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0일, 여행 3일차. 지출을 줄여보겠다고 다짐한 첫날! AM 5:30 에 퍼뜩 일어나서 아무도 ㅇ벗는 목욕탕에서 홀로 빨래를 했다. 목욕탕에선 빨래를 하면 안 된다. 눈치보며 후다닥푸팝슈두두둑 순식간에 샴푸로 처리 완료. 님들 제가 게으르고 더러운게 아니에여 국토대장정하면서 느꼈는데 냄새만 빼면 사는데 지장 없어여 는 추잡함 어제 창녕의 찜질방에서 본 반신욕에 대한 글귀를 떠올리며 레몬탕에서 반신욕을 했다. 레몬의 상큼한 열기가 온몸에 골고루 퍼지는게 느껴져서 좋긴 한데... 20분 동안 뜨거운 물 속에 있는건 정말 고역이었다. 별에 별 생각을 다 했는데도 10분 밖에 안 지남ㅋ 에라이 깝깝합니다잉 국토대장정의 경험을 떠올리며 배낭에다가 빨랫감들을 주렁주렁 달았다. 집게도 저럴려고 챙겨온거임ㅋ ㅋㅋㅋㅋㅋ 나중에 이거 때문에 분노가 극에 치달음 오늘은 상주까지 가야한다... 100KM가 넘는 거리... 그래서 해뜨기 전에 찜질방에서 나왔다. 역시 대구는 광역시 답다. 24시간 식당이 넘침넘침. 찜질방에서 똬-ㄺ 나오자마자 밥집을 찾았다. 수험생 할인 돈까스를 신분을 속이고 시켰는데 내 칼부림 솜씨가 늘었나보다. 별로 힘도 안줬는데 고기들이 갈라지고 부서짐. 잘리는게 아니고 부서짐. 그리고 맛도 없.... 하지만 전 어떤 음식이든 엄청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죠 후후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날은 오직 일요일 뿐이다. 승무원께 1시간 안에 반납을 해야한다느니 어쨌느니 거짓말로 사정사정해서 자전거를 실었다. 이렇게 한명한명 사정을 다 봐줄 수 없는데 일찍 와서 태워준다고 하셨다. 잘못하면 여정이 다소 지체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승무원님 고맙습니다. 제 어린애 같은 고집을 받아주셔서. 원칙과 융통성... 승무원님은 확고한 원칙이 있었지만 상황에 맞춰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하셨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지하철엔 새벽부터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모두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산다. 난 왜 그렇지 못할까. 책임감이 없는 인간. 그건 바로 나. 대구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다시 만난 낙동강 자전거길! 강변을 달리며 칼바람을 맞으면 절로 눈물이 난다. 자전거 길이라고 아침부터 신명나게 달렸다. 여행도중에 자전거 여행객을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여긴 오로지 나밖에 없는 그야말로 여긴 내 세상이었다. MP3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목청껏 노래부르고 흥얼거리며 페달을 밟았다. 배도 부르고 노래를 부르며 달리니까 힘들기는 커녕 여행이 정말이지 신났다. 물론 배고프면 밥생각 밖에 안남. 밥 내놔. 한 1시간이 조금 넘게 달렸을까.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의 것들이 눈앞에 보였다. 안경까지 꼈는데... 내 눈이 자외선에 과다노출되어 실명위기까지 갔나 싶어서 조심스레 가까이 가봤다. ? 아... 쓰바... 공사 중임... 이제 막 시멘트발랐다고 돌아가라고 함... 내리막길의 은총으로 20KM나 왔는데... 돌아가려면 오르막길인데... 처음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부아가 치밀고 다 부셔버리고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근데 입구에 출입금지 푯말을 세워놨는데 못봤냐고 아저씨들이 말씀하시니깐 갑자기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게... 여행 중에 처음으로 멘탈이 붕괴되었다. 자전거 길을 과신했다. 공사한지 몇 년 짼데 아직도 완성이 안됐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의지로 똘똘뭉친 나를 엿맥였다. 아저씨가 "여행 잘 하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여행하다가 처음으로 격려 받았다. 춥고 힘들었는데 정말 힘이 나는 한마디였다. 히히히 자전거길에 심심하면 보이는 속도제한 표지판인데 오르막길 역주행 하면서 이 표지판 보니까 진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얄미웠음. 여행 중에 20Km/h를 넘었던 적이 있긴 했을까. 