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김형석20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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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불혹을 넘긴 사내의

추억이 공사중인

물(水)의 땅에는

한때,

불(火)의 땅이었다고 했다.

 

낙동강, 한강의 발원지를 가진

강원도 고원도시의 운명은

잠시 석탄으로 흥청망청.

 

지금은

눈 내린 언땅,

겨울 풍경처럼 고독.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꺼꾸로 핀 꽃

투명해서 서러운 운명...고드름.

 

씨옥수수처럼

무던한 가슴으로

따로따로

희망의 흙가슴에 안길

봄을 기다림.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지리산의 여름으로 들어서

푸르름에 푸르르 몸을 떨며

맨처음의 땅이 흘러보낸 물에

자궁을 씻어

땡볕에 사흘 낮밤을 말리고 싶어라

 

설악의 대청봉으로 올라서

귀두 끝에 고드름 매달면서

어금니 깨물면서 동해를 문지르며

달려온 바람에 꽁꽁 얼고 싶어라

그리하여

 

너 같지도 않은

나 같지도 않은

 

영화광고 같지 않은

 

이데올로기를 닮지 않은

 

돈처럼 돌지 않은

 

아니 한

 

제발 사랑한다는 말로 이불을 펴지 말고

 

헤어지자는 말로 앙금을 남기지 말고

 

신의 이름으로 윤간하지 말며

 

그렇다고 사람의 이름으로 시험관과 정자은행 운운하지 말고......

 

       *

 

어머니인 지리산이여

아버지인 설악이여

백두가 보고 싶어라

그곳에서 사람 하나 배고 싶어라

 

 

고백/이문재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저렇게 풍성한 무거움으로

놓여있지만...

만나면서도 잊혀지는 사람들처럼

허무한 시행착오...雪.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탄광촌 마을을 지나가가

검은 얼굴,

흰 웃음.

 

가난도

웃음까지 빼앗아 갈 수 없는 법.

건강하게 웃는다,

벽화 속에서라도!

 

 

겨울 女子 / 이 솝

 

 

영월을 지나 정선 먼 구절리쯤
구절리에서 굽이 굽이 더 걸어 들어가야 하는
바닷가 마을 우체국쯤


한 번 걸어 들어가면
지나온 길들 다 지워지고
쳐다볼 수도 그리워할 수도 없는 곳

노란 우산 같은 겨울 女子 서 있는 곳
만날 수도 말을 걸 수도 없어
해안선만 눈(目) 빠지게 바라보는 곳


겨울 女子 사라지고 없는

바닷가 마을 식당에서
쓸쓸한 식사를 오랫토록 하고있는 동안

 

송이 눈은 펄펄 내리고

발목만 푹푹 빠지는 정오를 넘어
겨울 女子 돌아오는 오후쯤


달려가선 다시 말을 걸 수도

인사할 수도 없어

그리움만 푹푹 쌓이는


먼 폭설쯤.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마주보는 산의 흰 이마를 배경으로

곳곳에 폭설이 내린 상처,

부러진 가지는

삶은 시련에 견디는 것을 가르침.

 

아프냐?

이별 당한 사람의 착한 걱정을

뒤로하고

수직으로 푸르게 키높이하는 당신.

 

황장목, 금강송이 무성하던

그 묘자리는 안녕할까?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폭설로 부러진 나무가지...

눈이 많이 온 풍경에 갖히면

이 詩가 떠오른다,

항상.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퉁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로루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검룡소를 향해

갈수록 무거워지는 이 발걸음.

 

보잘 것 없는 눈(雪)의 높음과

뭉클한 속살의 영욕.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민족의 근원, 영산을 찾아온 여행자

밤길에

찾아든 숙소에서의 숙면,

고드름의 아침인사.

 

그러나

맹물같은 웃음만......

