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생 때문에 애가 끓습니다..

너는내사탕2011.12.31
조회258
안녕하세요 토커님들..
저는 서울 모처에서 살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저에게는 피한방울 나누지 않았지만 제 목숨만큼 사랑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누군지..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는 소위 말하는 고아입니다..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버려졌고 부모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그런 놈입니다...

아 뭐... 궁상스런 제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요...
저에겐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저랑 나이차이가 조금 나지만 어려서부터 제가 직접 얼르고 안아주며 키운 동생이에요


제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자란 시설에서는 원생이 중학생이 될 즈음이면
그보다 더 어린 원생과 친형제결연을 맺어서 마치 한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처럼
대하고 챙겨주고 위하게 맺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린 제 동생도 그런 동생이에요...
저보다 7살 어린 정말정말 이쁜 내 여동생...

원장님과 선생님들도 항상 너희는 정말 친남매보다 더 사이가 좋다 하실 정도로
제가 이뻐했고 동생도 절 잘 따랐습니다..

저는 다행히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 장학금을 받아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교 재학중에 제 동생을 원장님이 배려해 주셔서 시설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규정상 안 되는 거지만 저나 동생이나 같이 지내길 정말 많이 원해서 많이 힘써주셨습니다
여기 계속 있는 것보다 제가  데리고 있는게 서로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요...
대학 재학중이었지만 여차저차 하면서 돈도 어느정도 벌면서 앞가림은 할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거기에 다행스럽게 군 면제 판정도 받았습니다..

시설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월셋방을 얻어서 그렇게 잘 시작했습니다...

돈을 엄청 잘 버는 건 아니었지만 혼자 살면서 부족하지 않을 만큼 돈도 벌고
적어도 식솔하나 챙길만큼의 여력은 생겼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장부상으로는 아직 시설에 있고 실제로는 제가 보살피는 거였지요...

이제 같이 산 지 2년이 됐고
이녀석이 이제 고3이 되네요....

그런데 제 동생이 요즘 절 너무 힘들게 해서 가슴이 아파요...

정말 부족한 오빠지만 이녀석 공부 잘 시켜서 대학도 보내고 잘 살게 해주고 싶은데
날이 갈수록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 같습니다...

질나쁜 애들,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과 어울리는걸 알아챘을 즈음엔 더이상 제 혼자의 힘으로
제 동생을 원위치시키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알아버렸고..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담배를 배우고 술을 배우고...
하루가 멀다하고 자정이 넘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두어달 전에는 제가 출장 때문에 며칠 집을 비운 일이 있었는데
일이 잘 마무리돼서 하루 일찍 귀가하게 됐지요..

그런데

집에 오니 친구들 서넛 데려다가 술판을 벌였더군요...
밤새고 집에와서 피곤한 상태에서 정말 심하게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싸운거라고 해야될지 혼내고 대든 거라고 해야 될지
애매하군요
사실 동생 말마따나 제가 친오빠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니까요

제 동생도 '친오빠도 아니고 피한방울 안 섞였으면서 어른행세 하지 마라..' 이러는데..
정말 속에서 피눈물이 났습니다..
난 그래도 최선을 다 한것 같은데, 제 동생은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학교에 갈때도 요즘엔 얼굴도 안비춥니다...

제가 일찍 출근하는 날에는 제가 문을 나설 때까지도 방문 꼭꼭 잠그고 자는 건지.. 자는 척 하는건지..

제가 오후 출근하는 날에는 아침 챙겨먹이겠다고 상차려서 기다리면 점퍼에 달린 모자를 머리에 
푹 눌러쓰고 눈도 안 마주치고 문을 나서네요....

제가 데려오기 전만 해도 정말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주말마다 보러 갈 때는 삼십분이라도 늦으면 늦게 왔다고 앵앵대면서 찰싹 달라붙어서 하루종일
떨어질 줄 모르던 아이였는데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가슴이 너무 많이 아파요....


정말 내가 친오빠가 아니라서 그런건지...



어제가 제 동생 생일이었습니다...

물론 태어난 생일은 아닙니다..

아침에 미역국 끓여서 밥을 차려 놓으니까...
"누가 태어났길래 미역국이야? 오빠나 실컷먹어..."
라는 말을 던지고 집을 나가버리더군요....


아.. 진짜... 울고 싶습니다...
내가 정말 이렇게 태어나서... 정말 떳떳하지 못한 오빠라서 그런건가요..
내가 너무 잘못한건지...

정말 한없이 다 해주고 싶은 동생인데...

왜이렇게 내맘을 몰라줄까요...


원장어머니하고 많이 상담해봤는데
정히 그렇다면 차라리 다시 그곳으로 데려와서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둘째치고 동생이 안 돌아가려 합니다.. 당연한 거지만...
아무리 친자식처럼 대해주는 선생님들이 있다고는 해도 머리 굵어지고 누가 그런데 있고싶어 하겠습니까.


이제 일년이면 이녀석도 성인이 되어 버리는데
정말 그때까지 맘잡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게 망가져버리는 건 아닌지...

애가 끓고 속이 타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