하기도 전에 막 비난하고 하지 못하게 막는거 참... 싫다. 이명박이 서울 시장 시절에 추진했던 정책 중에 버스-지하철 환승 시스템과 청계천이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람들이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었다. 근데 막상 완성되니깐 서울 시민 모두가 기분 좋게 사용하는 정말 좋은 공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게 뭐 포퓰리즘식 복지정책도 아니고 전 국민에게 가치가 환원되는 공사인데... 그리고 강 정비는 국가적으로 언젠가는 꼭 했어야할 공사였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말고 안되는 확실한 이유,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책을 좀 제시해줬으면 훨씬 마찰 없이 좋게좋게 갔을탠뎅... 제때 완성했으면 내가 이런 삽질을 안해도 됐을터인데. 에이씽... 생각해보면 우리학교 학생회들도 이렇다. 나는 건국대의 XXX다! 반값등록금은 내가 해내겠다! 며 유세를 하는데 막상 내가 어떻게 반값등록금을 이뤄낼꺼냐고 물어보니까 정말 별 생각 없었다.. 실체가 없었음. 걍 사회 이슈가 반값등록금이니까 인기몰이해서 학생회가 되려고 하더라. 막상 새로고침인가 나발인가 학생회 뽑아주니까 결국엔 아무 일도 안하더만 ㅋㅋㅋ 뻐큐머겅 정리가 안되네. 아 몰라 난 잘 모르겠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어찌됐든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오르막길을 겨우 올라가 돌고돌아서 마침내 여기를 지나갈 수 있었다. 2시간 30분 걸림. 3시간 30분 삽질함. 안그래도 빡쳐있는데 이 미친 도베르만 꼬맹이 강아지자식들이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내가 신기한지 어지럽게 멤돌면서 이것저것 물어뜯고 만져보고 컹컹 짖어댔다. 근데 이 미친 개자식들이 잠깐 긴장을 늦춘 사이 자전거 뒷바퀴를 물어뜯는게 아닌가! 와 진짜 여행 도중에 처음 느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쟤들 입장에선 장난이었을탠데.. 여행의 고단함이 나은 부정적인 생각이 욕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야이 개XX드라!!" 라고 사자후를 내뱉자 깨갱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 나쁜 강아지 더 나쁜 나. 가는 길에 또 보를 발견. 강바람은 차다. 오늘은 주행방향과 반대로 바람이 불고 있어서 정말 춥고 힘들었다. 입김에 젖은 마스크는 잠시만 벗고 있어도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마스크가 얼면 숨쉬기가 힘든데 내리막길에서 얼굴에 직빵으로 오는 칼바람을 막을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음ㅋ 힘내서 쭉쭉 달리고 있는데 이 나쁜 낙동강 자전거길은 나를 또 엿맥였다. 공사 중임... 에효. 옆을 보니까 가파른 언덕 위로 길이 보인다! 자전거 들어서 낑낑대며 올라갔다. 이때부터 상주까지 자전거길을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낙동강 자전거길 뻐큐머겅 두번머겅 니가 다머겅. 야호 PM 1:30 구미 도착 구미도 낙동강 자전거길 공사 중. 생각해보니까 12월에 국토해양부에 전화했었을 땐 자전거길 완성됬다고 그랬는데... 넌 내게 똥을 줬어. 물 한번 안마시고 6시간동안 부랴부랴 자전거를 탔더니 어느 순간부터 무척이나 목이 탔다. 구미를 지나 상주로 가는 도로 한복판에서 물 먹으려고 가방을 내려놓았는데 오늘 아침에 빨았던 양말이랑 옷이 얼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바 어쩐지 자전거가 잘 안나가더라. 조카 무거움. 아이고 맙소사 우린 이제 죽었어.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하지만 행정관이 내 말을 듣지 않았어. 꾸겨서 가방에 넣었음... 가방 완전 무거움... 즐거운 여행이어야할 판국에 표정이 썩어있다. ㅋㅋ 멀리 돌아돌아 겨우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내 모습. 고생을 자초하는 내 모습. 븅신ㅋ 중간에 2시간이 넘는 삽질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오늘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무리해서 페달을 밟았다. 구미를 지나 상주로 한시간 쯤 갔을까. 약간 오르막길이어서 일어서서 페달을 밟고 있었는데 허벅지에 감각이 무뎌지더니 갑자기 힘이 안들어갔다. 