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과의 불화

콩가루2012.01.13
조회967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저희 친정부모님께서 작은집과 불화가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이런 집안 얘기는 창피해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도 없고,

가습이 답답해서 이런 익명의 공간에 토해 봅니다.

 

일단 배경을 설명하자면,

저희아버지는 장남, 즉 저희집은 큰집입니다.

저희 엄마는 시집 오시면서부터, 저희 증조할머니, 할머니 모시고, 미혼의 작은아버지 둘과 고등학생 고모와 함께 시집살이 시작하셨습니다.

 

짧게 설명하자면, 장남이셨던 저희 할아버지가 40대에 일찍 작고하시고 할머니와 저희 아빠의 4남매(작은아버지 2 + 고모 1)는 친가의 지원 없이 힘겹게 사셨다고 합니다.

증조할머니는 본인의 아들들이 많아 그쪽에서 모셨으나, 노후에 치매에 걸려 이집 저집 전전하다가 시집온 저희 엄마가 보시기에 너무 딱하여 그때부터 모셨다고 합니다.

 

저희 할머니는 장군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억척스럽고 성격이 강하셨습니다. 엄마의 신혼시절 시도때도 없이 밤낮 없이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 젖히고 들어오시는 할머니 때문에 엄마 아빠는 신혼의 애정표현은 커녕 그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집안의 방문을 아예 다 열어 놓고 사십니다. 첫손녀인 제가 태어나고 얼마나 기쁘셨는지, 젖먹이 신생아를 엄마한테서 데려다 본인이 빈젖 물리며 재우셨다고 합니다. 또한, 본인 말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성격이 급하셔서, 엄마는 환갑을 바라보는 이날까지 안방을 써본적이 없으며, 집이사 문제, 투자 문제까지 할머니의 제재를 받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진정 개도 안 물어가 효자이셨기에, 고부갈등도 방관하셨으며, 부부싸움도 꼭 엄마와 아빠팀(아빠+할머니)으로 진행이 되었고, 저희 엄마 고생이 말도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본인의 시어머니를 보고 그러셨는지는 몰라도, 큰아들집이 내집이라는 확고부동한 생각으로 여행으로 외박은 하셔도 절대 둘째작은집, 셋째작은집 하물며 고모댁에서도 주무셔본 적이 없습니다.

할머니 눈치 때문에 저희식구들은 제가 삼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도록 가족끼리 외식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엄마와 밖에서 외식을 하면, 할머니의 질투로 인한 화가 두려워 십분 텀으로 따로 집에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저희 엄마는, 그래도 맞벌이 하는 엄마를 대신해 너희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셨으니 할머니가 너희의 엄마다. 할머니를 1등으로 하고, 엄마는 2등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 당시엔 저희를 할머니께 맏기고 일하는 엄마가 서운하여 정말 글짓기에도 우리 엄마는 할머니라고 작문할 정도로 할머니만 따랐습니다. 커서는 맛있는 건 우선 할머니께, 선물을 사도 최상품은 할머니거, 엄마는 좀 더 싼거 이렇게 고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혼할 나이가 되고 엄마의 고된 시집살이를 곁에서 지켜본 결과, 제 아이를 제 손으로 못 키운 엄마의 한도 느껴지고, 고된 시집살이로 인해 고생하신 엄마가 불쌍하게 느껴지고, 새삼스레 모녀간의 애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너무 많이 새나갔는데....

여튼, 작은집들과의 불화는 이제부터 시작이 됩니다.

발단은, 할머니의 치매와 잦은 입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지병인 당뇨와 고혈압이 있으셨던데다가, 재작년부터 치매기를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봄 골절로 입원을 하시게 되었고, 입원과 퇴원이 반복되어 현재까지 입원중이십니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맞는 말임을 절감합니다. 긴병보다는 치료비에 효자가 달아난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불경기로 인해 하시던 가게를 접고, 각자 일하고 계신 상황이기에 옆에 붙어 간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간병인을 두고 또 수술과 치료비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거동이 힘든 상태에서 대소변도 기저귀로 받아내야 할 상태이시니 간병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 간병인 안 쓰고 식구가 돌보지 그랬냐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희집이 놀아도 돈을 팡팡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 생업을 포기하고 할머니께 붙어있을 식구가 없습니다.