 

 

  이젠 고맙다고 해야지. 이렇게 늙은 게 고맙고 병든 게 고맙고 아픈 게 고맙다. 모두 고맙다. 내가 없으니까 모두 고맙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도 고맙고 모기도 고맙고 밤새도록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도 고맙다.비 오는 저녁 맥주 배달 온 지하상가 총각도 고맙다. 아직도 맥주 마시는 게 고맙고 헤매는 게 고맙고 파출부가 식탁에 씻어놓은 복숭아도 고맙고

 

  이런 밤엔 떠난 사람도 고맙다. 개미도 고맙고 거미하고 노는 나도 고맙고 발톱도 고맙다. 무엇보다 힘이 없는 내가 고맙고 고구마도 고맙고 고단한 고단한 삶도 고맙다. 선생님 잡비 하라고 이십만 원을 봉투에 넣어준 나이 든 제자도 고맙고 두통도 고맙다. 내가 없으니까 모두 고맙다. 고래도 고맙고 고뇌도 고맙고 고등어 고드름 고독 고등어의 고독 이 고독도 고맙다. 고색이 창연하다.

 

  고양이 우는 소리 고함 소리 이 고문도 고맙다. 오늘 밤은 고마운 밤. 이 가느다란 가냘픈 빈약한 밤도 고맙다. 시를 포기하고 쓰니까 시도 고맙다. 내 뒤에 있는 내가 고맙고 시간 뒤에 있는 시간이 고맙고 시 뒤에 있는 시가 고맙다. 너무 고마워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도 갑자기 내리는 비도 사라지는 비누도 우산도 고사리도 오늘 점심때 먹은 고사리도 고맙다. 혀를 늘어뜨리고 찾아오던 고독도!

 

혼자 돌아다니는 팔/이승훈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도시의 현대인,

산소는 결핍.

 

일용할 양식으로

머금고,

칼바람에 몸 식혀

처마끝에 배앝아 낸

싸늘한 침묵.

 

혼자 황폐해 지는 것들,

조심하라!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백의민족?

 

반란하라.

미쳐버린 색,

겨울의 의상으로

학살하라.

 

모두가 하얀 세상,

태백의 광명정기.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귀륭나무? 괴불나무? 개불나무?

 

하아얀 설산에

붉은 열매 눈에 뛰어

물어보니...

문화해설사들의 중구난방 대답?

 

개의치마라.

마침내

강심장으로 돌아온 사랑에게

붉게 익은 마음 하나 전하려니...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소원을 비는

황지.

 

연못의 전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북과 운명의 단죄.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천제단 가는 길목,

당골 단군성전에서 만난 겨울 풍경.

 

살아있는 말 몇마디,

감탄사로 서로 껴안았다.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바람의 사생활 - 이병률

 

가을은 차고 물도 차다

둥글고 가혹한 방 여기저기를 떠돌던 내 그림자가

어기적어기적 나뭇잎을 뜯어먹고 한숨을 내쉬었던 순간

 

그 순간 사내라는 말도 생겼을까

저 먼 옛날 오래전 오늘

 

사내라는 말이 솟구친 자리에 서럽고 끝이 무딘

고드름은 매달렸을까

 

슬픔으로 빚은 품이며 바람 같다 활 같다

그러지 않고는 이리 숨이 찰 수 있나

먼 기차소리라고 하기도 그렇고

비의 냄새라고 하기엔 더 그렇고

계집이란 말은 안팎이 잡히는데

그 무엇이 대신해줄 것 같지 않은

 

사내라는 말은 서럽고도 차가워

도망가려 버둥거리는 정처를 붙드는 순간

내 손에 뜨거운 피가 밸 것 같다

 

처음엔 햇빛이 생겼으나 눈빛이 생겼을 것이고

가슴이 생겼으나 심정이 생겨났을 것이다

한 사내가 두 사내가 되고

열 사내가 스물, 백, 천의 사내로 번지게 하고 불살랐던

바람의 습관들

 

되돌아보면 그 바람을 받아먹고

내 나무에 가지에 피를 돌게 하여

무심히 당신 앞을 수천년을 흘렀던 것이다

그 바람이 아직 아직 찬란히 끝나지 않은 것이다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생존을 위해

가시를 키웠지만...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나는 이제 가지치기 당한

증오마저도 사랑스럽다."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당신을 사랑한

나의 빨간 기억...

 

화로가 놓여있을 방문 앞에

매달아 두시니

감사합니다.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살을 저미는 이 세상의 추위에도

영산을 지키는 국조단군상.

 

한반도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늘푸른 소나무

송화가루 날리며

공동체 꽃이 피는

봄이 올 때까지

빌겠습니다.

 

홍익인간, 경세제민.

 

 

[태백여행] 눈부신 고원에서의 고립,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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