그러더니 다리가 굳어버렸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mp3가 바닥을 뒹굴고 자전거와 나도 널부러져있었다. 도로 한복판이라 공포감에 짓눌려 뒤를 쳐다봤다. 정말 마침맞게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허겁지겁 갓길로 빠져나왔다. 그때부터 무언가에 쫒기듯 구미로 돌아왔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정지하겠습니다. 앙대자나? 저, 정지가 앙대 정지시킬 수가 없어 앙대!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딱 이 느낌이었다. 구미 버스터미널로 왔다. 집에 가고 싶었다. 도로를 따라 혼자 다니는 여행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과 또 사고가 나진 않을까 지독한 공포가 온몸에 퍼졌다. 위안이 될 줄 알았던 터미널은 막상 오고 나니까 내 나약함에 치가 떨렸다. 내가 벌인 일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더이상 책임감 없는 인간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반드시 해야할 것을 하지 않았고, 친구들의 약속을 쉽게 파토내는가 하면... 여러모로 나는 사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나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다. 또한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싶었다. 혼자 여행을 떠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좀더 용기있는 내가 되고 싶었다. 중2병돋네 왜 이런 생각을 했지 내가 좋아하는 만화 <카페타>에서 주인공은 라이벌을 두고 이런 말을 한다. "그 녀석은 뭐랄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장난이 아니야. 나처럼 F1에 가면 좋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 녀석의 마음속에는 이미 자기가 F1에 간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노력하는 수준이 언제나 나보다 세 걸음 정도는 앞서 있어. 그렇게까지 자기를 믿는 녀석이라면 주위에서도 안심하고 믿을 수 있을거야. 이 녀석을 밀어주면 틀림없다고! 그 녀석이 환경 덕을 봤다기보다, 주위 사람들이 그 녀석을 위해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어지게 만드는..." -카페타 20권 중-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멋있는 사람. 이끌리는 사람. 상주행 티켓을 끊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이때부터 더이상 mp3를 듣지 않게 되었다... 상주에 도착해 택시 기사 분들께 찜질방이 어딨는지 여쭤봤다. 상주엔 찜질방이 하나 밖에 없단다. 현대 아파트 뒤에 있는데 30분이 조금 넘는 거리라셨다. 농협에 들려 박카스 짭퉁 생기-D를 사서 마셨고 초코바를 다시 충전했다. 생기-D ㅋㅋㅋㅋ 저거보고 혼자서 실실 웃었다. 아무 생각 없이 농협 앞에 자전거를 대놨는데 잘때 쯤 되니까 누군가 바퀴나 젤커버를 훔쳐가면 내 여행 어떡하나..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찜질방에서 일기 쓰고 신문좀 보려고 했는데 자전거 생각이 나서 집중이 잘 안됐다. 근데 잠은 잘잠. 누우면 1분 안에 잠듦ㅋ 내일 부터는 확실하게 근성을 갖고 여행할꺼라 다짐하며 팩을 사서 얼굴에 붙였다. 상주에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자전거를 빌려준 친구다. 타이어 걱정을 해줬다. 사실 여행 떠나기 전에 날 위해 타이어를 새걸로 미리 바꿔놨다고 한다. 겉으론 그렇게 티격태격 거리는데 속으로 이렇게 말없이 날 생각하고 챙겨준게 너무나 뜻밖이었고 정말... 고마웠다. 우리 친구아이가... 이렇게 위험하고 긴 여행을 막무가내로 준비도 많이 안하고 왔다. 여행 한달 전에라도 스태미너좀 키워둘껄... 오늘 사고가 나기 전까진 여행을 반쯤 장난으로 여겼다. 이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달리 먹었다. MP3도 더이상 듣지 않고 말이다. 큰 사고 난 다음에 마음먹기를 달리 한 3일차 여행 끝. 내일도 타이어에 펑크 안나고, 날씨 화창하고, 사고 안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도하며 잠들었다.
