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 부인입니다.-혼수 1억7천 글쓴분께-

JAY2012.02.03
조회191,556

전 직장선배 소개로 남편을 만나 지금은 아들딸 남매를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판에 처음으로 글쓰는 거라 많이 망설였지만.

혼수 1억 7천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도 많은거같아 용기내어 글씁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검사들은 부자집이나 유명정계 집안으로 장가가는줄만 아시는데.

그런 경우는 극히 소수이고,(물론 있기는 있습니다.)

요즘 세대의 검사들 7,80%는 다들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결혼합니다.

몇년 전부터는 여자검사 비율이 많이 높아졌기에 더욱 그런 경향도 많은거 같아요.

 

저도 평범하게 결혼했고. 둘다 집을 해올 형편은 아니여서 지금까지 관사에 살고있습니다.

결혼할때 혼수 문제는, 크게 없었고, 당시 저희 집보다 시댁 형편이 조금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친정에서 예식비용만 다 부담해주셨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도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저도 결혼준비하면서 아웅다옹하는 다툼은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답은 없는거 같습니다.

혼수 1억 7천을 쓰신 승무원 분도, 본인 사정에 따라 준비하시면 되실거같아요.

하지만. 글들을 읽어보니, 지금의 마인드로 결혼하시면 본인이 좀 힘들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적은 월급이나. 잦은 지방 근무 등으로 볼때. 검사란 직업이 크게 대단치 않다는 생각은.

이해는 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같이 할 반려자로써는 쫌 경솔한 생각인듯싶네요...

 

저희 남편은 2년에 한번씩 근무지가 바뀌는데요, 보통 2월 중순에 발표가 나면 무조건 3일안에 다음 부임지로 떠나야합니다. 그 말은 살고있던 관사도 3일안에 비우고. 다음 관사로 이사를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주부님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이렇게 이사한다는게 정말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구나 보통은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이런식으로 대중없이 발령이 나기때문에, 이사짐센터에서도 잘 안해주실려고하세요.ㅠ 거리가 워낙 멀고 대중없어서 남는게 없다고들 하시죠.

어찌저찌해서 이렇게 이사짐을 싸고 출발하면.다음 2년 동안 살 관사는 이삿날 저도 처음 주소들고 가는 겁니다. 대부분의 관사는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저도 관사에 살면서 처음으로 낡은 싱크대에서 나무조각이 부스러 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지역에 따라서는 관사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에, 전세값이 당장 아쉬운 저희로써는 감지덕지합니다.

이렇게 한바탕 이사가 끝나면. 인터넷도 바로 연결할수 없기때문에 동네 지리도 잘 모르고.

다음날 남편은 바로 출근해버리고나면. 마트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어린애 둘 데리고 동동거린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것도 여러번 해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지금은, 동네 부녀회장님이나 인심좋아보이는 부동산 사장님들에게 많이 여쭤보고 합니다. ^^*~

하지만 제일 힘든건, 적응이 될만하면 또다시 다음 발령이 나기때문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전 다시 아이들과 시작해야한다는 겁니다. 다음 발령지도 저희 희망대로 나는게 아니구요.

더구나 이제 부장 검사가 되면 일년마다 부임지가 바뀝니다... 그때가 되면 좀더 힘들거같긴 하네요..

 

월급부분은, 네 물론 공무원이니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네식구가 살기엔 적지 않는 금액이라고 전 생각하고 살고있네요.

사실 절대적인 금액보다, 상대적인 금액이 더 힘든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야 크게 쓰는 것도 없고 욕심나는 것도 없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가니까 교육비 부분에서 많이 심란합니다

단적으로 저희 남편 동기분들중에 로펌이나 개업하신 분들과 비교해보면, ...아이들문제로 좀 속상한건 사실입니다.

 

이런 " 별볼일 없는" 검사 생활에도 불구하고. 제가 남편을 지지할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 남편의 소중한 꿈이였기 때문입니다.

승무원 분도 지금의 그 직업 가지기  힘드셨다고 하셨죠?

저도 대학졸업하고 직장을 잡기까지 힘들었다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대학교 2학년때부터 한 고시 공부 생활들 들어보면 정말..전 엄두가 안나더군요.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고시에 제일 아름다울수 있는 20대의 모든걸, 극단의 한계까지 쏟아부었다는걸 많이 느꼈습니다. 또한 고시라는게 본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도 많이 작용하는지라, 그 동안 시어머니께서 본인의 생활은 모두 포기하고, 뒷바라지하신 정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들이 있지만, 대학까지 보내놓고 그런 정성은 못 들일거같아요,..

마지막 2차 시험을 준비할땐  너무 오래 앉아서 공부를 한나머지 엉덩이와 허벅지에 욕창이 생겨서, 시험끝나고 수술했다는 말을 들었을땐.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걸 걸고 노력해서 남편은 본인의 꿈을 이루었고,이룬 꿈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도 남편의 이런 부분을 보고 반해서 결혼을 결심했고.  남편의 그런 노력과 열정을 존중합니다..

어떤 직업을 남편이 가졌더라도 아마 크게 상관은 없었을 거같아요.

그래서 당장은 경제적으로, 현실적으로 " 별볼일없는" 검사지만, 최대한 오래오래 남편이 이 생활을 행복하게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꿈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쟌아요.

그 꿈을 서로 존중해주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게 부부는 가장 중요한거같아요.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이런 생각으로는  부부사이는 평행선입니다.

또한 상대방의 꿈을 위해선 때로는 서로 양보하는 것도  부부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혼수 1억 7천 글을 쓰신 님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드리자면.

지방에 근무하는 평검사들 중 48평에 사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저희도 아이 둘과 20평 관사에 살고 있습니다.

예비 신랑분도, 많이 생각을 달리 하셔야할듯해요.. 48평이면 전세라도 관리비 무시못합니다.

관사에 살겠다는 생각을 하시거나, 굳이 시댁에서 전세를 해주신다면 20평대로 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모아두신 5천으로도 결혼 준비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굳이 빚을 내서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거 같아요. 물론 지금 당장은 빚을 내서 좀더 화려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 후의 생활이 검사 부인은 별로 화려하지 않아요..ㅎㅎ

가구나 살림살이도 어차피 너무 자주 이사를 다녀야해서. 남아나지 않으니 좋은거 사실 필요도 없습니다.

 

시어머니께도, 앞으로 남편 직업과 월급에 맞게 살고 싶다고 잘 말씀드리면.

오히려 예비 며느리를 좋게 봐주실  분 같습니다.

 

쓰다보니 두서없이 주절주절 많이 쓰게 되었네요.

긴글 읽어주신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만 마칠께요~

글쓰신 승무원 분도, 결혼 준비 잘 하셔서 행복한 신부가 되시길 바랍니다~