 

병원생활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간병인비가 일당 6만원입니다.

즉, 수술비 병원비 약값 외에 간병인비만 한달에 180만원이 나온다는 얘기가 됩니다.

 

간병인을 쓰기 전에, 식구들이 돌아가며 돌본 일이 있는데, 저도 퇴근하여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을 할머니 곁에 있어본 결과....그런 고역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변 치우는 일, 수발 드는 일 같은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밤이면 주무시질 않아 안그래도 좁은 간이침대에서 피곤한데 10분 단위로 자세를 바꿔달라는 할머니 때문에 정말 잠도 못자고 피곤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집 식구들은 정말 문병만 오시더군요.

저만 보내고 집에서 혼자 있기 싫다면서 같이 밤샌 저희 신랑과 저에게 수고한다는 한마디도 하시지 않더라구요. 본인들의 부모를 손녀인 저와 손주 사위인 제 신랑이 간병하고 있는데 그렇게 대한다는 게 섭섭하고 화가 났지만 속으로 삭혀야 했습니다.

 

이렇게, 할머니의 투병생활은 시작이 되었고, 한두달이면 될 줄 알았던 부모님은 할머니의 장기입원으로 족히 2천만원은 쓰신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것은,

둘째 작은집 100만원

셋째 작은집 100만원

저와 신랑이 100만원

제 여동생과 제부가 100만원

작은할아버지께서 200만원을 보태셨습니다.

큰돈을 보탰다면 큰돈을 보태셨지만, 워낙 장기입원이다 보니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입원생활이 길어지고 경제적인 부담이 컸던 저희 부모님은 결국 금전적인 지원 요청을 하시게 됩니다.

작년 할머니의 입원으로 부담이 너무 크니까 앞으로 발생되는 비용은 세집에서 나눠서 내자가 요지였습니다.

사실, 이 얘기도 저희 부모님이 하신게 아니고 할머니 병실에 세집이 모두 모였을때 둘째 작은집에서 꺼낸 얘기라고 합니다.

 

병원은 중간정산을 합니다.

오늘 저희 아버지께서 지불한 금액이 120만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음주 병원비가 추가 청구될 예정입니다.

 

오늘 수납은 완납하였고, 다음번 수납때문에 저희 엄마가 둘째 작은어머니께 전화를 하신 모양입니다.

바로, 둘째 작은아버지가 저희 아버지께 전화하셨습니다.

형때문에 이혼하게 생겼으니 자기와이프에게 전화하지 말고 우리집에 부담주지 말라는게 요지였습니다.

병원비 얘기를 꺼내니 따로 살자고 했답니다.

그 전부터 돈돈하며 유난스레 억척 떨며 살던 그 분이, 돈을 내기가 아까우셨던 게지요.

 

다들 어렵게 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 분도 힘들게 사신 것 알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돈을 우리집에 달라는 게 아니라 본인들의 부모인 할머니의 병원비를 내라는 건데....

그냥, 돈 내기가 싫어서 억지 부리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네요. 유치하기도 하고...

 

우리아버지가 장남이라는 게 참 원망스럽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장남며느리라는 것이 참 불쌍합니다.

 

다른집들도 그러나요? 아님, 큰집이 못 사니까 무시 당하는 걸까요?

아님 할머니를 평생 모시고 산 큰집이 병원비 분담을 요구한 게 무리한 것이었을까요?

저희 부모님께만 이런 큰 짐을 지게 만든 할머니가 몹시 원망스럽습니다.

 

이렇게, 환자인 부모를 모시고 있는 다른집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같이 이렇게 불화를 겪으신 가정도 있으신가요?

 

참 가슴이 답답하여 두서없이 적어 봅니다.

정말....저희 아빠가 장남이라는 게 이렇게 한스럽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