4대강 자전거길 따라 질풍 자전거 - 3
2011년 12월 30일, 여행 3일차.
지출을 줄여보겠다고 다짐한 첫날!
AM 5:30 에 퍼뜩 일어나서 아무도 ㅇ벗는 목욕탕에서 홀로 빨래를 했다.
목욕탕에선 빨래를 하면 안 된다.
눈치보며 후다닥푸팝슈두두둑 순식간에 샴푸로 처리 완료.
님들 제가 게으르고 더러운게 아니에여
국토대장정하면서 느꼈는데 냄새만 빼면 사는데 지장 없어여
는 추잡함
어제 창녕의 찜질방에서 본 반신욕에 대한 글귀를 떠올리며 레몬탕에서 반신욕을 했다.
레몬의 상큼한 열기가 온몸에 골고루 퍼지는게 느껴져서 좋긴 한데...
20분 동안 뜨거운 물 속에 있는건 정말 고역이었다.
별에 별 생각을 다 했는데도 10분 밖에 안 지남ㅋ 에라이 깝깝합니다잉
국토대장정의 경험을 떠올리며 배낭에다가 빨랫감들을 주렁주렁 달았다.
집게도 저럴려고 챙겨온거임ㅋ
ㅋㅋㅋㅋㅋ
나중에 이거 때문에 분노가 극에 치달음
오늘은 상주까지 가야한다...
100KM가 넘는 거리...
그래서 해뜨기 전에 찜질방에서 나왔다.
역시 대구는 광역시 답다.
24시간 식당이 넘침넘침.
찜질방에서 똬-ㄺ 나오자마자 밥집을 찾았다.
수험생 할인 돈까스를 신분을 속이고 시켰는데 내 칼부림 솜씨가 늘었나보다.
별로 힘도 안줬는데 고기들이 갈라지고 부서짐. 잘리는게 아니고 부서짐.
그리고 맛도 없....
하지만 전 어떤 음식이든 엄청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죠 후후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날은 오직 일요일 뿐이다.
승무원께 1시간 안에 반납을 해야한다느니 어쨌느니 거짓말로 사정사정해서 자전거를 실었다.
이렇게 한명한명 사정을 다 봐줄 수 없는데 일찍 와서 태워준다고 하셨다.
잘못하면 여정이 다소 지체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승무원님 고맙습니다.
제 어린애 같은 고집을 받아주셔서.
원칙과 융통성...
승무원님은 확고한 원칙이 있었지만 상황에 맞춰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하셨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지하철엔 새벽부터 출근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모두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산다.
난 왜 그렇지 못할까.
책임감이 없는 인간.
그건 바로 나.
대구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다시 만난 낙동강 자전거길!
강변을 달리며 칼바람을 맞으면 절로 눈물이 난다.
자전거 길이라고 아침부터 신명나게 달렸다.
여행도중에 자전거 여행객을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여긴 오로지 나밖에 없는 그야말로 여긴 내 세상이었다.
MP3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목청껏 노래부르고 흥얼거리며 페달을 밟았다.
배도 부르고 노래를 부르며 달리니까 힘들기는 커녕 여행이 정말이지 신났다.
물론 배고프면 밥생각 밖에 안남. 밥 내놔.
한 1시간이 조금 넘게 달렸을까.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의 것들이 눈앞에 보였다.
안경까지 꼈는데...
내 눈이 자외선에 과다노출되어 실명위기까지 갔나 싶어서 조심스레 가까이 가봤다.
?
아... 쓰바... 공사 중임...
이제 막 시멘트발랐다고 돌아가라고 함...
내리막길의 은총으로 20KM나 왔는데...
돌아가려면 오르막길인데...
처음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부아가 치밀고
다 부셔버리고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근데 입구에 출입금지 푯말을 세워놨는데 못봤냐고 아저씨들이 말씀하시니깐
갑자기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게...
여행 중에 처음으로 멘탈이 붕괴되었다.
자전거 길을 과신했다.
공사한지 몇 년 짼데 아직도 완성이 안됐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의지로 똘똘뭉친 나를 엿맥였다.
아저씨가 "여행 잘 하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여행하다가 처음으로 격려 받았다.
춥고 힘들었는데 정말 힘이 나는 한마디였다.
