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많이 못 됐나봅니다.

나는나2012.01.27
조회2,950

예. 제가 많이 못 됐나봅니다. 아직 어려서 뭣도 모르고 철도 없는데 심보도 곱지 못한가봅니다. 원래도 무조건 덮어놓고 좋다고, 그러는 착한 사람은 아닌데, 남 잘 되는게 그렇게도 싫은가 봅니다. 제 얘기 좀 들어보시고 혼 좀 내주세요.

글이 많이 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여대생입니다. 남자친구는 20대 후반이구요. 나이차이가 좀 나는 커플이지만 벌써 2년 반 정도 만났구요. 오빠네랑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고 저희 사이 아신지 일년 정도 되셔서 오빠네 자주 갑니다. 저 성격이 원래도 곰살맞고 애교 있고 그런 편 아니여서 이쁜짓 못합니다. 그래도 가족 분들께서 많이 챙겨주시고 좋아해주십니다.


오빠에게는 30대 초반의 형이 있습니다. 작년 초에 여자친구 만나기 시작해서 결혼 날짜 잡고 지금 한창 결혼 준비 중이세요. 문제는.. 저..이분들이 너무너무 밉네요.?!!!... 매일 가족들 일 챙기고 위하고 하는 오빠도 밉고 섭섭하네요.


오빠네는 식구들끼리 가게를 운영하십니다. 가게의 특성상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사람이 계속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대로 계속 일을 하지요. 낮에는 바쁘니까 네식구 모두 가게에 붙어서 일을 하고, 저녁때가 되면 어른들은 좀 쉬시고 오빠들이 같이 가게를 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하고 일요일만 쉬고 대부분의 빨간 날에도 가게를 열죠. 그러다보니 저 시간 많은 대학생이지만 오빠랑 평일에 데이트 못합니다. 일요일에만 데이트하죠. 그래도 다른 식구 분들 다 그렇게 일 하시니까 불만 가져본 적 없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형이 여자 친구가 생기니, 결혼할 나이쯤이니까요, 어른들께서도 시간내주시면 나갔다오라고. 초반엔 정말 매일매일 저녁때쯤 데이트하러 나가버리시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학교 끝나고 오빠네로 가서 오빠랑 얘기하면서 가게보고 저도 일 조금씩 하구요. 형은 저한테 와서 매일 데이트하느라 피곤하다 그러고 있고.. 저도 평일데이트하고 싶거든요...!!!! 근데 그분들만 그렇게 매일 같이 노는거 보니까 정말 화나더라구요. 질.투.심. 이었겠지요?? 나는 못하는 것들을 저들은 매일 같이 하고 있으니까요. 이때 오빠랑 정말 많이 싸웠어요. 나도 놀고 싶다고. 그래도 오빠는 자기가 일 안 하면 어른들이 더 많이 피곤하게 일하셔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어차피 형도 몸이 안 좋아서 짐도 잘 못 들고 해서 자기가 있어야한다고. 이렇게 얘기해도 저 많이 징징거렸어요. 한,두달 정도를 그렇게 싸웠을까요? 제가 포기했죠, 뭐...


그리고 늦가을쯤 되니 형네 커플 결혼하겠다고 하곤 지금 한창 결혼 준비중이예요. 결혼 얘기 나오고 부터는 언니가 퇴근하고 7시쯤 자주 오빠네로 오더라구요. 그리고는 같이 가게보고 문 닫고 형이 언니 집에 데려다주러 가고. 그래서 이제는 싸우고 어쩌고 할 일 없겠구나 했어요. 웬걸요?...


결혼 준비하는데, 결혼식장 예약하는데 워낙 결혼을 서둘러서 하는지라, 빨리 예약해야한다고 난리더라구요. 이 때 오빠가 팔을 다쳐서 가게 일을 잘 못할 때였거든요. 오빠가 결혼식장이고 뭐고 다 알아보고, 오히려 형은 관심없음...저 오빠랑 형네 커플이랑 황금일요일에! 결혼식장 투어도 다녀왔어요.^^..(오빠랑 저는 일요일밖에 데이트 못하니까.. 일요일이 황금일요일이예요!!!) 이때도 싸웠어요. 우리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하냐, 그들이 알아서 할 수 있지 않냐 이 정도는.. 오빠는, 이게 작은 일도 아니고 결혼은 큰 일인데 간단하게 대충 결정할 일이 아니지 않냐, 그리고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던 일이니까 같이 가 봐줘야한다며... 시동생네 커플이 결혼식장 투어 같이 갔단 얘기 처음 들어봤지만,^^ 결국은 그냥 웃으며 잘 다녀왔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기쁜 마음으로 다녀오자 싶었거든요.


그러더니 크리스마스 때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갑자기 그러는거예요, 크리스마스 바로 몇 일 전에. 사실 크리스마스에 근사한 레스토랑 같은데서 프러포즈를 하려면 좀 오래전부터 예약해두고 그래야하는거잖아요.. 형이 그런거 하나도 안 해놓고는, 날도 날이니 안 할 수 없고 해서 갑자기 해야겠다 한거겠죠. 형이 반지 사왔다길래 구경하러 가니, 오빠가 다 해주기로 했다는거예요. 그러면서 저보고도 부탁한대요.

그런데 항상 이런 식이예요. 형이랑 오빠랑 대충 얘기하곤 오빠가 저한테 아직 얘기 못했는데, 형이 먼저 얘기해서 저 막 기분 상한 상태로 오빠한테 가서 따지고... 오빠는 처음엔 잘 들어주다가 결국엔 “왜,,? 왜 우리 형 일인데 도와주면 안되?..너는 애가 왜 그렇게 못 됐니..” 이런식...

