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헤어지고.....버스는 또 온다.

뾰로롱 2012.01.20
조회1,033

요즘 결시친 들어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읽는 것에 푹 빠졌네요.

어떤때는 글을 읽고 같이 화도 나고 또 어떤 글은 읽으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던 적도 있네요.

그러다가 저도 문득, 제 이야기가 생각나 쓰려고 합니다.

현재 저는 28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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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웠고 부모님은 이혼을 하셔서 아빠와 할머니와

살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다니던 학원, 저는 돈이 없어서 꿈도 꾸지 못했고

고등학생 시절 수학은 기초가 없으니까 혼자서 수학정석 미친듯이 팠고

영어도 기초가 형편없으니까 중학고 1학년 문법책부터 가져다가 미친듯이 혼자 독학하여 

그렇게 내 모든걸 다 걸어서 

무너지는 가문속에서 주저앉지 말자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니 처음엔 반에서 중간정도 하던 등수가 상위권이 들더니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는 전교 1등을 찍고 계속 상위권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대를 진학하였습니다.

제가 부모님의 불화와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이 정신적인 상처로 남았는지

남자를 만나서 사랑을 해도 내가 버림받을거라는 두려움때문에

참 사랑하는게 어려웠습니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런 두려움을 안아준 사람을 대학때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혹여 친구가 나의 가정사를 알게 된다면 편견을 갖게 될까봐

숨기고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나를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나에게는 운명인 사람이었습니다. 그사람과 그렇게 5년을 사귀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그 사람을 만나오면서 그 사람에게

하나를 치유받았고 또 하나의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부족한 것 없이 참 유복하게 자란 사람이었고 바르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움없이 자라서인지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늘 부럽기도 서운하기도 했었습니다.

둘째 아들이라 그런지 그사람이 집에서는 딸 역할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참 예뻐하는 아들이었고 아들과 어머님의 유대관계가 참 좋았습니다.

 

남자친구가 교사생활을 하다가 늦게 군대를 갔습니다. 

학교 다닐때도 각자 임용고시 공부하느라 연애다운 연애를 못했었고(각자 따로 공부했습니다.)

임용합격하고 나서도 둘다 성적이 좋아 원하는 지역을 신청해서 갈수 있음에도 

남자친구가 원하지 않아 3시간 거리의 지역에서 각자 교사생활을 하여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연애를 하였습니다.(이때 여러 트러블이 있었고 그래서 헤어질뻔한 위기가 지속됐었습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 부모님과의 첫만남은 대학교 4학년때 

교회를 찾아가 뵈었는데(독실한 기독교집안) 인사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두번째는 남자친구가 1년 교사생활을 하고 군대 들어가기 전에 또 교회를 찾아가서 뵈었습니다.

그 때 처음 저에게 하시던 말씀이

"우리 아들과 결혼할 생각으로 만나지? 너도 알다시피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아들은 참 좋은 사람이다. 지금 교회에서도 아들 달라고 뭐 아파트 해주네 어쩌네

하는 집들 줄을 섰다. 교회에서 믿음 좋은 참한 처자 만나서 결혼하면 좋을 것인데..

그래도 어쩔 것이냐? 어려서 지들 좋다고 만나는데..

참 너는 복받았다고 생각해~~"

웃으면서 말씀하시기에 저도 웃으면서 들었던 이야기인데

듣고나서 마음이 좀 안좋았습니다.

물론 저도 좋은 아들이라는 건 아는데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저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건 한마디도 없이 온통 아들 자랑 뿐이었습니다.

 

 

세번째 만남.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을 당시 휴가 나왔을 때 남자친구 아버님께서 한번 보자고 하셔서

또 교회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또 어머님이 생긋 생긋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어째 너는 애가 싹싹하지가 못하니? 우리집에 아들만 둘이면 너가 딸노릇좀 해야 할 것인데~"

"00이 형이 너사진 보고 뭐라 하더라.. 00이가 훨씬 잘생겼다고. 00이가 아까운데.. 뭐가 좋다고 00이는 너를 만나는지 모르겠다고 ^^"

"너도 우리아들이 잘생긴거 알고 있지? 지금도 교회에서 아들 주라는 사람 줄섰다?"

"00이가 제대하면 차 산다고 하는데 나는 그거 반대다! 지금도 너 만난다고 길바닥에다가 돈뿌리고 다니는데 차 사면 또 맨날 너 만난다고 끌고 다닐거 아니니?"

"너는 성격이 참 어른들이 좋아할 성격은 아닌거 알고 있지? 싹싹하지도 못하고.. 그래도 나는

너가 여우처럼 안해서 좋다"

"우리 00이가 내 아들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아깝다.아까워.. 너는 그걸 복으로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면서 살어..^^"

 

 

남자친구 군대 기다리면서 참 힘들고 외로웠는데

"그래,, 니가 00이 기다리느라 고생 많지? 좀만 참아라 " 이런 위로의 한마디 없이

오로지 내 자식이 잘났으니 너는 그저 감사하면서 살아라.. 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

 

그리고 그것을 옆에서 같이 웃으며 전혀 문제의식 없이 듣고 있던 남자친구..