히히히
자전거길에 심심하면 보이는 속도제한 표지판인데
오르막길 역주행 하면서 이 표지판 보니까 진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얄미웠음.
여행 중에 20Km/h를 넘었던 적이 있긴 했을까.
하기도 전에 막 비난하고 하지 못하게 막는거 참... 싫다.
이명박이 서울 시장 시절에 추진했던 정책 중에 버스-지하철 환승 시스템과 청계천이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람들이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었다.
근데 막상 완성되니깐 서울 시민 모두가 기분 좋게 사용하는 정말 좋은 공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게 뭐 포퓰리즘식 복지정책도 아니고 전 국민에게 가치가 환원되는 공사인데...
그리고 강 정비는 국가적으로 언젠가는 꼭 했어야할 공사였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말고 안되는 확실한 이유,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책을 좀 제시해줬으면 훨씬 마찰 없이 좋게좋게 갔을탠뎅...
제때 완성했으면 내가 이런 삽질을 안해도 됐을터인데.
에이씽...
생각해보면 우리학교 학생회들도 이렇다.
나는 건국대의 XXX다! 반값등록금은 내가 해내겠다! 며 유세를 하는데
막상 내가 어떻게 반값등록금을 이뤄낼꺼냐고 물어보니까 정말 별 생각 없었다..
실체가 없었음.
걍 사회 이슈가 반값등록금이니까 인기몰이해서 학생회가 되려고 하더라.
막상 새로고침인가 나발인가 학생회 뽑아주니까 결국엔 아무 일도 안하더만
ㅋㅋㅋ 뻐큐머겅
정리가 안되네.
아 몰라
난 잘 모르겠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어찌됐든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오르막길을 겨우 올라가
돌고돌아서 마침내 여기를 지나갈 수 있었다.
2시간 30분 걸림.
3시간 30분 삽질함.
안그래도 빡쳐있는데
이 미친 도베르만 꼬맹이 강아지자식들이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내가 신기한지 어지럽게 멤돌면서 이것저것 물어뜯고 만져보고 컹컹 짖어댔다.
근데 이 미친 개자식들이 잠깐 긴장을 늦춘 사이
자전거 뒷바퀴를 물어뜯는게 아닌가!
와 진짜 여행 도중에 처음 느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쟤들 입장에선 장난이었을탠데..
여행의 고단함이 나은 부정적인 생각이 욕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야이 개XX드라!!" 라고 사자후를 내뱉자 깨갱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 나쁜 강아지
더 나쁜 나.
가는 길에 또 보를 발견.
강바람은 차다.
오늘은 주행방향과 반대로 바람이 불고 있어서 정말 춥고 힘들었다.
입김에 젖은 마스크는 잠시만 벗고 있어도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마스크가 얼면 숨쉬기가 힘든데
내리막길에서 얼굴에 직빵으로 오는 칼바람을 막을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음ㅋ
힘내서 쭉쭉 달리고 있는데 이 나쁜 낙동강 자전거길은 나를 또 엿맥였다.
공사 중임... 에효.
옆을 보니까 가파른 언덕 위로 길이 보인다!
자전거 들어서 낑낑대며 올라갔다.
이때부터 상주까지 자전거길을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낙동강 자전거길 뻐큐머겅 두번머겅 니가 다머겅.
야호
PM 1:30
구미 도착
구미도 낙동강 자전거길 공사 중.
생각해보니까 12월에 국토해양부에 전화했었을 땐 자전거길 완성됬다고 그랬는데...
넌 내게 똥을 줬어.
물 한번 안마시고 6시간동안 부랴부랴 자전거를 탔더니
어느 순간부터 무척이나 목이 탔다.
구미를 지나 상주로 가는 도로 한복판에서 물 먹으려고 가방을 내려놓았는데
오늘 아침에 빨았던 양말이랑 옷이 얼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바 어쩐지 자전거가 잘 안나가더라.
조카 무거움.
아이고 맙소사 우린 이제 죽었어.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하지만 행정관이 내 말을 듣지 않았어.
꾸겨서 가방에 넣었음... 가방 완전 무거움...
즐거운 여행이어야할 판국에 표정이 썩어있다. ㅋㅋ
멀리 돌아돌아 겨우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내 모습.
고생을 자초하는 내 모습.