이번에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었잖아요. 그래서 하루 종일 오빠랑 놀 수 있겠다고 기대했거든요.. 근데 저보고 남 프러포즈나 도와주라는게... 저 솔직히 짜증나더라구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오빠한테 형은 가족이지만 저한테는 아니잖아요! 제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건데요? 오빠는 그럼 "와~ 그렇게 로맨틱하고 좋은 일에 꼭 참여하고 싶어! 내가 꼭 도와주고 싶어!"이렇게 덥석 쫓아가서 너무 기뻐하며 도와주길 바랬나봐요. 저 그렇게는 안 되더라구요..예. 저 이렇게 못 됐어요. 프러포즈 받는 분 기분이 얼마나 좋겠어요. 크리스마스에 프러포즈. 로맨틱하고 너무 좋잖아요. 근데 제가 도와주기는 싫어요! 남 잘 되는게 그렇게 싫은가봐요.......!!! 그리고 프로포즈 원래 친구들이 도와주는거잖아요!! 시동생네 커플이 도와줬단 얘기 못들어봤네요.~~ 그래도 우리 아니면 누가 도와줄까 싶어서, 오빠도 나중엔 중생 하나 구하는 셈치자 이런 태도로 나오길래, 좋은 일 기분 좋게 도와주자. 그러고 눈 꼭 감고 손에 주먹 꽉 쥐고 열심히 도와줬어요. 재료구입부터 플랜카드에 적을 문구까지 하나부터 뭐하나 생각해 놓은거 없는 형이었지만 저희가 다~~해줘서 성공적으로 끝났네요.. 


언니네가 가족 모임 같은게 많은 가봐요. 형 매일 같이 그런데 가더라구요. 주말에도. 주말이면 언니네 부모님 모시고 여기저기 식사하러 다니고 그러는 거 같아요. 정작 오빠네 부모님은 저희가 주말에 어디 모시고 가서 점심 같이 먹고, 엄마나 아빠 옷 사러 가고 싶다고 하시면 우리가 모시고 가고..그러면서 나중에 한단 소리가, 저번에 언니네 부모님이랑 어디 음식점 다녀왔는데 음식도 맛있고 너무 좋더라며 너네도 나중에 다녀와보라고.... 형네 커플이 못해드리니 우리라도 해드리면 좋아하시겠지 싶어서 매번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오려고 노력했어요. 솔직히 오빠야 자기 부모님이니까 아무렇지 않겠지만 저한테는 그런게 아니잖아요. 네. 저 저 불편해가면서 하는 일 오빠가 좀 알아주고 고마워주길 바랍니다. 생색내고 싶습니다.!!!


하아.. 그래도 오빠네 아빠. 저랑 언니 있으면 언니 더 반기시고 좋아하시고. 눈에 딱 보입니다ㅡㅡ; 오빠한테 이런 얘기했더니 웃으며 “그럼 너도 결혼한다고 해~~ 자기 식구 된다고 생각하니까 더 그렇게 되는거야.”라고 합니다.


어제도 퇴근하고 언니가 오빠네로 왔더라구요. 와서 좀 있더니 가게 문 닫기 30분 전쯤인가 형이랑 집에 간다고 가버립니다. 언니 집이 초큼 멀기는 하지만 어차피 문 닫는데 30분이면 되는데 꼭 저렇게 매번 일찍 가요. 그래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십니다. 저 이렇게 사소한 것도 다~~ 맘에 안 들어요. 너무너무 못됐죠?..나 참, 누가보면 시누이쯤 되는 줄 알겠어요.


몇 일 전에 오빠랑 저랑 좀 심하게 싸워서 제가 문 닫기 20분 전쯤인가 나오라고 했더니 문 닫고 가겠다고..(그 때 가게에 형이랑 언니도 있었거든요) 그런거 생각하니 또 섭섭하더라고요 오빠한테.. 그래서 툴툴거리다가 왜 꼭 문 닫기 쫌 전에 저렇게 가야하는거냐, 오빠는 내가 불러도 한번도 안 나오고 나는 항상 기다려야하는데.. 그랬더니 오빠는 또 이런 문제냐면서 저 보고 왜 그러냐.. 저들은 결혼할 사이지 않냐고.. 그러네요.

근데.. 이게 무슨 말이예요? 결혼할 사이는 그렇게 아껴주는거고 아직 결혼할 생각 업는 저는 저 스스로 아껴야하나봅니다. 너무 황당해서 “그래, 난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그래서 미안하네!”그러고 획! 돌아 집에 와버렸네요..




주절주절 쓰고 있는데 저 속 좁은거 광고하는 거 같아, 구질구질하고.. 맘이 좋지가 않네요. 언니는 말 그대로 결혼할 사람이고 저는 그냥 만나는 중이라 위치가 다른 데에도 저 혼자 너무 앞서나갔나 봅니다. 그리고 언니가 예쁨 받고 그러는거 보니 배알이 꼬여 밉게 생각했나봐요. 저 너무 못됐지요?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렇게 마음 좁고 철없는 제가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가 무리였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맘이 무거워요.


왜 그렇게 마음씀씀이가 못 됐냐, 그러는거 아니다, 저 좀 혼내주세요.. 아직도 제 사고방식으로는 저분들 이해가 가지 않거든요...ㅡㅡ;;;;;;?? 정신 덜 차렸어요,제가~~


길고 긴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