 

그렇습니다..

남자친구 부모님은 저를 좋아하시지 않았습니다.

뭐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를 대놓고 생긴게 별로라는 마시는 말 들을만큼 못생기지도 않았고 (예쁜편입니다.부끄럽게도)

직장이 모자란것도 아니고 뭐 공부를 남자친구보다 못한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들은 말이

오빠네 부모님께서 제가 엄마가 없는게 맘에 안든다고 하셨다네요.

아들이 장모없는 집에 장가가는게 불쌍하다고..

 

그렇게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서운했던 말들이 혼자 마음에만 담아 두다가 홧병이 났습니다. 

그래서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면회가던 날 속상했던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도대체 오빠 어머니는 왜 그러시냐? 내가 뭐가 그리 부족하냐? 눈물까지 났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반듯하게 자랐고

저도 우리 할머니, 아빠, 오빠, 동생에게는 자랑스러운 딸, 여동생, 언니인데..

오빠와 똑같이 교사하고 있고 지금 나는 군대에 있는남자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그랬더니 그 때 남자친구는 제가 하는 말을 수첩에 묵묵히 적고 있었습니다. 

한참 서운한거 이야기하다가 오빠 지금 수첩에 왜 이걸 적냐고 했더니 

"엄마랑 너랑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까 너가 하고 있는 이야기 정확하게 적어서 

내가 엄마한테 이야기 하려고.. " 라고 말하더랍니다.

 

나는 단지, 오빠 부모님에게 사과를 듣고 싶은게 아니라

오빠가 내가 서운했던 마음을 알기나 하냐고, 나는 "너가 그때 좀 속상했지? 미안해.. "

라는 말한마디 듣고 싶었던 거라고.. 

그랬더니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엄마랑 너 사이의 문제잖아.. 내가 미안한 문제가 아니지." 

라고 말하던 남자친구..

결국 남자친구를 설득해서 안그래도 어렵고 나를 좋게 생각하시지 않는 오빠네 부모님한테

이야기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고 왔습니다.

 

 

결국엔 면회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것을 또 엄마에게 전달했는지

남자친구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00이에게 들었다. 너가 뭔가 오해한것 같아 전화했다. 내가 한 말실수가 너에게 큰 상처가 되었나 보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너가 참 우리 아들 만난 것이 복된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말이다. 오해하지 말아라..."

 

당연히 어머님은 아들이 군대에서 전화해서 이야기 하니까 걱정이 되서

어쩔 수 없이 아들 여자친구에게 사과를 하게 된거였고  

졸지에 나는 어른한테 사과를 받아낸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짧은 사이에 쪼르르 엄마에게 전화해서 일러바친 남자친구에게 참 실망했습니다.

 

밤이 되자 남자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왔고

"오빠.. 왜 어머님한테 이야기 했어.. 내가 그게 아니라고 했잖아. 그럼 안된다고 했잖아..

내가 원하는건 오빠의 나를 이해해주는 위로 한마디였으면 됐다고..

오빠는 안그래도 어려운 오빠 어머님과 내 사이를 더 여렵게 만든거야.."

 

"아~ 엄마는 내가 00이한테는 비밀로 하라니까. 잠깐만 끊어봐

엄마한테 내가 다시 전화해서 한번 확인해 봐야 겠다. "

 

"오빠!!! 제발 그러지마!! 제발!!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잖아!! 아아아아아악!!!!"

저도 모르게 너무나 심신이 지친나머지 패닉상태가 되었습니다.

남자친구가 깜짝 놀랐던지 잠잠했습니다.

한참후에 남자친구가 수화기 너머로

 

"너, 우리 부모님에대해서 뭔가 모르고 있나 본데.. 우리 엄마는 절대 그럴분이 아니야

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분이 아니라고.. 우리 엄마는 내가 말하면 다 이해해 주셔.

너 나쁘게 생각하고 그런 말 하실 분이 아니라니까? "

 

자기 부모님은 그럴 분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던 남자친구였습니다.

그 때 참 실망했던 것이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절대로 시댁과의 관계에서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은 아니구나.

시어머니될 사람에게 무시를 받아도 아들이랑 짝짜꿍 나만 미친사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 사람은 시부모님과 나의 사이에 문제가 생길때 해결해 주는게 아니라 이간질만 할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말하고 또 말했습니다.

오빠가 그런말을 자꾸 전달하면 아무리 좋으신 분이어도 당연히 속상하실거라고..

