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져야만 합니다...

.................20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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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올 8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백수입니다 ..
빡빡한 가정환경이다 보니 제대로 문제집 한권 사지 못한채 모아뒀던 돈으로 인강과 학원을 전전하며
백수생활 하고있었습니다..
 
 20년전 아버지는 어머니와 별거를 시작하셨고, 지난 20년간 왕래없이 지냈습니다..
가끔 안부전화정도나 가끔 아버지가 용돈 몇만원..보내주시는 정도..
그런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그것도 119대원에게 ..
급성신부전증과 당뇨..그리고 합병증..거기에 요독증까지..아버지 상태는 말그대로 최악이였고..영양실조까지 겹쳐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몰랐습니다..아니 관심이 없었습니다..그저 건강하시겠지..잘 지내시겠지..
왕래가 없었던 만큼 그렇게 아프실꺼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구급대원의 말로는 방에 혼자 누워계셨고..원룸의 주인 아주머니가 119에 전화 하셨다고 합니다..
응급실 의사 말로는 대략 보름정도 음식물 섭취도..용변도 안보시고 누워계시기만 했던 것 같다고 말하셨습니다..소변이 나오지 않아서..몸에 요독증이 퍼지셨고 당뇨로 인해 눈은 안보이는 상태이실 꺼라고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못해 온몸에는 붉은색 반점이 돋아났고 등과 엉덩이들 곳곳에 욕창이 생기셨습니다..눈을 뜨고는 계시지만 인지능력은 없으시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해 그저 신음소리만 간간히 내신다고...
지금 소변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투석을 해야 한다고 의사는 계속 재촉 했습니다..하지만 쉽사리 결정을 못내렸습니다...저는 돈이 없으니까요..대학병원에서는 투석 한번 돌리면 12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더군요..그걸 3,4번 돌리셔야 할꺼라고..한번돌리면..

망설이는 사이 2시간이 지났고, 다행히 소변이 나와 투석까지는 피했습니다..
일단 급한불만 끄고 동네에 있는 성심병원으로 옮겼습니다..그리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치료중 만약 최악의 경우가 됬을 때 어디까지 치료를 하실꺼냐고 물어보길래..더이상 치료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모 대학병원에서 나온 병원비 200만원에 지내시던 원룸 방세 50만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어머니는 절대 병원비를 내주지 않으신다고 했고 돌아가시면 장례는 치뤄주신다고 하시더군요 ..
 
저 역시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5,6번 정도..만나서 밥한끼 먹고 헤어지고 정도 였을 뿐.. 그래서 어쩌면 냉정해 질 수 있었나 봅니다 ..
 
 그렇게 의사와 면담을 마치고 면회를 시켜주시길래 가서 얼굴을 봤는데 ...봤는데... 눈물이 ..멈출 수 없이 계속 흘러 내렸습니다.. 자꾸만...

온몸은 앙상하게 말라서 뼈만남았고 얼굴은 해골 그 자체 였습니다 .. 입안은 다 말라 비틀어졌고 이빨은 빨갛게 변해있었습니다(아마도 피를 토하셨던가 봅니다) 입술은 다 갈라져 너덜너덜 해져있었고..눈알만 간신히 덮고 있는 눈꺼풀 때문에 눈은툭 튀어나오고 광대 밑으론 가죽만 붙어있는 듯 앙상했습니다..
 말 그대로 ..처참했습니다... '아빠' 하고 불러보고 싶었지만 부르지 않았습니다..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이름을 부르신다면..그걸 듣는다면.. 겨우겨우 냉정하게 차갑게 먹고있던 맘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매는목을 움켜쥐고 면회를 끝내고 나와서는..화징실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끝까지 치료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매일매일 시간 맞춰 면회와서 아버지를 돌봐 드릴 수 없습니다 ..행여 아버지가 위험한 순간이 온다 해도 아버지를 마지막 치료까지 해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직업도 없고..내년 4월 7일엔 시험을 봐야하고..어머니는 한달에 150만원정도 나오는 생활비로 저와 동생의 생활을 책임 지시고 빚없이 사실려고 아둥바둥 살고 계십니다.. 고모와 삼촌이 보내주신 120만원으로 대학병원에 빚진 병원비 일부만 갚았습니다..아버지는 신용불량자라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그나마 제가 시험보기 전에 모아놨던 돈이 80만원정도 남아서 ..일단 그걸로 대학병원에 남은 병원비 지불해야 하고 ..남는돈은 40만원 남짓..그 돈은 또 원룸의 방세로 내야 합니다..
돈이 뭐 문제냐고 살리고 봐야하지 않겠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돈이 전부입니다 이 세상은..돈없으면 죽어간다 해도 치료 할 수 없고, 당장 죽어간다해도 돌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냉정해져야 합니다.. 더이상 아버지에게 좋은 치료를 해드릴 수 없습니다..아버지를 끝까지 살리겠다며 돌봐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만약 저처럼 차가워지지 않아도 되는 분이 있으시다면..지금 부모님들에게 따뜻해 지세요..
온 마음 다해서 따뜻하고 또 따뜻해 지세요...
저를 낳아주신 부모에게 차가워져야 하는 것..냉정해져야 한다는 것..
세상 그 어떤 고문보다 아프고,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아픈 일입니다..
 
 잠깐 부모님을 생각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끝내지 마세요..매일 따뜻한 말한마디 따뜻한 포옹한번 매일매일 하시는 그런 자녀가 되셨으면 해요..
부디 여러분들은 부모님에게 차가워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성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