”
“물론 네가 염려해 주는 덕에 잘 지냈느니라. 너는 연살타와 여석개를 데리고 지난 얘기들이라도 좀 나누고 있거라. 난 선사님과 의논할 일이 있단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렇게 하시지요.”
방에 들어선 태왕은 자기가 왜 갑자기 이 곳에 왔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짐의 패업(覇業)을 이루는 데 있어서 군사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이렇게 왔습니다. 그러니 거절하지 마시고 부족한 짐을 도와 주십시오. 짐이 연나라를 꺾고 서토(西土)를 원정할 수 있도록 군사님께서 중원을 경영하기 위한 방략을 수시로 지도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벼슬길에 나와 짐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지만 하무지의 대답은 태왕이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폐하! 지금까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지금의 제안은 수용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저의 불충을 탓하시고 죽음을 내려 주시옵소서. 죽음을 주시어도 달게 받을 것이오니 제발 그 청을 거둬 주십시오.”
태왕은 하무지가 그렇게까지 간곡히 거절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이만저만하게 실망되는 일이 아니었다. 거절하는 이유도 명확치 않으니 더욱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렇게 짐이 간곡히 원하는데도 거절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나 한번 들어 봅시다. 참으로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유라도 알면 덜 답답해질 것 같습니다.”
“아직 답해 드릴 때가 아니 됐으니 더 이상 소인이 불충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허어… 이거야 원, 좋습니다! 군사께서 정히 짐(朕)의 뜻을 따르지 않으시겠다면 짐은 지금부터 단식을 감행하며 이 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겠소이다.”
태왕은 결국 최후 통첩을 하듯 하무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태왕은 이윽고 아랫목에 가부좌를 틀고서 앉더니 물만 마시면서 견디는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이 사흘 동안이나 계속되었기에 하무지가 여러 번 단식을 중지하라고 주청했으나 태왕은 결심을 바꿀 수 없다며 고개를 젓기만 했다.
때문에 하무지는 마당에 나와 석고대죄(席藁待罪)를 시작했고 보다 못한 연살타도 태왕 앞에 부복하면서 단식을 중지하라고 간했다.
그랬더니 태왕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연 장군은 과히 염려하지 말지어다. 짐이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옥체가 위태롭습니다. 보시옵소서. 폐하의 입술이 바짝 말라 잔주름이 많이 생겼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글쎄, 연 장군은 모든 걸 짐에게 맡기고 물러가 있으라니까! 알아 듣겠는가?”
“망극하여 소신의 억장이 무너지옵니다.”
할수없이 물러나온 연살타가 이번에는 석고대죄하고 있는 하무지 옆으로 가서 사정조로 간청하였다.
“아무래도 두 분께서 큰 일을 내시겠습니다. 무슨 사연 때문인지는 모르나 이 정도에서 끝내고 폐하의 청을 들어 주시지요. 이렇게 계속해서 두 분이 시간을 끈다면 태왕 폐하의 옥체가 견디지 못해 위태로워집니다!”
하무지도 단식을 하는 중이었다. 태왕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연살타도 역시 하무지의 속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울화가 치민 연살타가 이번에는 사랑방에 있는 갈요를 찾아가 물었다.
“갈요야, 너 혹시 선사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느냐?”
“뭘 말이옵니까?”
“글쎄, 선사님의 모든 것, 신변에 관한 것이라도 좋고 말이야.”
“한 번도 제게 얘기해 주시지도 않고, 묻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하시니… 저도 스승님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정말 모든 게 수수께끼야. 알다가도 모를……”
“스승님은 원래부터 그런 분입니다.”
밤하늘의 미리내도 잠을 깨면서 여명이 밝아 왔다.
단식을 시작한 지 닷새째 되던 날이었는데 태왕께서 시중을 들던 의녀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아침으로 미음을 준비해 오너라.”
“예, 폐하.”
지켜보던 연살타의 얼굴이 단번에 봄날의 햇살처럼 밝아졌다. 의녀가 수라상 준비를 위해 물러나자 태왕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연살타에게 말했다.
“연 장군은 어떤 경우라도 나의 편이 되어 주겠지?”
“아니, 폐하!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이시옵니까? 소신이 영민하지 못해 폐하의 심경을 몰라 망극하옵니다.”
연살타가 황당해하며 말하자 태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 후면 모든 것을 알게 될 테니 가서 조반이나 든든히 자시게. 국내성까지 가려면 배불리 먹어 둬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럼 이제 환궁하시는 것입니까?”
“물론일세.”
“그럼 하무지 선사님은…?”
“좀 있으면 알게 된다니까.”
“어찌 알 수 없는 말씀만 하시옵니까? 선사님께 무슨 말씀이라도…?”
태왕은 여전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소신은 이제 폐하께 쓸모가 없어진 것 같사옵니다.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부디 미음이라도 천천히 드시옵소서. 그래야 속이 놀라지 않사옵니다.”
“그렇게 하지.”
아침 식사가 끝났을 때 밝은 해가 동산에 솟아올랐다. 태왕은 여석개에게 근위대 병사들의 숙영 장비를 철거하라 명령하고는 갈요를 불렀다.
“선사께서는 아직까지 단식을 하고 계시느냐?”
“예, 폐하.”
“참으로 어지간하신 고집이구나. 내가 질려 버렸도다.”
“이제 환궁하시는 것이옵니까요?”
“그래, 그러니 선사님께 작별 인사나 드리겠다고 전해다오.”
“예, 폐하.”
갈요는 어느새 마당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하무지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잠시 후, 하무지와 갈요가 태왕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태왕처럼 단식을 한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닷새 동안 단식을 행한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뽀얀 안색이 단식을 행하기 전과 똑같았다.
태왕이 하무지의 양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짐이 선사님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환궁하고자 합니다.”
태왕은 이윽고 오추마(烏騅馬) 위에 훌쩍 올라탔다. 그러고는 하무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부족한 짐이 군사님께 무례를 범하니 용서하시기 바라오.”
하무지와 갈요, 그리고 연살타와 여석개는 그 소리가 무슨 뜻인가 하고 생각하며 의아해하고 있는데 태왕이 근위병들에게 말했다.
“병사들은 어서 짐의 군사님을 국내성으로 모시거라!”
근위병들이 머뭇거리자 태왕이 다시 호령했다.
“짐이 어명을 내리는데, 너희들은 무얼 하느냐? 어서 군사님을 짐의 어마차에 모시라고 했다!”
하무지는 정말로 놀라며 얼떨떨해했다. 그러는 중에 근위병들이 조심스럽게 하무지의 양 팔을 잡고 어마차(御馬車)에 태웠다.
“그리고 도성까지 모셔야 하니 미음도 마차 안의 상에 놓아 드실 수 있게 해라.”
하무지는 뜻밖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병사들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하무지가 마차에 타자 태왕은 갈요에게 말했다.
“너는 스승님의 물건들을 잘 정리해서 도성으로 보내 주고 적당한 시기를 택해서 도성으로 올라오너라!”
“예, 폐하! 어명에 따르겠나이다.”
태왕은 느닷없이 한 순간에 일을 처리하고 평양성으로 향하는 행진을 계속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