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중인데 친구 때문에 속상합니다.

why772012.01.25
조회6,019

전 결혼 준비중인 삼십대 여자입니다.

그냥 말단 9급 공뭔이구요, 남자친군 공뭔 준비를 오랜 기간 하였으나 합격하지 못하고

작년부터 시공일을 하고 있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이죠.

 

휴.. 그런데 친구 때문에 속상합니다.

제 베프입니다. 그 친구 좋아하구요.. 그런데 절 너무 속상하게 하네요..

 

전 남자친구와 이십대 후반부터 사귀었습니다. 지금 육칠년 정도 만나왔습니다.

저도 농사짓는 부모님을 둔 평범하거나,, 혹은 가난한 집 딸내미이구요..

남자친구 또한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연애하면서는 서로 형편이 좋지 않으니 힘든 시절도 있었습니다.

제가 합격하고 남자친구가 공부할 때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만약 내가 떨어지고 남친이 먼저 합격했는데.. 그거 일이년을 못참고 날 버린다면...

정말 참기 힘들 것이다..라구요..

 

전 사랑은 복합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겪어보니 실제로 그렇더군요.

설레임, 책임감, 편안함, 신의, 미움... 다 섞였더군요..

그 중에 신의가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도 있었고.. 제가 남자친구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어왔죠..

하지만 작년부터 일 시작한 남자친구 덕분에 이제 힘들다고 느껴지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새벽부터 일나가는 남자친구가 안쓰러워서 목돈 좀 얼른 마련해서

덜 힘든 일 하게 하고 싶은게.. 저의 꿈이라면 꿈입니다.

 

그런데요.. 제 친구가 절 속상하게 해요.

공뭔이 별건가요.. 전 이전에 회사들도 다녀봐서 그런지 그냥 시험봐서 들어오는

직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회사 다닐 때도 지금도 소신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제가 무슨 큰 합격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제 남자친구를 예전부터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만 보네요.. 그 땐 저도 할말이 없었습니다. 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남자친구도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저 고생한거 미안하다고 그 힘들게 번 돈을

꼬박꼬박 저에게 다 줍니다. 전 그거 다 적금들고 있구요..

 

대화도 잘 통합니다. 사회 생활하다가 보면 이상한 남자들 많습니다.

근거없는 우월감에 젖어 있다든가, 사회를 보는 시각이 편협하다든가.. 그런데 전 남자친구랑

이야기하는게 제일 잘 통하고 재밌구요, 노는 것도 재밌구, 또 삶을 살아가는 방법도

남자친구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면도 많아서 가끔 놀랍기도 합니다.

 

저 결혼식 같은 거에도 큰 의미 두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 두 사람이 양가에게 인정받는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남자친구 어머니께서도 먼저 우리 부모님께 많은 걸 생략하자고

해주셔서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둘만 행복하게 잘 살으라고 하시고, 말뿐이 아닌 분인것은

제가 몇 년간 봐와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부지런한 농부이십니다. 아버진 저희 키우려고 농한기엔 광산에도 다니시고, 공사장에도

다니셨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결혼생활 하고 계십니다. 저희 가족들 또한 남자친구 보시고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선 선량해보이면서도 강함이 있는 눈빛이 어디 가서

욕먹거나 할 사람 아니라고 좋아하시더군요.

 

그런데요.. 제 친구가 정말 절 속상하게 합니다. 이 시간에 자려고 누웠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들

만큼요.. 저 예전부터 남자친구가 사람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에도.. 뭐 하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다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 친구들은 탐탁지 않아 하더군요.. 속상했죠. 하지만 티는 안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혼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절 속상하게 하니 슬프네요..

 

이런 식입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남자 집안 가난한것도 다 이야기 해서 이미 알고 있을텐데

결혼 축하한다며 전화해서는 "축하해.. 근데 시아버지는 뭐하시지?" 그럼 전 그냥 연세 많으셔서

별거 하시는거 없다고 합니다, 친구의 의중을 이미 아니까요.. 그 다음날은 전화해서 "좋은 회사 다니는 네 언니가 너 남자 소개 안시켜줬니?" 그래서 안시켜줬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하구요,,부모님들이 남자친구

보고 좋다고는 하시냐.. 반대는 안하시더냐.. 라고 묻고요,,

남자친구 일은 말그대로 몸을 쓰는 일입니다. 뭐하는 일 하냐고 해서 시공일 하러 다닌다고 하면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이 친구의 가치관이 돈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 것은 절친이니까 잘 압니다. 잘못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더 이상 시댁될 분들이며 남자친구를 평가하는 듯한 말같은

건 저도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결혼하기로 한 지금도 저렇게 말을 하니 슬프네요..

 

사실 남자친구가 성실히 일만 하면 됩니다. 돈도 지금 저보다 적게 법니다. 하지만 그게 뭔 대수라고..

끙.. 이제 여자들도 자기 인생 하나쯤은 책임질 수 있잖아요.. 뜻맞는 사람과 결혼 좀 하면 안되는지..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게 인생 아닌가요.. 결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요.. 그러다가 맛보는

열매는 정말 달잖아요.. 성숙해지기도 하구요.. 전 그런 과정을 진짜 반쪽과 함께 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친구때문에 속상해서 끄적이다가 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