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잡대 장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노라면2012.01.13
조회1,026

올해 22살인 대학생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소위 말하는 지잡대에서 장학금을 받습니다.

 

수능 성적이 그 학교의 장학지원 기준에 맞아서 입학하게 되었고,

입학후 성적을 3.5/4.5 이상 유지해야합니다.

 

입학하고 2년이 지났고,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학부 단위로 모집하나 제가 소속된 과는 폐지가 되었고

올해부터는 장학혜택도 크게 감소합니다.

위쪽에 계신 분께선 등록금의 감소로 인해

학부에 대한 지원이 감소한것 같다고 추측하셨죠.

 

처음 이 과에 대해 설명회가 열렸을때가 생각납니다.

속된 말로 삐까뻔쩍한 기숙사에, 학비 기숙사비 지원, 매학기 교제비 지급, 절대평가, 어학연수 지원...

등록금 걱정 중인 다른 많은 대학생들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혜택이죠?

혹시나 조금 궁금하실까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절대평가는 제가 소속된 과, 정확히 학부는 오로지 장학생으로만 구성되어있으므로

B+미만의 성적이 무조건 존재하는 상대평가 방식일 경우

장학 유지가 무조건 불가능한 사람이 생기게 되므로 절대평가 방식입니다.

 

서울의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지잡대를 다니는 고충도 만만치 않답니다.

어딜가든, 누굴 만나든 모두 지잡대라 무시하니까요.

그 누구도 우리가 장학생이냐고 묻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부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다거나 한것은 아닙니다.

좀더 입학 성적이 높은 학교에 진학했다면

이렇게 마음놓고 편하게 장학금 받으며 학교 다니는건 무리였을테니까요..

입학 성적으로 장학금 받는것이 입학 후 장학금을 받는것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또 온전히 그 학교에 대해 소속한 학생이 되는것도 아닙니다.

몇몇 타과 학생들은 저를 비롯한 학부 학생들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등록금으로 저희가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서요.

애초에 장학금 때문에 이 학부에 진학한 이유가 큰데,

저희가 장학생이는 이유만으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점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합니다.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대학에 편하게 다닐수 있는것을 참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할까 고민하던 제게는

좋은 방향의 해결책이었지요.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하면 거짓말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한해 한해 장학혜택이 감소하는게 직접 느껴지니

다른 학교의 장학생들도 이러한지 상황이 참 궁금합니다.

처음 설명회 때의 그 삐까뻔쩍하던 기숙사는 온데간데없고,

그나마 작년까지만 해도 그 다음으로 시설이 좋은 기숙사에서 살았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가장 최하위 바로 위의 기숙사로 내려갔네요.

남자애들은 군대갔다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ㅋㅋㅋ

조선시대로 치면

기와집서 살다가 쓰러져가는 초가집으로 집이 바뀐것과 비슷하니까요ㅋㅋㅋㅋ

또한, 올해 입학생부터는 교제비와 기숙사비 지원 중 선택을 해야한다고하네요.

참 신기한건,

입학 조건은 제가 입학하던 그때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수능 성적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가장 성적이 좋은 한과목) 네 영역의 등급 합이 8이내면서

동시에 모든 영역의 등급합이 3이내여야 하고, 3개 영역 이상이 2등급 이내여야 합니다.

매년 수능 난이도가 달라지니 입학생들의 성적이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쉬운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달라지는 지원에 대해 문의하면,

"올해부터는 그렇게 바뀌었다."라고 친절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답변하는 분 직업 수준이 네이트 기자랑 맞먹는 것 같네요.

 

입학하고나서 실망한점은 저것 뿐만이 아닙니다.

학부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전임 교수님도 학부가 생긴 3년동안 변동이 있었구요,

학부 내에서 제가 소속된 과의 수업의

반정도는 타학교 소속이신 강사님들이 하시고,

일부는 타학교 소속 교수님과 자교 타과 교수님, 전임교수님께서 하십니다.

수업의 질은... 제가 평가할 입장이 못되기 때문에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만,

한 학기마다 수업이 끝난후 학생들이 강의를 평가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피드백은 될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전임교수님이 거의 없는 관계로 거의 매년 같은 분들이 가르치십니다.

 

더이상 실망할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나빠져만 가는 상황이 답답해 글을 씁니다.

돈을 내라고 하지 않는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야하는걸까요?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