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있어야 금연도 있다

김태호20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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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hilang.blog.me/100146550256


금연 3년차.


여전히 나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담배를 들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을 어려워한다.

캐나다 유학시절, 3불 초반대에 머물던 담배가격이 하루밤세 파격인상되어 5불대, 6불대 그리고 7~8불 후반대까지 천정부지 치솟았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나다. 흡연자 더 나아가 애연가들의 사상은 밥 대신 담배이다. 비싼 담배값에 쫄쫄 담배고파하던 친구들은 줄곳 나를 찾아오곤 했다. 마치 보급소처럼 그들에게 담배를 나누어주며 초코파이와 같은 精을 나누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담배 끊은지 오래됐어."라고 웃으며 말할 때 우리의 관계는 매우 서먹해진다. 마치 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  백인 우월주의의 영웅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릭(에드워드 노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의 신봉자들과의 어색한 관계처럼... 


나의 친구들이나 지인이 담배때문에 나를 신봉했다는 뜻은 아니다;;;



흡연자들은 제품 앞면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검은 폐나 각종 증상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어도, (이것좀 보세요! 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라고 애걸복걸하여도...)

흡연중일때 주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고 지나가도

흡연자들은 물고 있는 그 한 개피를 꼭 끝내야 성이 풀린다.

담배에 4천종이 넘는 이해물질과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도, 흡연자들은

"어차피 사람은 태어날 때와 돌아갈 때가 정해져 있는법"이라며 의학연구결과를 불신한다. 


여자들이 매년초, 매월 1일, 매주 월요일, 상하반기, 1234분기 등을 다이어트 시기로 정하는 버릇이 있다면 흡연자(주로 남자)들은 동일한 시기를 금연 시작시기로 정하는 습관적 버릇이 있다.


"끊어야지."

 

 금연보조제 제조사는 아마도 위에 나열한 시기에 약속된 것 처럼 상승하는 매출덕분에 밥줄 끊기지 않아 좋을것이다.

제조사 밥줄 좀 끊어보시겠는가?

야, 안돼~~!!

