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살처분 직전의 가축들의 비명

두나라201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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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살처분 직전의 가축들의 비명 <칼럼>고승덕 돈봉투 폭로에 정강 보수 삭제 자폭모드 돌입
옥동자 낳으려다 산모까지 위태 '너죽고 나살자'는 쇄신인가 정우택 언론인 (2012.01.09 09:31:04)       





한나라당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내부 분열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무모하게 무상급식 싸움을 걸어 패한 후 비대위의 무차별적인 친이계 퇴진요구, ‘탈보수’ 문제,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폭로는 한나라당의 쇄신이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결국은 박근혜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판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한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산모가 진통을 하면 옥동자를 낳는 데 한나라당의 진통은 사생아를 낳을 것 같아 걱정이다. 자기반성 없이 상대방 흠집 내는 일이 계속되면 아이 뿐 아니라 산모까지 죽을 수도 있다.” 무서운 비유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비유다. 한나라당이 지금 하는 꼴이 꼭 그럴 것 같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쇄신을 통해 당을 살려보자는 게 아니라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살고, 너는 죽어라”는 이른바 상대방 죽이기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겨울 구제역으로 돼지를 땅에 생매장 한 일이 있다. 돼지가 축사 안에 있을 때는 서로 엉덩이 비비며 잘 지냈지만 구덩이에 산채로 집어 던지자 고통을 참지 못하고 서로 물어뜯다가 함께 죽는 것을 우린 보았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고 의원의 폭로는 당내 폭로전의 시작일 것이다. 또 누가 어떤 폭로를 할지 모른다. 고 의원보다 더 무서운 폭로를 할 수도 있다. 그 폭로로 인해 고 의원 자신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솔직히 지금처럼 정치자금이 투명하지 않을 시절에 정치인 가운데 남의 돈 먹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지 필자는 묻고 싶다. 그래서인지 정치는 남의 돈으로 한다는 말도 있었다.

고 의원이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300만원의 돈 봉투가 오갔다고 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봐야 한다. 분명 사주를 받았거나 아니면 무슨 꼼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내부에서 폭발물을 터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고 의원의 인간성도 다시 봐야 한다.

고 의원은 변호사로 법에 대해선 도가 튼 사람이다. 당대표 선출과정에 돈 거래가 있었으면 당시에 신고를 하든지 무슨 조치를 했어야 했다. 그가 돈 봉투를 폭로할 정도로 ‘정의감’이 있다면 벌써 일을 냈어야 한다. 당시에 이를 폭로했다면 ‘용기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소리 않고 임기 마지막 순간에, 당이 어려울 때 폭로해 당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야비하다'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몇 년 전에는 삼성그룹에 특채돼 일하던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 등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해 삼성이 큰 애를 먹은 일이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 법무팀장으로 극진한 대우를 받았지만 일을 냈다. 고 의원도 마찬가지 아닐까? 돈 거래가 불법인줄 알면서 이를 숨기고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으로 실컷 즐기다 최악의 순간에 반란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한나라당 살처분 직전의 가축들의 비명


◇ 지난 2011년 7월 4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7명의 후보들의 정견발표가 끝난뒤 대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나라당이 갈등을 겪는 것은 말이 쇄신이지 실은 ‘세력’ 싸움이다. 크게 보면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이다. 작게 보면 당내 ‘파벌’ 싸움이다. 세력 싸움은 한쪽이 완전히 죽든지 백기를 들어야 끝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서로 백기를 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시장이 곽노현 교육감에게 싸움을 걸 때 까지는 친이가 득세를 했다. 오세훈 시장이 지고 나서는 친박이 득세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살릴 줄 알았다. 그렇지만 비대위는 문제를 만들었다. 비대위는 공식 혹은 개인적인 말을 통해 이재오, 홍준표, 안상수, 정몽준 의원 등의 용퇴를 요구했다. 마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자 반대쪽에서는 김종인 의원과 이상돈 의원의 결함을 들고 나왔다. 김종인 의원은 뇌물죄가 있고 이상돈 의원은 천안함 사건 때 불분명한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 변호사가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돈이 돌았다고 폭로했다. 당연히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전 대표에게 시선이 쏠렸다. 당사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했고 박근혜 대표는 즉각적인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8일 검찰에 출두한 고승덕 의원은 2008년 당시 박희태 후보 측에서 돈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당사자는 구속이 되든지 정치권을 떠나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은 정강에서 ‘보수’라는 말을 뺄 생각이어서 당내 반발이 거세다. 김용갑 의원의 경우 보수를 빼면 박 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대부분의 중진들도 보수를 빼면 정체성이 없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김종인 의원은 보수를 고집할 시대가 지났다고 맞서고 있다. 보수라는 말이 있으면 수구세력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보수를 빼고 안 빼는 것은 그들의 마음이다.

필자는 한나라당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민주통합당과 합치려고 그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상급식 싸움이 붙었을 때 한나라당은 얼마나 반대했던가? 지금은 무상급식을 넘어 아예 유치원 무상보육을 들고 나왔다. 복지에 야당보다 더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신적 기초였던 ‘보수’라는 말도 뺀다고 한다.

무상급식이나 과도한 무상복지, 보수를 빼는 문제는 야당이 볼 때는 쌍수를 들 일이다. 반가운 일이라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정책이 야당의 정책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총선이나 대선을 치를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의 차별화가 없어진다. 여당의 정책이나 야당의 정책이나 그게 그거란 말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등 다른 야당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특별한 게 없다. 단지 있다면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이라는 것,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등 법률가가 너무 많다는 것, 야당에 비해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것... 이런 것을 빼면 특별히 다른 게 없다. 이런 꼴로 선거를 해봐야 특별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기로에 섰다. 세력 싸움을 중단하고, 비방도 자제해야 한다. 고 변호사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비대위는 특히 말과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모습은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물러나라는 말부터 하는 것은 잘못이다. 보수를 빼는 문제도 의견을 들어야 한다. 몇 사람의 생각을 정책처럼 해서는 안 된다.

당의 쇄신은 꼭 필요하지만 누구를 공격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진통 끝에 사생아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쇄신이 잘못되면 싸움이 되고, 싸우다보면 살처분되는 돼지처럼 함께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걱정돼서 하는 따가운 소리다.

글/정우택 언론인·전헤럴드경제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