븅신ㅋ
중간에 2시간이 넘는 삽질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오늘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무리해서 페달을 밟았다.
구미를 지나 상주로 한시간 쯤 갔을까.
약간 오르막길이어서 일어서서 페달을 밟고 있었는데 허벅지에 감각이 무뎌지더니 갑자기 힘이 안들어갔다.
그러더니 다리가 굳어버렸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mp3가 바닥을 뒹굴고 자전거와 나도 널부러져있었다.
도로 한복판이라 공포감에 짓눌려 뒤를 쳐다봤다.
정말 마침맞게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허겁지겁 갓길로 빠져나왔다.
그때부터 무언가에 쫒기듯 구미로 돌아왔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정지하겠습니다.
앙대자나?
저, 정지가 앙대
정지시킬 수가 없어 앙대!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딱 이 느낌이었다.
구미 버스터미널로 왔다.
집에 가고 싶었다.
도로를 따라 혼자 다니는 여행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과 또 사고가 나진 않을까 지독한 공포가 온몸에 퍼졌다.
위안이 될 줄 알았던 터미널은 막상 오고 나니까 내 나약함에 치가 떨렸다.
내가 벌인 일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더이상 책임감 없는 인간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반드시 해야할 것을 하지 않았고, 친구들의 약속을 쉽게 파토내는가 하면...
여러모로 나는 사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나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다.
또한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싶었다.
혼자 여행을 떠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좀더 용기있는 내가 되고 싶었다.
중2병돋네 왜 이런 생각을 했지
내가 좋아하는 만화 <카페타>에서 주인공은 라이벌을 두고 이런 말을 한다.
"그 녀석은 뭐랄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장난이 아니야.
나처럼 F1에 가면 좋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 녀석의 마음속에는 이미 자기가 F1에 간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노력하는 수준이 언제나 나보다 세 걸음 정도는 앞서 있어.
그렇게까지 자기를 믿는 녀석이라면
주위에서도 안심하고 믿을 수 있을거야.
이 녀석을 밀어주면 틀림없다고!
그 녀석이 환경 덕을 봤다기보다,
주위 사람들이 그 녀석을 위해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어지게 만드는..." -카페타 20권 중-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멋있는 사람.
이끌리는 사람.
상주행 티켓을 끊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이때부터 더이상 mp3를 듣지 않게 되었다...
상주에 도착해 택시 기사 분들께 찜질방이 어딨는지 여쭤봤다.
상주엔 찜질방이 하나 밖에 없단다.
현대 아파트 뒤에 있는데 30분이 조금 넘는 거리라셨다.
농협에 들려 박카스 짭퉁 생기-D를 사서 마셨고 초코바를 다시 충전했다.
생기-D ㅋㅋㅋㅋ 저거보고 혼자서 실실 웃었다.
아무 생각 없이 농협 앞에 자전거를 대놨는데
잘때 쯤 되니까 누군가 바퀴나 젤커버를 훔쳐가면 내 여행 어떡하나..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찜질방에서 일기 쓰고 신문좀 보려고 했는데
자전거 생각이 나서 집중이 잘 안됐다.
근데 잠은 잘잠.
누우면 1분 안에 잠듦ㅋ
내일 부터는 확실하게 근성을 갖고 여행할꺼라 다짐하며 팩을 사서 얼굴에 붙였다.
상주에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자전거를 빌려준 친구다.
타이어 걱정을 해줬다.
사실 여행 떠나기 전에 날 위해 타이어를 새걸로 미리 바꿔놨다고 한다.
겉으론 그렇게 티격태격 거리는데
속으로 이렇게 말없이 날 생각하고 챙겨준게 너무나 뜻밖이었고
정말... 고마웠다.
우리 친구아이가...
이렇게 위험하고 긴 여행을 막무가내로 준비도 많이 안하고 왔다.
여행 한달 전에라도 스태미너좀 키워둘껄...
오늘 사고가 나기 전까진 여행을 반쯤 장난으로 여겼다.
이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달리 먹었다.
MP3도 더이상 듣지 않고 말이다.
큰 사고 난 다음에 마음먹기를 달리 한 3일차 여행 끝.
내일도 타이어에 펑크 안나고, 날씨 화창하고, 사고 안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도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