그러니까 오빠가 가운데에서 양쪽 바람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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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지나고 추석 명절이 되어 남자친구네 집으로 더덕세트(7만원상당)를 보내드렸습니다.

제가 발령받고 남자친구 군대가기 전부터 명절때마다 버섯세트며 멸치세트며

 명절선물 한상자씩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자친구는 한번도 저희집에 명절이라고 보낸적이 없었네요)

추석 명절이 한참 지났는데 남자친구에게서 받았다는 말이 없길래

제가 물어봤습니다.

"오빠~ 명절선물 보내드렸는데 배송이 안됐나? 못받으셨대??"

"아.. 맞다. 야~ 너 왜 우리엄마한테 전화 안했어?"

"응?"

"우리 엄마가 너 엄청 뭐라 하더라. 지영이 그것은 선물만 딸랑 보내놓고 전화 한통 없다고..

버릇없다고 했어..이그.."

"아... 정말? ㅜㅜ 어떡해..  내가 전화드렸어야 했는데.. 아.. ㅜㅜ"

 

당시 남자친구네 부모님과 통화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나에게는 무섭게만 느껴졌던 분들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뭐라고 하니 처음엔 아.. 내가 전화할 생각을 못했네.. 자책하다가 

갑자기 너무 서운한 나머지 화가 났습니다. 

선물 보내드린것도 어딘데.. 선물 받으시고 먼저 전화해주실 수는 없나..

그래도 보낸 사람 성의가 있는데 남자친구는 우리집에 지금까지 한번도 보낸적 없는데..

 

내가 명절에 선물 받고 그렇게 욕얻어먹을 짓을 했나 싶어 주변분들에게 여쭈어 봤습니다. 

주변 분들은 선물 보내고 전화까지 드렸으면 더 좋았겠지만 욕먹을 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상상했던 반응은 

"이렇게 큰 선물을 지영이가 보냈더라.. 고마워서 어떡하니? 00이 너는 지영이네 집에 뭐 좀 보냈니? 여자친구에게 잘해줘라~" 

이었습니다.

 

그 때, 그렇게 말씀 하신 남자친구 부모님들께도 참 서운하였지만

그말을 곧이 곧대로 전달한 남자친구에게 또 실망하였습니다.

점점 벽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내가 잘하려고 해도 내가 하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절대 예뻐 보이지 않고

남자친구 또한 절대 내편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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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까지 기다리다가 제대 2개월 남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거 다 참고 기다렸지만

남자친구 부모님의 나를 무시하는 태도와 남자친구의 중간에서의 태도가

참 저를 절망하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언젠가 남자친구가 한숨을 푹 쉬며 하는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 아빠도 너 처음부터 맘에 안들어 하셨다더라.. 너 엄마 없다고.

장모 없는 집에 아들 장가 보내기 싫으시대. 그래도 내가 너 좋아하니까 이해해 주신거였어"

 

 

 

 

 

그렇게  벌써 시간이 지났네요.

그 사람은 저에게 운명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 아니면 안되었습니다.

그사람은 저에게 물이었고 저는 그 물에서 살던 물고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물이 아니면 전 살수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물이 아니어도 살 수 있네요.

 

 

그 사람과 헤어지면서  바람이 있었다면 정말 이쁨받고 사랑받는 시댁으로

시집가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는 올해 결혼을 약속하였고 상견례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자수성가 하신 기업가 이시고 남자친구는 회사에서 경영수업중이예요.

지난 상처로 늘 주눅들어 있고 어른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남자친구 아버님과 어머님은 저를 매우 예뻐해 주십니다. 다행히..

 

언젠가 남친이 그러더라구요.

"너 여자친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까지 공부해서 너랑은 그 내공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지금은 너나 너 여자친구나 같은 출발선상에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몰라도 지영이는

앞으로 발전할 것이 무궁무진한 사람이야.

백배 천배 너에게 아까운 사람이니 너가 참 잘해야 한다.."

아버님께서 말씀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내가 자라온 가정환경은 부끄럽게만 생각했었는데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고

인정해 주시니 .. 그동안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던것, 그런 따뜻한 인정이 너무나 오랜만이라

 눈물이 나왔습니다.

남자친구 어머님도 늘 저를 챙겨주시고 마음써주시는 참 좋은 분입니다. 

 

그리고 이 남자친구가 복덩이 인지 중학교때 헤어지고 연락도 없던 엄마와 얼마전부터는

연락이 되었고 엄마는 딸 자취하면서 고생한다며 반찬을 택배로 보내주십니다.

12년 만에 처음 먹어보는 엄마 김치 맛에 참 행복합니다.

 

 

 

그때 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람과 헤어지지 않고 계속 질질 끌며 사귀었더라면 

전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 생각하곤 한답니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똥차가 가고나면 벤츠가 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