1월 1일이야. 야~ 이게 보통일이 아니야. 아침먹고 나도 모르게 손이가. 첫날부터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냥 잠이나 자. 점심때 일어나서 밥먹고 또 손이가. 안되겠다 싶어서 과자를 먹어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다보니까 몸이 찌뿌둥해. 산책하러 나와서 커피 한잔 사러 가려는데 고딩애들이 모퉁이에 모여서 담배피고 있어요. 담배 생각이 막 나. 커피값으로 5천원 들고 나왔는데 편의점에서 이 돈이면 담배+커피 일석이조예요. 결국 피우지.2월이야. 1월이랑 패턴이 똑같애요. 하루를 못넘기고 계속 사는거야. 그러다가 3월되고 시간 다 지나가서 1/4분기는 포기상태예요.4월 1일에 끊으려니 주변에서 뻥치지 말라며 담배를 줘요. 일단 다음주 월요일 부터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 대 피워.시간이 지나고 달력을 보니 화요일이야. 젠장... 상반기는 끝난것 같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일단 상반기는 피우자고 생각하지.7월 1일부터 다시 태어나는거야. 매직으로 굵게 표시해놓은 7월 1일이 다가와. 가슴이 쿵쾅 거리는게 못끊으면 어쩌지, 니코틴이 부족해지면 손이 떨릴텐데...6월 마지막주는 하루에 두세갑씩 피워요.7월 1일이 됐어. 안피워. 근데 대한민국에 편의점은 왜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는거야. 한 갑만 사서 피울까 말까 생각하면서 편의점 두어개를 지나쳐요. 그러다가 하나 더 나오면 그냥 한 갑만 사서 피우자 생각하는데 마침 편의점이 있어. 한갑 사려는데 신제품이 진열되어 있어요. 혹해서 사요 또. 라이타는 또 젤 싼걸로 다시 사요. 포장 뜯고 입에 물어요. 새 라이타라서 부싯돌이 뻑뻑하지. 이게 뭐야. 담배 맛이 똥맛이예요. 문득 생각이 들지. "그래. 담배를 끊으라는 신의 메세지일거야." 담배 한갑을 통째로 구겨 라이타랑 같이 쓰레기통에 버려요. 이걸 서너번은 한다니까?그짓거리 몇 번 하니까 돈도 아깝고 이제는 정말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약국가서 니코틴 함량 제일 높은 니코틴 껌을 사요. 씹다가 잇몸에 잠깐 붙여놓고 다시 씹다가 또 잇몸에 붙여놓기를 계속 해야되는데 그냥 껌씹던 생각밖에 안들면서 어지럽기만 해요. 왜 이딴걸 만든거야???아, 니코틴 패치도 있지. 약국가서 역시나 함량 제일 높은걸 사요. 팔뚝지에 붙이지. 붙여놓고 조금 있으니까 또 어질어질 해요. 끊을 수 있다는 생각들지?야 안돼~!! 팔이 간지러워서 몇 번 긁다가 뜯어내요. 반대쪽에 새걸 다시 붙여. 또 간지러워요.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버려요.그냥 물 많이 마시자는 생각으로 보조제 없이 살아요. 그게 쉽냐? 화장실에 앉으면 똥이 안나와요. 마음이 편하질 않거든. 변비로 며칠을 고생해요.이제 얼마나 지났나 봤는데, 야, 2주 지났어. 7월 14일이야. 근데 갑자기 친구놈이 전화와. "OO야, 술 한잔하자. 나 헤어졌어." 전화받고 또 나가요. 술한잔하다 보면 친구녀석이 또 담배를 펴요. 어깨 토닥여주다가 "아놔 생각할수록 열받네. 너 같이 좋은놈한테 그런 짓을하냐 그년!"이라며 제 분에 못이겨서 담배를 물어요. 이번에는 언제까지 피우다 만다는 계획도 없어요.눈 떠보니까 아침이야. 목이랑 가슴이 답답하지. 어제 담배 물은 생각이 나요. '에이 내가 미쳤지. 피우지 말아야지.' 라면서 TV를 켜요. 영화 '다이하드'가 하는거야. 브루스 윌리스가 한 개피 남은 말보로 레드를 물고 있어요. 색히 너무 맛있게 피우는거야. 또 유혹되지. 피워 말어? 에라 모르겠다 담배사려고 옷 챙겨입어요. 어라? 바지주머니에 어제 피우던 담배 한 갑이 있어. 이렇게 기쁠때가 없어요. 뚜껑열어보니까 열개피도 넘게 남았어요. 아싸! 근데 라이타가 없어.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서랍이고 뭐고 다 뒤져봤는데 없어. 부엌가서 까스불에 담배불 붙일 생각해요. '아... 내가 이러면서 까지 담배 펴야돼? 너무 추한데... 펴야돼? 피고싶은데... 펴야돼? 오늘이 며칠이지? 7월 15일이야. 7월 중순... 중순? 반올림하면 8월이야.' 그냥 부엌가서 불 붙이고 7월은 피우기로 해요.8월 1일이야. 올해가 4개월밖에 안남았어요. 돌아보니까 담배 안 피운 날이 작년보다는 많은데, 생각해보니까 작년에는 안피운 날이 없어요. 지금쯤 됐으면 금연 8개월차 되서 몸도 상쾌해지고 좀 그래야되는데 이건 똑같애요. 그냥 펴 말어?  막 이상한 계산 시작하지. '벌써 8월.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 9월, 10월, 11월은 더 빨리 가겠지. 그럼 그냥 12월에 금연 준비해야지.' 그냥 12월까지는 맘편히 먹고 피워요.12월이 됐어. 이제 한 달만 있으면 1월이예요. 나는 금연할거야. 상쾌하게 살거야. 건강하게 살거야. 이제 줄여야지^^야 안돼~~~!!! 줄이긴 뭘 줄이냐? 6월 마지막 주랑 똑같애.오늘 적게피우면 내일 서너배를 피워요. 연말모임 나가지. 애들이 물어봐요. "담배 끊었다더니?" 뻘쭘하게 담배 물고 농담쳐요 "야, 이 좋은걸 왜 끊어?"이래서 언제 담배 끊을래? 야 안돼~~~!!!


그렇다. 많은 도전자들이 며칠정도 휴연하는 것으로 그칠만큼 금연이라는 산은 높다.

금연전도사들이 갖가지 방식/방법론 제시 밖에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금연을 선도하려거든 감성을 자극해야한다. 담배 피우면 죽는다가 아니라 조금은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령, "담배피우면 평생 솔로"라던가... "남친이랑 키스 6개월차, 이빨이 누래졌어요."라던가... 남자들, 생각을 해보라. 군대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무서운게 영창보다 휴가제한 아니던가?


금연을 작심하고 나름 3년이라는 시간을 걸어온 동안 나는 단 한번의 후회를 한 적이 없다.

사랑이 '목적'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 언젠가는 만나게 되었을 나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 목적을 위해 금연은 하나의 수단이었고 매우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지금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와 상쾌한 사랑을 한다.


담배는 사랑이 목적이 되지 않으면 끊지 못한다.

금연은 그 목적에 대한 책임있는 수단이다.


그리고 담배는 정말 '사랑'한다면 손대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