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피오니20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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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한다. 기쁨이나 감동, 환희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물론, 슬픔이나 분노, 그리움 같이 다소 네거티브한 감정 역시 삶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살찌우는 요소다. 그런 감정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결핍된 삶이란 당연 지루하고 재미없게 마련이다. 누군가 삶이 무척이나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주어진 일상 자체가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 일상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무뎌져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일상이란 큰 그림에서 보면 누구에게나 비슷비슷하게 주어지는 것이니까.

 

그러니, 좀 더 풍부하고 재미있는 삶, 보람있는 삶을 위해서는 때때로 무뎌진 감정을 잘 연마하여 날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날이 선 감정을 아끼지 말고 빠르게 소모하며 살아야한다. 감정이란 야구글러브 같은 것이어서 자주 사용하며 길을 들여야 더 유연하게 그 쓰임새를 제대로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낀다고 쓰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지거나 부식되어 정작 필요할 때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게된다.

 

사람들은 때로는 감정적 환기를 핑계로 일탈을 꾀하기도 한다. 훌쩍 낮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취미생활을 기웃거리기도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성 일탈은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다. 일탈의 순간이나 그 이후 한동안은 활력도 얻고, 풍부해진 감정으로 풍성한 삶을 살게되지만, 어짜피 눈앞의 현실인 일상에 매몰되어가며 그 약발이 바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큰 감동이나 여흥을 제공했던 이벤트도 자꾸 비슷한 것을 반복하다보면 그 효과가 차츰 체감하기 마련이어서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비슷한 기분의 유지를 위해 자극의 정도를 높여가야하는 문제도 있다. 또한 그 순간에도 늘 반대편에 버티고있는 일상의 그림자에 대한 침울한 무게감은 결코 버려지지 않는다. 때론 밝은 햇살아래 한 동안 있다가 어두운 실내공간에 들어섰을 때처럼이나 일상의 어두움이 강조되는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일탈을 통한 감정적 환기보다는 일상 그 자체에서 감정적 교감을 풍부하게 일구어가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방법이다. 주위의 작은 일, 하나하나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해 살아가다보면, 의외로 건조해보이는 일상에서도 많은 감정적 피드백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상에서 더 많은 느낌을 키울수록에, 삶은 풍성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도 신선해진다.

 

이 에세이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는 그런 관점에서보면 무척 고수다. 흔하게 발생하는, 그래서 오히려 무심하게 지나치는 주변 일상 속 소소하지만 다양한 사건들을 포착, 거기에 감정을 담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남다른 섬세함이 그에겐 있다. 그의 내공은 이 책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를 통해 향기로 변해 주변으로 스며들고, 그래서 이 책은 일상에 무디어진 독자의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역할도 한다.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팔자가 아닌, 스스로가 많은 일들을 무심히 지나치고 외면한 때문임을 깨달아보는 건 어떨까..?

 

[서평]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